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Key Takeaways
- 스탠다드 리저브(Standard Reserve, SR)는 자체 토큰인 STANDARD의 거래를 통해 확보한 초기 자본으로 로빈후드 체인의 토큰화 주식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디파이 프로토콜이다. 토큰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초기 자본 조달에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려 한다.
- SR은 지난 디파이 사이클에서 드러난 토큰 이코노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행과 보상 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 자금이 빠져나가면 신규 발행량을 줄이고 거래 수수료를 바이백에 투입한다. 출시 후 5주 동안 라이선스 구매로 소각된 STANDARD가 신규 발행량을 웃돌았으며, 첫 10개 에포크 중 7개에서 수수료가 바이백에 배분됐다.
- 이번 리포트에는 창업자 0xBeans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내용도 담았다. 차익거래 업체와의 수익 배분 구조, 로빈후드와의 실제 협력 관계, 주식 토큰 발행·상환 권한 확보 계획 등 공개 문서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소개한다.
- 투자 논리는 SR이 토큰화 주식 시장의 주요 유동성 공급자로 자리 잡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이 STANDARD의 가치 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식 거래 수익을 STANDARD에 환원하는 과정은 아직 온체인에서 완전히 강제되지 않아 향후 제도화 여부가 중요하며, 현재 이를 강제하기 위해 주식 토큰 발행, 상환 권한 등의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2020~2021년의 디파이에는 밤을 새워서라도 들여다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 몇 주가 멀다 하고 돈의 작동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등장했다. 투표권 에스크로(vote-escrow), 본딩(bonding), 유동성 마이닝(liquidity mining).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실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절 디파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5년이 지난 지금, 인프라는 훨씬 좋아졌고 자본도 풍부해졌다. 그 사이 시장에는 런치패드와 무기한 선물 DEX, 스테이블코인이 끝없이 쏟아졌다. 어쩌면 우리는 지난 사이클에서 잘못 설계된 토큰 이코노미가 무너진 것을 보고,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때 디파이를 움직였던 실험 정신은 검증된 사업 모델을 반복하는 흐름에 자리를 내줬다.
스탠다드 리저브(Standard Reserve, 이하 SR)는 그때 멈춘 실험을 다시 이어가려는 프로젝트다. 지난 사이클에 실패했던 메커니즘을 버리는 대신 실패 원인을 반영해 다시 설계했고, 그렇게 조달한 자본을 로빈후드 체인(Robinhood Chain)의 토큰화 주식 시장에 유동성으로 투입한다. 요즘 좀처럼 보기 어려운, 디파이 본연의 실험 정신에 충실한 시도다.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몇 년 만에 백서를 읽으면서 진심으로 흥미를 느꼈다. 이하 그 이유를 살펴본다.
1. 사라져가는 메커니즘 설계의 기술
1.1 스탠다드의 출발점
0xBeans는 2018년 약세장에 대학을 그만두고 코인베이스에 합류했다. 2020년 무렵부터는 온체인 개발과 오픈소스 디파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게임과 메커니즘을 개발했고, 2022년에는 파라다임(Paradigm)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후 두 사람이 설립한 프레임(Frame)은 이글루(Igloo)에 인수됐고, 프레임의 기술은 앱스트랙트(Abstract)의 기반이 됐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 0xBeans가 되짚은 것은 인수의 성과보다 인수 이후의 경험이었다. 조직이 커질수록 개발 방향을 두 사람이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가 얻은 교훈은 분명했다. “자신의 미래를 다른 사람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 결국 회사를 떠났고, 외부 투자도 받지 않은 채 SR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SR의 설계에는 그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디파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올림푸스(Olympus)의 토큰 발행과 프로토콜 소유 유동성(POL) 구조를 참고했고, 과거 자동화 마켓메이커(AMM)들의 아이디어도 가져왔다. 그러나 핵심 가설은 과거의 메커니즘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자체 발행 토큰으로 참여를 유도하던 인센티브 구조를 활용해 SK하이닉스나 알리바바처럼 외부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자신도 아직 결과를 장담하지 않는다.
