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Key Takeaways
- 1.개요: 예금토큰의 구조적 특징
- 1.1 스테이블코인 대비 저평가된 예금토큰
- 1.2 아시아 디지털 화폐 정책방향
- 2. 글로벌 동향: 운영주체별 세 가지 모델
- 모델 1: 상업은행 주도 단일 발행자 - JPMorgan Kinexys
- 모델 2: 민간 컨소시엄 - 일본 DCJPY
- 모델 3: 중앙은행 주도 공공 인프라 - 홍콩 프로젝트 앙상블(Project Ensemble)
- 3. 한국 시장에서의 기회: 프로젝트 한강 2단계
- 3.1 1단계 파일럿에서 2단계로
- 3.2 기회 1: 국고금 집행 (정책 자원 연계 시나리오)
- 3.3 기회 2: 레포/국채 DvP 정산 (토큰화 국채 연계 시나리오)
- 3.4 기회 3: 크로스보더 자금관리 (Project Agora 연계 시나리오)
- 3.5 한국 예금토큰의 한계와 가능성: 공공 인프라 종속, 그리고 민간 트랙 병존의 가능성
Key Takeaways
- 예금토큰은 스테이블코인과 구조적으로 다르며, 스테이블코인이 신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 전략이라면 예금토큰은 기존 은행과 정산 인프라를 효율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 예금토큰은 부분지급준비 기반 신용 창출, 예금보험, 최종대부자 접근권, 외국환은행 지위 등 기존 은행 예금의 제도적 장점을 유지할 수 있다.
- 아시아의 디지털 화폐 정책은 민간 스테이블코인보다 CBDC와 예금토큰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시장보다 제도가 먼저 형성되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다.
- 글로벌 예금토큰 모델은 JP모건 키넥시스와 같은 단일 은행 주도 모델, 일본 DCJPY와 같은 민간 컨소시엄 모델, 홍콩 프로젝트 앙상블과 같은 중앙은행 주도 공공 인프라 모델로 구분된다.
- 한국에서 예금토큰의 주요 기회는 국고금 집행, 레포 및 국채 DvP 정산, 프로젝트 아고라와 연계된 크로스보더 자금관리 등 도매 영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본 글은 포필러스와 판테라 캐피털이 공동 발간한 “한국 기관을 위한 블록체인 가이드북 2026”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기업 및 기관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나머지 14개 핵심 주제는 보고서 전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개요: 예금토큰의 구조적 특징
1.1 스테이블코인 대비 저평가된 예금토큰
은행 예금토큰은 효율성 전략, 스테이블코인은 경쟁 전략으로 두 개는 별개의 의사결정 경로다. 예금토큰은 조정 비용 절감과 정산 시간 단축 같은 기존 비즈니스의 내부 운영 효율 문제인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신규 고객 확보와 고객 이탈 방지로 새로 열리는 시장을 가져오는 문제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예금토큰은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다. 시장 진입 논리로 자주 인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의 35조 달러 처리량에서 크립토 트레이딩을 걷어내면, 실제 결제와 재무 활동은 3,900억 달러,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약 99%를 차지하며,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다.
반면 예금토큰은 기존 은행 시스템의 법적 지위와 규제 인프라를 그대로 가져오므로 국고금 집행, 기관간 레포, 대기업 크로스보더 결제 같이 이미 돌아가고 있는 시장에 즉시 도입하기에 스테이블코인보다 용이하다. 즉 새로운 시장을 경쟁적으로 선점하는 것과 이미 작동 중인 시장을 효율화하는 것 중 당장 손에 잡히는 수익 기회가 어느 쪽인지 따져보면, 예금토큰은 꽤 간과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 사이에 기능 구현의 공백은 거의 없다. 원자적 DvP, 프로그래머블 기능, 24/7 실시간 정산, 구성 가능성 같은 토큰화의 편익은 스테이블코인 고유의 속성이 아니라 그 아래 깔린 분산 원장과 스마트 컨트랙트의 일반 속성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예금토큰도 동일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크로스보더 정산과 온체인 유동성처럼 개방성이 우위를 만드는 구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유리하며, 두 수단이 대체재가 아니라 영역별로 공존하는 구도가 그려지는 이유기도 하다.
