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Key Takeaways
- 1. 들어가며: 한국 시장을 다시 읽어야 하는 시점
- 1.1 ‘김치 프리미엄’이 상징하는, 한국 시장을 설명해온 방식
- 1.2 한국 시장은 체질 변화를 앞두고 있다
- 2. 한국 웹3 시장의 구조적 특징: 원화 유동성 흐름을 중심으로
- 2.1 거래소 편중과 낮은 온체인 이용률
- 2.2 소액, 알트코인, 빠른 회전
- 2.3 88%의 시장을 나눠 가진 두 거래소
- 3. 규제: 2026년, 2단계 입법에 앞서
- 3.1 규제 타임라인
- 3.2 거래소 규율과 지연된 법인 참여
- 3.3 2단계 입법,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쟁점
- 3.4 토큰증권(STO) 제도화
- 3.5 암호화폐 과세
- 4. 금융권의 디지털 자산 사업 진출
- 4.1 은행권
- 4.2 증권사
- 4.3 카드사
- 4.4 핀테크
- 5. 복잡계가 되고 있는 한국 시장
- 6. KBW: 서울에서 만나는 한국 시장의 현재
Key Takeaways
- 한국 크립토 시장은 오랫동안 (1) 상장하는 원화 거래소, (2) 거래하는 리테일 투자자, (3) 발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관계를 중심으로만 설명되어왔다. 주된 지표도 상장 여부와 거래량, 투자 심리 정도면 한국 시장을 읽기에 충분했을지 모른다.
- 하지만 2026년의 한국을 설명하기에 이 프레임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에 복잡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통 금융과 빅테크가 거래소 지분을 확보하며 직접 들어왔고,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비트코인 현물 ETF가 모두 제도화 달력에 올랐다. 긴 시간 업비트 오더북 안에만 있던 시장이 금융 인프라와 같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 특히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의 시행과 법인 참여 로드맵 발표, 2026년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추진은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STO 시장 개막, 법인 투자 본격화는 크립토 시장이 제도권 금융 인프라에 합류하는 전환점이 되고있다.
- 시장 참여자 구성도 1년 사이에 다시 편성됐다. 5대 거래소 중 4곳의 주주 구성이 바뀌었고,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 핀테크가 각각 발행과 정산, 토큰화, 결제망, 유통을 나눠 준비하고 있다.
- 다만 시장의 복잡도 만큼, 시장을 읽는 비용도 높아졌다. 이에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직접 소통하며 시장 전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orea Blockchain Week, KBW)는 한국 시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좋은 기회다.
1. 들어가며: 한국 시장을 다시 읽어야 하는 시점
1.1 ‘김치 프리미엄’이 상징하는, 한국 시장을 설명해온 방식
한국은 크립토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특수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2017년 ICO 붐 당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한국 원화 거래가 차지했고,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한국만의 가격 괴리 현상은 글로벌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했다. 이후 규제 강화와 시장 조정을 거치면서도 한국 투자자들의 크립토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2024년 말 비트코인 가격 상승기를 거치며 그 관심은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의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 가능 이용자 수는 1,113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가 약 3,000만 명임을 고려하면 약 37%가 거래소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수치는 한국의 주식 투자자 수(약 1,400만 명)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암호화폐가 한국에서 대중적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양적 성장의 이면도 있다.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시장의 실질적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2025년 하반기 들어 비교적 악화되었다. 일평균 거래규모는 상반기 대비 15% 감소한 5.4조 원, 시가총액은 8% 줄어든 87.2조 원, 거래소 영업손익은 38% 급감한 3,807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주춤하는 동안 자금은 해외로 향했다. 같은 해 해외사업자와 개인지갑으로 이전된 암호화폐는 상/하반기 합산 약 169조 원에 달했다.
1.2 한국 시장은 체질 변화를 앞두고 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한국 시장을 설명해온 방식이다. 개인 투자자의 빠른 회전, 센티먼트에 즉각 반영하는 수급, 과열 국면마다 벌어지는 김치 프리미엄 정도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인 것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투기적 성향이 한국 시장의 가장 분명한 특성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또, 이는 극복해야 할 문제라기보다 높은 기술 수용도와 부 축적 경로, 세대 간 자산 격차 같은 한국 자본시장의 조건이 만들어낸, 구조적인 원인과 결과에 가깝다.
하지만 2026년의 한국 시장을 설명하기에 이 프레임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에 복잡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참여 주체만 해도 전통 금융과 빅테크가 거래소 지분을 확보하며 시장에 직접 들어왔고, 제도적으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비트코인 현물 ETF가 모두 제도화 달력에 올라왔다. 긴 시간 업비트 오더북 안에만 있던 시장이 금융 인프라와 같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시장이 형성될수록, 시장을 보다 입체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본 아티클은 두 가지 큰 전제를 놓고, 한국 시장만의 특징과 산업 전반에 대한 해설을 제공한다.
첫째는, 시장의 체질 변화다. 현재까지의 한국 시장과 향후 몇년 간 형성될 시장의 모습은 꽤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제 한국은 크립토 시장의 유동성 출구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발행, 유통, 매매, 송금, 결제 등 모든 라이프사이클을 역내에서 소화하는 자체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2026년 현재의 규제 변화는 그 전환을 빠른 속도로 밀어 붙이고 있다.
둘째는 한국 시장에 존재하는 고유성이다. 제도권 안에서 형성되는 기관 시장과 글로벌 역외 시장은 서로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 원화 유동성이 몰리는 곳과 온체인 활동이 일어나는 곳의 위치도 크게 다르다. 이 편차에 대한 이해가 한국 시장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하다.
2. 한국 웹3 시장의 구조적 특징: 원화 유동성 흐름을 중심으로
한국은 주식 시장과 근접한 수의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 기반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극히 낮은 온체인 활동을 보인다. 이 격차는 제도적 마찰이 오랜 기간 쌓이며 형성된 결과다.
제도적 마찰이 만들어낸 결과는 한국 시장 특유의 자금 흐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투자자의 원화는 시장에 진입한 뒤 세 개의 분기점을 지나는데, 각 지점에서 어느 경로가 제도적으로 열려 있고, 또 막혀있는지에 따라 자금의 행선지가 결정된다. 개별 투자자의 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제도가 자금 흐름을 정하는 구조인 것이다. 아래 그림은 그 세 분기점과 각 지점에서 경로가 갈라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분기점 ①에서 실명계좌 연동이라는 높은 진입 마찰은 원화 유동성을 소수의 국내 거래소에 집중시킨다. 이렇게 형성된 CEX 의존 구조는 두 방향으로 후속 문제를 파생한다.
분기점 ②에서는 국내 거래소가 제공하지 못하는 파생상품, 종목 다양성, 차익거래 기회를 찾아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분기점 ③에서는 지갑과 디파이 프로토콜의 낮은 접근성, 가스비와 브릿지 관리의 복잡성,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부재와 한국어 미지원 등으로 인해 원화 거래소 매매와 온체인 이용 사이에 현저한 사용자 경험 격차가 발생한다. 원화 유동성이 온체인으로 나갈 유인은 부족하며 거래소 내부에 머물게 된다.
결국 투자자/빌더 비대칭, 높은 해외 유출, 낮은 온체인 활동이라는 문제는 개별적인 현상이 아니라, 단일 온램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하나의 근본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하 절에서는 이러한 분기점들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특징들을 살펴본다.