이 가설이 사업으로 이어지는 지점이 유동성이다. 상당수 토큰은 출시 초기 유동성이 얕아 규모가 큰 주문 하나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 0xBeans는 SR을 통해 프로토콜이 직접 소유한 깊은 유동성이 거래 시장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궁극적으로는 자체 토큰에 대한 거래 수요만으로 유지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는 이를 “토큰 내부에서 돈이 돌고 도는 구조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SR이 첫 번째 외부 사업으로 선택한 것이 토큰화 주식이다. 0xBeans는 주식이 토큰으로 발행되는 것만으로는 금융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충분한 유동성이 없으면 그 위에 파생상품을 설계하거나 대출 시장을 구축하기도 어렵다. 그가 접촉한 발행사들은 주로 발행 규모나 운용자산(AUM)에 관심을 두고, 발행된 토큰이 유통시장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거래되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는 편이었다고 한다. 특히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려면 담보를 처분해야 할 때 받아줄 시장부터 있어야 한다.
SR은 이 공백을 사업 기회로 본다. 주식 토큰이 발행되면 준비금으로 초기 유동성을 공급하고,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풀을 키운 뒤 거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차터(charter) 보유자가 SR의 유동성을 이용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수수료를 나눠 받을 수도 있다. 차터는 토큰 발행 보상을 받는 브랜치(branch)를 운영할 권한을 부여하는 NFT이며, 보유자를 뱅커(banker)라고 부른다. 토큰화 주식 담보대출도 구상 중이다. 아직 본격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준비금을 쌓는 것에서 SR의 계획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발 성과도 있다. 0xBeans가 작성한 유니스왑 표준 URC-5는 10월 18일 공식 저장소에 병합됐다. 특정 유동성 풀만 이용하도록 제한한 토큰은 기존 거래 경로 탐색 시스템이 허용되지 않은 풀을 선택해 거래에 실패하는 일이 있었다. URC-5는 거래를 실행하기 전에 이런 제한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0xBeans에 따르면 병합 직후 이를 적용한 토큰이 약 300개 나왔다. 오픈소스인 만큼 이 성과를 SR만의 독점 기술로 볼 수는 없다. 다만 팀이 실제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한 사례라는 의미는 있다. SR 역시 출시 후 5주 동안 S-Bills를 선보이고, 준비금으로 세 종목의 주식 토큰 시장을 열었으며, 첫 주에 약 2천 여개의 토큰이 출시된 런치패드를 내놓았다.
1.2 투기 수요를 자본으로 바꾸는 구조
SR의 구조는 여러 장치가 맞물려 있지만, 기본 원리는 1) 자본을 모으고, 2) 시스템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며, 3) 확보한 자본을 외부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STANDARD 거래 풀에 유입되고 유출되는 ETH의 규모에 따라 조절된다.

자본은 STANDARD 거래에서 모인다. 출시 당시 SR은 유니스왑 v4의 STANDARD/ETH 풀에 STANDARD 1억 개만 예치하고 ETH는 넣지 않았다. 이후 투자자들이 STANDARD를 매수하면서 지불한 ETH가 풀의 유동성으로 쌓였다. 프로토콜은 이 유동성을 임의로 인출할 수 없다. 거래 자체에서도 수익이 발생한다. STANDARD 매수에는 2%, 매도에는 3%의 수수료가 붙으며, 모두 ETH로 징수된다.
신규 발행되는 STANDARD를 보상으로 받는 참여자는 뱅커다. 뱅커가 되려면 매일 열리는 ETH 경매에서 차터라는 NFT를 구매해야 한다. 차터 한 개로 최대 10개의 브랜치를 운영할 수 있고, 브랜치마다 같은 양의 토큰 발행 보상이 배정된다. 전체 보상의 기준은 하루 70만 STANDARD에 당시 발행 배수를 곱한 물량이다. 차터를 처음 구입하면 브랜치 하나가 주어지며, 추가 브랜치는 별도 라이선스를 구매해 개설한다. 라이선스 대금은 STANDARD로 지불하고 전량 소각한다. 보상을 더 받으려는 뱅커의 수요가 토큰 소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보상은 즉시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차터 안에 쌓인다. 뱅커가 이를 인출하려면 브랜치를 닫아야 하며, 그때 누적 보상이 거래 가능한 STANDARD로 발행된다. 대신 닫은 브랜치에서 앞으로 받을 보상은 포기해야 한다. 인출 수수료도 있다. 같은 시기에 다른 뱅커들의 이탈이 많을수록 수수료가 2%에서 최대 60%에 가까워진다. 절반은 소각하고 절반은 남아 있는 뱅커에게 분배한다. 다른 사람들이 빠져나갈수록 남아 있을 유인이 커지도록 설계했다.