기능이 아니라, 두 화폐 간의 주요한 차이는 발행자와 제도적 기반에서 나온다. 예금토큰은 부분지급준비제도 기반 신용 창출, 예금보험 적용, 최종대부자 접근권, 외국환은행 법적 지위 같은 은행 고유의 제도적 보호 장치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은행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100% 준비자산 요건으로 예대마진과 신용 창출이 제약되는 반면, 예금토큰은 자금중개 기반 수익 구조가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예금토큰은 기존 은행 거래의 연장이므로 회계, 세무, 내부 통제가 그대로 이어진다. 스테이블코인은 자산 분류부터 감사 기준까지 새로 설계해야 해서 준수 비용이 별도로 발생한다. 곧 실무 정합성에서 차이가 크다.
1.2 아시아 디지털 화폐 정책방향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의 정책적 방향은 예금토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황을 살펴보면, 아시아 48개국(UN 기준) 중 약 30개국이 디지털 화폐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30개국 거의 전부가 CBDC와 예금토큰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일본의 DCJPY, 홍콩의 프로젝트 앙상블(Project Ensemble)은 예금토큰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며, 중국은 중앙은행 발행 소매 CBDC인 e-CNY를 시중은행의 부채로 편입하면서 사실상 예금토큰으로 전환했다. 인도 중앙은행(RBI)도 2025년 10월 도매 CBDC를 정산 레이어로 삼는 예금토큰 파일럿에 착수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병행하는 국가는 10개국(33%)에 그친다. 이 중 스테이블코인 독립 법체계를 확정한 곳은 일본, 싱가포르, 홍콩, UAE 4개국밖에 없으며, 나머지 6개국(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샌드박스나 파일럿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구도는 미국, 유럽과 대비된다. 미국은 2025년 1월 행정명령으로 CBDC 개발을 금지했고, 하원은 같은 해 Anti-CBDC 법안을 통과시켰다(상원 심의 중). 유럽도 디지털 유로를 준비 중이지만, 발행 결정은 2029년 이후로 미뤄졌으며 MiCA 기반의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가동했다. 미국과 유럽이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우선하는 길을 택한 반면, 아시아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 화폐를 직접 설계하는 경로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물론 이 배경에는 지정학적 구도, 미국채 수요 인센티브, 탈달러화 흐름 등 여러 맥락이 겹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결정적인 맥락은 시장 형성 순서의 차이에 있다. 미국은 기정사실화된 민간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GENIUS Act로 사후 봉합했다. 이와 달리, 아시아 디지털 화폐는 처음부터 시장보다 제도 중심의 규제 산업으로 형성되고 있다. 제도 허용과 시장 형성의 순서 자체가 다른 셈이다. 이처럼 제도가 시장을 선행하는 구도에선 기존 은행 제도나 규제 인프라와 정합성이 높은 화폐 수단이 먼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이 구도에서 민간 플레이어에게 먼저 열릴 시장은 예금토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전망을 시야에 두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
수익 구조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테더와 서클 두 발행사가 유통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이다. 이에 따라 극소수 기업의 비대칭적 성과가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를 과대평가하게 만드는 착시는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에 쏠린 시야를 넓혀 예금토큰의 동향과 기회를 검토하는 접근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유효할 것이다.
2. 글로벌 동향: 운영주체별 세 가지 모델
예금토큰의 글로벌 사례는 세 가지 모델로 압축된다. (1) 상업은행 주도 단일 발행자 모델, (2) 민간 컨소시엄 모델, (3) 중앙은행 주도 공공 인프라 모델이다.
모델 1: 상업은행 주도 단일 발행자 - JPMorgan Kinexys
상업은행 주도 모델은 은행이 자기 고객망 위에 독자 플랫폼을 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JP모건은 일일 10조 달러를 처리하는 결제 사업의 기관 고객망을, Citi는 글로벌 클리어링 네트워크를, HSBC는 60개국 법인망을 각각 예금토큰 플랫폼의 기반으로 활용했다. 공통적으로 타겟은 다국적 기업의 크로스보더 자금 관리와 기관 간 정산 같은 도매 영역이며, 사실상 대형 글로벌 은행에게만 접근이 수월한 시장이다.