2.1 거래소 편중과 낮은 온체인 이용률
1,113만 명에 달하는 한국 거래소 이용자 대부분은 중앙화 거래소(이하 CEX)에서만 토큰을 매매하는 투자자이며, 디파이 프로토콜이나 온체인 애플리케이션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이용자는 소수이다. 분기점 ①을 통해 유입된 원화의 대부분이 분기점 ③을 넘지 못한 채 CEX 안에 머물고 있다.
이 비대칭은 두 가지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분기점 ①의 병목이다. 암호화폐의 원화 전환은 실명 확인된 은행 계좌와 연동된 국내 거래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거래소가 유일한 온램프이자 오프램프로 기능하는 구조에서, 투자 행위의 기본 단위는 온체인 트랜잭션이 아니라 거래소 주문이 된다.
둘째, 분기점 ③의 마찰이다. 주요 지갑과 디파이 프로토콜의 한국어 미지원, 가스비 관리와 브릿지 사용의 복잡성,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부재가 겹치면서, 원화 거래소에서의 매매 대비 온체인 진입의 사용자 경험에 현저한 격차가 존재한다.
빌더 생태계의 부재는 이 비대칭을 고착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가 사실상 금지되어 있던 환경에서 토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웠고, 다수의 한국인 창업자가 싱가포르, 두바이, 케이맨 제도 등에 법인을 설립하는 구조가 일반화되었다. 빌더가 해외로 떠나면 국내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온체인 서비스는 더 줄어들고, 이는 다시 CEX 의존을 강화한다. 한국에서 개발하지만 한국에서 서비스할 수 없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2 소액, 알트코인, 빠른 회전
분기점 ①을 통과한 자금은 대부분 CEX 안에서 순환한다.
이용자 구성은 소액 투자자 중심의 이중 구조를 보인다. 전체 이용자의 74.2%(826만 명)가 보유 자산 100만 원 미만이며, 전체 이용자 중 58.7%(654만 명)는 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대편 끝에서는 10억 원 이상 보유자가 2024년 하반기 10,200명에서 2025년 말 6,900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신규 유입은 소액 참여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고액 투자자는 이탈하는, 밑은 넓어지고 꼭대기는 깎이는 구조다.
거래 행태에서는 두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째는 알트코인 편중 현상이다. 2025년 12월 말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시가총액의 58.4%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34.9%에 불과하다. 가장 극적인 차이는 XRP로, 글로벌 시가총액 5위(3.7%)임에도 한국에서는 2위(26.5%)를 차지한다. 이더리움(13.1%), 솔라나(3.3%), 도지코인(2.9%)이 그 뒤를 잇는 구성은 알트코인 편중이 거래량이 아니라 자산 구성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둘째는 높은 회전율이다. 시가총액 87.2조 원에 대해 일평균 거래량이 5.4조 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일 거래량 비율은 약 6.2%이다. 시장 자산이 평균 약 16거래일마다 한 번씩 회전하는 것으로, 장기 보유보다 단기 트레이딩이 지배적인 시장임을 나타낸다. 동 기간 FIU가 집계한 암호화폐 가격변동성은 73%로, 코스피(28.3%), 코스닥(18.8%)과 비교할 때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다. 소액 중심의 이용자 구성, 알트코인 편중, 높은 회전율이라는 세 요소는 상호 강화적이다. 소액 투자자는 자산 규모의 한계 때문에 레버리지 효과가 큰 알트코인을 선호하고, 알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은 다시 단기 매매를 유인한다.
이러한 투자 행태의 이면에는 한국 사회 고유의 구조적 맥락도 있다. 한국은 한 세대 만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압축 성장의 경험이 빠른 자산 증식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왔으며, 부동산 가격의 장기 상승이 이를 강화했다. 그러나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젊은 세대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전통적 자산 축적 경로가 차단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가 대안적인 자산 형성 수단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OECD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결합되어 정보의 실시간 확산과 즉각적 거래가 가능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이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CEX 중심의 시장 구조, 소액 투자자 비중, 텔레그램 기반 정보 생태계와 결합되면서 한국 특유의 알트코인에 편중된 높은 회전율의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판단된다.
2.3 88%의 시장을 나눠 가진 두 거래소
2.3.1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구도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이 지배적인 양강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026년 4월 30일 현재 기준 한국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전체의 3개월간 거래총액 약 320조 원(2170억 달러) 중 업비트가 약 68.6%, 빗썸이 약 19.5%를 차지해 양사가 시장의 88%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사실상 생존 경쟁에 놓여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2024년까지 업비트의 점유율은 80%에 육박했으나, 2025년 들어 꾸준히 하락해 2025년 말에는 6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빗썸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최저 수준의 수수료로 점유율을 끌어올렸으며, 2025년 9월에는 일시적으로 점유율 45.7%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에 이르는 등 양 거래소는 적극적인 경쟁 상태에 있다.
그러나 점유율 경쟁은 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2025년 하반기 전체 거래소의 영업손익은 3,807억 원으로 상반기 대비 38% 감소했으며, 분기별로 보면 1분기 4,579억 원에서 4분기 811억 원으로 급락했다. 평균 수수료율은 0.17%에서 0.15%로 하락했는데, 이는 시장의 약세와 더불어 빗썸의 수수료 무료 정책 등 경쟁 심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거래소 간 경쟁이 이용자 유치에는 기여하지만, 수익 기반을 침식하는 구조인 것이다. 전체 거래소의 자기자본비율도 49.3%에서 41.2%로 하락하여 재무 건전성 역시 악화 추세에 있다.
2.3.2 한국 거래소 지형 변화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거래소 시장의 중기적 지형을 결정할 대규모 재편이 진행되는 중이다. 지난 1년 사이엔 5대 거래소 중 4곳에서 지배구조 또는 주주 구성의 변화가 확정되었다.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글로벌 거래소 자본이 잇따라 유입되면서, 국내 거래소 시장은 독립 사업자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두나무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합산 기업가치 약 20조 원에 달하는 거래로, 2026년 11월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주식 교환이 예정되어 있으며 합병 후 IPO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빗썸은 코스닥 IPO를 추진 중에 있다. 이를 위해 빗썸은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인적분할(존속법인 '빗썸' + 신설법인 '빗썸에이') 구조를 설계했으나, 금융당국과의 갈등 및 지배구조 이슈로 일정 지연이 전망되고 있다.
코인원은 새로운 주주 구성을 확정한 단계까지 왔다.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는 2026년 5월 코인원 구주와 신주를 각각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7월 FIU의 대주주 변경신고 수리까지 마쳤다. 양사는 각각 지분 20%를 보유하며, 경영권 인수보다는 전략적 지분 투자에 가깝다.
코빗의 경우 1, 2대 주주였던 NXC와 SK플래닛이 미래에셋컨설팅에게 지분을 매각하며 최종 지분 97.15%로 인수가 이루어졌다.
고팍스는 바이낸스의 지분 인수 절차가 완료된 상태다.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 약 67%를 인수했으며, 2년 넘게 임원 변경신고 수리가 지연되던 끝에 2025년 10월 FIU가 해당 신고를 수리하면서 바이낸스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다.