브랜치를 운영하고 싶지 않은 STANDARD 보유자를 위해서는 S-Bills가 있다. STANDARD를 15일간 락업하고 추가 보상을 받는 상품이다. 보상률은 경매로 정하고, 프리미엄은 별도로 마련한 토큰 재원에서 지급한다. 뱅커에게 지급하는 보상과 달리 S-Bills를 위해 새로운 STANDARD를 발행하지는 않는다.
프로토콜 수익의 사용처는 ETH의 순유입 여부에 달려 있다. SR은 3일마다 에포크(epoch)를 마감하고, STANDARD 풀에 들어온 ETH와 나간 ETH의 차이를 계산한다. 순유입이 발생한 에포크에는 프로토콜이 거둔 ETH 수익의 70%가 준비금으로 들어간다. 순유출이 발생하면 같은 비중을 STANDARD 매입·소각에 쓴다. 나머지 15%는 인센티브용 STANDARD 매입에, 15%는 팀에 배분한다. 이 배분 대상에는 거래 수수료뿐 아니라 차터 경매로 들어온 ETH도 포함된다.
토큰 발행량도 같은 자금 흐름을 따른다. 순유입 에포크가 이어지면 발행 배수를 서서히 높이지만, 순유출이 발생하면 배수를 더 빠르게 낮춘다. 자금이 빠져나갈 때는 새로 발행할 토큰을 줄이고 수수료 수익을 바이백에 돌린다. 자금이 돌아오면 발행량을 회복하고 준비금도 다시 쌓는다. 지난 사이클의 고정 발행 모델이 하락장에서도 매도 물량을 계속 만들어냈다면, SR은 그 속도를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절하려는 것이다.
준비금은 이렇게 확보한 자본으로 외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순유입기에 축적한 자금으로 주식 토큰을 매입해 풀을 만들고, 그 풀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SR의 런치패드는 새로 발행한 토큰을 ETH 대신 준비금이 보유한 주식 토큰과 거래하도록 구성한다. 런치패드에서 거래가 늘면 주식 풀에도 주문이 유입된다.
0xBeans는 이 구조의 참여자를 단기 매매자와 장기 참여자로 나눠 본다. FOMO 등의 트레이딩 플랫폼을 이용하는 트레이더가 거래량과 수수료를 창출하고, 차터 보유자는 미래 보상을 기대하며 SR 시스템에 남는다. 그는 FOMO에서 STANDARD를 거래하다가 나중에 S-Bills로 옮긴 트레이더들의 사례를 들었다. 아직은 소수 사례지만, 단기 거래 수요를 더 오래 머무는 장기자본으로 바꾸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SR이 스스로를 ‘온체인 중앙은행’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구조에 있다. 거래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규칙에 따라 발행량과 자금의 사용처를 조절하며, 준비금으로 다른 자산의 거래 시장을 만든다. 결국 STANDARD에 대한 투기 수요를 금융 사업의 밑천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실험이다.