JP모건은 2019년 JPM Coin으로 출발해 2024년 키넥시스(Kinexys)로 리브랜딩한 뒤, 2025년 퍼블릭 블록체인 베이스와 칸톤 네트워크에 JPMD를 출시했다. 현재 키넥시스 플랫폼은 일일 50억 달러, 누적 3조 달러를 처리하며 기관 도매 결제 영역에서 예금토큰에 대한 수요와 시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 기업 재무 관리: 독일 인프라 기업 지멘스(Siemens, 매출 약 780억 유로)는 키넥시스 도입으로 미국 내 은행 계좌를 50% 축소하고 연 2,000만 달러를 절감했다고 밝힌다. 24/7 자금 풀링으로 글로벌 법인 간 유휴 자금과 버퍼 예금을 제거한 결과다. 앤트 인터내셔널, 블랙록, 마스터카드가 같은 경로로 참여 중이다.
- 토큰화 레포(Repo) 정산: 단기 자금 조달에 쓰이는 레포 거래를 토큰화 국채 담보와 예금토큰으로 처리한다. 누적 4,300억 달러 처리, 기존 T+1 결제를 당일 정산으로 단축하며, 골드만삭스, BNY Mellon을 주 고객 기업으로 삼는다.
- 크로스보더 B2B 결제: 코인베이스, B2C2와의 달러 정산에 JPMD가 사용된다. SWIFT 기반 해외송금의 영업시간 제약과 중개은행 수수료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이 모델을 운영하는 은행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Citi는 2024년 출범해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아일랜드 더블린 5개 허브에서 USD, GBP, HKD, SGD, EUR 5개 통화로 24/7 크로스보더 결제와 유동성 관리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HSBC는 2025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토큰화 예금 서비스’를 시작해 영국, 룩셈부르크로 확장하고, 2026년 현재는 미국과 UAE까지 진출했다. 이처럼 예금토큰은 글로벌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 기관 도매 결제의 표준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모델 2: 민간 컨소시엄 - 일본 DCJPY
민간 컨소시엄 모델은 단일 은행이 시장을 독점하지 않는 환경에서 다은행 공동 인프라로 출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본은 MUFG, SMBC, 미즈호 3대 메가뱅크가 있지만 JP모건처럼 기관 결제 시장을 단독 선점한 은행은 없다. 이에 따라 단일 은행 주도로는 성립하기 어려운 복수 은행 참여형 결제 시장을 DeCurret DCP가 공통 원장으로 조율한 사례다.
여기엔 일본은행의 CBDC 결정이 지연되는 사이 민간 상업은행이 먼저 움직인 배경이 있다. DeCurret DCP가 운영하는 DCJPY 네트워크는 2024년 8월 상용화됐고, MUFG, SMBC, SBI 홀딩스(SBI Holdings), 미즈호(Mizuho), 재팬 포스트(Japan Post) 등 주요 상업은행이 민간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DCJPY 설계에 참여했다.
상용 중인 유즈케이스로는 재생에너지 인증서(REC)가 있다. 통신사 IIJ가 데이터센터 고객 대상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JEPX(Japan Electric Power Exchange)에서 조달하고 아오조라 은행(GMO Aozora)가 발행한 DCJPY로 정산하는 구조다. 나머지는 계약, PoC 단계다:
- 부동산 월세 자동 납부: 월세 납부를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화하고 결제 수단으로 DCJPY를 쓰는 구조. 재팬 포스트 은행(Japan Post Bank)과 시노켄 그룹(Shinoken Group)이 2025년 11월 MOU를 체결, 2026년 구현을 목표로 PoC 중이다.
- 토큰화 증권 결제: 토큰화 증권 거래에서 자산 인도와 대금 지급을 DCJPY로 정산하는 구조. DeCurret가 블랙록 BUIDL을 운영하는 시큐리타이즈와 2025년 1월 MOU를 체결, 솔루션 개발 단계에 있다.
- 크로스보더 결제: DCJPY와 해외 은행 예금토큰 간 아토믹 정산을 구현하는 구조. SBI 신세이 은행(SBI Shinsei Bank)이 2025년 9월 싱가포르 파르티오르(Partior)와 MOU를 맺고 2026년 중 DCJPY 발행을 준비 중이다.
