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Key Takeaways
- FX 시장은 단순한 송금이나 환전 시장이 아니라, 자금 조달, 리스크 헤지,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 관리에 의해 움직이는 거대한 금융 인프라다.
- 스테이블코인은 특히 KRW, IDR, VND, PHP처럼 CLS에 포함되지 않은 통화 구간에서 느린 정산, 높은 비용, 헤르슈타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결제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다.
- 스테이블코인은 FX 시장의 달러 조달 구조 자체를 대체하지는 않지만, 주말, 신흥시장, 소액 거래, 24시간 디지털 시장처럼 기존 인프라가 취약한 영역으로 달러 유동성을 재배치할 수 있다.
- Wise, Revolut, SentBe와 같은 핀테크는 기존 인프라 위에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추상화 레이어에 가깝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계층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FX 인프라의 실질적 기회는 리테일 송금이 아니라, T+2 정산 지연, 코레스 뱅킹 비용, 비CLS 통화 리스크, 24/7 자금 운용 한계를 겪는 글로벌 한국 기업의 기업 외환 영역에 있다.

본 글은 포필러스와 판테라 캐피털이 공동 발간한 “한국 기관을 위한 블록체인 가이드북 2026”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기업 및 기관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나머지 14개 핵심 주제는 보고서 전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개요: FX 시장 현황
외환(FX)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 시장이다. 하루 거래 규모는 약 7.5~9.6조 달러이며, 아시아에서 유럽, 북미로 이어지는 시간대 흐름을 따라 24시간 가격이 형성된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특정 자산의 가격을 매기는 시장이 아니라, 통화 간 상대가치를 결정하는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FX는 단순한 환전 행위(예를 들어 수입업자의 대금 결제나 삼성전자가 해외 매출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 FX 시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현물(Spot) 거래는 전체 일일 FX 거래량의 약 28%에 그치며, 나머지 약 72%는 파생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은 FX 스왑(약 51%)이다. FX 스왑은 환율 변동에 대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은행들이 다른 통화를 담보로 단기 달러를 조달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구조적으로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에, FX 스왑 시장은 이러한 달러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핵심적으로, FX 시장은 단순한 결제 기능보다는 자금 조달, 리스크 헤지, 그리고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 관리에 의해 훨씬 더 크게 움직인다.
송금(remittance)은 전체의 약 28%에 해당하는 현물 영역에 포함되지만,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예를 들어 T+2 결제 지연, 중개은행을 거치는 복잡한 경로, 주말 처리 불가)는 본질적으로 인프라의 문제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은 개인 송금뿐만 아니라 수억 달러 규모의 기관 간 거래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결제 인프라를 개선할 경우, 현물 거래뿐 아니라 그 위에 쌓여 있는 파생상품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효율화될 수 있다. 실제로 현물 1달러당 약 2.6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프라 개선의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
2. 글로벌 동향: FX 인프라 3계층 이해하기
모든 크로스보더 결제는, 소액 송금이든 대기업 거래든, 세 개의 계층을 거친다. 가격이 형성되는 거래 계층, 자금이 실제로 이동하는 결제 계층, 시스템 전반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백본 계층이다.
Wise, Revolut, SentBe와 같은 핀테크 기업들은 이 구조 위에 위치하는 이른바 추상화 레이어(abstractor)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지만, 기존 금융 인프라 자체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 결제 계층을 재구성함으로써 SWIFT, 중개은행 네트워크, RTGS 운영 시간 등으로 나뉘어 있던 구조를 하나의 24시간 실시간에 가까운 프로그래머블 결제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관점은 다음과 같다: 모든 FX 상품은 FX Layer 1에서 생성되고, FX Layer 2에서 종결되며, FX Layer 3을 통해 자금이 조달된다.
- FX Layer 1은 상품 중심 구조로, 각 금융 상품마다 별도의 거래 플랫폼이 존재한다.
- FX Layer 2는 통화 중심 구조로, CLS에 포함된 통화쌍은 효율적으로 결제되지만, 그 외 통화(KRW, IDR, VND, PHP 등)는 중개은행을 통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 FX Layer 3은 달러 중심 구조로, 글로벌 FX 시스템 전체가 달러 차입 구조 위에 형성되어 있다. 실제로 USD는 전체 FX 거래의 약 88%에 포함되며, 글로벌 외환보유액의 약 58%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비미국 은행은 연준 계좌를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 은행(G-SIB, 현재 29개)을 통해 간접적으로 달러에 접근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은 FX Layer 2에서 결제 과정을 혁신할 수는 있지만, Layer 3의 근본적인 달러 의존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2.1 FX Layer 1, 거래: 가격이 형성되는 단계
FX Layer 1은 거래의 가격과 법적 의무가 생성되는 단계로, 이 시점에서는 아직 실제 자금 이동은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5억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 견적 요청 (Request for Quote): 삼성의 재무팀은 멀티 딜러 플랫폼(360T)을 통해 동시에 5개 은행에 RFQ를 전송한다.
