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다.
“정부의 개입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야기하고, 그 결과는 더 많은 정부의 개입을 야기한다.”
저명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명언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디지털 자산 과세 논의를 보며, 필자는 이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정부는 2027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과세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방향대로 제도가 설계된다면, 시장의 왜곡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기형적인 시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 코인은 과세, 국내 주식은 면세
현재 대한민국은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즉, 국내 주식 투자로 차익이 발생하더라도 투자자는 별도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다. 사실상 거래세만 부담하는 수준이다. 반면 디지털 자산은 2027년부터 과세가 예정되어 있다.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총 22%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은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논리 중 하나 역시 형평성에 관한 것이다. 동일한 투자 수익에 대해 한쪽은 사실상 비과세, 다른 한쪽은 22%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불만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불균형이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수익률만이 아니라 세후 수익률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과세 체계는 자본이 가장 효율적인 과세 구조를 찾아 이동하도록 만들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더욱 기형적인 투자 형태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2.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의 등장
여기서 바로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igital Asset Treasury, DAT) 기업이 등장한다. DAT 기업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핵심 재무 전략의 일부로 보유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과거 기업들이 현금이나 국채를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했다면, DAT 기업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 자산으로 보유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기업들이 이미 한국 유가증권 시장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파라택시스 이더리움은 필자가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약 9,400개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의 주가는 기업이 보유한 이더리움 가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주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엄밀히 말해 DAT 기업의 주식은 디지털 자산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은 해당 기업을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다. 만약 이더리움 가격 상승에 투자하고 싶지만 디지털 자산 과세는 피하고 싶은 투자자가 있다면 어떨까. 그 투자자는 이더리움을 직접 매수하는 대신 DAT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과세 체계는 오히려 투자자들을 디지털 자산 자체가 아닌,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기업으로 유도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3. 그렇다면 ETF는?
그렇다면 혹자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DAT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디지털자산 ETF(상장지수펀드)는 수혜를 받지 않을까?
필자는 오히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ETF의 기초자산에 따라 서로 다른 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주식 ETF와 해외주식 ETF의 과세 방식이 다른 것처럼, 향후 가상자산 ETF가 도입되더라도 기초자산인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체계를 상당 부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즉,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직접 보유하든, 이를 추종하는 ETF를 보유하든 결과적으로 유사한 수준의 과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DAT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DAT 기업에 별도의 과세를 적용하려면 결국 DAT 기업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별도의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과세 체계는 기본적으로 투자자가 어떤 종류의 자산을 거래했는지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DAT 기업의 주식이든 일반 기업의 주식이든 세법상 모두 동일한 ‘주식’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DAT 기업만을 별도로 구분해 과세하려면 추가적인 입법이나 세법 개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4. 결국은 또 다른 규제
만약 내년부터 예정대로 디지털자산 과세가 시행되고, 기존 디지털자산 투자자들이 세후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DAT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게 된다면 시장은 또 다른 왜곡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디지털자산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 측면에서 더 유리한 투자 수단을 찾아 움직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이 또 다른 규제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DAT 기업이 과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결국 규제당국은 DAT 기업에 대한 별도 과세나 추가적인 규제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새로운 우회 수단을 찾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는 묻고 싶다. 규제당국은 이미 이러한 가능성까지 고려하며 현재의 디지털자산 과세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향후 DAT 기업에 대한 별도 과세와 추가적인 세법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과세 정책이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떤 왜곡을 만들어낼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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