- 리테일 예금토큰화: 기존 은행 예금을 DCJPY로 전환해 토큰화 자산 거래에 직접 쓸 수 있게 하는 구조. 재팬 포스트 은행은 2026년 중 자체 DCJPY 발행과 함께 보유 예금 1.3조 달러의 토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공통 원장 위에 여러 은행의 예금토큰이 올라가면 은행 간 자금 이동이 원자적 스왑으로 처리되어 각 은행이 각자 다른 자체 원장을 운영할 때 생기는 상호운용 제약이 처음부터 해소된다. 이 위에서 참여 은행은 공통 네트워크 유동성을 공유하고, DeCurret DCP는 인프라 사용료와 트랜잭션 수수료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모델 3: 중앙은행 주도 공공 인프라 - 홍콩 프로젝트 앙상블(Project Ensemble)
공공 인프라 모델은 중앙은행이 은행 간 정산의 앵커로 직접 참여한다. 중앙은행이 도매 CBDC를 정산 레이어로 깔고 그 위에 시중은행 예금토큰을 올리는 이층 구조로 이뤄진다. 시중은행들은 각자 예금토큰을 발행하되 서로 교환될 때마다 중앙은행 화폐로 최종 정산한다. 이를 통해 은행 간 상호운용성 뿐만 아니라 통화 단일성과 최종 결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2024년 3월 프로젝트 앙상블을 개시해 2025년 11월 EnsembleTX 파일럿에 진입했다. HKMA가 도매 CBDC를 발행하고 HSBC, 스탠다드 차타드, 중국은행 홍콩법인 등 7개 시중은행이 각자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이층 구조다:
- 고정수익 및 펀드 정산: HKD 100억 규모의 디지털 녹색채권 발행과 정산을 시중은행 예금토큰으로 처리한다.
- 유동성 관리: 기업 재무의 실시간 자금 이동을 지원한다. 첫 상용 사례로, HSBC와 앤트 인터내셔널 간 HKD 380만 실거래가 이루어졌다.
- 녹색 금융: 탄소배출권 및 그린본드 거래를 예금토큰으로 정산하는 구조다.
- 무역 금융: 신용장 및 무역 관련 결제를 예금토큰 기반 아토믹 정산으로 처리한다.
해당 모델과 민간 운영사가 조율하는 다은행 컨소시엄의 가장 큰 차이는 정산 앵커가 중앙은행 부채라는 점이다. 한계는 중앙은행의 정책 의지가 인프라 가동의 전제이기 때문에 민간 혁신 동기가 제한된다. 즉 발행 은행, 자산운용사, 유즈케이스가 모두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치는 허가형 원장이므로, JP모건이 퍼블릭 체인으로 JPMD를 확장한 것처럼 자율적인 경로로 개방성을 확보하는 시도는 이 구조 안에서 구현되기 어렵다.
3. 한국 시장에서의 기회: 프로젝트 한강 2단계
한국의 ‘프로젝트 한강’은 모델 3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이 도매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이층 구조가 홍콩 앙상블과도 동일하다.
3.1 1단계 파일럿에서 2단계로
프로젝트 한강 1단계(2025년 4~6월)는 리테일 소액결제 중심으로 진행된 기능 검증 파일럿이었다. 기능 검증은 완료(전자지갑 8.1만 개 개설, 약 16.4억 원 전환 규모)됐지만, 리테일 소액결제만으로는 예금토큰의 차별화된 편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인프라 투자 비용 부담과 은행권의 수익 모델 부재를 두고 이견이 발생해 2차 테스트는 잠정 보류되어 왔다.
향후 재개될 2단계는 이 한계를 보완하며 도매 영역으로 초점을 이동시켰다. 참여 은행이 9곳으로 확대됐고, 공공 재정 집행 유즈케이스가 추가되면서 한국은행은 2030년까지 정부 예산의 25%를 예금토큰으로 집행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2030년 총지출 예상 규모 700조 원 기준으로 연간 약 175조 원에 해당한다. 이처럼 2단계는 리테일 소액결제가 아니라 공공 재정, 기관 도매, 대기업 자금 관리 같은 도매 영역에 수익성 있는 유즈케이스가 있다는 인식 전환에서 출발한다.
