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Key Takeaways
- 2026년 6월 16일 빗썸이 스페이스코인(Spacecoin)을, 업비트가 에스피엑스6900(SPX6900)을 상장하고 빗썸이 다시 에스피엑스6900을 상장하자, 한국 커뮤니티는 이를 나흘 전인 6월 12일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엑스(SpaceX) 기업공개(IPO)와 연결지었다. 시장의 주목도가 낮은 토큰과 오래된 밈코인이 하필 이 시점에, 스페이스엑스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상장된 정황을 두고, 거래소가 화제성에 편승해 거래량을 끌어오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이런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에는 한국 거래소의 실적 부진이 있다. 두나무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5% 줄었고, 빗썸은 순손실로 돌아섰다. 두 거래소의 수익은 사실상 거래 수수료 한 곳에서 나오며, 거래량이 줄면 수익이 그대로 무너지는 구조다.
- 한국은 토큰화된 주식을 증권으로 분류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취급을 막고 있고, 가상자산 선물과 파생상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도 허용하지 않는다. 같은 시기 바이낸스(Binance), 크라켄(Kraken), 바이비트(Bybit)는 토큰화 주식과 해외 주식 직접 거래로 영역을 넓히며 스페이스엑스 상장 당일에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관 거래를 일으켰다. 세계가 합류한 내러티브에 한국 거래소가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이름이 비슷한 현물 토큰"이라는 점은 매우 절망적이다.
-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설계된 규제가 역설적으로 거래소를 시장의 가장 투기적인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파생, 토큰화 주식, ETF 같은 수익원과 상품군이 차단된 상태에서 거래소에 남은 유일한 손잡이는 현물 상장뿐이고, 거래량이 마를수록 더 화제성 높은, 그래서 더 투기적인 상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1. 배경: 업비트와 빗썸의 SPACE, SPX 상장과 한국 커뮤니티의 충격

Source: New Listings Feed
2026년 6월 16일 오늘 오전, 한국 커뮤니티 사이 최대의 화두는 빗썸의 스페이스코인(SPACE), 그리고 업비트의 SPX6900의 원화 마켓에 상장이었다. 일반적인 토큰의 상장 공지가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겠으나, 화제가 된 이유는 상장 사실 그 자체만은 아니었다.
상장 자체보다 커뮤니티를 술렁이게 한 것은 그 조합과 시점이었다.
나흘 전인 6월 12일, 스페이스엑스(SpaceX)가 나스닥(Nasdaq)에 SPCX라는 종목코드로 상장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스페이스엑스의 IPO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한국 크립토 커뮤니티에서도 주식 관련 주제가 현재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주말간 커뮤니티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이었다.
업비트와 빗썸의 상장 공지 이후, 이에 대해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들이 SPCX와 비슷한 이름과 종목코드를 가진 토큰을 상장, 화제성에 편승해 거래량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졌다. 이러한 연결은 정황에 기댄 해석에 불과하나, 이러한 해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거래소가 놓인 처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반응은 이내 코인베이스(Coinbase), 바이낸스(Binance), 바이비트(Bybit)과 같은 해외 거래소가 스페이스엑스를 비롯한 해외 주식을 거래소 안에서 직접 거래하게 해주는 동안, 한국 거래소는 규제 탓에 그런 상품을 다룰 수 없으니 이름이라도 비슷한 코인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이번 사태가 그저 농담거리로 소비하고 지나갈 소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가 놓여 있는 환경 자체가 해외 거래소들과 경쟁하기에 상당히 혹독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본 글에서는 현재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시장과 규제 환경에 대해 다루고, 이러한 환경이 해외와 어떻게 갈라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한국 거래소의 현재 상황
2.1 수수료 의존 매출 구조

Source: FSS DART, translated via ChatGPT
2026년 1분기 한국 주요 거래소의 성적표는 부진했다. 지난 5월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연결 기준 매출은 2,3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6% 줄었다. 영업이익은 880억 원으로 77.8%, 당기순이익은 695억 원으로 78.3% 감소했다. 업비트에서 발생한 수수료 매출은 55.2% 줄어 2,000억 원대로 내려앉았고,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오히려 22% 늘어 수익성을 압박했다.

