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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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Takeaways
- 크립토의 병목이 기술이 아니라 자본형성이라면, 우미야는 법인 설립부터 토큰 발행, 트레저리 관리까지 전 과정을 온체인에서 다시 설계하려는 프로젝트다.
- 특히 결정시장을 통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시장에 맡기고, 케이맨 법인 구조를 통해 그 결정에 현실의 법적 강제력까지 부여하려는 시도가 흥미롭다.
- $UMIA 역시 생태계의 성장과 토큰 가치를 연결하도록 설계된 만큼, 8월 말 첫 옥션은 우미야가 자신의 자본형성 모델을 스스로 증명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1. 크립토 시장의 문제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닐지도 모른다.
얼마 전 우미야(Umia)의 공동창업자 Francesco Mosterts의 인터뷰를 읽다가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인프라는 이제 충분히 견고하다. 더 높은 처리량도, 더 많은 TVL도 감당할 수 있다.” 그가 지적한 크립토 시장의 진짜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자본형성(capital formation)이었다.
돌이켜보면 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한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 조달 방식으로 주목받았던 ICO는 수많은 사기와 실패를 남긴 채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VC가 채우면서 크립토 시장은 성장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제대로 된 제품조차 없는 프로젝트가 기존 블록체인의 코드를 포크한 뒤 수억 달러의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고, 초기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배분된 물량을 결국 리테일이 더 높은 가격에 받아내는 광경을 우리는 수년간 반복해서 지켜봤다.
지분과 토큰이라는 이원화된 자본 구조 역시 문제를 만들었다. 하나의 운영사가 지분과 토큰을 동시에 발행했지만, 정작 두 자산이 보장하는 권리는 전혀 달랐다. 운영사가 인수합병될 경우 지분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는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며 엑싯할 수 있는 반면, 같은 프로젝트에 투자한 토큰 홀더는 기업가치가 어디로 이전되는지를 지켜보면서도 이에 대응할 수단이 없는 경우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대부분의 경우 그 가치는 지분에게 귀속되고 토큰은 “바이백”이라는 수단 없이는 매출과 연동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성장에는 함께 베팅했지만, 그 가치가 실현되는 순간에는 서로 전혀 다른 권리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기존 자본형성 구조에 대한 반감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밈코인이었다. 밈코인은 아무런 내재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복잡한 약속을 앞세워 리테일을 끌어들이지는 않는다는 논리였다.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먼저 투자한 초기 투자자의 물량을 리테일이 나중에 받아주는 시장보다, 처음부터 모두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참여하는 밈코인이 오히려 더 공정하다는 역설적인 주장까지 등장했다.
다른 하나는 하이퍼리퀴드였다. 하이퍼리퀴드가 VC 투자 없이 전체 토큰의 약 70%를 커뮤니티에 배분했을 때 시장이 그토록 열광했던 이유는 단순히 에어드롭의 규모가 컸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이퍼리퀴드는 프로덕트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토큰 바이백에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자본 형성 방식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구조를 보여줬다. 초기 투자자에게 가치가 우선적으로 귀속되고 이후 토큰이 시장에 유통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프로덕트가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를 토큰 홀더에게 직접 환원하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VC가 너무 많은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았다. 누가 어떤 가격에 먼저 자본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어떤 권리를 부여받으며, 조달된 자금을 누가 통제하고,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가치가 어떤 자산에 귀속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가치가 실현됐을 때 누가 보상받는가. 크립토가 해결하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기술보다 이러한 자본형성의 구조였는지도 모른다.
