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Key Takeaways
- 트레이딩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이자 콘텐츠가 되고 있다. 포모(FOMO)에서는 모든 거래가 손익과 함께 공개 피드에 올라오며, 일간 활성 트레이더는 1년 만에 1,100명에서 9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 플랫폼도 미디어 회사가 인기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듯 트레이더에게 돈을 쓰기 시작했다. 펌프닷펀(pump.fun)은 지금까지 크리에이터에게 $483M을 지급했고, 상위 트레이더에게는 다른 플랫폼에서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월 $30,000을 제시하기도 했다.
- 팔로워 관계도 실제 트레이딩 조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포모와 펌프닷펀이 8월 도입한 클랜(clan)/스쿼드(Squad)는 여러 멤버의 포지션을 하나의 순위표로 묶는 기능으로, 신규 멤버 역시 팔로워 수가 아니라 실제 매매 이력을 기준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 공개 PnL은 누가 돈을 벌고 있는지는 보여줘도, 그 사람을 따라간 투자자가 돈을 버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포모 지갑 292,531개의 90일 거래 성과를 보면 수익을 낸 지갑은 약 6%에 불과했고 손익 중간값은 -$120이었다. 반면 리더보드 상위 계정의 수익은 대부분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상태다.
9월 6일 한 트레이더가 클랜원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클랜은 펌프닷펀 앱에서 여러 트레이더의 포지션을 하나의 팀 이름과 순위표 아래 묶는 기능이다. 모집된 멤버들은 텔레그램 음성 채팅방에 모여 함께 트레이딩하기로 했다. 그가 원한 것은 실제 매매 실력을 보여주는 증거였고, 가장 좋은 자료는 과거 거래 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펌프닷펀 계정이었다. 당시 클랜은 3명으로 구성돼 있었고, 보유 중인 포지션은 $300,790, 당일 수익률은 +11%였다. 목표는 포지션 규모를 $1M 이상으로 키우는 것이었다.
한 동료가 이 글을 보내면서 이번 글의 출발점이 된 질문을 던졌다. 이것도 여전히 트레이딩일까, 아니면 이미 다른 무언가가 된 걸까? 먼저 밝히자면 필자 역시 포모와 펌프닷펀 모바일 앱에서 직접 거래하고 있고, 꽤 즐기고 있다. 이하의 판단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
1. 트레이딩이 곧 콘텐츠다
거래가 공개되는 순간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된다. 그 콘텐츠를 보러 사람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은 다시 다음 거래를 만든다. 지난 밈코인 열풍에는 없었던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한 것은 모바일이다. 2025년 1월만 해도 거래는 텔레그램 봇이나 브라우저 터미널에서 하고, 수익 인증은 X에 따로 올렸다. 올여름부터는 두 가지가 하나의 앱 안에 들어왔다.
포모에서는 모든 거래가 손익과 함께 공개 피드에 올라오고, 각 계정에는 일간, 주간, 월간, 전체 기간 순위가 붙는다. 여기서 팔로워 수는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의 숫자라기보단, 내 매매를 지켜보고 다음 포지션도 휴대폰 알림으로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숫자다.
사용자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솔라나(Solana)에서 포모의 일간 활성 트레이더는 1년 전 평균 1,100명에서 올해 8월 +90,000명으로 늘었다. 현재 거래대금 대부분이 발생하는 로빈후드 체인(Robinhood Chain)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8월 21일 포모는 미국 아이폰 금융 앱 순위에서 캐시앱(Cash App)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경쟁 서비스인 펌프닷펀은 지난해 5월부터 토큰 생성자에게 수수료를 배분한 이후 지금까지 $483M을 지급했고, 같은 기간 자체적으로 약 $653M을 벌었다. 플랫폼이 $1을 벌 때 토큰을 만들고 거래를 끌어온 사람에게 약 $0.74가 돌아간 셈이다.

2. 트레이더가 새로운 인플루언서다
트레이딩이 콘텐츠가 되면 플랫폼은 미디어 회사와 비슷해진다. 미디어 회사가 좋은 크리에이터를 데려오기 위해 경쟁하듯, 이들 플랫폼도 거래를 만들어내는 트레이더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쓰기 시작했다. 8월에는 펌프닷펀이 상위 트레이더에게 제시한 계약 조건이 외부에 공개됐다. 계약금 $20,000, 월 $30,000 지급, 최소 거래대금 충족, 월 4회 이상의 공개 매매 콜(callout)이 조건이었다. 포모 계정을 폐쇄하고 하나의 지갑만 공식 거래 지갑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같은 달 펌프닷펀은 자신의 매매 콜로 실제 거래를 유발한 사람에게도 보상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일 보상 풀은 처음 $15,000에서 시작해 2주 만에 $300,000까지 늘었고, 9월 1일에는 하루 $1M에 도달했다. 보상 규모가 $1M까지 올라간 날에는 토큰 바이백과 콜 보상을 합친 금액이 플랫폼 매출 전부를 소진했다. 포모는 추천받아 가입한 이용자가 낸 수수료의 25%를 추천인에게 지급하고, 폰스(Pons)는 발생하는 수수료의 70%를 토큰 생성자에게 돌려준다.