- 가격 형성 (Price Construction): 각 은행의 가격 엔진은 EBS에서 실시간 호가를 수집하고, 자체 보유 포지션을 반영하여 가격을 산출한다. 이 과정에서 XTX Markets와 같은 비은행 유동성 공급자들이 은행 시스템에 가격을 스트리밍한다.
- 체결 및 거래 기록 (Execution and Booking): 씨티은행(Citi)이 1,378.50의 환율을 제시하여 거래를 체결하고, 동시에 삼성의 신용 한도를 확인한 후 거래를 확정한다.
이 단계를 받치는 인프라는 세 가지다. 360T·Bloomberg FXGO·FXSpotStream 같은 멀티 딜러 플랫폼, FX 거래량의 약 45%를 차지하는 JPM·UBS·Deutsche·Citi·GS 등 Tier-1 딜러 은행, 그리고 JPM·GS·MS·Citi 프라임 브로커가 제공하는 신용이다.
중요한 점은, 스테이블코인은 이 계층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 형성은 여전히 은행 기반 거래 플랫폼에서 주권 통화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2.2 FX Layer 2, 결제: 실제 자금이 이동하는 단계
FX Layer 1이 가격 합의 단계라면, FX Layer 2는 실제로 두 은행 간 자금이 이동하는 단계다. 현재 이 단계는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높으며 리스크가 존재하는 영역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직접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지점이다.
이 단계에서 핵심적인 판단 기준은 단 하나다: 해당 통화쌍이 CLS에 포함되어 있는가 여부다.
CLS(Continuous Linked Settlement)는 글로벌 주요 FX 은행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결제 인프라로, 두 통화 간 거래가 동시에 결제되도록 보장한다. 예를 들어 USD와 JPY 거래 시, 어느 한쪽이 먼저 지급하고 상대방이 지급하지 않는 상황을 방지한다. 이를 Payment-versus-Payment(PvP)라고 하며, 이는 Herstatt 리스크(한 통화만 지급하고 상대 통화를 받지 못하는 위험)를 제거한다.
CLS의 스펙은 다음과 같다. 18개 주요 통화를 지원하고, 하루 약 6.5조 달러를 처리하며, 전 세계 FX 결제의 약 50%(해당 18개 통화 기준 90%)를 담당한다. 네팅으로 총 거래 규모를 약 500억 달러 수준으로 약 99% 압축한다.
문제는 KRW, IDR, VND, PHP 등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가 CLS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결제는 다음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를 따른다.
- Path A: CLS 경로 (예: USD/JPY): 두 은행은 이른 아침(06:30 CET 이전)에 CLS에 결제 지시를 제출한다. CLS는 모든 거래를 네팅한 뒤 중앙은행 계좌를 통해 동시 결제를 수행한다. → 결과: 당일 결제, 낮은 비용, Herstatt 리스크 없음
- Path B: 비CLS 경로 (예: USD/KRW): USD와 KRW 결제가 분리되어 비동기적으로 처리된다. Citi는 Fedwire를 통해 USD를 BNY Mellon(KEB 하나은행의 미국 중개은행)으로 송금하며, 지시는 SWIFT를 통해 전달된다. 자금은 2~4개의 은행을 거치며 이동하고 각 단계마다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후 KEB 하나은행은 BOK-Wire+를 통해 삼성에 원화를 입금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서울 영업시간 동안만 운영되므로 이후 도착 자금은 대기 상태에 놓인다. → 결과: T+2 지연, 15~40bp 비용, Herstatt 리스크 존재, 주말 비가동
더 나아가 2021~2024년 동안 미국 중개은행들이 신흥국 고객을 축소하는 “디리스킹”이 진행되면서, 비CLS 경로의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다.
Circle에서 삼성의 지갑으로 이루어지는 단일 USDC 전송은 SWIFT, 중개은행, RTGS 운영시간, CLS 마감시간을 모두 대체할 수 있으며, 하나의 온체인 거래로 24시간, 거의 즉시, PvP에 준하는 방식의 결제를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특히 기존 시스템의 취약 영역인 비CLS 통화 구간(KRW, IDR, VND, PHP)과 주말 및 공휴일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2.3 FX Layer 3, 백본: 달러 유동성의 공급 구조
FX Layer 3는 FX 시스템 내에서 사용되는 달러가 실제로 어디에서 공급되는지를 설명하는 계층이다.