3. 규제: 2026년, 2단계 입법에 앞서
한국의 암호화폐 규제는 오랜 기간 '금지 또는 유보'의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2024년을 기점으로 제도화의 방향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시작했다. 2026년 현재, 한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이 시행 중이며,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3.1 규제 타임라인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크게 세 시기를 거쳐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 2017~2021: 투기 과열에 대한 대응으로 실명계좌가 의무화되고 ICO 금지
- 2022~2024: 테라/루나 붕괴 이후 자산 분리보관과 불공정거래 규제, 시장감시 의무 도입
- 2025~현재: 법인 참여와 스테이블코인, 토큰 발행, ETF까지 제도화 대상으로 확대
첫 번째 사이클은 2017~2021년이다. 2017년 ICO 붐과 투기 과열 속에서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했고, 정부는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거래를 막고 실명계좌를 의무화했다. 이 과정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사실상 막혔으며, 2018년에는 ICO도 금지됐다. 국내에서 발행 경로가 닫히자 한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싱가포르와 케이맨 제도 등에 법인을 세워 토큰을 발행했고, 이 관행이 2026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VASP 신고제가 도입됐고,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소형 거래소들이 밀려나면서 지금의 5대 거래소 체제가 형성되었다.
두 번째 사이클은 2022~2024년이다. 2022년 권도형의 테라/루나 프로젝트가 붕괴하며 전 세계적으로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용자 보호에 대한 입법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용자 자산의 분리보관, 불공정거래 규제, 시장감시 의무 등을 규정하는 한국 최초의 가상자산 전용 법률이 마련되었다.
세 번째 사이클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이용자 보호의 기본 틀을 마련했지만, 토큰 발행, 스테이블코인, 법인 참여, 비트코인 ETF 등은 아직 만들어지는 중인 제도다. 그 사이 시장은 해외법인 설립, 해외 자금 이전 등 자체적인 해결 방식을 찾아왔으며, 빅테크 기업들은 암호화폐 관련 규제 입법에 앞서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이 영역을 포괄하기 위한 분기점이 시행 예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정리하면, 첫 번째 사이클에서는 실명계좌와 VASP 체계가 도입되며 소수 거래소 중심의 시장 구조가 굳어졌고, 국내 프로젝트의 해외 법인 설립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 사이클에서는 자산 분리보관과 불공정거래 규제, 시장감시 의무가 도입되면서 이미 형성된 거래소 중심 시장에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규율이 추가됐다.
진행 중인 세 번째 사이클에서는 법인 참여, 스테이블코인, 토큰 발행, ETF 등 시장의 참여 주체와 상품 범위 자체가 제도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제도화는 지난 규제 공백기 동안 형성된 한국 크립토 시장의 구조를 유지할지, 새로운 참여자와 인프라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바꿀지를 가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3.2 거래소 규율과 지연된 법인 참여
2026년 9월 현재 한국의 규제 체계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 특금법은 사업자 신고와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담당한다. (2)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맡는다. (3) 법인 참여 로드맵은 이 규율 안에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주체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정책이다.

먼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한국에서 가장 처음 나온 암호화폐 전용 법률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용자 자산 보호: 고객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사업자 자산과 분리해 보관, 유사시에 대비한 보험 또는 준비금을 마련하도록 한다.
- 불공정거래 규제: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과 유사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한다.
- 시장감시 의무: 거래소가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한다.
- 제재 강화: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위반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규정한다.
특금법 체계도 한 차례 강화됐다. 2026년 8월 개정 시행령은 VASP 신고 심사 범위를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까지 넓히고 재무건전성, 조직, 인력 등의 신고 요건을 추가로 명시했다. 또한 트래블룰의 100만 원 기준을 없애고 해외 사업자 및 개인지갑과의 거래 위험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항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시행 과정에서는 법 해석을 둘러싼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FIU는 미신고 해외 사업자와의 거래 및 고객확인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영업 일부 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에 2026년 4월 서울행정법원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제기한 소송에서 100만 원 미만 거래에 적용할 구체적인 차단 의무가 당시 규정에 충분히 명시되지 않았다고 보고 두나무의 손을 들어줬다. FIU는 항소했고, 빗썸과 코인원에 대한 처분도 집행정지 결정 이후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인 참여는 계획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 시행된 1단계에서는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사업자 등이 보유 자산을 매도할 수 있도록 법인계좌 발급 기준이 마련됐다.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법인에 매수와 매도를 시범 허용하려던 다음 단계는 당초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했으나, 2026년 9월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은 이미 법인 전담 서비스를 구축했지만, 국내 법인의 원화 가상자산 거래는 여전히 닫힌 상태다.
3.3 2단계 입법,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쟁점
한국의 현행 규제는 이용자 보호와 법인 참여라는 두 기준을 세웠지만, 시장의 핵심 영역 상당수는 여전히 제도 밖에 놓여 있다. 토큰 발행(ICO)은 2018년 이후 금지 상태이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가상자산의 분류 체계와 공시 의무도 미비하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 '2단계 입법'으로 통칭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후속 입법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2026년 현재 국회에는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이강일(더불어민주당), 김재섭(국민의힘) 등 여러 의원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정부안 제출과 국회 심사가 병행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위원회 의견을 반영한 통합안을 9월 중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하고, 기존 법안과 병합 심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공청회는 9월 말 개최하는 일정이 논의되고 있으며 정부는 연내 입법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렇듯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연내 통과는 여전히 전망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할 문제는 많다. 발행과 공시, 사업자 인가 같은 기본 설계는 법안 간 방향이 대체로 모이는 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1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하에서는 이 법이 다루는 범위를 먼저 정리한 뒤, 쟁점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3.3.1 디지털자산기본법 규율 범위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조항을 덧붙이는 개정이 아니라 이를 전면 대체하는 일반법으로 설계되고 있다. 1단계 입법이 거래소에 맡겨진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율에 집중했다면, 2단계 입법은 이용자 보호 중심의 현행 규율을 디지털자산의 발행부터 유통, 사업자 진입과 감독까지 확대하는 작업이다. 주요 법안에서 다루는 범위는 크게 다음과 같다:
- 자산의 정의와 분류: 디지털자산의 법적 범위와 유형을 정하고, 유형별로 적용할 규율을 마련한다.
- 토큰 발행과 공시: 발행신고서 제출을 전제로 국내 토큰 발행을 허용하고, 발행 단계의 정보 공개와 유통 이후의 공시 의무를 구분해 규정한다.
- 거래지원과 종료: 거래소의 상장 심사, 상장 유지심사, 상장폐지 절차를 법률로 규율한다.
- 사업자 인가와 영업 규율: 매매, 중개, 보관, 이전 등으로 사업 영역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인가 요건과 행위 규제를 적용하는 규칙을 마련한다.
-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 이용자 자산 보호와 시장감시 의무를 포괄하고, 발행과 유통 과정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금지 및 제재 기준을 정한다.
- 감독체계: 사업자에 대한 인가와 검사, 제재 권한을 정하고, 관계기관의 감독 역할과 책임을 구체화한다.
가장 큰 변화는 발행이다. 2018년 이후 사실상 막혀 있던 국내 토큰 발행을 발행신고서 제출을 전제로 법률상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발행공시와 유통공시를 분리해 규율하는 체계도 함께 제시됐다. 이는 국내 법인이 토큰 발행을 위해 해외 법인을 설립해온 관행을 국내 제도권으로 되돌리는 변화다. 가령 카이아(Kaia)는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에 등록된 재단이, 넥슨의 NXPC는 아랍에미리트 법인이 발행 주체다. 국내에서도 합법적인 발행 경로가 열릴 경우 해외 법인을 통한 역외 발행 구조를 유지할 필요성도 낮아질 수 있다.
거래지원 절차도 법률로 올라온다. 지금까지 상장과 상장폐지는 거래소 내부 기준과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었으나, 계류 중인 법안들은 거래지원 심사와 유지심사, 종료 절차를 법에 규정하고 불공정거래 규제를 함께 두는 방향을 취한다. 민병덕안은 거래소의 요청을 받아 거래지원 적격성과 종료를 심사하는 별도 위원회를 두는 안을 담았다.