1.3 지난 사이클의 실패에서 배운 것
준비금, 브랜치, 이탈 수수료는 모두 과거 디파이에서 선례를 찾을 수 있는 장치들이다. SR의 차별점은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명한 데 있지 않다. 과거 준비금 토큰과 노드 프로토콜, 스테이킹 모델이 왜 무너졌는지 분석하고 그에 대응하는 규칙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인터뷰에서 0xBeans는 올림푸스와 커브 같은 프로토콜이 내부적으로 만들어낸 토큰 인센티브에 의존하면서도 상당 기간 참여자를 모으고 시장을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인센티브 설계를 개선해 주식 토큰의 재고와 외부 자본을 확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것이 SR의 핵심 가설이다. 물론 출발점에는 여전히 STANDARD에 대한 투기 수요가 있다. 주식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충분히 커지지 않는 한 그 의존도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첫 5주 동안은 메커니즘이 매도 압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출시 당일 종가부터 10월 10일까지 STANDARD는 39% 하락했다. 이 기간 발행 배수는 1.10에서 0.35까지 낮아졌다가 0.55로 회복했다. 첫 10개 에포크 중 7개에서는 수수료가 바이백에 배분됐고, 라이선스 구매로 소각된 STANDARD가 새로 발행된 물량보다 많았다. 30일 비활성 규정이 처음 적용된 블록 이후 63분 만에 휴면 차터 110개가 회수되기도 했다.
설계한 규칙이 실제 하락 국면에서도 작동했다는 것은 확인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장기 하락장에서도 시스템이 유지되거나, 새로운 수요를 꾸준히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2. 모든 주식 토큰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면
2.1 왜 로빈후드 체인인가
2026년 10월 19일 기준 로빈후드 체인은 출시된 지 약 3개월 반 만에 온체인 현물 거래 규모 3위에 올랐다. 직전 30일 DEX 거래대금은 346억 달러, 총예치자산(TVL)은 10억 5,000만 달러였다. 거래의 대부분이 주식 토큰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이 체인의 특징은 로빈후드가 발행한 주식 토큰 188종에 있다. 미국을 제외한 120개국 이상에서 거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로빈후드도 주식 토큰화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다. 블라드 테네브(Vlad Tenev)는 7월 29일 실적 발표에서 로빈후드 체인을 실물자산(RWA)에 특화된 블록체인이라고 소개하며, 이들 자산을 디파이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체인 내 주식 토큰 가치는 7월 중순 1,420만 달러에서 10월 중순 1억 4,840만 달러로 늘었다. 같은 해 8월 로빈후드 고객의 미국 주식 거래대금은 3,350억 달러였다. 기존 증권 거래의 일부만 온체인으로 이동해도 주식 토큰 시장에는 상당한 성장 여지가 있다.

하지만 토큰을 발행한다고 곧바로 거래 시장이 생기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매수, 매도 주문을 받아줄 재고를 보유해야 하고, 시장이 불안할 때도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SR은 이 유동성 공급을 사업으로 만들려 한다.
그 출발점은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유동성 공급 비용이다. 미국 주식 정규장에는 기초 주식의 가격을 확인하고 헤지할 수 있지만, 야간이나 주말에는 기준 시장이 닫힌다. 유동성 공급자가 감수하는 위험도 달라진다. SR이 처음 공개한 수수료표에는 정규장 0.3%, 시간외 0.6%, 야간 1.5%, 주말 3.0%가 적용됐다. 다만 이는 고정된 요율표가 아니다. 0xBeans에 따르면 현재 팀은 키퍼(keeper)를 통해 주문 흐름과 경쟁 풀의 상황을 살피고 수수료를 조정한다. 정규장에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요율을 낮추고, 주말에는 재고 보유 위험을 반영해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준비금의 자금 조달 방식도 중요하다. SR에는 상환을 요구할 예치자가 없어 시장이 닫힌 동안에도 주식 토큰 재고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격 변동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휴장 시간 수수료는 그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다.
0xBeans가 로빈후드 체인을 선택한 데에는 자산뿐 아니라 개발 환경과 이용자층도 영향을 미쳤다. 오랫동안 익숙하게 다뤄온 EVM에서는 다른 개발자들이 SR의 스마트컨트랙트와 유동성을 활용하기 쉽다고 봤다. 솔라나보다 기존 디파이의 복잡한 구조에 관심을 가질 이용자를 만나기 유리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무엇보다 로빈후드가 직접 주식 토큰 발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SR의 방향과 맞았다.
이번 통화에서는 로빈후드와의 관계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0xBeans에 따르면 양측은 슬랙 채널에서 소통하며, 로빈후드는 외부 서비스 소개나 주식 토큰 API 접근을 돕고 있다. 다만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SR을 공식적으로 보증하는 관계는 아니다. 로빈후드가 자산을 발행하고 시장 접근성을 넓혀줄 수는 있어도, 그 거래를 SR의 풀로 끌어오는 일은 SR이 직접 해내야 한다.