달러의 궁극적인 공급원은 연방준비제도(Fed)이지만, 대부분의 비미국 은행은 Fed 계좌를 보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달러를 직접 조달할 수 없으며, 달러에 접근 가능한 기관으로부터 차입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과 같은 신용 피라미드 형태를 가진다:
- 로컬 은행 (예: 신한은행): 고객 서비스를 위해 USD가 필요하지만, Fed에 직접 접근할 수 없음
- 글로벌 은행 (G-SIB) (JPM, Citi, MUFG, HSBC 등): USD 접근 권한을 보유하며, FX 스왑을 통해 로컬 은행에 달러를 공급
- 연방준비제도(Fed): 위기 상황 시 중앙은행 간 스왑 라인을 통해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공급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하루 동안 10억 달러가 필요한 경우 MUFG로부터 FX 스왑을 통해 차입한다. 이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크로스커런시 베이시스)은 현재 KRW 기준 −15~-30bp 수준으로, 이는 달러 확보에 프리미엄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MUFG는 해당 달러를 JPM 계좌 또는 미국 레포 시장에서 조달한다.
이 구조는 분기 말마다 불안정해진다. 바젤 III 규제로 인해 미국 대형 은행들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서 USD 공급이 감소하고, 그 결과 베이시스가 −80bp까지 확대되며 환율 변동성이 증가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계층을 대체하지 않는다. USDC는 결국 미국 은행 예금이나 국채에 기반한 자산이기 때문에, 달러는 여전히 기존 금융 시스템 내에서 생성되어야 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이 달러를 재배치하는 역할을 한다. 즉, 기존 시스템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주말, 신흥시장, 소액 거래, 24시간 운영되는 디지털 시장)으로 유동성을 확장한다.
2.4 핀테크 Abstractor: 인프라 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레이어
앞서 설명한 세 계층은 모두 금융기관 중심의 인프라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 사용자나 중소기업이 직접 활용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
핀테크 abstractor는 이러한 인프라를 제품 형태로 가공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인프라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이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구성하고 재판매한다.
각 계층별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 Layer 1 (가격): 멀티 딜러 플랫폼(360T, FXall, Bloomberg FXGO) 및 리테일 브로커(OANDA, IG, Saxo) → 가격 경쟁을 통한 가치 제공
- Layer 2 (결제): 송금 및 크로스보더 결제 핀테크(Wise, Revolut, Nium, Airwallex, Thunes / 한국: SentBe, Hanpass, MOIN) → 선자금 계정과 내부 네팅을 활용한 local-in/local-out 방식
- Layer 3 (USD 자금): 프라임-오브-프라임 브로커(LMAX, CFH), 비은행 유동성 공급자(XTX, Citadel Securities)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수요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명확하다. 선자금 기반 구조는 운전자본을 묶어두며, 주요 통화 구간에서는 마진이 거의 0에 수렴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제약을 완화한다. USDC 기반 결제를 도입할 경우 운전자본 부담이 줄어들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지며,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통화 구간까지 확장할 수 있다.
결국 abstractor는 유통 레이어이며, 스테이블코인은 그들이 활용하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는 것이 핵심이다.
3. 한국 시장의 기회: 리테일이 아닌 기업 고객에 있다
3.1 규제 장벽이 시장 구조를 결정한다
한국의 외환 시장에서 원화는 폐쇄된 통화다. 모든 국경 간 외환 거래는 외국환거래법의 적용을 받으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를 집행한다. 원화는 국제화되어 있지 않고 역외에서 결제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KRW <> 외환 거래 구간은 국내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관을 반드시 거쳐야 하며, 한국은행은 외환전산망을 통해 이 모든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독한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내에서 가장 엄격한 외환 규제 체계를 가진 국가다.
- 개인 송금 한도는 연간 USD 50,000으로 제한
- 트래블 룰은 약 USD 700 수준부터 적용되며, 이는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낮은 기준
-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
합법적 경로는 단 세 가지이며, 각 경로는 시장 영역을 점유하고 있다.
- 주요 시중은행(Tier 1 banks) (KEB하나, 신한, KB, 우리, NH, IBK, 씨티은행 한국, SC제일은행)은 USD 코레스 은행 관계, 한은금융망(BOK-Wire+) 접근 권한, 국내 USD/KRW 은행 간 시장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기업 외환 거래 전 구간을 지배하지만, 여전히 모든 USD/KRW 거래를 T+2 코레스 뱅킹으로 결제하며 헤르슈타트 리스크(Herstatt risk)를 안고 있다.