사업자 규율은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바뀐다. 재정경제부의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도 디지털자산업 세분화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골자로 한 연내 입법 방침이 담겼다. 매매와 중개, 보관, 이전 등으로 업을 나누고 각각에 진입 요건과 행위 규제를 적용하는 구조이며, 이렇게 되면 지금은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할 수 없는 금융회사에게도 진입 경로가 생길 수 있다.
정리하면, 해당 법은 디지털 자산이 발행되어 상장되고 거래되다 필요 시 상장폐지되는 것까지의 전 과정에 처음으로 법적 근거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다만 제정 이후에도 하위규정 정비가 남아있어, 연내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은 2028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3.3.2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입법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는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상한이다. 거래소가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전환되면 지위와 권한, 책임이 함께 커지는 만큼 지배구조도 손봐야 한다는 것이 당정의 논리이며, 2026년 2월 발생한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내부통제 강화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준비한 정부안은 거래소 규모나 시장점유율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지 않고 모든 사업자에 일률적인 상한을 적용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은 20% 수준이 기본안으로 거론된다. 특정 대주주가 거래소를 단독으로 지배하는 상황을 막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질 수 있는 은행 등의 전통 금융회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겠다는 의도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거래소가 통화와 지급결제 영역에 크게 관여하게 된다는 점도 논리의 근거로 제시된다.
이에 대한 업계의 반발은 강하다. 해당 기준이 적용되면 상당수 거래소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상한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국회입법조사처도 위헌 소지를 지적한 바 있다. 여당 일부 의원도 지분 제한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 조항이 정부안 통과의 최대 변수로 남아있다.
또한, 이 쟁점은 앞서 살펴본 거래소 지분 재편과도 연관된다. 지난 1년간 5대 거래소 중 4곳의 주주 구성이 바뀌는 동안, 인수 주체 대부분은 상한 논의가 결론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을 확보했다. 금융회사가 VASP 라이선스를 직접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소 지분이 사실상 유일한 시장 진입 경로였기 때문이다. 상한이 실제로 도입된다면 이미 체결된 거래의 지분 구조부터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3.3.3 원화 스테이블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2단계 입법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논의가 모이는 쟁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약속한 이후 디지털자산 TF가 출범되어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발행 주체와 지배구조를 둘러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쟁점의 중심에는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51% 룰'이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특수목적법인(SPC)에서 은행이 지분의 5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디페깅, 뱅크런, 예금자보호 부재, 금산분리 원칙 훼손, 자본유출 촉진,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중개 기능 저해 등 7대 리스크를 근거로 제시한다. 반면 금융위원회와 여당은 은행의 독점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민간 기업의 참여를 보장하는 개방적 구조를 선호한다.
현재 발의된 세 법안의 차이는 진입 장벽의 기준과 감독 권한의 배분에 있다. 자본금 요건은 민병덕안 5억 원, 이강일안 10억 원, 김재섭안 50억 원으로 편차가 크다.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강일안이 특별 감시 권한을 부여하여 가장 강한 한은 역할을 설정한 반면, 민병덕안과 김재섭안은 일반적 수준에 머문다. 해외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의 국내 유통에 대해서는 김재섭안이 등록만으로 허용하는 가장 개방적 입장이고, 민병덕안이 가장 제한적이다.
한편, 의원 발의안과 별도로 금융위원회 주도의 정부 검토안이 2026년 3월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당초 여당 디지털자산 TF가 자체 통합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TF와 금융위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정부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 검토안의 특징은 법률에는 기본 원칙만 담고 자본금 요건, 지분 규제 상세, 준비금 관리 방식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세부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각각의 안은 서로 편차가 있지만 공통적인 합의 지점도 존재하는데, (1) 준비자산 100% 이상 담보 의무, (2) 1:1 상환권 보장, (3) 금융위원회 인가 필요, (4) 도산절연(Bankruptcy Remoteness) 장치 도입이 그러하다. 발행 주체에 대해서는 의원안 3건이 모두 비금융기관의 참여를 허용하는 반면, 정부 검토안은 은행이 과반(50%+1주)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을 우선 허용하는 구조를 추진하고 있어 가장 명확한 견해차가 남아 있다.
또한, 자본금 요건은 당정 협의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의견이 모였으며, 이는 당초 자본시장연구원(KCMI)이 전망한 자본금 10~30억 원 구간에 비해 다소 높은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최종 법안은 은행의 참여를 의무화하되 빅테크와 핀테크의 지분 보유도 허용하는 은행-빅테크 합작 모델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으며, 자세한 지분 비율은 시행령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한편 2026년 4월 취임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단계적인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7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빠르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한편, 초기에는 은행 중심으로 시작하고 이후 비은행권으로 넓히는 방식을 제시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예금토큰과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도 함께 내놓았다. 이는 한국은행이 민간 발행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준비자산, 상환과 통화 안정 장치를 우선하겠다는 방향에 가깝다.
3.3.4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한국 시장의 대응
법안이 국회에서 공전하는 사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기업 간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빅테크의 경우 카카오, 토스, 네이버 3사의 경쟁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 네이버: 네이버페이 박상진 대표는 관련 정책이 마련된다면 선도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으며, 두나무 합병이 완료되면 거래소 인프라를 내부화한 유일한 진영이 되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가상자산 거래 사이의 심리스한 연동이라는 독보적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 카카오: 그룹 차원의 TF를 운영하며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들이 매주 회의에 참여하고 있고, 카카오뱅크가 발행을 주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카오 그룹은 사실상 전 국민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 카카오톡의 사용자 풀을 기반으로 한 메신저 내 유통을 주요 전략으로 두고 있다.
- 토스: 토스뱅크, 토스페이먼츠, 토스증권 3사가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TF를 구성했다. 토스는 약 3,000만 명의 사용자 기반과 2027년까지 70만 대의 결제 단말기 보급 계획을 공개하며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은행 계열사를 컨소시엄에 포함시켜 한국은행의 51% 룰에 대응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은행-빅테크 합작 모델'이 사실상 표준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은 메신저, 오프라인 단말기,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각사의 기존 인프라를 통해 유통과 결제에 승부를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별개로 예금토큰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차 실거래 테스트를 마친 뒤, 2026년 하반기 시작하는 2차 테스트에서는 참여 은행을 9곳으로 늘리고 생체인증, 예금과 예금토큰의 자동 전환,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조금과 공공기관 운영경비의 조건부 지급 등을 검증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제도 도입에 앞서 이미 유통 중인 KRW 스테이블코인도 존재한다. IQ와 FRAX가 협력해 서비스 중인 KRWQ는 베이스(Base) 체인에서 거래 중이며 출시 1개월 만에 거래량 10억 원을 돌파했다. BDACS의 KRW1은 상업은행 원화 예금 100% 담보 방식으로 폴리곤(Polygon)에 확장했다.
3.3.5 기타 쟁점
디지털자산기본법 본문에 담기진 않지만 같은 시기에 논의되고 있는 제도 변화도 있다. 시행이 확정된 것부터 논의 단계에 있는 것까지 진척도는 각각 다르다.
