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대만 가상자산서비스법과 스테이블코인 분리 규제
이번 주 대만은 마침내 암호자산 자체 기본법을 갖게 됐다. 빠르면 2027년 초 시행을 목표로 한다. 새 법은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ASP)를 거래소, 보관업(커스터디), 대여업(렌딩) 등 7개 유형으로 나누고, 유형별로 라이선스를 따로 신청하게 한다. 단순 등록제였던 감독을 허가제로 올려 감독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가장 눈에 띄는 사안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다. 법은 대만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과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명확히 구분한다. 대만 내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연동만 제도적으로 성립하고, 발행사는 대만 중앙은행과 금관회(FSC)의 승인을 함께 받아야 한다.
준비자산은 국채와 대만 법정화폐 등 안전자산으로 100% 보유해 별도 신탁에 보관하고, 보유자에 대한 이자 지급은 금지된다. 이 요건을 감당할 주체가 사실상 은행으로 좁혀지면서 보수적인 은행 중심 구조가 됐다.
한편 USDT, USDC는 대만에서 상품(regulated commodity)으로 취급된다. 화폐나 결제수단이 아니라 규제 대상 거래자산으로 분류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들은 대만 내 합법 거래소에 상장되고 금관회 동의를 받아야 유통될 수 있다. 사용 자체는 막지 않되 유통 경로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구조다.
이 법적 틀에서 대만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자산 기능(보유하고 거래하는 것)은 열어두되, 화폐 기능(결제하고 정산하는 것)은 닫는다. 거래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대만달러 결제 질서 안으로 들어와 돈처럼 쓰이는 길은 막는 것이다. 이는 세 가지 정책적 함의를 내포한다:
- 통화주권 방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결제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민간 달러화를 대만달러 결제 질서에서 분리한다.
- 결제 인프라와의 분리: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규제 대상 자산으로 두어, 유통은 허용하되 가맹점 결제와 송금 인프라로의 확장은 제한한다.
- 투자자 관리, AML 강화: 인가 거래소를 통해서만 유통시켜 당국이 상장 심사, 거래 추적, 상장폐지, 고객확인 절차를 관리하기 쉽게 만든다.
2. 아시아 국가들이 USDC, USDT를 대하는 네 가지 방법
대만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아시아가 공유하는 방향을 다시 상기시킨다. 아시아 국가들은 회색지대에 있던 USDT, USDC를 온쇼어 화폐가 아니라 외래 달러 자산으로 제도적으로 못 박고, 규제된 유통 경로 안에서 다루려 한다.
아시아 주요 관할권을 나란히 놓으면, USDT와 USDC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중국 정도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유통 경로의 통제로 수렴하고 있다. 차이는 그 경로를 얼마나 좁게 여느냐로 분류된다.

규제의 목적과 자국 통화 기반 대안의 유무에 따라 각국의 접근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차단, 억제: 통화주권과 외환 안정을 지키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와 투자에서 밀어낸다. 중국은 위안화 결제망 밖에서 달러 청구권이 도는 것을 체제 위협으로 보고 전면 금지했고, 인도는 30% 과세와 1% TDS로 거래 유인을 억제했다.
- 인가 유통 제한: USDT, USDC를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한다. 인가 거래소나 특구 안에서 보유와 거래는 허용하되, 가맹점 결제와 국내 정산망 진입은 막는다.
- 제도권 편입, 개방: USDT, USDC를 배제하지 않고, 규제된 유통 경로 안으로 들이는 방식이다. 일본은 엔화 라인업(JPYC, JPYSC, 프로젝트 팍스)과 함께 USDC를 자금결제법상 해외 발행 전자결제수단으로 들였다. 필리핀은 USDC를 전자지갑으로, 싱가포르는 발행 허가로 실사용을 열었다.
- 규제 공백: 규율이 아직 없다.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상태에서 입법이 지연되고 있으며, 그 빈자리를 USDT, USDC가 먼저 메웠다.