크립토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정작 스타트업의 자본형성 방식만큼은 기존 벤처캐피털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우미야는 바로 이 문제를 법인 설립, 자금 조달, 그리고 조달된 자본의 통제라는 세 단계에서 다시 설계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어찌보면 블록체인과 크립토에 가장 부합하는 자본형성 방식을 제안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 법인, 옥션, 그리고 트레저리

우미야는 스스로를 “토큰 네이티브 벤처를 위한 운영 스택(operating stack for token-native ventures)”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토큰을 판매하는 런치패드라고 부르기에는 그 범위가 훨씬 넓다. 우미야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토큰 발행을 돕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회사를 설립하고 자본을 조달한 뒤 그 자본을 운용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통합하는 것에 가깝다. 그 구조는 크게 법인, 옥션, 트레저리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법인이다. 파운더는 우미야를 통해 각 자금 조달 건마다 케이맨 법적 구조를 설립할 수 있다.MetaLeX의 BOR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각 프로젝트는 Umia Launcher SPC 산하의 개별 segregated portfolio로 구성되며, 프로젝트별 자산과 부채는 다른 포트폴리오와 분리된다. 재단은 재단대로, 개발사는 개발사대로, DAO는 DAO대로 존재하면서 각 주체 사이의 권리와 책임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기존 크립토 프로젝트의 구조와 비교하면 상당히 단순하다.

두 번째는 옥션이다. 토큰 판매는 Uniswap v4의 CCA(Continuous Clearing Auction)를 통해 진행된다. 옥션 기간은 프로젝트가 직접 설정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약 1주일 동안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필요한 자금 규모에 따라 최소·최대 조달 범위를 설정하고, 실제 최종 조달액과 토큰 가격은 이 범위 안에서 CCA의 수요와 가격 형성 메커니즘을 통해 결정된다.
전체 공급량을 한 번에 판매하는 대신 일정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청산하며, 동일한 블록에서 참여한 투자자는 동일한 가격을 적용받는다. 누가 먼저 트랜잭션을 넣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스나이핑과 MEV가 개입했던 기존의 ‘땅따먹기식’ 토큰 런칭에 대한 구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셈이다.

여기에 우미야는 완전히 공개된 옥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퍼블릭 세일에 앞서 특정 참여자에게 먼저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Early-bid phase’를 함께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참여 자격은 zkTLS를 활용해 신원을 직접 공개하지 않고도 특정 조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파운더는 초기 토큰 홀더 구성을 어느 정도 선별할 수 있으며, 자격을 갖춘 참여자는 퍼블릭 세일보다 이른 단계부터 입찰에 참여해 결과적으로 더 낮은 평균 가격에 토큰을 확보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옥션이 종료되면 조달된 자금의 일부를 활용해 프로젝트 트레저리가 소유하는 Uniswap v4 유동성 풀이 자동으로 만들어지고, 초기 유동성이 공급된다. 프로젝트는 토큰 출시와 동시에 유통시장을 확보하며, 이후 해당 풀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의 일부는 다시 프로젝트 트레저리로 귀속된다. 자금 조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유동성 형성과 이후의 수수료 수익까지 프로젝트의 런웨이로 연결되는 구조다.
세 번째는 트레저리다. 그리고 이 부분이 우미야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다. 옥션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팀의 지갑이나 팀이 관리하는 멀티시그로 들어가지 않는다. 자금은 처음부터 프로젝트의 트레저리 컨트랙트에 귀속된다. 팀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법인 설립 당시 정해놓은 월별 운영비(monthly allowance)뿐이다. 이를 넘어서는 트레저리 지출부터 추가 토큰 발행, 팀 보상 변경, 기업 인수, 사업 방향의 피벗, 심지어 회사의 청산에 이르기까지 주요 의사결정은 모두 결정시장(decision market)을 거쳐야 한다.
법인이 권리와 책임을 담는 그릇이라면, 옥션은 자본이 들어오는 통로라고 할 수 있고, 트레저리 컨트랙트는 그 자본을 통제하는 장치다. 우미야는 이 세 가지를 하나의 구조 안에 연결함으로써 자본을 모으는 방식뿐만 아니라, 모인 자본을 누가 사용할 것인지까지 결정시장을 통해서 다시 설계하려고 하는 것이다.
3. 우미야의 결정시장, 퓨타키의 구현?