2.2 초기 성과
출시 이후 SR이 STANDARD 거래 수수료로 거둔 ETH는 누적 3,023개다. 다만 이 가운데 82%가 출시 직후 에포크에 집중됐다. 초기 매매 수수료율이 90%에서 시작해 한 시간 안에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후 수수료 수익은 하루 약 18.4 ETH 수준으로 안정됐다. 누적 수치보다는 초기 특수 요인을 제외한 수익 규모를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10월 13~14일 SR은 확보한 자본을 주식 토큰 시장에 투입했다. 약 1,318 ETH를 USDG로 바꾸고 스페이스X, 알리바바, SK하이닉스 토큰을 매입해, 한 번의 트랜잭션으로 약 273만 달러 규모의 유동성 풀 세 개를 만들었다. 이후 0xBeans는 여러 계정에 흩어져 있는 자산까지 합하면 준비금이 약 500만 달러이며, 별도로 사실상 인출이 제한된 프로토콜 소유 유동성(POL)이 약 500만 달러 있다고 설명했다. 두 자금의 용도는 다르다. POL을 새로운 주식 풀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여유 자금으로 합산해서는 안 된다. 팀은 흩어진 준비금 계정을 추후 통합할 계획이다.
현재 풀의 경쟁력은 종목마다 다르다. 알리바바와 SK하이닉스에서 SR의 유동성은 같은 체인에서 다음으로 큰 풀보다 15배 이상 많다. 반면 스페이스X에는 수수료 0.05%를 적용하는 더 큰 유니스왑 v3 풀이 있다.

초기 거래 성과는 엇갈린다. 세 풀은 첫 5일 동안 1,360만 달러가 거래되며 준비금에 수수료 3만 2,800달러를 안겼다. 그러나 출시 후 첫 14시간 거래대금의 58%는 런치패드를 거쳤다. 런치패드 열기가 사흘째부터 식으면서 일일 거래대금은 15만~30만 달러, 수수료는 1,000~1,500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초기 총거래대금만으로 꾸준한 주식 거래 수요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 점유율에는 변화가 있었다. 수수료가 0.05%인 유니스왑 경쟁 풀 두 곳과 비교한 초기 스페이스X 데이터에서는 SR의 점유율이 정규장 17%, 주말 8%였다. 이후 팀이 수수료를 조정했고, 0xBeans는 이번 인터뷰에서 정규장 거래 흐름의 약 40%, 주말에는 약 10%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창업자가 제시한 이후 시점의 수치이며, 기존 차트처럼 스페이스X 한 종목만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한 결과는 아니다. 직접 이어지는 시계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거래를 가져오는 방식도 주문 크기에 따라 다르다. 20~50달러 수준의 소액 주문은 수수료가 낮은 풀에서 거래되기 쉽다. 반면 알리바바와 SK하이닉스처럼 유동성이 얕은 종목에서 수백~수천 달러를 매매할 때는 SR의 깊은 풀이 슬리피지를 줄여줄 수 있다. 경쟁이 더 치열한 스페이스X에서는 정규장 수수료를 낮춰 대응하고 있다. 거래량을 무조건 끌어올리기보다는 수수료와 체결 경쟁력 사이에서 수익성을 찾는 전략이다.
차익거래 업체와의 협업은 이번 통화에서 확인된 또 다른 수익원이다. 0xBeans에 따르면 SR은 일부 델타 중립 거래 업체에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대신, 이들이 주식 풀에서 벌어들인 차익거래 수익의 80%를 SR의 유동성과 준비금으로 돌려받는다. 그는 이 방식으로 발생한 차익거래 거래대금이 약 4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400만 달러는 거래대금으로, SR이 벌어들인 수익이 아니다. 이러한 협업이 확대되면 풀의 가격을 조정하는 차익거래 과정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실제 순수익과 지속성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2.3 확장 가능성
현재 SR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식 토큰은 세 종목이다. SR의 설명대로라면 새 종목을 추가할 때 준비금으로 USDG 거래 풀을 만들고, 런치패드에 연결해 추가 주문을 유도할 수 있다. 종목을 하나 늘릴 때마다 초기 유동성 공급에서 거래 수수료 수취까지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0xBeans가 노리는 것은 단순히 많은 풀을 소유하는 일이 아니다. 거래가 가장 원활하게 체결되는 시장을 만들고, 다른 금융상품들이 그 시장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가 말한 “거래 흐름에 베팅한다”는 전략이다. SR은 준비금으로 시장을 열고 외부 유동성을 유치한 뒤, 주식 토큰 거래 중 얼마나 많은 물량이 SR의 풀을 거치는지 주요 지표로 삼으려 한다.