Source: FSS DART, translated via ChatGPT
빗썸의 사정은 더 어렵다. 1분기 매출은 825억 원으로 57.6% 줄었고, 영업이익은 29억 원으로 95.8% 급감했다. 당기순손익은 86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는데, 이는 직전 분기에 이은 두 분기 연속 순손실이다. 거래대금이 쪼그라들며 수수료 매출이 87% 감소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여기에 금융정보분석원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을 이유로 부과한 6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369억 원 규모의 과태료가 1분기 손익에 반영됐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거래소들의 수익 구조가 거래 수수료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나무의 거래 수수료 매출 비중은 약 97.5%, 빗썸은 99.99%로 사실상 수수료가 매출의 전부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거래소의 태만한 사업 운영보다는, 후술할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처한 규제 환경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2.2 규제적 상황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룰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암호화폐 현물 토큰 하나 뿐이며, 그 외의 영역은 대부분 명문 규제나 암묵적 회피로 막혀 있다.
- 토큰화 주식: 2026년 6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토큰화 주식을 가상자산이 아닌 증권으로 분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증권은 발행 형태와 무관하게 자본시장법의 규율을 받고, 전자증권법상 권리의 전자등록은 허가받은 전자등록기관만 수행할 수 있다. 전자등록기관이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가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거나 유통하면 무허가 영업에 해당한다. 즉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토큰화 주식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구조적으로 취급할 수 없는 자산이며, 앞으로도 허용되기 어렵다.
- 선물과 파생상품: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물 거래만 제공하며, 무기한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을 국내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이는 법으로 깔끔하게 금지된 결과라기보다, 한 번의 시도가 남긴 허들에 가깝다. 한국 5대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Coinone)은 2016년 12월부터 약 1년간 최대 4배 레버리지의 마진거래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2017년 말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함께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전면 중단했다. 2018년 경찰은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운영했다는 점을 들어 이 서비스를 도박으로 보고 차명훈 대표 등을 도박장 개설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30억 원 이상 거래한 이용자 20명을 도박 행위자로 입건하기까지 했다. 사건은 약 3년 뒤인 2021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며 마무리됐지만, 이후 어떤 암호화폐 거래소도 마진/선물 거래의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 자율 규제에 따른 암묵적 회피: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는 5대 원화마켓 거래소가 만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의해 자율적으로 규제가 이루어지는데, 이들의 거래지원 심사 기준에는 비식별화에 따른 불투명성, 증권성, 자금세탁 이용 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이 기준은 익명성을 강조하는 프라이버시 코인을 사실상 상장 대상에서 밀어내고, 증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토큰을 회피하게 만든다. 거래소 자체 토큰이나 예측시장 토큰처럼 증권성 또는 도박성 시비가 붙을 수 있는 자산이 한국 거래소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합하면, 해외 거래소가 넓혀 가는 거의 모든 신규 영역, 곧 파생상품, 토큰화 주식, 일부 프라이버시 및 예측시장 토큰의 상장이 한국 거래소에서는 사실상 막혀있다.
3. 해외 거래소와의 비교
3.1 국내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준은 낮아졌는가?

Source: Four Pillars (@c4lvin)
이번 상장을 두고 업비트와 빗썸의 심사 기준이 헐거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첨부한 표는 코인베이스, 업비트, 빗썸이 2026년 들어 상장한 토큰을 필자가 전수조사해 정리한 것으로, 이러한 지적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상장 개수 자체는 코인베이스가 가장 많다. 코인베이스는 한국 두 거래소가 올리지 않은 자산을 다수 상장했고, 그중 상당수는 현물뿐 아니라 선물로도 올려 다른 거래소보다 이른 시점에 노출을 제공했다. 빈도와 시점만 놓고 보면 적극성에서 앞서는 쪽은 오히려 코인베이스다.
2026년 들어 업비트가 신규 상장한 원화 종목 상당수가 빗썸에 이미 올라 있던 토큰이었다. 비트텐서(TAO), 인터넷컴퓨터(ICP), 이더파이(ETHFI), 아이오넷(io.net), 도지위프햇(dogwifhat), 스파크(SPK), 바빌론(Babylon) 등이 그 예로, 대부분 빗썸에서 거래량이 크지 않던 종목들이었다. 새로 발굴한 자산이라기보다 이미 시장에 존재하던 토큰을 뒤따라 올린 셈이어서, 상장의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체감으로 이어졌을 법하다.