필자는 2024년 여름 퓨타키(futarchy)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 글에서 던졌던 문제의식은 단순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이기심과 임기제라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과 그 결정의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다면, 차라리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자신의 판단에 직접 자산을 걸도록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는 블록체인이 현실 세계에 직접적인 위험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새로운 의사결정 시스템을 실험할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우미아의 결정시장(decision market)은 당시 필자가 상상했던 실험과 상당히 닮아 있다. 제안자가 일정한 자산을 스테이킹하고 안건을 제출하면 가능한 결과에 따라 각각의 조건부 시장이 만들어진다. 시장 참여자들은 각 결과가 실제로 실행되었다는 가정 아래 프로젝트의 토큰이 얼마의 가치를 가져야 하는지를 거래한다. 다시 말해 “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찬성과 반대 표를 던지는 대신, 시장이 가격으로 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 현상유지 상태를 의미하는 No-Op 시장도 함께 존재한다. 일정 기간 동안 각 조건부 시장에서 가격 발견이 이뤄지고, 최종적으로 특정 안건의 시장이 No-Op 시장보다 사전에 설정된 임계값 이상 높은 TWAP을 기록해야 해당 안건이 실행된다. 시장이 그 정도의 확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 자체를 기본값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현상유지보다 명확하게 더 나은 결과가 예상될 때만 변화를 허용하는 구조다.
의사결정의 범위를 제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퓨타키에 대한 글을 쓸 당시 필자는 모든 의사결정을 시장에 맡기는 순수한 형태의 퓨타키보다는 기존의 대의제와 결합된 형태가 현실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우미아 역시 이와 비슷한 접근을 취한다. 회사의 일상적인 운영은 여전히 파운더와 경영진이 담당한다. 대신 대규모 트레저리 지출이나 추가 토큰 발행, 인수, 피벗처럼 기존 기업이라면 이사회가 판단했을 법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시장에 맡긴다. 경영진을 시장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담당하던 일부 기능을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으로 옮기는 것이다. 필자가 우미야를 흥미롭게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에게 우미아는 꽤 반가운 프로젝트다. 2년 전 글을 쓰며 누군가 실제로 시도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실험이 단순한 거버넌스 아이디어나 연구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기업과 자본을 대상으로 작동하는 제품의 형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 2년 동안 필자의 생각 역시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퓨타키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집단의 판단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여러 예측시장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바로 그 전제가 생각만큼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4. 예측시장의 한계를 의식한 결정시장
지난달 필자는 예측시장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비판적인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의 요지를 요약하자면, 예측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참여자가 미래의 결과를 예측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행동을 통해 그 결과 자체를 바꿀 수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참여자가 베팅의 대상이 되는 사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 예측시장은 미래를 발견하는 시장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당시 사례로 들었던 것이 폴리마켓의 5분 단위 비트코인 가격 예측시장이었다. 계약 종료 직전 가격이 기준선에 근접해 있다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현물 매수나 매도만으로도 정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계약에서는 정산 직전 특정 방향으로 주문이 집중되고, 정산 이후 가격이 다시 되돌아오는 패턴이 관찰되기도 했다. 시장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결정시장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참여자의 거래가 단순한 예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미아 역시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의식하고 설계했다는 것이다.
우선 우미아는 특정 시점의 마지막 가격이 아니라 TWAP(Time-Weighted Average Price)을 기준으로 결과를 판단한다. 따라서 정산 직전에 몇 차례의 거래를 통해 가격을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결정을 바꾸기 어렵다. 가격을 왜곡하려는 참여자는 일정 기간 동안 그 가격을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잘못 형성된 가격에서 수익을 얻으려는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반대 거래까지 감당해야 한다. 5분 단위의 예측시장과 비교하면 조작에 필요한 비용과 난이도가 훨씬 높아지는 구조다.
여기에 No-Op 시장과 별도의 임계값도 존재한다. 특정 안건이 현상유지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고 해서 바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설정된 수준 이상의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 시장이 충분히 강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은 활용하되, 시장에서 발생하는 작은 노이즈까지 기업의 의사결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을 활용하는 이상 유동성은 여전히 중요한 전제다. TWAP 역시 가격 조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치는 아니며, 시장이 충분히 깊지 않다면 소수 참여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는 우미아만의 문제라기보다 시장 기반 거버넌스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실제 자본이 들어온 환경에서도 충분히 깊은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가이다.