첫째는 비트코인 현물 ETF다. 미국과 홍콩은 2024년 현물 ETF를 허용했지만, 한국에서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ETF의 기초자산이 금융투자상품과 내외국 통화 등으로 한정돼 있어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을 만들 수 없다. 정부는 2026년 7월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기초자산 범위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통해 수년간 공약과 과제 수준에만 있던 논의에 구체적인 일정이 붙었다. 물론 법 개정 이후에도 지수 산정 기준과 수탁 인프라, 외국환 규제 정비가 남아있어 실제 상품 출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두 번째는 외국환 규율로, 이는 이미 결론이 나와있다. 2026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가상자산을 국내와 국외 사이에서 이전하는 행위를 ‘가상자산 이전업무’로 정의하고 이를 영위하는 사업자에게 재정경제부 장관 등록 의무를 부과한다. 등록 사업자는 거래 데이터를 외환당국에 보고하게 되며, 지급절차 위반에 부당이득 목적이 인정되면 과태료에 그치던 제재가 징역이나 벌금으로 올라간다.
셋째는 금산분리다.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과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현행 원칙은 은행과 금융그룹의 가상자산 사업 확대 과정에서 제약이 될 수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처럼 은행과 핀테크의 공동 참여가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발행 주체와 지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금산분리와 직접 관련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은행 컨소시엄 구성에서 여러 은행을 모으는 이유도 은행법상 출자 한도 때문이며, 이 원칙을 그대로 둘지 예외로 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3.4 토큰증권(STO) 제도화
토큰증권과 관련해서는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2026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7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분산원장을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하고, 요건을 충족한 발행인이 토큰증권을 직접 등록 및 관리할 수 있는 발행인계좌관리기관 제도와 투자계약증권 및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유통을 중개하는 장외거래중개업 제도를 도입한다.
한국의 초기 토큰증권 논의와 규제 샌드박스는 부동산, 미술품, 음악저작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각투자에 집중됐다. 조각투자가 기존 주식이나 채권보다 권리관계가 단순하고 전자증권제도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인프라를 시험하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토큰증권은 투자계약증권이나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같은 비정형증권만을 의미하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토큰 증권은 엄밀히 증권의 내용이 아니라 분산원장에 권리를 기록하는 발행 형태를 지칭한다. 주식, 채권, 펀드 같은 정형증권도 분산원장에 발행하면 법적으로 토큰증권에 해당한다.

나아가, 금융위원회는 2026년 9월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에서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적용 범위를 조각투자에서 기존 자본시장 상품으로 넓히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미국의 블랙록 사모MMF 'BUIDL'과 홍콩의 녹색국채 토큰화처럼 정형증권 토큰화가 해외에서 확산되는 동향을 반영한 결정이다. 정책 발표 전후로 달라지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 정책방향 발표 전: 대상 자산은 부동산과 미술품, 음악저작권 등을 기초로 한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에 사실상 한정된다. 발행 형태는 기존 전자증권 방식이며, 규제 샌드박스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개별 건별로 허용한다. 정형증권의 토큰화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며, 결제도 기존의 청산 및 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한다.
- 1단계(2027년 2월 시행) 이후: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와 사모사채의 토큰화가 허용되며, 펀드와 채권이 처음으로 대상에 포함된다. 비상장주식은 이미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주식을 예탁결제원이나 신탁업자에 맡기고 그 수익권을 신탁 수익증권 형태로 토큰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다만, 상장주식은 대상에서 제외되며,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별도의 시범사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후 1단계의 안정성과 효율성, 시장 수요를 점검해 2단계에서 공모증권으로 범위를 넓히고, 3단계에서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해 증권과 대금이 같은 네트워크에서 오가는 결제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 시점은 시장 참여자의 기술 준비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확정되지 않았다.
안이 통과되고 시장이 열리는 것에 따라 유통 인프라도 준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2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사업자로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과 한국거래소-코스콤의 KDX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며, 두 사업자는 8월 본인가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별도로 신종증권시장 개설을 준비 중이다.
남은 과제는 하위 규정과 기술 요건에 있다. 정책방향에 담긴 하위법규 개정안은 2026년 9월 말 입법예고될 예정이며, 퍼블릭 블록체인의 이용 범위와 외부 지갑 이전, 온체인 결제와 기존 청산, 결제 인프라의 연결 방식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특히 3단계 온체인 결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과 준비자산, 상환권, 결제완결성이 입법을 통해 정리된 뒤에야 착수할 수 있다.
3.5 암호화폐 과세
가상자산의 양도 및 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는 현행법상 2027년 1월 1일 시작된다. 연간 손익을 통산한 뒤 기본공제 25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국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22%가 부과된다. 취득가액은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산출하되, 2027년 이전부터 보유한 자산은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시가 중 큰 금액으로 계산한다. 2026년 말까지 오른 부분은 과세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국내 거래를 포함해 원천징수 방식이 아니라 본인이 1년치 손익을 정리해 신고하는 구조이며, 첫 신고와 납부는 2028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이뤄진다.
시행 시점은 세 차례 미뤄졌지만, 2026년 8월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는 추가 유예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도 재유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어 현재 기준으로는 2027년 시행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민의힘은 과세 조항 자체를 삭제하는 법안과 시행일을 2030년으로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고, 여당 내에서도 현행 일정 유지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정치적 변수는 남아 있다.
제도적 공백에 대한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에어드랍과 하드포크, 유동성 공급으로 받은 자산은 취득가액을 0원으로 볼지 수령 시점의 시가로 볼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에서 오래 보유한 자산은 실제 매입 가격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같은 해에 발생한 이익과 손실은 통산되지만 연간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길 수는 없어, 첫해에 5,000만 원을 잃고 이듬해에 5,000만 원을 벌면 2년 누적 손익이 0원인데도 약 1,045만 원의 세금이 나온다. 최근에는 5년 이월공제 허용과 250만 원인 기본공제 한도 상향, 국내 거래소 이용을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 도입이 함께 제언되고 있다.
세제 강화에 따라 해외 거래에 대한 정부 수집 체계도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도입에 따라 2027년부터 협약국과 거주자의 해외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 교환할 예정이다. 따라서 과세 시행 여부와 별개로,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까지 과세당국의 정보 범위에 포함되는 방향은 이미 분명해지고 있다.
4. 금융권의 디지털 자산 사업 진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도는 점차 완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부터 토큰증권, 크립토 자산 취급, 과세 체계에 이르기까지 제도가 정비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업 불확실성도 점차 해소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사업 주체들도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2021년에는 시장 호황기에 맞춰 한국의 대기업들은 블록체인 사업에 대거 진출했다. 다만 계획대로 잘 풀리진 않았다. 삼성과 SK, 카카오, 네이버, 라인, 현대가 NFT 마켓플레이스와 메타버스 플랫폼, 블록체인 자회사 등을 차례로 내놨으나 2022~2023년 크립토 윈터를 지나며 대부분 축소되거나 정리되는 수순을 겪었다. 소비자 대상 서비스의 수요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분위기에 맞춰 내린 결정이었다.
2025년 이후의 두 번째 진출은 양상이 다르다. 대상이 소비자용 제품에서 금융 인프라로 옮겨왔고, 참여 주체도 플랫폼 기업에서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로 확대됐다. 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정산, 수탁을, 증권사는 토큰증권의 발행과 계좌관리를, 카드사는 가맹점 결제망과의 연결을, 핀테크는 유통과 이용자 접점을 각각 맡는 형태로 역할이 나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산발적 시도가 아니라 컨소시엄과 공동 플랫폼 단위로 움직인다는 점도 1세대와 다르다.
다만 이들이 마주한 사업 조건은 글로벌 금융기관과 같지 않다. 한국은 실시간 계좌이체가 24시간 무료에 가깝게 돌아가고, 간편결제가 이미 일상에 자리 잡았으며, 가맹점 수수료도 규제를 통해 0.40~1.45%까지 내려와 있다. 증권 거래는 모바일에서 소수점 단위로 가능하고, 전 국민이 실명계좌와 전자증권 체계 안에 들어와 있다. 결제 속도와 금융 접근성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글로벌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를 도입하는 주된 명분이라면, 한국에서는 그 공백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금융기관들의 초기 실증은 국경 간 송금과 정산, 외국인 인바운드 결제, 기관 간 발행과 권리관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존 인프라가 덜 커버하는 영역이면서, 국내 매출과 충돌하지 않고 사업 규율이 정해지기 전에 시작할 수 있다는 조건이 겹친 결과다.
