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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P모건의 실적 추정 하향, USDC 유통에 얹힌 죄수의 딜레마

7월 14일 JP모건은 서클의 실적 추정을 하향했다. 지난 5월, 하이퍼리퀴드와 맺은 계약이 USDC의 수익 구조를 약화시키고,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USDC 유통을 두고 경쟁하게 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낳는다는 진단이다.
JP모건은 이 계약이 장기적으로 코인베이스보다 서클에 더 큰 위협이 된다고 봤다. 지난 두 달간 서클에 일어난 일을 순서대로 놓으면 그 배경이 드러난다:
- 05/14: 하이퍼리퀴드가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H를 중단하고 USDC를 AQA(Aligned Quote Asset)로 채택했다. 코인베이스가 준비금 운용 주체를, 서클이 크로스체인 인프라를 맡는다. 두 회사는 각각 HYPE 50만 개를 스테이킹하고, 준비금 수익의 약 90%를 하이퍼리퀴드에 넘긴다.
- 06/30: 약 140개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가 OUSD를 발표했다. 민팅과 상환에 수수료가 없고 한도도 없으며, 준비금 수익 대부분을 유통 파트너에게 분배한다. 발표 당일 CRCL은 13~16% 급락했다.
- 07/10: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서클의 연방 인가 신탁은행(Circle National Trust)을 최종 승인했다. 주가는 14% 반등했다.
- 07/14: JP모건이 서클과 코인베이스의 실적 추정을 하향했다. 이유로 꼽힌 하이퍼리퀴드가 보유한 USDC는 약 60억 달러로 전체 유통량의 8%에 해당한다.
그 사이 CRCL은 52주 최고 263달러에서 63달러대로 내려앉으며, 6월 한 달을 낙폭 44.6%로 마감했다. OUSD 발표로 USDC의 장기 수익성이 재평가되는 동시에, CRCL이 성장주 지수에서 편출되며 패시브 자금의 매도가 나온 결과로 해석된다.
CRCL의 벨류에이션이 하향 조정된 근본적인 원인은 하나로 설명된다: 발행사의 협상력이 유통망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준비금 운용은 정형화된 단기 국채 운용일 뿐이고,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는 범용화(commodity)가 됐으며, 페그 유지도 이미 해결된 문제다. 남는 변수는 유통뿐이며, 이번 분기는 그 룰의 변경을 확정했다.
2. 스테이블코인의 협상 테이블은 어떻게 기울어졌나
처음부터 발행의 해자가 없던 것은 아니다. USDC는 2018년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공동 설립한 컨소시움이 관리해왔고, 2023년 컨소시움이 해체되면서 서클은 코인베이스의 약 2억 달러 상당 주식을 지불하고 발행을 단독으로 가져갔다. 발행 권리에 그 만큼을 낼 가치가 있던 시기다.
이후로, 협상 테이블의 기울기는 세 단계를 거쳐 이동했다:
- 1단계, 수익 공유 (2018~2024): 발행사가 유통망에 준비금 운용 수익을 나눠준다. 2024년 서클이 코인베이스에 지급한 유통 비용은 약 9억 달러로, 전체 유통 비용의 90%에 달했다. 같은 해 바이낸스 계약에서는 서클이 선불 6천만 달러를 지불했다. 유통 비용은 이때부터도 무거웠지만, 적어도 서클이 대가를 지불하고 유통망을 확보하는 구조가 유지됐다.
- 2단계, 발행 범용화 (2025.9~2026.5):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공하는 사업자(팍소스 USDG, 아고라, M0 등)가 등장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구매 가능한 서비스가 됐다. 물론, 바로 대체가 이뤄지진 않았다. 하이퍼리퀴드는 USDH를 자체 발행했지만 유동성과 거래쌍의 격차로 공급은 1억 달러에서 정체했고, USDC는 50억 달러로 유지됐다.
- 그럼에도 하이퍼리퀴드는 이후 USDH를 중단하며 USDC 준비금 수익의 약 90%를 받아냈다. 자체 발행은 부진했지만 유통 조건이 자체 발행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시사점은, 대안이 반드시 성공할 필요는 없단 것이다. 유통망이 확실하다면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협상력은 올라간다. 결국 유통이 전부임을 서로가 시인한 사례다.