그는 5년 뒤의 SR을 유동성 공급에 대출 사업을 더한 ‘온체인 중앙은행’으로 그리고 있다. 비교적 가까운 구상은 차터 담보대출이다. 뱅커가 차터를 닫고 미래 보상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아도 차터를 담보로 USDG를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주식 토큰 담보대출을 생각하고 있다. 담보 가치가 급락하면 대출 기관은 주식 토큰을 팔아 채권을 회수해야 한다. 이를 감당할 만큼 깊은 시장이 없다면 대출 규모도 키우기 어렵다. SR이 대출보다 유동성 확보를 앞세우는 이유다.
차터 보유자나 외부 개발자가 SR의 유동성을 활용해 상품을 만드는 구상도 있다. 예컨대 누군가 주식 레버리지 상품을 제안하면 SR이 거래에 필요한 기초 유동성을 제공하고, 상품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나눠 받는다. 외부 투자자와 함께 주식 토큰/USDG 풀에 유동성을 공급해 수수료를 배분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모두 아직은 본격적인 수익 사업이 아니다. 이미 확보한 유동성 위에 무엇을 더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획에 가깝다.
0xBeans는 상관관계가 높은 주식 자산을 묶은 풀도 예로 들었다. 한국 주가지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가격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이용하면 서로 무관한 크립토 자산의 풀과 다른 위험, 수익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상관관계가 높다고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이나 개별 종목의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품에서 실질적인 수요가 생길지는 그도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시장에 유동성이 먼저 있어야 다양한 상품을 시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개발자가 SR의 시장을 활용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훅 모듈(hook modules)은 토큰 발행팀이 유니스왑 v4 훅 전체를 새로 개발하고 거래 경로마다 승인받는 과정을 줄여준다. SR이 이미 승인받은 훅에 필요한 규칙만 모듈 형태로 추가하는 방식이다. URC-5의 거래 경로 지원까지 결합하면 다른 팀이 SR의 유동성을 이용한 상품을 내놓는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기술 자체는 독점적이지 않다. 진짜 경쟁력이 생기려면 이러한 편의성이 더 많은 통합과 반복적인 거래량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업 규모는 가정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로빈후드가 발표한 주식 토큰 거래대금을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체인 전체에서 약 1억 5,000만 달러가 거래된다. SR이 그중 3분의 1을 확보하고 평균 수수료 0.3%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하루 총수수료는 약 15만 달러다. 당시 STANDARD 거래에서 발생하던 하루 수수료 수익의 약 세 배다. 다만 수수료 감면, 외부 업체와의 수익 배분, 운영비를 차감하기 전 수치다. 실제 실적 전망보다는 사업 규모에 대한 감도 분석으로 봐야 한다.
로빈후드 고객의 8월 미국 주식 거래대금은 3,350억 달러였다. 그중 일부만 온체인으로 옮겨오더라도 지금 SR의 토큰 이코노미보다 훨씬 큰 시장이 열린다. 문제는 시장이 얼마나 커지느냐만이 아니다. 늘어난 거래 중 얼마를 SR이 가져갈 수 있느냐다.
3. STANDARD 가치 환원 매커니즘

SR의 투자 논리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확인돼야 한다. 주식 토큰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사업이 꾸준히 돈을 벌어야 하고, 그 수익이 STANDARD 보유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주식 토큰 시장의 성장 가능성만으로는 STANDARD의 투자 가치가 설명되지 않는다.
