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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궤도에 오른 크립토카드

페이먼트스캔(@Paymentscan) 기준 크립토카드 월간 결제 볼륨은 2025년 5월 약 $271M에서 2026년 5월 약 $656M으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고, 누적 볼륨은 $7.8B을 넘었다. 약세장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성장은 무엇이 촉매가 되어 일어났을까? 주로 이야기하는 요인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 비자의 스테이블코인 정산 통합, 리워드 프로그램이다. 2025년 7월 GENIUS Act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결제 레일로 인정받으며 시총이 약 49% 성장했고($205B → $306B), 비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온램프 수단이 아니라 정산 레일로 직접 채택하면서 크립토 프로젝트의 카드 발급이 쉬워졌고 UX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공격적인 리워드 프로그램 역시 충분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물론 위에 서술한 요인들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위 그래프를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자. 유난히 한 프로젝트가 대부분의 카드 볼륨을 처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리닷페이(@RedotPay)다. 리닷페이가 어떻게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했는지 뜯어보면, 흥미로운 전략이 보인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신흥시장을 공략했다.
리닷페이는 2025년 한 해 $2.95B 이상의 카드 볼륨을 처리했다. 바로 나머지 13개 경쟁사들의 합산 볼륨의 4배가 넘는다. 어떻게 이런 성장을 만들었을까. 답은 단순하다. 신흥시장을 공략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리닷페이가 크립토카드를 '실질적 문제를 푸는 시장'으로 가져갔다고 보면 된다. 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가 아니라, 현지 통화가 불안정한 신흥시장에 타깃을 집중한 것이다. 트래픽 데이터가 이를 보여준다:

- 방글라데시 10.98%
- 인도 7.75%
- 이집트 5.89%
- 나이지리아 5.70% 사이트 트래픽
- 미국은 4.44%에 불과

Source : X(@stacy_muur)
이는 크립토카드의 PMF가 신흥국에서 더 뚜렷하기 때문이다. 신흥국에는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달러 페깅 자산 수요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의 낮은 송금 비용이 더해지며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스테이블코인을 번거로운 오프램프 없이 그대로 결제에 쓸 수 있는 크립토카드 수요는, 이런 흐름에서 늘 수밖에 없었다.
리닷페이의 전략도 이 수요에 맞춰져 있었다. 공개 분석에 따르면 리닷페이는 현지 크립토 트레이더, KOL, OTC 네트워크를 에이전트로 활용해 오프라인 중심의 바이럴 채널을 구축했고, 카드 활성화에 따른 커미션 구조로 실수요층을 직접 확보했다. 이는 온라인 퍼포먼스 마케팅이 아니라, 신뢰가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시장에 맞춘 배포 전략이었다.
동시에 UX 측면에서는 기존 카드 레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25년 2월 리닷페이는 StraitsX 및 비자와 협력해 싱가포르에서 디지털자산 기반 카드 프로그램을 출시했고, StraitsX는 Visa BIN sponsor로 참여해 사용자가 비자 가맹점 네트워크에서 디지털자산을 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우리는 이러한 리닷페이의 전략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암호화폐는 에이전틱 커머스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전해야 할까?

Source: X(@alive_)
a16z의 Ali Yahya(@alive_)는 최근 “에이전틱 커머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립토에 흥미로운 영역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반적인 에이전트 결제에서는 신용카드가 스테이블코인보다 더 잘 작동할 수 있으며, 크립토가 더 강한 영역은 서로 신뢰하지 않는 에이전트 간 조정, 즉 에스크로 기반의 강제력 있는 계약 구조라고 보았다.