Source: X (@CLR_Fomo)
상품 자체에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간다. 금융시장에서는 수수료를 직접 낮추는 것뿐 아니라 안전장치나 리스크 관리 기준을 느슨하게 해 체감 비용을 낮추는 식의 경쟁도 나타난다. 지금은 트레이더의 관심과 유동성 자체가 비슷한 경쟁 대상이 됐다. 거래되는 토큰도 비슷하고, 사용하는 체인도 같고, 순위표도 비슷하다면 플랫폼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차이는 결국 트레이더에게 얼마를 지급하느냐다. 주문 흐름(flow)을 가장 비싸게 사는 플랫폼이 이긴다.
수익 분포도 기존 인플루언서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펌프닷펀에서 크리에이터 보상을 받은 주소는 총 223만 개지만, 이 가운데 167만 개는 누적 보상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10,000 이상을 번 주소는 약 9,000개에 불과하다. 유튜브에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분포다. 플랫폼을 통해 대중의 관심이 소수 크리에이터의 수익으로 집중되는 시장은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차이가 하나 있다. 이 시장에서는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동시에 그 콘텐츠를 만든 사람과 같은 시장에서 거래한다.

3. 함께 거래하기
개별 트레이더를 따라보던 구조가 팀 단위 경쟁으로 확장된 것이 클랜 기능이다. 포모는 8월 10일 클랜 기능을 출시했고, 각 클랜은 구성원의 합산 수익을 기준으로 주간, 월간 순위가 매겨진다. 출시 당시 50개였던 클랜은 3주 만에 150개까지 늘었다. 펌프닷펀에서도 11일 뒤 비슷한 기능인 스쿼드(Squad)가 포착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3자가 클랜의 비공개 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는 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클랜 안에서 오가는 대화 자체에도 가격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밈코인 시장은 지금까지 크게 세 단계를 거쳤고, 각 단계에서 참가자들이 하던 게임도 달랐다.
초기 런치패드 시대는 룰렛에 가까웠다. 누구나 토큰을 발행할 수 있었지만 참가자가 볼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고, 결과의 상당 부분을 운이 좌우했다.
두 번째는 트레이더들이 직접 ‘카발(cabal)의 시대’라고 부른 시기다. 이때의 게임은 포커에 가까웠다. 출시 전 번들 지갑(bundle wallets)을 통해 물량을 미리 확보했고, 가장 중요한 비공개 정보는 누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들고 있는지였다.
현재는 오히려 백개먼(backgammon)에 가깝다. 판 위의 정보 대부분이 공개돼 있다. 상위 트레이더가 어떤 포지션을 들고 있는지, 언제 진입했고 언제 빠져나왔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보 비대칭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클랜은 비공개 정보를 하나 더 만든다. 거래가 공개 피드에 찍히기 전에 채팅방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무엇을 함께 사기로 했는지는 외부에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4. 유통 물량을 둘러싼 뱀파이어 전쟁
공개된 물량을 조직적으로 사들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최근 두 차례 주말 동안 로빈후드 체인에서 확인됐다. 로빈후드는 약 190개 종목의 토큰화 주식을 발행한다. 추가 발행은 지정된 단일 발행 주체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미국 주식시장 거래시간에만 가능하다.
8월 30일 일요일, 토큰화 HIMS를 페어 자산으로 둔 한 밈코인이 당시 존재하던 HIMS 토큰 15,227개 가운데 81%를 흡수했다. 거래대금은 불과 $39,000이었지만 토큰화 HIMS 가격은 $132.64까지 치솟았다. 직전 금요일 실제 HIMS 주식 종가는 $28.84였다. 월요일 시장이 열리고 발행자가 다시 토큰을 공급하자 프리미엄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같은 주 실제 HIMS 주가는 6% 하락했고, 실제 주식시장의 공매도 포지션에는 별다른 압박도 없었다.