물론 그다음 그림도 함께 그려지고 있다. 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수탁으로, 증권사는 공모증권과 온체인 결제로, 카드사는 국내 가맹점 결제로, 핀테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유통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며, 그 시점은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토큰증권 하위규정이 마무리되는 데 달려있다. 아래에서는 금융업의 플레이어들이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고, 제도가 열렸을 때 가려는 방향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4.1 은행권
은행권은 가장 활발한 영역이며, 산업 차원의 공동 사업과 개별 은행의 인프라 확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은행권의 준비는 공동 송금망과 발행 컨소시엄, 개별 수탁 인프라 확보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Source: Speee
공동 사업의 대표 사례는 한일 국경 간 송금 개념 증명인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다. 페어스퀘어랩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이 한국 측 주관을 맡고, 일본에서는 프로그맷(Progmat)과 데이터체인(Datachain), 쇼코추킨은행이 참여했다. 한국 측 1단계에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케이뱅크가 참여했으며, 2단계에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류했다.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전송한 뒤 일본에서 엔화로 환전하는 샌드위치 모델로, 고객의 입출금은 기존 금융망에 두고 중간 전송에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도 병행되고 있다. 은행법상 은행이 다른 회사의 지분을 원칙적으로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어, 발행사에서 은행 지분 합계가 과반에 이르려면 최소 4곳 이상이 모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 수 자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자리를 먼저 채우는 쪽이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2026년 초 기준으로 하나금융이 BNK금융과 iM금융,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 JB금융 등을 포함해 은행 기준 6곳을 확보했다는 내용이 알려졌으며, KB금융은 토스와 함께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는 주요 시중은행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며 협업 대상을 넓히는 중이다.
개별 은행 차원의 준비는 다음과 같다:
- 신한은행: 2025년 2월 가상자산 TF를 신설했으며, 프로젝트 아고라와 스위프트 레저, 프로젝트 팍스 등 글로벌 금융 인프라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2026년 8월 비자와 카드대금 정산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실증을 시작했고,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제주은행의 인프라를 비자의 결제망과 연결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 KB국민은행: 빗썸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휴 은행으로 거래소 인프라와 접점을 확보했으며, 2026년에는 카이아 기반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결제, 해외송금 과정을 기술적으로 검증했다.
- 하나금융그룹: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앞서 수탁 사업의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2023년 비트고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4년 합작법인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했으며, 비트고코리아는 2026년 8월 FIU로부터 VASP 신고가 수리됐다. 글로벌 수탁 전문기업이 국내 법인을 세워 신고 수리를 받은 첫 사례다. 두나무와는 하나은행 국내외 지점의 SWIFT 송금 전문을 기와(GIWA)체인의 블록체인 메시지로 대체하는 PoC를 완료하고, 예금토큰을 이용한 송금 인프라로 실험 범위를 넓히고 있다.
- 우리은행: 디지털자산 수탁 기업 BDACS의 지분 일부를 취득해 수탁 인프라를 확보했으며, 자체 지갑 운영을 위한 VASP 라이선스 취득도 추진하고 있다.
- NH농협은행: 파이어블록스, 아발란체, 마스터카드와 월드페이 등과 함께 해외 관광객의 부가가치세 환급을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화하는 PoC를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은행 앱으로 계좌 간 자금을 거의 즉시 옮길 수 있고,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는 서비스도 보편화돼 있다. 국내 송금만 놓고 보면 스테이블코인이 추가로 제공할 편익은 크지 않다. 반면 기업의 해외 대금 지급에는 통화 전환과 현지 은행망, 국가별 영업시간이 개입한다. 프로젝트 팍스와 하나은행의 해외 지점 간 송금 실험은 이런 격차를 타겟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고객에게 새로운 지갑을 쓰게 하는 것보다 기존 기업금융 서비스의 중간 처리 과정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4.2 증권사
증권사들은 토큰증권을 통해 취급 상품의 범위를 넓히고, 발행 지원과 계좌관리, 판매 및 중개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2026년 9월 금융위원회가 주식과 채권, 펀드까지 단계적으로 토큰화를 추진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하면서 사업 준비의 제도적 근거도 구체화되고 있다. 2027년 2월 4일이라는 시행일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업권보다 준비 일정이 분명한 편이다.
사업 준비는 공동 인프라 참여와 자체 플랫폼 구축으로 나뉜다. 코스콤은 여러 증권사가 함께 쓰는 토큰증권 공동 발행 플랫폼 'KoSTO'를 준비하며 LG CNS와 발행 인프라 구축을 마쳤고, 한국예탁결제원의 총량관리 시스템과 연계하는 테스트베드 실증도 완료했다.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교보증권 등 12개사가 협약을 맺었고 2026년 9월 현대차증권이 합류해 13개사로 늘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자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고, 메리츠증권은 양쪽을 함께 검토하며 삼성증권은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 리테일 중개 비중이 큰 곳일수록 구축 비용을 나누는 공동 플랫폼을, 발행과 기관 영업을 키우려는 곳일수록 자체 플랫폼을 택하는 흐름이 읽히기도 한다. 발행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면 상품 설계와 수수료 구조를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증권사의 주요 사업 시도는 다음과 같다:
- 미래에셋증권: 해외 시장에서 실제 발행 경험을 쌓고 있다. 2026년 1월 홍콩에서 HSBC의 토큰화 플랫폼 오라이언(Orion)을 활용해 미 달러와 홍콩 달러 표시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다.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 97.15%를 인수해 거래소 인프라도 확보했다.
- 한국투자증권: 자체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5월 말 관련 사업자들에게 제안요청서를 발송했으며, 채권과 MMF 등 정형증권을 포함하는 통합 발행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같은 달 코인원 지분 20%를 확보하기도 했다.
- 신한투자증권: 조각투자 사업자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계좌관리와 유통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2025년에는 총 10건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계좌관리기관으로 참여했으며, 2026년 2월에는 넥스트레이드와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협약을 통해 투자자 계좌관리와 향후 토큰증권 전환에 필요한 분산원장 제공을 추진했다.
- KB증권: 국내 금융상품의 글로벌 유통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2026년 6월 캔톤 재단, 웨이브릿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캔톤 네트워크 기반 인프라를 국내 자본시장 거래에 적용하는 방안을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
- NH투자증권: 2026년 8월 코스콤과 업무협약을 맺고 토큰증권 공동 플랫폼에 참여했다. 양사는 채무증권과 지분증권 등 기존 증권의 토큰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기존 발행 및 유통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토큰증권이 리테일 상품으로서의 차별성을 가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는 이미 증권사 앱에서 국내외 주식과 ETF를 거래하고 소수점 매매로 소액을 나눠 담을 수 있어, 특히나 유동성이 얕은 조각투자 상품만으로는 투자 유인을 만들기 어렵다. 조각투자가 규제 샌드박스로 운영된 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시장 규모가 크게 늘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초기 성과가 나올 자리는 개인 투자자 유입이 아니라 기관 업무 쪽이다. 금융위원회가 1단계 대상으로 제시한 것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와 사모사채, 신탁 방식 비상장주식이며, 증권사가 구축하는 분산원장 인프라도 예탁결제원의 총량관리 시스템과 연동되도록 한다. 이에 따라 발행할 때마다 반복되는 등록과 권리관리, 정산 업무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성과 지표로 놓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상품 레그뿐만 아니라, 현금 레그가 토큰화되는 시기가 더욱 중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는 토큰증권 정책방향 3단계부터는 증권과 대금이 같은 네트워크에서 오가며 정산 주기가 달라지고, 기존 전자증권 대비 토큰증권의 이점도 더 분명해질 것이다.
