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스테이블코인 미들웨어의 개념부터 정리해 보자.
스테이블코인 미들웨어는 고객이 직접 이용하는 브랜드와 그 아래에서 작동하는 금융 인프라 사이에서 둘을 연결하는 중개 사업자를 뜻한다. 쉽게 말해, 온체인 활동과 전통 금융 활동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더파이(ether.fi), 웨스턴유니온(Western Union), 클라르나(Klarna)를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은 서비스 뒤에서 어떤 일이 이뤄지는지 알지 못한다.
브랜드는 고객과의 관계를 맡고,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 은행, 블록체인 등의 인프라는 정산을 처리한다. 미들웨어는 그 사이에서 규제 준수, 인허가, 환전, 자산 보관, 카드 결제 승인, 지급에 이르는 업무를 담당한다.
세 가지 유형의 미들웨어가 가장 성공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첫째, 레인(Rain), 와이어렉스(Wirex), 브릿지(Bridge), 쿨리파(Kulipa) 같은 카드 발급 플랫폼은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카드 네트워크의 회원 자격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카드 네트워크 회원 자격은 카드를 발급하고 결제 대금을 정산하기 위해 카드 네트워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며, 그중 주요 회원 자격(Principal Membership)을 가진 회사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카드 네트워크와 직접 거래할 수 있다. 레인과 와이어렉스는 비자 혹은 마스터카드에서 이 주요 회원 자격을 갖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 시장에 진입한 브릿지는 2026년 3월 비자와의 제휴 범위를 카드 발급까지 넓혔다.
주요 회원 자격은 소수의 기업만 확보했을 만큼 얻기 어렵다. 이 자격을 갖춘 플랫폼은 카드의 공식 발급사로서 발급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고, 카드 네트워크와 직접 정산할 수 있다. 덕분에 캐스트(KAST), 웨스턴유니온, 머니그램(MoneyGram) 같은 제휴사는 카드 발급을 대신 맡아줄 은행을 따로 찾지 않아도, 플랫폼과 한 번만 연동하면 자체 카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
둘째, 브릿지, 비브이엔케이(BVNK), 제로해시(Zero Hash), 컨듀잇(Conduit) 같은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은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주고받는 과정을 하나로 묶어 처리한다. 이들의 경쟁력은 이 업무에 필요한 인허가와 금융기관과의 제휴 관계에서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규제 책임을 대신 맡아줄 사업자를 찾을 때 브릿지, 비브이엔케이, 제로해시, 컨듀잇을 우선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nteractive Brokers) 같은 전통 증권사는 제로해시를 활용해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증권 계좌에 돈을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프리비(Privy), 다이내믹(Dynamic), 턴키(Turnkey) 같은 지갑 인프라 제공업체는 사용자의 온체인 계정, 즉 블록체인 지갑을 관리하는 역할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이들이 제공하는 내장형 지갑을 쓰면 사용자가 앱에 가입하는 순간 지갑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사용자는 지갑 복구용 단어 조합인 시드 구문을 직접 보관하거나 별도의 지갑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지갑의 비밀번호 역할을 하는 개인키는 외부 접근이 차단된 보안 영역에 보관되거나 여러 주체에 나뉘어 관리되어 안전하게 보호된다.
이 분야에서는 인수와 통합이 특히 빠르게 진행됐다. 스트라이프(Stripe)는 2025년 6월 프리비를, 파이어블록스(Fireblocks)는 같은 해 10월 다이내믹을 인수했다. 스트라이프의 패트릭 콜리슨 최고경영자에 따르면, 프리비는 스트라이프에 합류한 이후 지갑에 보관된 자산 규모가 25배, 월간 활성 개발자 수가 3배, 매출이 9배로 늘었다.
지갑 인프라는 이미 앞의 두 유형의 미들웨어를 뒷받침하는 기반 역할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로해시는 다이내믹의 지갑 기술을 활용해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 대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 유형의 미들웨어 모두 서로의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 레인은 내장형 지갑을 추가해 사용자의 잔액을 카드, 가상계좌, 법정화폐와 가상자산 간 전환, 지급 서비스에 연결하고 있다.
- 브릿지는 반대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해,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금융 계좌를 제공하고 스테이블코인 잔액과 연동된 비자 카드 발급을 지원하고 있다.
- 비브이엔케이는 지갑과 결제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으며, 마스터카드는 이 회사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 크로스민트(Crossmint)는 지갑에서 결제로 사업을 확장했다. 2026년 3월에는 솔라나 재단(Solana Foundation)의 개발자 플랫폼에 지갑 및 법정화폐와 가상자산 간 전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2026년 6월에는 비자 인텔리전트 커머스를 활용한 인공지능 에이전트용 카드 결제 API를 출시했다.
흥미롭게도 비브이엔케이는 마스터카드가 2026년 8월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에도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확장하고 있다. 어제 양사는 마스터카드의 글로벌 결제망과 비브이엔케이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단일 API로 결합한 ‘마스터카드 글로벌 머니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시장마다 별도 계좌와 사업자, 사전 예치 잔액을 각각 관리할 필요 없이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이동하고 관리할 수 있다.
과거에는 거래 과정의 한 단계만 처리하던 사업자가 이제는 지갑을 제공하고, 잔액을 보관하며, 카드를 발급하고, 지급까지 관리하려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자와 시스템을 연동한 금융기관이 다른 사업자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진다.
미들웨어의 사업 영역이 계속 넓어진다면?
이 기업들은 서비스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들면서 경쟁 우위를 쌓아왔다. 이를 통해 얻은 매출을 다른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활용하고,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더 많은 부분을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다.
기존 기업들도 사업 영역을 넓히는 미들웨어 제공업체에 위협받지 않기 위해 빠르게 시장의 일부를 확보했다. 스트라이프의 브릿지와 프리비 인수, 마스터카드의 비브이엔케이 인수, 파이어블록스의 다이내믹 인수, 비자의 레인 투자 등이 그 예다.
서비스 이용 과정을 더 이상 개선하기 어려울 만큼 매끄럽게 만든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스테이블코인 외 자산으로 사업을 넓히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하고, 제휴를 확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브릿지가 진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처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일은 더 어려울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규제 불확실성은 더 빠르고 폭넓은 확장을 제약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미들웨어 제공업체들이 사업 범위를 넓힐 기회가 생기고 있다. 이들이 언제 초고속 확장이 가능한 규제 환경이 구축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특히 아시아에서), 미들웨어 사업이 어느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는지는 이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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