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SurfAI와 함께 진행하는 “아시아 CEX 리서치” 공동 리서치의 일환입니다.
핵심 요약
- 한국은 글로벌 시장의 일반적인 구조와 정반대다. 시가총액 상위 30개를 제외한 롱테일 자산이 업비트 거래량의 58%, 빗썸 거래량의 52%를 차지하지만, 바이낸스는 23%, 코인베이스는 19%에 불과하다. 원화 마켓이 전 세계 현물 거래량의 약 30%를 차지하는데도 한국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비중은 9%에 그친다.
- 이러한 쏠림은 구조적이다. 합법적인 국내 파생상품의 부재, 해외 마켓메이커의 진입을 막는 자본 통제, 제한적인 상장 종목, 사실상 100%에 가까운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맞물리면서 원화 마켓 상장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유동성 이벤트 중 하나가 됐다.
- 열기는 초기에 집중되지만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업비트 신규 상장 종목의 주간 유동성 중앙값은 상장 후 10주에서 15주 사이에 대부분 감소하며, 51주 차에도 첫 주 유동성의 10% 이상을 유지하는 종목은 약 43%에 불과하다. 다만 살아남은 종목은 주간 유동성 중앙값 1,130만 달러라는 견고한 하단을 유지한다.

위 차트는 본 분석이 다루는 이례적인 현상을 압축해 보여준다. 최근 한 달 동안 롱테일 자산은 업비트 거래량의 58%, 빗썸 거래량의 52%를 차지했지만, 바이낸스는 23%, 코인베이스는 19%에 그쳤다. 한국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한 비중도 약 9%로 바이낸스의 23%, 코인베이스의 47%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러한 역전 현상이 작은 시장에서 나타났다면 단순한 흥밋거리에 불과했겠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현물 거래량 풀 중 하나다.
2026년 기준 원화 마켓은 전 세계 암호화폐 현물 거래량의 약 30%를 차지하며 미국 달러에 이어 2위에 올라 있고, 주간 거래대금은 약 26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2024년 1분기 중앙화 거래소에서 원화로 거래된 암호화폐 규모는 4,560억 달러에 달했으며, 당시 원화는 잠시 미국 달러를 제치고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법정화폐가 됐다.
그럼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향하는 자금은 전체의 약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85%는 알트코인과 신규 상장 토큰을 쫓는다. 이 때문에 원화 마켓 상장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유동성 이벤트 중 하나가 됐다.
이처럼 집중된 수요는 거래소 자체도 거대하게 키웠다. 업비트는 이 열풍을 타고 거래량 기준 글로벌 5대 거래소로 성장했으며 국내 점유율은 80%를 넘었다. 이후 자료에서도 업비트는 한국 거래량의 약 72%를 차지했고, 업비트와 빗썸의 합산 점유율은 약 96%에 달했다.
이 양강 체제는 이미 대중 시장으로 자리 잡은 이용자 기반을 상대한다. 2025년 초 거래소 등록 이용자는 1,62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주식을 보유한 한국인 약 1,450만 명보다 많다. 규제 당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실명 확인을 마친 거래자는 970만 명으로 6개월 만에 25% 증가했고, 보유 자산은 두 배 늘어난 775억 달러에 달했다. 30대가 시장의 29%, 40대가 27%를 차지하며, 이용자의 66%는 50만 원 미만을 보유하고 있다. 적은 금액을 보유한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활발하게 거래하는 이 구조는 롱테일 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 개인 투자자 거래의 약 85%는 알트코인

한국에서는 알트코인이 국내 거래량의 85%를 차지하고, 비트코인은 9%, 이더리움은 6%에 불과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현물 거래를 주도하는 대부분의 서구권 거래소와는 거의 거울상에 가까운 구조다. 이는 한국의 위험 자본이 합법적으로 향할 수 있는 영역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첫 번째 제약은 상품 구성이다. 한국에는 합법적인 국내 암호화폐 선물, 옵션, 마진 상품이 없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변동성이 큰 현물 자산을 통해 노출되고자 한다. 다른 시장에서 무기한 선물과 옵션이 흡수하는 투기 수요가 한국에서는 소형 알트코인으로 흘러가며, 그 결과 소형 알트코인은 사실상 시장의 레버리지 수단으로 기능한다.
자본 통제는 시장의 고립을 더욱 심화한다. 실명 확인이 된 국내 은행 계좌와 원화 전용 입출금 체계는 해외 마켓메이커와 차익거래 전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그 결과 국내 개인 투자자만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가격은 글로벌 시세에서 이탈하며, 이를 역행해 매도할 전문 자금이 없기 때문에 모멘텀은 더욱 강화된다.
상장 종목 자체도 제한적이다. 업비트는 약 324개 코인을 상장하고 원화 법정화폐만 지원하는 반면, 바이낸스나 비트겟은 700개가 넘는 코인을 제공한다. 동일한 국내 수요가 더 적은 종목에 집중되기 때문에 각 상장 토큰은 글로벌 거래소에서보다 훨씬 많은 거래를 유치한다.
문화는 이 모든 흐름을 더욱 가속한다. 시장은 사실상 100% 개인 투자자 중심이고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르며, 유행이 사회 전반으로 매우 신속하게 확산된다. 모두의 관심이 동시에 같은 신규 종목에 모이기 때문에 상장이나 새로운 내러티브가 등장할 때마다 자금이 일제히 몰리는 파동이 만들어진다. 기관은 오랫동안 시장 참여가 제한됐기 때문에 미국의 상장지수펀드나 기업 재무 자금처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량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장기 배분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