2단계 파일럿이 마무리되고 CBDC와 예금토큰이 상용 인프라로 자리 잡은 이후 열리는 시장 기회는 세 지점으로 압축된다. 가장 직접적인 은행부터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기업 재무, 핀테크 사업자가 각자 다른 영역에서 기회를 찾는 시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3.2 기회 1: 국고금 집행 (정책 자원 연계 시나리오)
예금토큰 원장 위에서 국고금 집행을 처리하는 것이 프로젝트 한강 2단계의 주요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재정 집행 흐름이 점차 예금토큰 원장으로 이동할 때 시중은행에게 열리는 시장은 국고대리점 업무의 디지털 확장이 될 수 있다. 이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 경쟁의 구도 변화로도 이어진다.
현재 지자체 금고 수주전은 4년 주기로 은행 본점 차원에서 벌어진다. 2022년 신한은행은 서울시 1금고 입찰에 약 3,000억 원 출연금, 2금고 포함 5,000억 원 이상의 출혈을 감수한 이력이 있다. 2026년 재선정 경쟁에는 신한, 우리, KB, 하나가 TF를 구성해 뛰어들었다.
이 출연금 경쟁의 배경에는 서울시금고 약정으로 확보되는 연간 51조 원 예산이 있다. 수시입출금 공금예금으로 제공되는 저원가성 예금 기반(서울시금고 공금예금 2.52%, 시중 정기예금 대비 0.5~1%p 낮은 수준)에서 실익이 나오는 구조다. 더욱이, 시/도 산하기관과 공공 임직원 대상 금융 상품 연쇄 판매, 공공성과 ESG 포트폴리오 강화, 신용카드와 대출 교차판매까지 이어진다.
향후의 예금토큰 기반 국고금 집행은 인프라를 먼저 깔아둔 은행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2030년까지 정부 예산의 25%를 예금토큰으로 집행한다는 한국은행의 방향성에 따라 연간 약 175조 원 규모의 재정 집행 흐름이 예금토큰 원장 위로 올라오며, 세입과 세출이 연중 순환하는 국고금 특성상 일평균 잔액은 연간 집행액의 한두 달치인 15조~30조 원 수준이다. 이 저금리 공공 예치금은 예금토큰 인프라를 갖춘 은행만이 확보할 수 있는 신규 예금 기반이 된다.
참고로, 일본 도쿄도는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에게 사업당 최대 수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디지털 화폐 생태계 조성이라는 정책 의도는 동일하지만, 한국은 한국은행 주도로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CBDC와 예금토큰에 정책 자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과도기에는 공공 재원이 디지털 화폐 도입 비용의 일부를 감당하게 되며, 이 지원 구조에 맞춰 선제적으로 인프라에 투자하는 주체가 B2G 사업 영역을 선점할 수 있다.
3.3 기회 2: 레포/국채 DvP 정산 (토큰화 국채 연계 시나리오)
두 번째 기회는 STO 시장 형성 과정에서 가동될 유즈케이스에 있다. 2026년 1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분산원장이 법적 효력이 있는 증권 기록 방식으로 인정됐고,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사 유통도 허용됐다. 시행은 2027년 1월로 잠정 예정되어 있으며, 현재 금융위 주도로 세부 시행령 정비와 장외거래소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한국 STO 정책 방향성이 부동산, 미술품, 음원 같은 비금융 조각투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다. 이 자산 범위 제한은 업계에서 정책적 한계로 공식화되고 있다. NXT와 KDX 컨소시엄이 채권, 주식형 펀드 토큰화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금융위도 토큰증권 유통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자산 범위를 시행령으로 확장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흐름 위에서 토큰화 국채와 예금토큰이 만나는 기관간 레포 DvP 정산은 실질적인 첫 대형 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2025년 4분기 기관간 레포 거래의 일평균 잔액은 265.7조 원(전년 동기 대비 +17%), 분기 총 거래금액은 1경 2,538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 대상 증권 중 국채 비중이 53.9%(152.8조 원), 거래 통화 중 원화 비중이 87.2%, 거래 기간 중 1일물 비중이 94%에 달하는 초단기 시장이다. 즉, 토큰화 국채와 원화 표시 예금토큰으로 옮겨왔을 때 정합성이 가장 높은 시장 구조이며, 특히 1일물 중심의 초단기 시장이라는 점은 결제와 동시에 자산이 이전되는 원자적 DvP의 효용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조건이다.