- 소액해외송금(SAOR) 핀테크 (센트비, 한패스, 모인, 국내 제휴를 통한 와이즈)는 SWIFT를 완전히 우회하고, 선입금 풀을 기반으로 양자 간 네팅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수수료를 은행 대비 약 1/10 수준까지 줄일 수 있지만, 동일한 라이선스가 거래당 USD 5,000, 이용자당 연 USD 50,000 한도를 강제하면서 기업 외환 거래나 SWIFT/CLS 접근은 법적으로 차단된다.
- 전자금융업(EFB) 라이선스 기반 트래블 외환 핀테크 (트래블월렛)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로 등록되어 있으며, 실제 외환 거래 구간은 제휴 은행에 의존한다. POS 기반 외환 스프레드는 공격적으로 압축해왔지만, 건당 거래 규모는 작다.
그 결과 시장은 중간층이 비어 있는 양분화된 구조를 띤다. 리테일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한도가 묶여 있다. 약 25개의 SAOR 라이선스 사업자가 동일한 연간 USD 50,000 한도 내에서 ₩2,500의 정액 수수료로 경쟁한다. B2B는 사실상 은행이 독점하고 있다. SAOR은 거래당 USD 5,000을 넘는 구간에서 법적으로 배제되고, 은행은 여전히 T+2 결제를 운영하며 24/7 처리 역량이 없다. 양쪽 모두 가격 결정력도, 성장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
3.2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지점: 글로벌 한국 기업
이 구조가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출발점이다. 제도권 라이선스를 받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디지털자산기본법(DABA) 2단계는 아직 통과되지 않았으며, 국내 어느 은행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레일을 실제 운영 단계에서 공개적으로 채택한 사례는 없다.
이어지는 내용은 현재 가동 중인 시장이 아니라, 특정 정책 해제를 전제로 한 미래 기회 지도다.
앞의 구조를 감안하면, 리테일 외환은 규모가 작고 이미 경쟁이 포화된 시장이다. TAM은 외국환거래법으로 인해 단단히 제한되어 있고, 원화는 역외에서 결제되지 않으며, 온/오프램프는 OECD에서 가장 강한 트래블 룰 마찰에 노출된다. 여기에 은행, 와이즈, 센트비, 모인이 이미 마진을 거의 0에 가깝게 압축해놓은 상태다. 리테일 송금을 겨냥한 스테이블코인 상품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규제 상한이 실질적 제약이 되는 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물론 우회했을때의 기회는 있다.)
실질적인 진입 지점은 하나, 대규모 USD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글로벌 한국 기업이다. 삼성, 현대차, SK, HD현대를 비롯해 조선사, 반도체 부품 업체, 해운 및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의 페인 포인트는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하며, 현재의 결제 레일로는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 T+2 결제는 모든 USD 결제 구간에서 운전자본을 묶어두며, 주말이 끼면 익스포저가 3~4일까지 늘어난다.
- 코레스 뱅킹 수수료는 거래가 거칠 때마다 누적되며, 계열사 간 네팅도 불가능하다.
- 비CLS 아시아 통화쌍 (KRW/JPY, KRW/SGD, KRW/IDR)은 PvP 결제가 아예 존재하지 않아, 일중 신용한도와 수기 대사 작업을 강제한다.
- 24/7 자금 운용은 코레스 레일에서는 불가능하다. 한국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중동, 미주에 걸쳐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이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이 영역을 단독 핀테크가 가져가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이지 않다. 이들 기업은 주요 시중은행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외국환거래법을 준수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사내 자금팀을 두고 있으며, 부분적 교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기존 헤지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현실적인 경로는 은행 제휴형 컨소시엄 레일이다. 라이선스를 가진 은행이 외국환거래법 신고와 원화 구간을 책임지고, 스테이블코인 레이어가 USD(또는 비CLS 아시아 통화) 구간을 온체인에서 담당하는 구조다.
결국 한국 외환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지만, 그 제약은 시장 수요가 아니라 세 가지 규제 해제에서 비롯된다. (1) 향후 입법을 통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2) 은행이 외환 거래 구간을 스테이블코인 레일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국은행의 명시적 가이던스, (3) 온체인 결제를 코레스 메시징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외국환거래법 보고 체계의 개정.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기업 영역의 기회조차 여전히 가설에 머무른다.
이 조건들이 충족될 때, 리테일 송금이 아닌 기업 외환 레이어가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외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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