4.3 카드사
카드사도 기존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다. 2025년 6~7월 사이 신한과 KB국민, 우리, 롯데, BC 등 주요 카드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총 82건 출원하며 일제히 움직였고, 이후에는 기존 카드망과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쓰는 결제 모델의 기술 검증으로 옮겨갔다.
- BC카드: 2025년 12월 코인베이스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2026년 4월부터 약 3개월간 코인베이스, 웨이브릿지와 함께 해외 지갑과 국내 카드 결제 인프라를 연결하는 실증을 진행해 완료했다. 외국인 이용자가 베이스(Base) 지갑의 USDC로 국내 QR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가맹점은 원화로 정산받는 구조이며, 별도의 디지털자산 결제 단말 없이 기존 카드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했다. 블록체인 환경에서 구현이 까다로운 결제 취소와 환불도 함께 시험해, 장애가 발생하면 사용된 USDC가 즉시 지갑으로 반환되도록 했다. BC카드는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지갑과 국내 가맹점망을 잇는 연동 규격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 KB국민카드: 2026년 1월 디지털자산 연계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 특허를 출원했고, 3월에는 아발란체와 오픈에셋을 협력사로 발표했다.
- 신한카드: 2026년 4월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6대 기술 과제의 PoC를 완료했다. 지갑 간 직접 결제와 디지털자산 통합 결제 인프라, 스테이블코인 기반 체크/신용 하이브리드 상품, 크로스보더 송금 및 정산, IC칩 기반 카드형 하드월렛 결제가 대상이었으며, 국내에서는 아톤과 블록오디세이가, 해외에서는 솔라나와 파이어블록스, 비자, 마스터카드가 참여했다. 이후에는 AI 에이전트가 검색과 예약, 결제까지 처리하는 거래 실증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국에서는 ‘카드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확산되기는 어렵다. 2025년 하반기 기준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95.7%가 이미 0.4~1.4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도 원화 환전과 정산, 지갑 운영 비용을 포함하면 실제 절감 폭은 작아질 수 있다. 국내 이용자 또한 기존 카드의 신용공여와 할인 혜택까지 포기하면서 결제수단을 바꿀 이유가 필요하다. 즉, 한국에서는 낮은 블록체인 전송 비용만으로 국내 카드 결제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이런 조건에서 외국인 결제는 국내 소비자의 결제수단을 바꾸는 것보다 먼저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BC카드의 실증은 해외 이용자가 보유한 USDC를 쓰면서도 국내 가맹점은 기존 인프라로 결제를 받고 원화로 정산받도록 설계됐다. 글로벌 지갑 사업자는 한국 가맹점에 접근할 경로를 얻고, 카드사는 해외 지갑에서 시작된 거래의 국내 승인과 정산을 맡는 구조다. 한국 카드사의 초기 전략은 이미 구축한 가맹점망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결제에서도 거래 처리 역량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4.4 핀테크
핀테크는 대규모 이용자 기반과 일상적인 결제 접점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유통과 활용을 준비하고 있다. 송금과 쇼핑, 투자 기능을 하나의 앱에서 연결해 이용자의 자금이 플랫폼 안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환경을 만들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토스: 2026년 3월 '화폐 3.0' 전략을 공개하며 프로그래머블 머니와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금융 슈퍼앱을 제시했다. 7월에는 토스뱅크와 함께 서클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USDC를 활용한 해외 결제와 송금, 실시간 정산을 검토하기로 했고, 같은 달 옵티미즘, 서니사이드랩스와는 OP 스택을 국내 금융 인프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3개월간 검증하는 PoC에 착수했다. 컨소시엄에서는 최대주주가 되기보다 최소 지분만 확보해 더 많은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며, 약 3,000만 명의 사용자 기반과 2027년까지 70만 대의 결제 단말기 보급 계획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 카카오: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매주 참여하는 그룹 TF를 운영하며 카카오뱅크가 발행을 주도한다고 밝혔다. 주요 시중은행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는 한편 2026년 7월 서클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해외 결제와 송금, 가맹점 정산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전 국민이 매일 쓰는 카카오톡 안에서의 유통이 주요 전략이다.
-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가 완료되면 네이버페이의 결제와 커머스, 업비트의 거래 및 자산 보관 인프라가 한 그룹에 놓여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가상자산 거래를 직접 연결할 기반이 마련된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면서 주식교환 기일은 연말로 미뤄진 상태다.
- 다날핀테크: 2026년 4월 JB전북은행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가맹점 결제와 정산을 구현하는 PoC를 완료했다. 자체 플랫폼 '이음(IEUM)'과 테스트 앱을 제공하고 은행이 결제 시나리오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기존 결제 사업 경험을 금융기관용 인프라 공급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발행 자격은 은행 중심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쓰이는 곳은 핀테크 앱과 가맹점이다. 발행 주도권을 두고 다투기보다 유통 경로를 먼저 확보하는 편이 합리적이며, 토스가 컨소시엄에서 최대주주가 되기보다 최소 지분만 확보해 더 많은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계산으로 읽힌다.
다만 국내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파고들 틈은 넓지 않을지 모른다. 한국의 간편결제는 이미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작동하고, 이용자는 포인트와 멤버십, 카드 할인으로 앱을 선택하는 시장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의 이용자층도 상당 부분 겹쳐 있어 같은 사람이 쇼핑할 때와 송금할 때 다른 앱을 사용한다.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가 이미 0.40~1.45%까지 내려와 있어, 결제 비용을 줄인다는 명분도 약하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이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보다, 익숙한 결제 화면 뒤에서 자금 처리 방식만 바뀌는 형태가 먼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판매자의 대금 수취와 환불을 더 짧은 주기로 처리하거나 여러 국가에서 받은 대금을 하나의 체계로 관리할 수 있다면, 이용자가 아니라 판매자 쪽에 도입할 이유가 생긴다.