체감되는 질 저하의 정체는 심사 기준 자체의 하락이라기보다 상장이라는 이벤트가 만들어내던 거래량 효과가 옅어지고 있다는 데 가깝다. 한 번의 상장이 끌어오는 거래량이 빠르게 마르고 새로 올릴 만한 신선한 자산도 줄어드는 환경에서, 거래소는 빗썸에 이미 있던 토큰까지 뒤따라 올리며 상장 빈도를 유지하려 한다. 한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볼멘소리는 결국 특정 종목 하나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토큰화 주식 같은 새로운 상품을 누리는 다른 시장과 비교했을 때 느끼는 편의성의 격차에 가깝다.
3.2 해외 거래소가 모든 것을 거래하는 거래소를 지향할 때, 한국 거래소는…
같은 시점, 해외 대형 거래소들이 걷는 길은 정반대 방향이다. 이들은 가상자산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하나의 앱 안에서 모든 자산을 거래하게 하는 이른바 '모든 것을 거래하는 거래소(Everything Exchange)'를 지향한다.
가장 노골적인 쪽은 코인베이스다. 코인베이스는 2025년 4분기 주주서한에서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더해 앱 안에서 주식과 ETF 거래를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초기 이용자에게 약 3천 종목을 열어 주는 식으로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포트폴리오 경험으로 묶겠다는 구상이었다. 같은 서한에서 24시간 미국 영구선물형 상품을 업계 최초로 내놓아 파생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바이낸스는 더 직접적이다. 바이낸스는 2026년 6월 1일부터 적격 이용자를 대상으로 미국 주식 거래를 열어, 7천 종목이 넘는 미국 상장 주식과 ETF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주식을 1대 1로 토큰화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하고 자가 지갑으로 출금할 수 있으며 24시간 거래되는 bStocks도 함께 내놓았다.
바이비트의 경우 토큰화 주식 연합체인 xStocks Alliance에 합류해, 스위스의 규제 발행사가 만든 토큰화 주식을 취급한다. 가격을 추종하는 이 토큰들은 실제 주식으로 뒷받침되며,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하루 24시간 거래된다.
토큰화 주식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곳들도 있다. 바이비트는 토큰화 주식 연합체인 xStocks Alliance에 합류해, 스위스의 규제 발행사가 만든 토큰화 주식을 취급한다. 가격을 추종하는 이 토큰들은 실제 주식으로 뒷받침되며,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하루 24시간 거래된다. 크라켄의 토큰화 주식 상품 xStocks는 100종이 넘는 미국 주식과 ETF를 담아 누적 거래량 수백억 달러를 넘겼고, 2026년 말까지 500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미니(Gemini)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수수료 없이 24시간 거래되는 토큰화 주식을, 로빈후드(Robinhood)는 유럽에서 기초 주식을 추종하는 주식 토큰을 제공한다.
이러한 국내와 해외의 거래 환경의 격차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무대가 바로 스페이스엑스 상장이었다. 해외 거래소들에게 이번 상장은 토큰화 주식 경쟁의 시험대였다.
스페이스엑스가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네 종류의 토큰화 상품이 가동되고 있었다.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 크라켄, 솔라나 기반의 백팩(Backpack)이 각각 토큰화 스페이스엑스를 내놓았고, 하이퍼리퀴드에는 상장 전 무기한 선물이 열려 있었다. 바이비트 역시 토큰화 기업공개 접근 서비스의 첫 상품으로 스페이스엑스를 골라, 상장일에 맞춰 현물 거래를 열었다. 그리고 상장 후 24시간 동안 스페이스엑스와 연관된 거래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서 약 90억 달러에 달했으며, 그중 바이낸스 한 곳에서만 56억 달러가 오갔다.
반면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 무대에 설 자리는 없었다. 토큰화 주식도, 무기한 선물도, 스페이스엑스를 추종하는 어떤 상품도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주요 거래소가 같은 내러티브 위에서 수십억 달러를 주고받는 동안,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 흐름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사실상 없었다.