- 3단계, 발행사 경제의 균열(2026.6): 스테이블코인 발행만 단일 서비스로 제공하는 비즈니스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 OUSD는 민팅과 상환에 수수료나 한도가 없고, 준비금 수익을 파트너에게 돌려준다. 발행사는 소액의 관리 수수료만 수취한다. 기존엔 발행사와 유통망이 수익 배분을 협상했다면, 이제는 애초에 나눌 것이 없는 구조로 다시 짠 것이다. 발행은 고수익 사업에서 유통망이 공동으로 유지하는 공공 인프라로 내려앉는다.
선례가 분명하게 남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량의 8%를 쥔 유통망이 준비금 수익 90%를 받아냈고, 컴파스 포인트는 해당 하이퍼리퀴드 딜로 서클과 코인베이스의 합산 연 EBITDA에서 6,000만~8,000만 달러가 사라진다고 추산했다. 점진적으로 나머지 92%를 쥔 CEX, 퍼프 DEX, 렌딩 프로토콜, 지갑과 브로커 등의 채널이 같은 조건을 요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3. 과도기적 모델로 끝날 순수 발행 비즈니스, 다음 향방은 어떠할까
발행이 원자재가 됐다면, 발행만 하는 비즈니스는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해야 한다. 지금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증명의 시도이거나, 증명이 필요 없어진 쪽의 움직임이다.
- 협상이 없는 파편화된 시장: 테더는 USDT 공급 1,867억 달러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59%를 쥐고 있지만, 그 물량을 한곳에 모아 쥔 유통 사업자가 없다. 나이지리아 스테이블코인 활동의 88.5%, 베네수엘라 바이낸스 P2P 리스팅의 90.2%가 USDT이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월 6,000억 달러 이상이 대부분 1,000달러 미만 단위로 오간다. 수백만 명이 각자 1,000달러 미만을 들고 있는 시장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상대가 없다.
- 로컬 라이선스 해자: 로컬 라이선스는 유통망 측의 대안을 법으로 지움으로써 역외 시장의 논리와 다르게 흘러간다. SBI는 일본에서 USDC를 취급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 위치 위에 거래소, 렌딩, RLUSD 유통, JPYSC를 쌓는다. 발행과 유통이 한 그룹 안에 있는 구조다. 싱가포르 StraitsX도 MAS가 규제 부합을 인정한 유일한 싱가포르달러 XSGD로 동남아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의 70% 이상을 점유한다. 물론, XSGD의 시가총액은 1,300만 달러로 USDC와의 규모 차이는 크다. 로컬 규제가 만든 자리는 안전하지만 좁다.
- 발행사의 유통 진출: 서클은 아크(Arc), CPN, 신탁은행 등 자체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외부 유통망과 수익을 나누는 대신, 준비금 운용 수익을 포함해 가스비와 결제 수수료 등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대안이다. 서클 CFO가 아크의 벨리데이터 운영을 대체 수익원으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유통을 직접 소유할수록 기존 파트너와 경쟁에 놓이게 되는 딜레마가 남는다.
- 유통망의 발행 진출: 유통 사업자는 OUSD처럼 공동으로 발행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내놓고 있다. 웨스턴유니온(Western Union)은 USDPT를 글로벌 송금망에 연결했고, 피델리티(Fidelity)는 FIDD를, US 뱅코프(U.S. Bancorp)는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추진한다.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들은 직접 자기 이름의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 발행의 외주화: USDPT를 실제로 발행하는 곳은 웨스턴유니온이 아니라 연방 인가 은행인 앵커리지 디지털 뱅크(Anchorage Digital Bank)다. 아고라, M0, 브릿지가 같은 사업을 하고, 서클도 다른 유통망이 USDC 담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화이트라벨 발행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제 발행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전부에서 단일 기능으로 격하됐다. 이에 따라 시장이 발행에 지불하는 가치는 낮아졌고, 순수 발행사 모델은 과도기적 모델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반기 OUSD의 초기 유동성 확보, 코인베이스와 서클의 유통 비용, 로컬 스테이블코인들의 유통망 확대 등이 차례로 그 방향을 확인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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