살펴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예외들도 있다. 준비통화 엔을 가진 일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일부 들어와도 통화 위상이 흔들릴 우려가 적고, GDP의 8%를 해외 송금 자본에 기대는 필리핀은 이를 송금 코리도로 들이는 편이 이해관계에 맞는다. 금융 허브 포지션인 싱가포르는 발행까지 열었다. 반대로 통화 위상이 약하거나 달러화 압력이 큰 신흥국일수록 방어의 문턱은 높아진다.
3. 아시아 국가들의 입장 정리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규제는 발행사를 온쇼어와 오프쇼어로 분리하는 계산을 더 명확히 하고 있다. 대부분 제도 정비를 마쳐가는 아시아에서는 1~2년 안에 제도권에 남는 스테이블코인과, 아닌 스테이블코인의 경계가 더 뚜렷해질 것이다.
또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라 퉁쳤지만, 결국 각국의 정책에 영향받는 대상은 시장의 80%를 점유한 USDT와 USDC다. 이 과점을 흔드는 변화 요인이 규제와 시장 양쪽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고, 그만큼 최근 달러 스테이블코인 지형은 강하게 요동치고 있다. 향후 두 발행사의 과점, 둘 사이의 점유율, 그리고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시작은 유럽에서 먼저 보여줬다. 서클은 라이선스를 받아 USDC를 MiCA 체제 안에 넣었고, 유럽 리테일에 유통 가능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됐다. 반면 테더는 MiCA 인가를 신청하지 않았고, 2024년 말부터 2025년 상반기에 걸쳐 코인베이스, 크라켄, 바이낸스 등 유럽 규제 거래소에서 순차적으로 상장폐지됐다. 물론 USDT도 오프쇼어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테더도 미국 지니어스 액트 시행에 맞춰 규제 준수형 달러 스테이블코인 USAT를 별도로 내놓으며 제도권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같은 개편은 아시아에서도 곧 진행될 것이다. 전용 규제 없이 USDT가 거래소를 장악한 한국을 비롯해, 인가 거래소 상장과 유통 심사라는 관문이 세워지면, USDT와 USDC는 지금처럼 무규율 상태로 놓이는 대신 제도권에 편입되거나 걸러지는 쪽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USDT, USDC 지형에서 향후 주목해볼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USDT와 USDC는 다른 시장을 본다: USDC는 MiCA와 일본에서 이미 제도권에 들어갔고, USDT는 오프쇼어에 남았다. 인가 유통만 허용하는 관할권이 늘수록 컴플라이언스를 마친 USDC는 상장 문턱을 넘고, MiCA조차 거부한 USDT는 배제된다. 규제의 실제 효과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지배력을 낮추기보다, USDT의 시장을 USDC에 넘기는 데 그칠 수 있다.
- 시장의 분화도 더 명확해지고 있다: 크립토 거래와 디파이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계속 기축통화이다. 유동성이 전부인 데다, 비달러 스테이블코인 규모가 현저히 작기 때문이다.
- 반면 제도권에서는 일본 JPYC, 싱가포르 XSGD(StraitsX) 등이 실제 유즈케이스로 자리 잡고, 기관 결제도 글로벌 뱅킹을 빼면 USDT, USDC 대신 예금토큰과 기관 파일럿으로 옮겨간다. 모두 자국 금융 인프라에 최적화된 수단이다. 결국 시장이 갈리면서 스테이블코인 구도도 달러 기축과 자국 통화 및 예금토큰으로 분화된다.
- 압력은 규제 밖에서도 온다: OUSD(Open USD)가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파트너들과 함께 출범하자 시장은 서클에 악재로 반응했다. 준비자산 수익을 발행사가 독식하지 않고 유통 파트너에게 나누는 이 컨소시엄 모델이 확산되면, USDT, USDC의 수익 기반에 균열이 생긴다. 또한, 이 이니셔티브를 각국의 규제 당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수용 여부가 유의미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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