이 주장에는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있다. 카드 네트워크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가맹점 수용성, 소비자 보호, 사기 방지, 정산, 규제 대응이 결합된 신뢰 인프라다. 기존 소비자 결제 영역에서 크립토가 이 신뢰와 안정성을 정면으로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전통 카드사는 이미 수수료 기반의 강한 수익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이들이 잘 작동하는 수익 구조를 크립토에게 자발적으로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크립토가 에이전틱 커머스에서 파고들어야 할 부분은 기존 카드 결제 시장이 아니라, 아직까지 뚜렷한 주인이 없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보는 바로 헤드리스 머천트(headless merchant)다.
새로운 신흥 시장을 찾아 나서자, 헤드리스 머천트
“미래의 상점은 웹사이트가 아니라 엔드포인트(Endpoint)가 될 것이다.”
헤드리스 머천트는 물리 매장, 이커머스에 이은 세 번째 상점 형태다. 인간을 위한 프론트엔드를 걷어내고, 에이전트가 API, 데이터, 모델 추론, 온체인 정보 같은 디지털 자원을 직접 호출해 대가를 지불한 뒤 결과를 받는 구조다.
여기서 크립토의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한 성질은 단순한 결제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결제 조건, 사용 한도, 권한, 정산 규칙을 코드에 내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승인 루프 없이도 에이전트가 정해진 조건 안에서 자원을 호출하고, 그 호출과 동시에 결제를 확정할 수 있다.
중요한 지점은 여기다. 전통 결제에서는 오히려 크립토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즉시 확정성(finality) 이 헤드리스 머천트에서는 오히려 핵심 기능이 된다.
기존 소비자 결제에서는 결제가 즉시 끝나지 않는 것이 장점이었다. 상품이 잘못 배송되고,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생기고, 카드 도용이나 환불 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드 네트워크는 차지백, 환불, 분쟁 조정 같은 사후 보호 장치를 결제 구조 안에 넣었다. 이 지연과 되돌림 가능성은 비효율이 아니라 인간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신뢰 비용이다.
하지만 헤드리스 머천트의 거래는 성격이 다르다. 에이전트가 API를 호출하고 모델 추론을 사고 데이터를 받아오는 거래에서는, 물리 상품 배송이나 소비자 감정에 기반한 분쟁보다 호출 성공 여부, 결과 반환, 사용량 측정, 예산 한도 준수가 더 중요하다. 신뢰의 핵심이 "거래 이후에 되돌릴 수 있느냐"에서 "거래 이전에 조건을 제한하고 실행 순간에 확정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 필요한 것은 사후 보호가 아니라 사전 권한 관리, 조건부 실행, 즉시 정산, 그리고 결제와 결과 반환의 원자적 결합이다. 에이전트가 특정 API를 호출하면 결제는 나중에 청구되는 게 아니라 요청 단위로 확정돼야 한다. 제공자는 미수금과 정산 지연, 소액 청구 비용을 떠안을 이유가 없고, 구매자도 에이전트에게 무제한 권한을 열어주는 대신 코드로 한도와 조건을 거는 편이 안전하다.
이 지점에서 크립토의 강점이 선명해진다. 크립토는 신뢰 비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후 분쟁 비용을 사전 조건과 정산 확정성으로 재배치한다. 전통 결제망이 인간 소비자를 보호하려 되돌림 가능성을 남겨뒀다면, 헤드리스 머천트에서는 그 되돌림 가능성 자체가 지연이자 비용이자 정산 리스크가 된다. 거래 단위가 작고 빈도가 높을수록 이 차이는 커진다.
결국 헤드리스 머천트에서 중요한 건 "크립토로 결제할 수 있다"가 아니다. 에이전트가 자원을 호출하는 순간 권한 확인, 결제, 정산, 결과 반환이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묶이느냐다.
여기서 결제의 최종성은 기술적 특성을 넘어, M2M 경제가 반복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신뢰 인프라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크립토는 헤드리스 머천트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가?
2026년 2분기 x402 스탯 기준으로 보면 아직 발전 단계다. 단순 결제액보다 트랜잭션 수와 구매자 수가 더 중요한 지표인데,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게 이 지표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테스트성 호출, 초기 실험, 토큰 런칭처럼 헤드리스 머천트와 거리가 먼 흐름 대신 DaaS(Data-as-a-Service)와 A2A의 점유율이 늘면서 지표가 함께 오른다는 점은, 헤드리스 머천트로서의 발전 흐름을 보여준다.

Source: X(@0xyoussea)
이 관점에서 BlockRunAI(@BlockRunAI) 같은 제공자의 지표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BlockRunAI는 AI 에이전트가 API 키나 구독 없이 USDC 지갑으로 호출당 실시간 결제하며 60여 개의 AI 모델을 쓸 수 있게 하는 pay-per-call AI 게이트웨이로, x402scan 기준 최근 30일 트랜잭션 수가 950만 건에 육박했다.
이런 퍼포먼스, 혹은 그 이상의 킬러 서비스가 등장할수록 시장은 빠르게 앞당겨질 것이다.
사실 헤드리스 머천트 중심의 에이전틱 커머스가 궤도에 오르고 크립토가 그 중심이 되려면 풀어야 할 게 많다. 접근성부터 신뢰와 조정 레이어까지, 에이전트와 사람을 설득할 만한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리닷페이가 남보다 먼저 신흥시장의 결제 병목을 읽고 공략했듯, 크립토가 노려야 할 다음 신흥시장은 기존 카드사가 쥔 소비자 결제가 아니라 아직 주인이 없는 헤드리스 머천트다. 먼저 이 시장을 알아보고 파고드는 쪽이 결국 그 자리를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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