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Key Takeaways
- 1. 들어가며: 디지털 원년을 알린 첫 분기
- 2. 2026년 1분기 디지털자산 시장의 세 흐름
- 2.1 스테이블코인: SBI 진영의 JPYSC 발표와 엔화 스테이블코인 경쟁 구도
- 2.2 제도: 금융청 「암호자산·스테이블코인과」 신설, 결제수단에서 자산운용 대상으로
- 2.3 비즈니스: 분산된 일본 거래소 지형의 재편
- 3. 그 외 주요 이벤트
- 3.1 CARF 일본 시행 (1/1)
- 3.2 하네다공항 USDC 오프라인 매장 결제 실증 (1/26)
- 3.3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정식 인정 부령 퍼블릭코멘트 (2/3)
- 3.4 노무라, 다이와, 3대 메가뱅크의 증권형 토큰 결제 진영 (2/10)
- 3.5 SBI VC트레이드 USDC 렌딩 개시 (3/18)
- 3.6 전국은행 차세대 결제시스템 구상 제시 (3/19)
- 4. 마치며: 암호자산을 정규 자산군으로, 세 방향에서
Key Takeaways
- 일본의 2026년 1분기는 ‘디지털 원년’이라는 정무적 선언이 실제 행정 조치와 사업 발표로 이어진 분기였다. JPYC 발행과 암호자산의 금융상품거래법 이관, 분리과세 논의 등 2025년에 제시된 방향이 스테이블코인, 제도, 거래소 사업 전반에서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넘어갔다.
- 토큰화는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경쟁에서 자본시장 결제 인프라로 범위를 넓혔다. SBI와 스타테일은 신탁형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SC 발행 계획을 발표했고, 3대 메가뱅크도 공동 발행을 검토했다. 동시에 증권사와 메가뱅크는 증권형 토큰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공동 실증에 나서며 증권과 현금 레그를 함께 토큰화하는 구조를 시험했다.
- 제도는 암호자산을 결제수단에서 자산운용 대상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정비됐다. 금융청은 ‘암호자산·스테이블코인과’를 자산운용 감독 영역 아래 신설하는 조직개편 계획을 발표했고, CARF 시행으로 거래 정보를 과세 체계에 편입했다. 3월에는 암호자산 분리과세가 법제화되면서 정보 관리, 법적 재분류, 세제 개편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경로가 구체화됐다.
-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분산돼 있던 거래소 시장이 금융그룹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SBI는 SBI VC트레이드와 비트포인트의 합병을 결정하고 스테이블코인, 신탁은행, 체인 인프라를 묶는 수직 통합을 강화했다. GMO코인은 상장을 준비했고, 노무라와 다이와, SMBC닛코는 기관 고객 기반을 앞세워 암호자산 거래업 진입을 검토했다.
1. 들어가며: 디지털 원년을 알린 첫 분기
연초는 정부와 금융기관, 자본시장이 한 해의 방향을 공개적으로 정렬하는 시기다. 2026년도 여느 해와 같이 도쿄증권거래소 대발회(大発会)로 그 시작을 알렸다. 다만 이번 대발회에서는 예년과 다른 주제가 무대에 올랐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금융담당대신이 2026년을 ‘디지털 원년’으로 선언한 것이다.
가타야마 대신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이 보급되려면 상품거래소와 증권거래소 같은 시장 인프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미국에서 암호자산 ETF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연초 일본 자본시장의 공식 무대에서 암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증권이 거래소 인프라와 나란히 거론된 셈이다.
단기간에 형성된 변화는 아니다. 이미 2025년부터 일본 디지털자산 시장은 정책과 산업, 시장 세 방면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여왔다. JPYC.Inc는 자금이체업형 JPYC 발행을 개시하며 민간이 발행한 일본 첫 자금이체업형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선보였다. 한편 금융심의회는 암호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이하 금상법) 체계로 이관하는 방향을 제시하며 암호자산의 법적 위치를 ‘결제수단’에서 ‘금융상품’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고서로 명문화했다. 또한 12월에는 최고 55% 종합과세로 묶여 있던 암호자산 투자자에게 주식과 동일한 세제를 적용하는 분리과세 계획도 구체화됐다.
2026년 1분기는 이 사전 신호들이 실제 행정 조치와 사업 발표로 본격화된 시기였다. 본 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제도, 비즈니스 세 영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이로써 2026년 일본 디지털자산 시장이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해본다.
2. 2026년 1분기 디지털자산 시장의 세 흐름
2.1 스테이블코인: SBI 진영의 JPYSC 발표와 엔화 스테이블코인 경쟁 구도

2026년 2월 27일 SBI홀딩스(SBI Holdings)와 스타테일(Startale)이 신탁형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SC’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발행 주체는 SBI 신생신탁은행, 판매는 SBI VC트레이드(SBI VC Trade)가 맡으며, 2026년 2분기 정식 론칭을 목표로 한다. 이 발표는 그동안 소수의 선발 주자가 끌어온 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신호였다.
2.1.1 JPYC 연원: 선발 주자는 어떻게 시장을 열었나