이러한 전환이 한국 시장에 적용되면 주체별 효용은 다음과 같이 갈린다:
- 증권사: 증권사는 보유 국채를 담보로 레포 자금을 조달해 새 국채 포지션을 매수하고 이를 다시 레포로 조달하는 레버리지 회전을 자기매매의 주요 트레이딩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원자적 DvP가 도입되면, 회전에 묶이는 장중 버퍼가 줄면서 동일한 자기자본으로 더 많은 포지션을 운용할 수 있게 되며 트레이딩 스프레드 수익 확대로 이어진다.
- 여기에 더해 예금토큰 결제 인프라는 이미 구축해둔 STO 플랫폼의 수익화를 끌어올리는 결제 레그가 된다. 미래에셋, 신한투자, 한국투자, KB, NH 등 대형사들은 2023년부터 자체 구축이나 컨소시엄을 통해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를 구축해왔고,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도 KDX와 NXT 두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예금토큰 원장 위에 이들 STO 플랫폼의 대금 결제가 얹히면 중개 수수료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구조가 열린다.
- 자산운용사: 전체 레포 매수 중 약 30%를 차지하는 자산운용사, 특히 MMF는 자금을 밤새 레포에 넣었다가 환매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예금토큰과 토큰화 국채의 원자적 DvP가 도입되면 야간 대기 자금의 재배치가 실시간화되고 환매 지연 리스크가 사라진다.
- 또한, 원화 예금토큰이 기관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원화 MMF를 토큰화해 기관 담보로 공급하는 신규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열린다. 블랙록 BUIDL, 프랭클린 템플턴 BENJI 등이 파생 증거금과 환매 조건부 담보 용도로 유통되는 등 토큰화 MMF가 기관 거래 담보 자산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하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원화 맥락에서 동일한 상품 구조를 선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 시중은행: 레포나 토큰화 증권 거래의 대금이 어느 은행의 예금토큰으로 흐르느냐가 기관 결제 레일의 표준을 결정하며, 그 자금은 자연스럽게 해당 은행의 예금 기반으로 귀속된다. 홍콩은 이미 HSBC, 스탠다드차타드, 중국은행(홍콩) 등 7개 은행이 EnsembleTX에서 각자의 예금토큰을 발행해 기관간 결제 레일을 상호 연결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한국에서도 레포 DvP와 STO 결제가 예금토큰 원장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면, 어느 시중은행이 그 표준을 먼저 확보하느냐가 결제성 기관 예금의 수신처를 결정한다.
3.4 기회 3: 크로스보더 자금관리 (Project Agora 연계 시나리오)
세 번째 기회는 한강 프로젝트 인프라의 크로스보더 확장이라는 전제 위에 열린다. 한국은행은 BIS와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멕시코 등 7개국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a)에 합류해, 한강 플랫폼을 국제 다은행 정산망에 연결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물론 아고라는 2024년 4월 BIS가 공식 개시한 이후 2025년 설계와 프로토타입 구축 단계를 거쳐 2026년 상반기 첫 번째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실제 상용화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 인프라가 열리면 크로스보더 관점에서 예금토큰의 실질 효용은 두 지점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 대기업 해외 법인의 버퍼 축소: 외국환거래법상 자금통합관리(Cash Pooling) 한도와 해외 예금 및 송금 신고 의무, 영업시간에 묶인 FX 정산 때문에 삼성, 현대차, SK, LG 같은 다국적 대기업의 해외 법인은 운영 필요액을 초과하는 버퍼 예금을 상시 유지한다. 한강-아고라 연결망이 24/7 아토믹 정산을 제공하면 이 버퍼가 본사로 실시간 환류되며 전사 유동성 회전이 개선되고, 중견 수출입 기업도 무역 대금이 예금토큰으로 정산되면서 외상 매출채권 회전 부담이 구조적으로 줄어든다.