그럼에도 우미아의 접근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존 예측시장과 퓨타키에서 제기되어온 문제들을 무시한 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TWAP, No-Op, 임계값과 같은 장치를 통해 시장의 가격 발견 능력을 기업 의사결정에 활용하면서도 그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아무리 좋은 결정을 내려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 팀이 그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온체인에서 아무리 정교한 시장을 만들어도 결국 기존 DAO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특히 현실의 법인, 계약, 인력까지 얽힌 기업 운영에서는 온체인 의사결정만으로 모든 행동을 강제하기 어렵다.
5. 강제력 없는 국가에 강제력을 넣으면
그런면에서 블록체인은 강제력이 없는 국가와 닮아 있다. 국가는 법과 세금을 통해 구성원을 제도 안에 묶어둘 수 있지만, 블록체인에는 그런 강제력이 없다. 참여자들이 시스템 안에 남아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수단은 결국 경제적 인센티브와 사회적 합의, 그리고 서사에 가까웠다. 지난 10여 년간 크립토 시장에서 반복된 수많은 실패 역시 상당 부분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 파운더가 트레저리를 들고 사라져도, 백서에서 약속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해도, 토큰 홀더가 이를 실질적으로 막거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여기서 우미야는 조금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의사결정의 결과를 단순한 거버넌스 신호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온체인과 오프체인 모두에서 실제로 집행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트레저리 이동과 같은 온체인 상태 변경은 의사결정 시장의 승인 없이는 실행될 수 없도록 스마트컨트랙트 차원에서 제한한다. 반면 코드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오프체인 영역에서는 케이맨 법인이라는 현실 세계의 법적 실체가 그 역할을 맡는다. 시장을 통해 내려진 결정을 팀이 임의로 무시할 경우 현실의 법체계 안에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우미야가 흥미로운 지점은 코드와 인센티브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온체인에서는 코드의 강제력을, 오프체인에서는 법의 강제력을 활용해 의사결정과 집행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 한다는 데 있다.
물론 여기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른다. Umia SPC라는 하나의 법적 엔티티 아래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개별 프로젝트가 우미아라는 단일 실체에 일정 부분 의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구나 별도의 승인 없이 참여할 수 있는 Community Track이 예고되어 있지만 아직 운영되고 있지 않으며, 초기 서너 개 프로젝트는 우미아가 직접 선정하는 Curated Track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적어도 현재 단계에서 우미아를 완전히 퍼미션리스한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를 우미아의 구조적 결함이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선택한 트레이드오프에 가깝다고 본다. 탈중앙화 그 자체가 목적일 필요는 없다. 필자가 오랫동안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은 탈중앙화의 정도보다 사용자가 자신의 자산에 대한 최종적인 통제권, 즉 자가수탁(self-custody)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그 기준에서 보면 우미아의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조달된 자산은 팀이 통제하는 멀티시그가 아니라 트레저리 컨트랙트에 보관되고, 팀은 이를 임의로 인출할 수 없다. 더 나아가 토큰 홀더는 회사의 청산을 결정시장에 제안할 수 있으며, 청산이 결정될 경우 트레저리에 남아 있는 자산은 토큰 홀더에게 비례적으로 반환된다. 우미아가 이 청산권을 “토큰 홀더의 최종 안전장치”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시스템에 중앙화된 주체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주체가 사용자의 자산을 임의로 통제할 수 있느냐에 있다. 법적 강제력을 얻기 위해 케이맨 법인이라는 현실 세계의 구조를 받아들이더라도, 트레저리에 대한 최종 통제권이 코드와 시장에 남아 있다면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가수탁의 원칙은 훼손되지 않는다. 법인격과 법적 강제력을 얻는 대가가 케이맨 등기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면, 필자는 그 정도는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우미아라는 시스템이 자본을 어떻게 조달하고, 통제하고, 집행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프로토콜의 구조가 아무리 잘 설계되어 있어도, 그 성장이 네이티브 토큰의 가치로 이어지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6. 그래서 $UMIA는 어떤 가치가 있는데?