본래 일본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단일 선발 주자는 JPYC였다. 다른 사업자들이 제도의 문턱에 막혀 있는 동안 규제가 가벼운 우회로로 먼저 시장에 진입한 덕이였다. 이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작점인 2023년 6월 개정 자금결제법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해당 법은 ‘전자결제수단’이라는 법적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세계에서 드물게 법정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정식으로 발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고, 이때 발행 자격은 은행, 신탁회사, 자금이체업자 셋으로 한정됐다.
그러나 법이 생겼다고 시장이 곧바로 열렸던 것은 아니다. 개정 자금결제법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구조로 형성됐다. 발행은 은행이나 신탁회사, 자금이체업자가 맡지만, 실제로 이용자에게 스테이블코인을 매매, 교환, 관리해주는 유통 단계는 ‘전자결제수단등거래업자’라는 별도 라이선스를 받은 중개업자가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이 중개업자 라이선스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본 첫 전자결제수단등거래업자 등록은 법 시행 약 1년 9개월 뒤인 2025년 3월에야 나왔다(SBI VC트레이드). 발행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있어도 이용자에게 닿는 유통 경로가 늦게 열리면서, 법 시행과 실제 스테이블코인 유통 사이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JPYC는 이 공백을 가장 먼저 메우며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발행사 JPYC.Inc는 2021년부터 엔화 연동 토큰을 발행해왔는데, 이때는 스테이블코인(전자결제수단)이 아니라 ‘선불식 지불수단’ 형태였다. 선불식 지불수단은 상품권이나 선불카드처럼 먼저 충전해 결제에 쓰는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법 카테고리에 속해 중개업자 라이선스 없이도 발행할 수 있다. 다만 현금 상환이 안 되고 사용처도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중개업자 규제를 받는 스테이블코인 트랙이 라이선스 병목으로 늦어지는 동안, JPYC는 규제가 필요 없는 선불식 트랙으로 먼저 시장에 나와 사용자와 가맹 기반을 축적할 수 있었다.

JPYC는 이 선불식 발행을 2025년 6월 종료하고, 8월 자금이체업자 등록을 취득한 뒤, 1:1 현금 상환이 가능한 자금이체업형 JPYC 발행을 개시하며 제도권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했다. 민간이 발행한 일본 첫 자금이체업형 엔화 스테이블코인이었다. JPYC는 발행 약 4개월 만인 2026년 2월 누적 발행액 13억엔을 돌파했고, 월평균 약 69% 성장률을 기록했다. 직접 계좌개설은 약 1만 3천건이었지만 JPYC를 보유한 지갑 주소는 그 약 6배인 8만 개에 달해, 거래소 계좌 밖 온체인상에서 유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선불식 트랙으로 미리 자리를 잡아둔 것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자마자 빠른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던 배경이 된다.
2.1.2 JPYSC의 등장: 신탁형 스테이블코인과 SBI식 수직 통합

Source: Startale
JPYC가 선점한 시장에 2026년 1분기 들어 후발 진영이 잇따라 진입했다. 그중 한 곳이 2월 27일 SBI홀딩스(SBI Holdings)와 스타테일(Startale)이 발표한 신탁형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SC’다. 발행 주체는 SBI 신생신탁은행, 판매는 SBI VC트레이드(SBI VC Trade)가 맡으며, 2026년 2분기 정식 론칭을 목표로 한다.

JPYSC의 첫 번째 차별점은 법적 형태에 있다. 일본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형태에 따라 수익 구조와 거래 한도가 갈린다. JPYC 같은 자금이체업형은 발행 주체가 준비자산 운용수익을 전액 보유하지만 1회 송금 100만엔 상한이 존재한다. JPYSC 같은 신탁형은 운용수익이 위탁자에게 귀속해 발행 주체의 직접 수익 유인이 약한 대신 송금 상한이 없다. JPYC의 100만엔 상한은 개인 결제와 소액 송금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관 간 거래나 고액 결제, 기업의 자금 이동처럼 100만엔을 넘는 영역에는 부적합하다. JPYSC는 바로 이 상한 없는 영역을 점유하고자 한다.