2. 상장 펌핑과 고립된 유동성
업비트나 빗썸에 신규 상장될 때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PRL의 24시간 거래량은 5,500% 증가했고, SLX는 상장 첫날 두 배로 상승했으며, HYPER는 100% 넘게 올랐다. AZTEC은 82% 상승했고, SKR은 거래량이 700% 급증하며 가격도 62% 올랐다. 상장은 경쟁의 무기이기도 하다. 2025년 9월 빗썸의 시장 점유율이 46%까지 상승하자 업비트는 열흘 동안 토큰 7개를 상장하며 대응했다.
같은 투기 성향은 장중 거래에서도 나타난다. 업비트의 “약속의 오전 9시” 현상에서는 매일 오전 9시 한국 시간 기준으로 일봉이 시작될 때 별다른 이유 없이 특정 알트코인이 급등하며, 투자자들은 매일 다음 급등 종목이 무엇일지에 베팅한다. 촉매는 뉴스가 아니라 시계이며, 이는 순수한 개인 투자자 간의 집단적 조정 게임이다.
이러한 투기 수요는 입출금 통로가 막힌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다. 2025년 11월 해킹 사건으로 업비트가 입출금을 중단하자, 거래소 안에 갇힌 유동성이 ORCA와 RAY처럼 입출금이 중단된 토큰으로 몰렸다. 투자자들이 가두리 펌핑이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업비트는 단 하루 만에 약 34만 650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2026년 2월에는 ZKsync가 점검 시간 전후로 약 970% 급등하면서 같은 폐쇄적 순환이 다시 나타났고, 규제 당국의 조사로 이어졌다.
고립된 유동성은 이러한 펌핑이 극단적인 수준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한다. 자본 통제로 해외 차익거래자와 마켓메이커의 진입이 막히기 때문에 국내 개인 투자자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며, 그 결과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김치 프리미엄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평균 2%에서 3% 수준이며, 2024년 3월에는 10.88%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고립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2025년 말에는 업비트 거래량이 180억 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상장 프리미엄 효과도 약화됐다.
3. 열기가 지나간 뒤

위 두 차트는 열기가 식은 뒤 실제로 무엇이 살아남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상장 후 유동성 곡선은 초기에 크게 집중된다. 업비트 신규 상장 종목의 주간 유동성 중앙값은 첫 10주에서 15주 사이에 대부분 감소한 뒤,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견고한 하단에 안착한다. 51주 차에도 주간 유동성 중앙값은 1,130만 달러를 웃돈다. 이는 바이낸스의 2,56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코인베이스의 230만 달러와 빗썸의 220만 달러보다 약 5배 많다.
생존율 차트에서는 보다 어두운 그림이 나타난다. 51주 차에도 첫 주 유동성의 10% 이상을 유지하는 종목은 업비트 상장 종목의 42.7%, 빗썸 상장 종목의 40.5%에 불과하다. 이는 바이낸스의 43.6%와 비슷하지만 코인베이스의 63.8%보다는 크게 낮다. 코인베이스 상장 종목은 초기 거래량이 작고 안정적이어서 10% 기준을 넘기기 더 쉽지만, 한국 거래소의 상장 종목은 첫 주부터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에 10%만 유지해도 절대 규모는 여전히 크다. 그럼에도 한국 거래소 신규 상장 종목 10개 중 거의 6개는 1년 안에 초기 시장의 대부분을 잃는다.

한국 시장은 유동성은 깊지만 선택적인 기억을 가진 시장이다. 한국 시장은 상장 후 첫 몇 달 동안 종목을 빠르게 걸러낸 뒤, 살아남은 종목에 기관급 유동성을 집중한다. 원화 마켓 상장이 보장된 연금 수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약 10개 중 4개의 토큰만이 8자리 달러 규모의 지속 가능한 유동성 하단을 확보하는 1년짜리 오디션에 가깝다.
위 두 차트는 2021년 6월 이후 상장된 적격 종목 605개로 구성된 동일한 상장 패널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0주 차는 거래소가 발표한 상장일이 아니라 각 토큰의 거래가 처음 관측된 주를 기준으로 한다. 데이터 수집 기간이 시작될 당시 이미 거래되고 있어 실제 상장 시점을 확인할 수 없는 토큰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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