필자가 과거 코스모스(ATOM) 생태계에서 활동하며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과 생태계를 만들어도 그것이 네이티브 토큰의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토큰 홀더에게 돌아가는 가치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IBC는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 있는 기술적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IBC를 사용하는 체인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가치가 반드시 $ATOM으로 귀속되는 구조는 아니었다. 생태계와 토큰 사이에 명확한 경제적 연결고리가 없다면, 역설적으로 생태계가 성장할수록 네이티브 토큰의 존재 이유는 더욱 희미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미아를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도 비슷한 질문이었다. 우미아 위에서 10개, 100개의 벤처가 만들어지고 성장한다면 그 가치 중 무엇이 $UMIA에 축적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우미아의 프라이머에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으며, 크게 세 가지 경로로 나뉜다.
첫 번째는 큐레이션이다. 향후 Community Track에 어떤 프로젝트를 편입할지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UMIA와 페어링된 결정시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미아 위에 올라오려는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큐레이션을 위한 결정시장 역시 활성화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UMIA의 거래 수요로 연결되는 구조다.
두 번째는 수수료다. 우미야는 일반적인 현물 거래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시장을 구성하는 Conditional AMM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에도 조정 가능한 fee switch를 적용할 수 있다. 신규 벤처 생성에는 현재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향후 거버넌스를 통해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UMIA의 가치는 단순히 고정된 수수료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우미아 위에서 형성되는 경제 활동의 성장과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더 많은 프로젝트가 우미아를 통해 만들어지고 이들의 현물 시장과 의사결정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프로토콜이 포착할 수 있는 수수료 역시 증가한다. 이 수수료는 각 풀의 최적화 방식에 따라 USDC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의 네이티브 토큰으로도 축적될 수 있다. 결국 우미아 위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와 시장이 성장할수록 그 경제적 가치의 일부가 수수료를 통해 다시 프로토콜로 돌아오는 구조다. 과거 코스모스가 생태계의 성장과 $ATOM 사이에 끝내 명확하게 만들지 못했던 경제적 연결고리를, 우미아는 프로토콜 차원의 가치 포착 메커니즘을 통해 처음부터 구축하려는 셈이다.
여기에 우미아는 “우미아는 우미아 위에 세워지는 첫 번째 벤처”라고 선언한다. 다른 프로젝트에 요구하는 구조를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동일한 SPC 구조와 결정시장, 트레저리 규칙 아래에서 우미아 자체를 운영함으로써 자신들이 제안하는 자본형성 모델의 첫 번째 실험 대상이 스스로가 되는 것이다.
토큰의 초기 유통 구조에서도 기존 크립토 시장의 관행과 다른 방향을 택했다. 최근 반복적으로 비판받아온 low float, high FDV 구조와 달리 최대 단일 할당을 퍼블릭 옥션에 배정해 런칭 시점부터 비교적 높은 유통량을 확보하고, 이후 추가 자본이 필요할 경우 시장의 승인을 통해 새로운 토큰을 발행하는 ‘Fluid Capital’ 모델을 채택했다. 처음부터 미래에 필요한 모든 자본을 예상해 막대한 토큰 공급량을 만들어두는 대신, 실제 자본 수요가 발생할 때 시장의 동의를 받아 공급을 늘리겠다는 접근이다.