5. 복잡계가 되고 있는 한국 시장
한국 크립토 시장은 오랫동안 (1) 상장하는 원화 거래소, (2) 거래하는 리테일 투자자, (3) 발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관계를 중심으로만 설명되어왔다. 주된 지표도 상장 여부와 거래량, 투자 심리 정도면 한국 시장을 읽기에 충분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한국 시장은 이제 복잡계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금융기관과 핀테크가 상품과 결제 인프라를 준비하고, 거래소가 직접 체인을 구축하며, 글로벌 기업이 국내 금융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와 사업 모델, 기술, 규제 등에 대한 변수가 늘면서 시장 구조는 더 복잡해지고 예측 가능성도 낮아졌다. 각 주체가 어떤 시장 기회를 보고 있고, 투자/사업 수요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누구를 필요로 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변화에서 예상할 수 있는 주체별 전망은 다음과 같다:
- 리테일 투자자: 한국의 개인 투자자는 여전히 가장 큰 수요 기반이자 거래소의 핵심 고객이지만, 국내 인프라가 충족하지 못하는 투자 수요의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무기한 선물 같은 파생상품, 롱테일 자산, 디파이 수익 기회 등을 따라 해외 거래소나 온체인으로 이탈하는 원화 유동성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온체인으로 나가는 리테일 투자자, 자체 체인이나 온체인 볼트 연동 혹은 렌딩 등을 통해 이들을 수직계열화된 사업 범위 안에 붙잡으려는 거래소, 자금 세탁과 투자자 보호 우려로 온체인 접근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규제 당국 사이의 긴장감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 거래소: 올해 실적 악화는 높은 시장 점유율만으로 거래대금 감소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현물 매매 수수료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는 일이 거래소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마침 좋은 선례도 나왔다. 로빈후드가 자체 체인과 토큰화 자산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실적을 내며, 거래소 체인을 통한 사업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사업 규모부터 역외 글로벌 시장 진출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사업 조건은 다르지만, 국내 거래소가 보유한 리테일 거래 수요 일부만 이 경로로 이어져도 유의미한 신규 사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 글로벌 프로젝트: 글로벌 프로젝트가 한국에 진입할 명분도 더 이상 토큰을 매수해줄 투자자를 찾는 데만 있지 않다. 수출 기업의 공급망은 국경 간 지급결제와 무역금융의 실수요를 제공하고(ex. 인젝티브-POSCO), 은행의 해외 송금망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의 도입처가 된다(ex. 리플-전북은행). 또한, 금융기관의 디지털 자산 확대는 글로벌 수탁 및 지갑 인프라의 수요를 만들고(ex. 리플-케이뱅크), 자산운용사의 금융 상품은 글로벌 토큰화 플랫폼의 기초 자산이 된다(ex. 온도-미래에셋). 이에 따라 한국 시장에 필요한 파트너십의 성격도 상장과 마케팅을 넘어 지급결제, 수탁, 자산 토큰화, 기관용 금융 인프라 구축으로 넓어지고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는 시장에서 실제 사업을 전개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 전통 금융 기관: 전통 금융기관의 진출은 크게 두 방향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온체인을 통한 글로벌 역외 시장을 새로운 바이사이드와 유통 채널로 확보하는 움직임이다. 증권사의 거래소 투자와 글로벌 체인 제휴는 기존 영업망 밖의 투자자와 유동성에 접근하고, 향후 토큰화 상품을 유통할 새로운 경로를 미리 확보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다른 하나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금융 업무의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과 송금 실증은 발행, 정산, 수탁을 수행할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며, MMF와 사모사채 등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화가 본격화될수록 운용, 수탁, 상환, 정산에서 반복적인 수익을 확보할 기회도 커진다. 결국 현재의 파트너십 경쟁은 새로운 유통 채널과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며, 제도화 이후 새로운 산업 지형도가 자리 잡을 때까지 경쟁은 지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카드사: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비용 절감 가능성은 국내 카드사에 사업 기회인 동시에 기존 수익에 대한 잠식 요인이다.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결제의 30%를 대체할 경우 가맹점의 연간 비용 절감액이 최대 5조 1,5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퍼지는 등,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효율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대응을 위해 카드사가 USDC 기반 QR 단말(ex. BC 카드-코인베이스)부터,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결제 한도를 부여(ex. 신한카드)하는 등 기술 검증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은 기존 수수료율을 그대로 보존하기 보다, 새로운 결제 자금을 유치하고 정산과 신용 제공에서 수익을 확보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이때 지갑 인프라나 스테이블코인 환전 유동성 등의 인프라는 카드사가 단기간에 내재화하기 어려운 만큼, 카드사는 가맹점 관리와 결제 처리를, 전문 기업은 인프라를 지원하는 형태의 파트너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규제 기관: 거래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 시장에서는 사고와 분쟁,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책임이 대부분 거래소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은행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핀테크 지갑을 거쳐 카드사의 결제망에서 사용되는 구조처럼, 앞으로는 하나의 거래에 여러 사업자가 동시에 관여하게 된다. 시장 확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각 주체의 역할과 통제 범위에 따라 책임을 나누는 일이 중요한 제도적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장의 진척도에 비해 국내 제도화는 여전히 지나치게 느리며, 그동안 산업 육성에 대한 요구가 규제 완화로 이어지지 않았던 만큼 당국은 앞으로도 시장을 보수적으로 개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복잡성은 한국이 하나의 시장으로서 갖는 잠재력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시장을 읽는 비용도 같이 올라갔다. 상장 여부와 거래량, 투자 심리만 확인하면 됐던 시기와 달리, 지금은 누가 어떤 제도를 전제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고 그 준비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공개된 자료로 좁힐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이며, 그 다음은 사업자들이 서로를 어떻게 필요로 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남는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orea Blockchain Week, KBW)는 한국 시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좋은 기회다.
6. KBW: 서울에서 만나는 한국 시장의 현재

Source: KBW2026
KBW는 팩트블록(FACTBLOCK)이 2018년부터 서울에서 열어온 글로벌 블록체인 행사다. 국내 시장이 원화 거래소 중심으로 굳어지던 시기에 한국을 글로벌 업계와 연결하는 접점 역할을 맡아왔으며, 메인 컨퍼런스와 함께 개발자 행사, 커뮤니티 밋업, 프로젝트별 사이드 이벤트가 같은 주에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매년 국내 기업과 글로벌 프로젝트, 투자자와 개발자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아시아 크립토 일정에서 한국 시장을 확인하는 기간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KBW2026은 9월 29일 초청제로 열리는 업비트 인스티튜서널 서밋(UIS)으로 시작해,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메인 컨퍼런스가 이어진다. 업비트가 프레젠팅 파트너로 참여하고 0G, BRV, 스테이블(Stable), 트리아(Tria), 비트고(BitGo)가 주요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나, 메인 행사 앞에 기관 서밋을 배치한 구성은 거래소와 제도권 자본의 접점을 올해 모든 일정 중 가장 앞자리에 놓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Source: KBW2026
연사 구성에서도 앞서 살펴본 변화가 드러난다. 연사 명단에는 미국 백악관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사무국장 패트릭 위트(Patrick Witt)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실장 윤성관, 두나무의 오경석, 로빈후드의 크립토 부문 책임자 요한 케르브라(Johann Kerbrat), 모포(Morpho)의 코파운더 폴 프람보(Paul Frambot), 비트고(BitGo) CEO 마이크 벨시(Mike Belshe)가 함께 올라 있다. 제도를 설계하는 정책 당국, 거래소 플랫폼, 디파이 기업, 수탁사가 한 행사에 모이는 구성으로, 앞선 장에서 국내 사업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하고 있는 산업 양상이 해외에서는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 사이의 거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본 아티클이 한국 시장의 전반적인 지형도를 이해하는 배경이 되었다면, KBW는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한국의 현재 단계를 체감하고 다음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장 참여자들을 만나기에, 이 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본 보고서의 작성자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자산 또는 토큰에 대해 개인적인 보유 또는 재산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연구 수행 또는 작성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어떠한 거래도 수행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 사업, 투자 또는 세무 자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본 보고서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이를 회계, 법률, 세무 관련 지침으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특정 자산이나 증권에 대한 언급은 정보 제공의 목적이며, 투자 권유 또는 종목에 대한 추천이 아님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에 표현된 의견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관련된 기관, 조직 또는 개인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 반영된 의견은 사전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보고서에 포함된 개별 공시 외에도 당사 포필러스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일부 자산 또는 프로토콜에 대해 기존 투자나 향후 투자 계획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당사 계열사인 FP Validated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프로젝트의 노드로 이미 참여 중이거나, 향후 참여할 예정일 수 있습니다. FP Validated의 네트워크 참여 관련 공시와 투명성 고지는 하단에 있는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