STANDARD 자체 거래에서 발생하는 가치 환원은 대부분 스마트컨트랙트에 규정돼 있다. 뱅커가 브랜치를 닫고 보상을 인출하면 STANDARD가 새로 발행되지만, 라이선스 대금으로 사용한 토큰은 소각된다. 지금까지는 누적 소각량이 신규 발행량을 웃돌았다. ETH 순유출기에는 관련 프로토콜 수익의 70%가 바이백·소각에 배분되고, 추가 15%는 S-Bills 등을 위한 인센티브용 토큰 매입에 사용된다. STANDARD 매수로 풀에 쌓인 ETH 유동성도 프로토콜이 회수할 수 없다. 이 장치들은 신규 발행으로 인한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토큰 가격의 하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주식 토큰 거래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아직 같은 방식으로 자동 환원되지 않는다. 준비금은 주식 토큰을 보유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앞서 살펴본 차익거래 업체와의 수익 배분도 잠재적인 외부 수익원이다. 0xBeans는 이 수익을 준비금 확충이나 STANDARD 매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주식 풀 수익은 멀티시그가 관리하는 준비금에 들어간다. 사용처 전부가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해 강제되는 구조는 아니다.
이번 통화에서는 그 배경도 들을 수 있었다. 0xBeans에 따르면 팀은 처음에 준비금 운용을 온체인 규칙으로 제한하려 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나 SK하이닉스 토큰을 약 100만 달러어치 온체인에서 매입하면 슬리피지가 5~10%에 달했다. 대규모 물량은 발행·상환 권한을 가진 업체와 장외거래(OTC)로 확보해야 했고, 그러려면 자금 운용에 유연성이 필요했다. 멀티시그를 사용하게 된 이유라는 설명이다.
SR은 현재 주식 토큰의 발행·상환(mint/redeem) 권한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0xBeans는 이 권한을 확보하면 주식 토큰이 다시 온체인으로 유입되는 시점부터 자금 배분 규칙을 적용하는 등 수익 환원의 일부를 더 강제력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행·상환 권한의 확보 여부도, 구체적인 구현 방식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초 주식이 오프체인에 있는 만큼 모든 과정을 온체인에서 처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주식 시장의 성장과 STANDARD 수요를 더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예컨대 차익거래 업체가 일정량의 STANDARD를 스테이킹하면 거래 수수료를 우대하는 방식이다.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토큰을 보유할 실질적인 이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시행 중인 제도가 아니다. 현재 STANDARD 보유자에게 준비금 자산이나 주식 풀 수익에 대한 법적 청구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확인할 지표는 명확하다. 인센티브 없이도 반복되는 주식 토큰 거래가 발생하는지, 재고 위험과 차익거래 업체의 몫을 감안한 뒤에도 충분한 이익이 남는지, 그 이익이 실제로 STANDARD 매입에 쓰이는지다. 이 세 가지가 성립한다면 STANDARD 자체 거래가 줄어드는 시기에도 외부 사업에서 번 돈으로 바이백을 집행할 수 있다. 자체 토큰 거래에만 의존하던 지난 사이클의 모델을 넘어설 가능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은 입증해야 할 가설이다.
4. 맺으며
이번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0xBeans가 자신의 구상을 확신하면서도 아직 모르는 부분을 분명하게 인정했다는 점이다. 어떤 주식 토큰 상품이 다음 이용자를 끌어들일지, SR의 토큰 이코노미가 하나의 시장 사이클을 온전히 견뎌낼지는 그 역시 알지 못한다. 다만 충분한 유동성 위에서라면 더 많은 금융상품을 시험할 수 있고, 과거 디파이의 인센티브 설계도 새로운 용도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SR은 실패할 수도 있다. 출시 후 5주가 하나의 시장 사이클을 검증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SR이 이미 모든 해답을 찾았느냐가 아니라, 누군가 다시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사이클을 거치며 우리는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웠다. 그 경험은 더 나은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설계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업계의 규모가 커지고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정작 새로운 것을 실험하려는 의지는 점점 줄어든 듯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SR이 성공할지는 모른다. 다만 디파이에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직접 답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
디파이가 재미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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