다만 여기에서도 설계와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시차가 존재한다. $UMIA가 우미아 생태계의 성장에 실질적으로 노출되는 자산으로 기능하려면, 무엇보다 우미아 위에서 충분한 수의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현물 시장과 의사결정 시장의 거래가 유의미한 규모로 성장해야 한다. Community Track이 활성화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수수료 구조를 통해 생태계의 성장과 연결될 수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그 연결고리가 충분한 규모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Community Track까지 활성화되고 더 많은 프로젝트와 거래가 우미아 위에서 발생한다면, 우미아가 설계한 가치 포착 구조 역시 보다 완전한 형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UMIA가 장기적으로 우미아 생태계 전반의 성장에 노출되는 자산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초기 단계에서는 그 성격이 의사결정 시장과 프로토콜 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포착하는 거버넌스 토큰으로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앞서 살펴본 유동성 문제와 다시 연결된다. Community Track의 프로젝트 편입 여부가 $UMIA와 페어링된 의사결정 시장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UMIA의 시장 깊이는 단순히 토큰 가격을 넘어 생태계의 진입 과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 물론 각각의 의사결정 시장은 현물 풀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별도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그러나 결국 의사결정 시장의 견고함 역시 그 기반이 되는 현물 시장의 규모와 깊이에 의존한다. 생태계가 아직 충분한 규모에 도달하지 못한 초기 단계에서는 특정 프로젝트의 편입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시장 가격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결국 우미아의 의사결정 구조가 의도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좋은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시장 역시 조작하기 어려울 정도의 충분한 규모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7. 앞으로 지켜볼 것들
필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볼 때 크게 세 가지를 본다. 이미 검증된 PMF(Product Market Fit)를 기반으로 하는가, 기존 인프라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분히 오래 버틸 수 있는가.
앞의 두 가지에 대해서는 우미아에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것은 좋든 싫든 지난 10년 동안 크립토가 가장 확실하게 증명한 PMF 중 하나다. 또한, 사용하는 기술들 자체도 처음부터 다시 개척하려 하지 않았다. Uniswap의 CCA, MetaLeX의 법인 프레임워크, Reclaim의 zkTLS, 그리고 이제 막 실제 시장에서 검증되기 시작한 결정시장이라는 각각의 프리미티브를 가져와 하나의 자본형성 스택으로 엮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만이 혁신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위치에 조합하는 것 역시 중요한 능력이다.
세 번째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이제 겨우 퍼블릭 테스트넷이 종료됐다. 이제 더 중요한 검증은 실제 자본과 이해관계가 들어왔을 때 동일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메커니즘이라도 실제 환경에 놓여지기 전까지는 결국 가설에 머문다. 특히 우미아처럼 시장의 가격 발견 능력을 기업의 자본 배분과 거버넌스에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이라면, 실제 시장에서의 검증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필자가 가장 먼저 지켜보려는 것은 8월 말 예정된 $UMIA의 첫 옥션이다. 우미아가 자신이 만든 플랫폼에서 자신의 토큰을 판매하는 첫 번째 사례인 만큼, 이 옥션은 단순한 TGE가 아니라 우미아라는 제품의 첫 공개 데모에 가깝다. 옥션의 가격 발견 과정이 공언한 것처럼 공정하게 작동하는지, 옥션 종료 이후 실제로 충분한 유동성이 형성되는지, 그리고 기존의 low float, high FDV 구조를 비판하며 내세운 높은 초기 유통량이 실제로 구현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토큰조차 자신이 설계한 방식으로 제대로 출시하지 못한다면, 그 위에서 다른 벤처의 자본형성을 책임지겠다는 나머지 서사 역시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크립토 시장의 병목이 더 이상 인프라가 아니라 자본형성이라는 우미아의 진단에 필자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이 자본형성의 배관을 새로 깔겠다는 시도가 반복해서 무너졌던 지점을 돌아보면, 문제는 배관 자체보다 그 위에 달린 밸브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조달된 자본을 누가 통제하고, 어떤 조건에서 꺼내 쓰며, 잘못된 의사결정이 내려졌을 때 누가 이를 막을 수 있는가. 결국 문제는 항상 ‘누가 밸브를 쥐고 있는가’로 돌아왔다.
우미아는 그 밸브를 팀이나 재단이 아니라 시장에 넘기겠다고 한다. 필자는 그 방향 자체는 옳다고 생각한다. 아직 검증해야 할 것은 많지만, 적어도 지난 몇 년간 크립토 시장이 반복해서 외면해온 자본형성의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건드리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8월 말 첫 옥션은 그 실험의 시작인데,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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