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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모나드(Monad)의 개발사 카테고리 랩스(Category Labs)는 포스트 양자 합의 프로토콜인 퀀텀 케이던스(Quantum Cadence)를 공개했다. 퀀텀 케이던스는 모나드가 7월에 공개한 다중 제안자 합의 케이던스(Cadence)의 양자 내성 버전이다. 이 일반 케이던스도 아직 메인넷에 적용되기 전이다. 때문에 퀀텀 케이던스는 고성능 L1 블록체인 모나드가 포스트 양자 시대를 어떤 방식으로 준비할지 방향성을 먼저 보여준 것이다.
모나드의 퀀텀 케이던스는 이더리움의 포스트 양자 설계와 완전히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이더리움은 양자 컴퓨터에 취약한 서명 묶음을 양자 내성이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묶으려 하지만, 모나드는 양자 내성을 위해 서명 묶음 자체를 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모나드와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이라는 동일한 기술적 기반을 가지며 EVM이라는 같은 실행 환경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포스트 양자 시대에 대응하는 방법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나드 퀀텀 케이던스

지금의 고성능 블록체인 합의는 대부분 정족수 인증서(Quorum Certificate)에 기반한다. 밸리데이터 3분의 2 이상이 같은 블록에 투표했다는 증명을 서명 묶음으로 만들어 주고받는 방식이다. BLS 서명은 수백 개의 서명을 96바이트짜리 하나로 합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BLS가 양자 컴퓨터에 깨진다는 점이다.
양자 컴퓨터에 안전한 서명 알고리즘은 크고, 잘 합쳐지지 않는다. NIST(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가 표준화한 ML-DSA-44는 서명 하나가 2,420바이트에 달한다. BLS만큼 작고 빠르게 합칠 수 있는 포스트 양자 서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합치지 못하면 인증서는 큰 서명 수백 개를 나열한 목록이 된다. 때문에 슬롯 타임이 100ms로 매우 빠르고, 여러 제안자가 동시에 블록을 제안하는 모나드의 케이던스에서 모든 밸리데이터가 이런 인증서를 매번 브로드캐스트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모나드는 더 작은 양자 서명 묶음이 등장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양자 때문에 무거워진 서명 묶음 자체를 합의 과정에서 아예 없애는 것을 선택한다. 각 밸리데이터는 자신이 직접 받은 투표를 세어 정족수를 확인한다. 합의의 안전성과 활성(liveness)은 서명이 아니라 인증된 통신 채널과 해시에 기대고, 포스트 양자 서명은 잘못한 밸리데이터를 추적하는 용도로만 남긴다. 밸리데이터 한 명이 슬롯마다 서명하는 투표도 최대 2개로 묶었다.
10월 23일 공개된 논문의 시뮬레이션(밸리데이터 200개, 1Gbps 회선, 장애 없는 경로, 서명 5,000바이트)에서 제안자가 100명이면 밸리데이터당 업로드는 기존 케이던스의 772Mbps에서 561Mbps로 오히려 27% 줄었고, 최종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231ms와 229ms로 사실상 같았다.
이더리움의 문제는 분산, 모나드의 문제는 속도

이더리움의 활성 밸리데이터는 10월 초 기준 약 86만 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넓게 분산된 참여자들이 서로의 투표를 직접 카운팅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때문에 이더리움은 서명 묶음을 다시 만드는 쪽을 택했다. BLS를 해시 기반 서명인 leanXMSS로 바꾸고, 그대로는 합칠 수 없는 서명들을 SNARK로 압축해 집계한다. 증명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슬롯 타임이 긴(현재 12초) 이더리움은 그 시간을 흡수할 여유가 있다.
모나드는 반대다. 케이던스가 목표하는 슬롯 간격은 100ms로 매우 빠르다. SNARK 집계를 기다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대신 200개라는 작은 밸리데이터 집합은 모두가 서로의 투표를 직접 카운팅하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정리하자면,양자 대응 과정에서 이더리움은 탈중앙성을, 모나드는 속도를 지키기 위한 설계를 선택한 것이다.
포스트 양자 서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NIST는 양자 컴퓨터에 대응 가능한 서명 알고리즘을 표준화해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표준이 모든 네트워크,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합의에서 서명만 포스트 양자 서명으로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각자의 문제로부터 미리 준비하지 않고 누군가 해결해 주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모나드에게 양자 내성의 핵심은 서명 알고리즘이 아니다. 인증서를 주고받는 합의 구조에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들 역시 이와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EVM 호환 체인은 계정 서명 전환에서는 이더리움의 작업을 빌려 올 여지가 있겠지만, 합의 계층은 누구도 대신 풀어주지 않는 그들만의 문제인 것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위협할 수준의 양자 컴퓨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고, 등장 시점은 대부분 2030년대 초중반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시간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포스트 양자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이더리움조차 L1 전환에만 2029년을 내다보고, 합의 구조를 바꾸는 일은 연구에서 메인넷까지 수년이 걸린다. 모나드가 케이던스라는 새로운 합의 구조를 메인넷에 적용하기도 전에 양자 내성 버전을 먼저 공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양자 내성은 누군가 만들어서 정해주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 네트워크가 자기 구조 위에서 풀어야 하는 고유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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