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SurfAI와 함께 진행하는 “아시아 CEX 리서치” 공동 연구의 일환이다. (공동 리서치 발표 링크)
아시아에서 중앙화 거래소(CEX)는 서구 시장과는 다른 역할을 한다. 아시아의 개인 투자자는 비수탁형 지갑을 통해 자산을 직접 보유하기보다 거래소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며, 한국은 이러한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장이다. 누군가 신뢰할 주체에 의존한다는 문화적인 특징도 있지만 규제로 인해 원화 입출금 통로가 허가받은 CEX 5곳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 또한 이러한 현상을 야기했다.
1. 한국에서 CEX는 암호화폐로 향하는 유일한 관문이다
원화를 암호화폐로 바꾸거나 암호화폐를 다시 원화로 환전하려면 엄격히 통제되는 단일 경로를 거쳐야 한다. 각 거래소는 단 하나의 은행과만 제휴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해당 은행에서 본인 명의의 실명 확인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CEX 계정과 연동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도가 2018년 1월 30일 시행된 이후, 입출금은 동일한 은행에 개설된 사용자 명의의 은행 계좌와 거래소 계정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제삼자 송금과 익명 가상계좌는 허용되지 않으며, 제도 시행 당시에는 외국인과 미성년자의 이용도 금지되었다.
모든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한국에서 영업하기 전에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완전한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갖춰야 한다. 다만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해도 허용되는 것은 암호화폐 간 거래뿐이다.
원화 마켓을 운영하려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계약이라는 자격이 하나 더 필요하다. 계약에 따른 규제 준수 위험을 은행이 부담하는 만큼 은행은 제휴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이 때문에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사업자 대부분은 코인 마켓 거래소로 남아 있다. 결국 원화와 암호화폐 간 환전을 제공하기 위한 두 관문, 즉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계약을 모두 통과한 거래소는 5곳뿐이며, 각 거래소는 단 하나의 제휴 은행과 연결되어 있다.

2. 전통 금융은 시장 저점에서 CEX를 인수하고 있다
수년간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와 전통 금융기관은 금융과 암호화폐를 분리한다는 이른바 금가분리 원칙 아래 서로 다른 영역에 머물렀다. 금가분리는 법률에 명확히 규정된 원칙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일관되게 적용해 왔으며, 그 결과 은행과 증권사는 사실상 암호화폐 사업을 영위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26년부터 그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약 4개월 사이에 한국 4대 거래소 가운데 3곳이 주요 전통 금융사를 주주로 맞이했다.
이제 거래소는 단순히 거래 수수료를 창출하는 사업체가 아니라,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과 수탁, 실물연계자산(RWA) 상품으로 이어질 한국 금융의 다음 단계에서 핵심적인 고객 접점이자 유동성 시장으로 평가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규제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에 거래소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가상자산사업자 기반과 기존 사용자층, 풍부한 원화 유동성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이러한 지분 확보 경쟁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Financial Services Commission)는 2026년 3월 3일 합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단일 대주주의 지분을 20%로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개월 동안 두 건의 주요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올해 남은 기간에는 업비트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이 성사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사례 1: 코빗과 미래에셋. 2026년 2월, 한국 최대 증권사 미래에셋은 NXC와 SK스퀘어가 보유한 코빗 지분 91.7%를 약 1335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분 5.42%를 추가로 사들여 총지분율을 97.15%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코빗의 시장 점유율이 약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거래량보다는 라이선스와 수탁 역량, 운영 경험이라는 인프라에 투자한 선택이었다.
- 사례 2: 업비트와 하나금융. 2026년 5월, 하나금융그룹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를 약 6억 6,7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전통 금융그룹과 디지털 자산 기업 사이에 이루어진 최초의 대규모 지분 거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 사례 3: 코인원과 오케이엑스벤처스(OKX Ventures), 한국투자증권(Korea Investment & Securities)의 공동 투자. 2026년 5월, 오케이엑스벤처스와 한국투자증권은 한국 3위 거래소 코인원의 지분 19.6%를 확보하기 위해 각각 약 5,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두 투자자가 지분을 나눠 보유함으로써 예상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지분 상한인 20%를 넘지 않는 동시에 최고경영자(CEO)가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다.

3. 전통 금융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시장
전통 금융사가 인수하는 것은 단순한 수수료 수익원이 아니라 원화 기반 온램프와 오프램프 자체다. 원화를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는 허가받은 CEX가 5곳뿐인 시장에서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다는 것은 한국 개인 투자자의 저축과 디지털 자산을 잇는 통로를 소유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거래량이 감소하더라도 인수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법적으로 보호받는 통로의 가치는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수는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계약을 처음부터 준비하려면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그마저도 규제당국이나 제휴 은행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인수할 수 있는 거래소도 빠르게 줄고 있다. 코빗은 이미 주인을 찾았고 코인원도 거래가 진행되는 가운데, 업비트와 빗썸은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예상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규정에 따라 지분 보유 한도가 20%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거래는 수수료 수익만 놓고 보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가격에 체결될 수 있지만, 원화 입출금 통로에 대한 전략적 선택권이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가치평가가 될 수 있다. 이제 암호화폐는 전통 금융사가 더 이상 외면하기에는 너무 큰 시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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