결국 이들이 장악한 것은 HIMS 주식 자체가 아니라 공급량이 제한된 토큰화 버전의 유통 물량(float)이었다. 기초자산 시장 전체를 장악한 것이 아니라, 그 자산을 대표하는 제한된 증서를 사들여 가격을 움직였다는 뜻이다. 재미있게도 이 과정의 대상이 된 회사의 CEO는 현재 해당 밈코인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그다음은 AMC였다. 일주일 전 CINEMA라는 코인이 토큰화 AMC를 대상으로 이미 같은 전략을 사용했지만 당시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9월 3일 밤 AMC CEO는 로빈후드의 토큰화 주식을 사실상 “가짜 시장”이라고 비판하며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UTC 기준 자정이 조금 지난 뒤 A MEME COIN이라는 토큰이 출시됐고, CEO의 두 번째 게시물이 올라온 지 40분 만에 시가총액이 $151M까지 치솟았다.
오전 8시가 되자 이 토큰의 유동성 풀은 당시 존재하던 토큰화 AMC 110만 주 가운데 547,0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유통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기존 CINEMA 풀의 보유량은 30,000주에 그쳤고, 현재 CINEMA의 시가총액은 약 $1M 수준이다. 로빈후드 법무총괄은 AMC 측에 변호사를 보내면 설명해주겠다고 응수했고, CEO 역시 무엇이 문제냐고 되물었다.
2021년 1월 28일에는 AMC 투자자들이 로빈후드에 매수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2026년 9월 4일에는 AMC CEO가 로빈후드에 이들의 거래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는 로빈후드가 거절했다. 낯익은 장면이다.


5. 따라가는 사람의 승률은 얼마인가
베팅판에서 누가 가장 인기 있는지는 별로 유용한 정보가 아니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대상에 붙은 배당이 실제 승률에 비해 싼지 비싼지다.
공개 PnL은 시장의 ‘인기마’가 누구인지 완벽하게 보여준다. 어떤 플랫폼이 뜨는지, 어떤 클랜이 앞서가는지, 리더보드상 합산 수익이 $82M에 달하는 상위 20개 계정이 누구인지 모두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에 따라붙는 사람이 어떤 기대값을 갖게 되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Midcurver77이 공개한 듄 데이터는 그 질문에 답한다. 8월 중순까지 90일 동안 포모의 솔라나 라우터를 통해 거래한 지갑은 292,531개였다. 이 가운데 수익을 낸 지갑은 6.16%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88%는 수익이 $100 미만이었다. 지갑당 손익의 중간값은 약 -$120이었으며, 전체 지갑의 합산 손실은 $1.26B에 달했다.
그는 이를 하우스 엣지(house edge)가 1%인 카지노와 비교했다. 비슷한 기간이라면 그런 카지노에서도 약 37%의 이용자가 수익 구간에 남는다. 반면 리더보드 최상단에 표시되는 $82M의 수익은 대부분 유동성이 얕은 몇몇 토큰에 걸린 미실현 이익이다. 화면에 찍힌 PnL과 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는 수익은 같은 숫자가 아닐 수 있다.
며칠 전 필자는 X에 상위 트레이더의 투자 논리 글이 이제 과거의 CEX 상장 공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절반은 농담이었다. 그런데 답글로 이미 시장에서 돌고 있던 리스트 하나가 올라왔다. 특정 트레이더의 게시물이 어느 급 거래소 상장과 비슷한 영향력을 갖는지 등급을 매긴 표였다. 가장 위에는 바이낸스 현물 상장이 있었고, 가장 아래에는 아시아 2군 거래소가 있었다.
당연히 우스운 리스트다. 만든 사람도, 공유한 사람도 트레이더의 글 하나가 실제 거래소 상장과 같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과거에는 어느 거래소가 상장하느냐가 가격을 움직였다면, 이제는 어느 트레이더가 관심을 보이느냐가 비슷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Source: X (@ponyo_fp)
6. 마치며
마지막은 찰리 멍거(Charlie Munger)의 이야기로 끝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베팅판에서 시작한 글이기 때문이다. 멍거는 경마장을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돈은 하나의 풀에 모이고, 경마장은 그중 약 17%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나머지 자금이 각 말에 얼마나 몰렸는지에 따라 배당률이 결정된다.
가장 빠른 말이 누구인지는 누구나 볼 수 있다. 문제는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다른 사람도 이미 알고 있고, 그 정보가 배당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좋은 말에는 이미 돈이 몰려 있고, 그만큼 기대 수익도 낮아진다.
결국 평균적인 베터는 경마장이 떼가는 수수료만큼 잃는다. 조금 더 영리한 사람은 덜 잃는다. 그리고 정말로 이 게임에서 돈을 버는 소수는, 멍거의 표현대로 거의 베팅하지 않는다. 군중이 특정 말의 확률을 잘못 평가한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때만 크게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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