4. 시사점
상품의 종류로 경쟁할 수 없는 거래소에게 남는 승부처는 결국 상장이다. 국내 거래소의 수익은 사실상 현물 거래 수수료에 기댄다. 파생도, 주식도, 토큰화 증권도 다룰 수 없는 구조에서 거래량을 끌어올리려면, 투자자의 시선을 붙잡는 종목을 적시에 올리는 것 외에 마땅한 수단이 없다.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본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레버리지로 손실을 키우는 마진거래를 사실상 도박으로 규정해 막았고, 권리 구조가 불투명한 증권형 토큰을 걸러냈으며, 자금세탁이나 가격 조작에 노출되기 쉬운 자산을 상장 심사에서 밀어냈다. 그러나 이 보호의 틀이 거래소에서 수익원과 상품군을 하나씩 걷어낸 결과, 거래소에 남은 유일한 손잡이는 현물 상장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거래량이 마를수록 그 손잡이는 더 화제성 높은, 그래서 더 투기적인 종목 쪽으로 당겨질 수밖에 없다. 상품 단계에서의 보호가 상장 단계에서는 오히려 투기적 자산으로의 쏠림을 부추기는 셈이다. 이번에 보여준 상황은 그 쏠림이 겉으로 드러난 한 장면일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 보호마저 온전히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무기한 선물이나 토큰화 주식을 원하는 국내 투자자가 수요 자체를 접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바이낸스, 바이비트, 하이퍼리퀴드 같은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 간다. 실제로 스페이스엑스 상장에 맞춰 토큰화 상품과 상장 전 무기한 선물이 가동된 곳도 모두 국외였다. 다시 말해 규제는 위험한 거래 자체를 없애는 대신, 그것을 한국 당국이 감독할 수 없는 장 바깥으로 밀어낸다. 2027년 과세와 국가 간 정보 교환(CARF)이 본격화되면 이 역외 거래의 규모가 데이터로 드러나겠지만, 그것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을 사후에 확인하는 절차에 가깝다. 결국 투자자는 투기적 노출을 어차피 떠안되 국내의 보호 장치는 누리지 못하고, 국내 거래소는 그 거래에서 나왔을 수익을 잃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 구조는 거래소의 체질 자체도 취약하게 만든다. 매출의 거의 전부가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는 단일 엔진은 거래량 사이클에 그대로 노출된다. 같은 시기 코인베이스가 수탁,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주식, 파생 상품으로 수익원을 분산하며 하강 사이클을 완충하는 동안, 한국 거래소는 같은 사이클을 하나의 상품만으로 정면으로 받아내야만 한다. 이 격차가 분기를 거듭하며 쌓이면 투자 여력과 상품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다시 국내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성의 격차로 되돌아올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 또한 암호화폐 규제 확충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2026년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토큰증권(STO) 제도화, 법인 거래 허용, 원화 스테이블코인, 현물 ETF 논의가 한꺼번에 거론되고 있는 상황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새로운 상품들이 열리더라도, 이들은 현재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니라 증권사와 전자등록기관과 같은 기존 제도권 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주식 중개업, 곧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은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아야만 영위할 수 있는 면허 사업이다. 업비트나 빗썸은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을 뿐, 이 면허를 갖고 있지 않다. 거래소가 스스로 주식을 중개하려면 자본 요건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붙는 별도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을 한 회사 안에 섞지 않으려는 이른바 '금가분리' 기조가 그 진입 자체를 오랫동안 가로막아 왔다.
그래서 실제로 진행되는 융합은 거래소가 증권사가 되는 방향이 아니라, 증권사와 은행이 거래소의 지분을 사들여 하나의 체계 아래로 묶이는 방향이 되어가고 있다. 2026년 들어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을 9.84%까지 늘려 3대 주주에 올랐고, 하나금융지주가 6.55%,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SDS가 4%를 인수했다. 코빗은 미래에셋그룹이 인수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의 지분 20%를 취득하는 전략적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금융당국이 금가분리에 유보적, 곧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런 동맹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 해외의 사례와 같이 암호화폐 거래소가 '모든 것을 거래하는 거래소'로 성장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인가? 필자는 그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 주식과 증권 기능은 면허를 가진 증권사 계열로 흐를 것이고, 거래소 자신은 현물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상품들이 열리더라도 그 통로가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니라 증권사와 전자등록기관 같은 기존 제도권 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규제를 당장 걷어내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한 시대에 맞춰 설계된 보호의 틀이, 시장이 자산의 융합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는 지금에는 점점 더 보이지 않는 비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데 있다. 가혹한 환경 위에서 운영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현재와 같은 베어마켓에서 이러한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시킬 것이며, 이는 결국 오늘과 같이 단발적인 거래수요를 갖는, 지속성이 떨어지는 토큰들의 상장으로 이어져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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