- 법적 프레임의 연속성: 외환법이 요구하는 신고, 한도 관리, 보고 의무가 예금토큰 인프라 내부에서 자동 처리되므로 기업 재무팀은 기존 회계, 세무, 감사 체계를 유지한 채 예금토큰의 편익만 흡수한다. 스테이블코인도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지만, 발행사는 외국환은행 지위가 없어 외환법 준수를 기관 내부에서 자동화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기업은 별도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새로 갖춰야 한다. 크로스보더 자유 유통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우위를 갖지만 외환법 규율 아래 놓인 대기업 재무는 필요 요건이 다른 시장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HSBC가 2025년 5월 ‘토큰화 예금 서비스’를 홍콩에서 출시한 뒤 싱가포르, 영국, 룩셈부르크, 미국으로 확장하며 HKD, USD, SGD, GBP, EUR을 지원하고 있으며, 앤트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트레저리 이체를 자사 네트워크 안에서 처리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시차와 배치 처리 때문에 여러 국가에 분산 유지해오던 은행 계좌를 한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24시간 실시간 이체를 통해 트레저리 관리 비용을 줄인다. 은행 입장에서는 경쟁 은행에 흩어져 있던 기업의 해외 법인 예금을 자사 네트워크로 끌어오며, ERP와의 기술 통합을 통해 기업 뱅킹 관계를 락인한다.
한강-아고라 연결망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 국내 기관이 동일한 구조의 서비스를 먼저 확보하면, 이 비즈니스 레일을 원화 기반으로 가져가는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다.
3.5 한국 예금토큰의 한계와 가능성: 공공 인프라 종속, 그리고 민간 트랙 병존의 가능성
살펴본 예금토큰으로부터의 세 기회는 공통된 한계를 안고 있다. 모두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허가형 공공 인프라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최종 결제 안정성을 공적 기반으로 보장하지만, 중앙은행의 정책 의지가 인프라 가동의 전제가 된다. 한강 2단계 상용화 시점, 크로스보더 확장(프로젝트 아고라), 허용 유즈케이스 승인이 모두 규제 당국의 결정 사항이며, 민간 주체가 비대칭적인 사업 속도나 개방성을 독자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현재 한국 금융시장의 무게중심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쏠려 있는 배경에도 예금토큰 경로가 공공 프로젝트 하나로 좁혀져 있다는 점이 작용한다. 민간 은행과 핀테크 사업자가 예금토큰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없으니 대안이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경로는 자체로 적지 않은 비용을 동반한다. 발행사는 자본, 준비자산, 공시 요건을 포함한 신규 규제 체계를 새로 정비해야 하고, 기업도 회계와 세무 체계를 자산 분류에 맞춰 별도 구축해야 한다. 반면 예금토큰은 부분지급준비 기반 신용 창출, 예금보험, 지급준비금, 외국환은행 지위 같은 은행 규제 인프라를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으며, 기업 재무 측면에서도 기존 은행 거래의 연장이므로 별도 구축이 최소화된다. 결론적으로, 비교 우위가 있는 경로가 선택지에서 애초에 배제되는 것은 산업 전체 관점에서 아쉬운 지점이다.
물론 프로젝트 한강은 이미 2023년부터 한국은행 주도의 wCBDC와 예금토큰 이층 구조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해왔고, 1단계 리테일 파일럿에 이어 2단계 도매 영역 확장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 경로 자체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것은 그닥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공공 인프라가 상용 단계에 진입한 이후의 다음 단계로는 민간 주도 트랙의 병존을 함께 검토해볼 수 있다. 일본은 일본은행 CBDC 연구와 DCJPY(DeCurret DCP 운영)가 병존하며, 홍콩도 HKMA의 프로젝트 앙상블과 HSBC의 자체 원장 기반 예금토큰 서비스가 병존한다. 홍콩, 영국, 독일, 스위스, 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중앙은행 주도 공공 트랙과 민간 트랙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공공 인프라 구축은 민간 예금토큰 발행을 배제하는 프레임이 아니며, 시중은행이 용도와 고객에 따라 두 경로를 선택적으로 활용한다.
예금토큰 시장의 가능성은 분명하다.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 사이 한강 2단계 시행과 STO 법제화 시행령 확정이 겹치는 시점에서 예금토큰 시장의 초기 지형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강 프로젝트가 공공 기반을 다져가는 동안, 시중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기업, 핀테크는 각자의 비즈니스 레일에서 예금토큰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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