두 번째 차별점은 JPYSC가 SBI가 이미 운영해온 인프라 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SBI는 그동안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먼저 유통했다. 2023년 서클(Circle)과 포괄 업무제휴를 맺고, 2025년 3월 첫 전자결제수단등거래업자 등록을 마친 뒤 USDC를 일본에서 유일하게 취급하는 사업자가 됐다. 이때 USDC의 준비 자산인 미국달러를 보전하는 역할을 맡은 곳이 SBI 신생신탁은행이다. JPYSC도 마찬가지로 해당 신탁은행을 발행 주체로 세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하며 쌓은 신탁 보전 인프라 위에 엔화 발행을 얹는 구조다.
결국 SBI가 USDC를 직접 유통해온 경험이 엔화 발행의 유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일본에서 유통하려면, 발행사(서클)가 본국에서 관리하는 준비자산과 별개로 일본 취급 사업자가 동량의 달러를 다시 보전해야 하는 이른바 더블 리저브 부담이 있으며, 이는 사업 확장의 제약으로 지적돼왔다. 자국에서 직접 발행하는 엔화 신탁형 스테이블코인은 이 부담에서 자유롭다. 즉, SBI에게 JPYSC는 USDC 유통의 제약을 우회하는 동시에, 이미 구축한 스테이블코인 유통 인프라를 엔화 발행으로 확장하는 수순이다.
2.1.3 경쟁 구도: JPYC와 JPYSC, 같은 엔화지만 다른 시장
JPYC와 JPYSC는 같은 엔화 스테이블코인이지만 법적 형태도, 뒤에 선 발행 주체의 시장 진입전략도 다르다. 따라서 둘의 경쟁은 후발 주자가 선발을 따라잡는 추격전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먼저 JPYC 대비 JPYSC의 경쟁 요소는 두 갈래다:
- 시장 영역: JPYC는 100만엔 상한 탓에 진입하기 어려운 기관과 고액 영역을, JPYSC는 상한 없는 송금으로 점유할 수 있다. 거래 규모가 큰 영역에서는 신탁형이 제도상 앞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유통 채널: JPYC가 독립 발행 주체로서 외부 유통 채널을 넓혀가는 구조라면, SBI는 거래소(SBI VC트레이드), 발행 주체(SBI 신생신탁), 체인(스타테일의 소네이움), 외화 운용(USDC 렌딩)을 한 그룹에 묶은 수직 통합으로 움직인다.
물론, JPYC에도 선발 주자의 강점이 있다. 발행 약 4개월 만에 누적 13억엔을 넘기며 쌓은 실사용 기반과, 6개월간 빠르게 늘린 생태계이다. 특히 2025년 11월에는 서클의 파트너 스테이블코인 프로그램(Circle Partner Stablecoins)에 합류하면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와 연결되는 통로도 확보했다. 이는 USDC를 매개로 각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온체인에서 서로 교환 및 결제되는 네트워크로, JPYC는 그 안에서 엔화 포지션을 맡는 유일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참여한다.
이처럼 신탁형 진영이 기관과 고액 영역을 타겟하는 한편, JPYC는 소매 결제 표준과 글로벌 외환 인프라 연결이라는 다른 축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이 맥락에서 JPYC의 다음 승부처는 일본 국내 점유율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와의 연결일 가능성이 높다.
2.1.4 전망: 네 진영이 동시에 선 출발점
지금까지의 경쟁 구도 외에, 2026년 1분기 시점에서 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흐름 세 가지를 짚을 수 있다.
- 신탁형 제도 변화: 신탁형 스테이블코인은 원래 준비자산을 은행 요구불예금으로만 운용해야 해 수익성이 낮다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이에 국채 등으로 운용 범위를 넓히는 추가 자금결제법 개정이 2026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시행되면 신탁형의 발행 주체 수익 유인이 보강된다. SBI와 메가뱅크 진영이 신탁형에 무게를 싣는 배경에는 이 제도 변화도 있다.
- 메가뱅크 공동 발행: 3대 메가뱅크(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는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을 단일 수탁자로 두고 프로그맷(Progmat) 기반에서 단일 브랜드 신탁형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발행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메가뱅크도 마찬가지로 송금 상한이 없는 기업 간 고액 결제를 타겟하며, 금융청 결제고도화 프로젝트의 첫 지원 대상으로 채택됐다. SBI 진영과 신탁형 시장에서 정면으로 경쟁하는 구도다.
-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진입: SBI VC트레이드는 3월 USDC 렌딩을 출시했고, 6월에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정식 인정 부령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부령은 그동안 명확하지 않던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USDC 등)의 국내 취급 조건을 정비하는 내용으로, 시행되면 일본 사업자가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더 넓게 취급할 법적 근거가 생긴다.
이로써 1분기 일본의 엔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는 자금이체업형 JPYC, 신탁형 SBI 진영(JPYSC), 신탁형 메가뱅크 진영,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USDC) 네 갈래가 동시에 출발선에 섰다. 자금이체업형 JPYC는 글로벌 인프라 연결을 경쟁 요소로, 신탁형 SBI와 메가뱅크 진영은 상한 없는 고액 및 기관 결제에서 그룹 인프라를 경쟁 요소로 각자 다른 영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동시에, 신탁형 두 진영의 발행 모델과 시점이 확정되는 2분기 이후 신탁형 시장 안에서 SBI와 메가뱅크의 첫 충돌이 예상된다.
2.2 제도: 금융청 「암호자산·스테이블코인과」 신설, 결제수단에서 자산운용 대상으로

2026년 1월 26일 금융청은 2026년 여름 조직개편 계획을 공표했다. 핵심은 새로 신설되는 ‘암호자산·스테이블코인과(暗号資産・ステーブルコイン課)’가 ‘자산운용·보험감독국’ 산하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2018년 검사국 폐지 이후 8년 만의 대규모 재편이며, 금융청은 그 목적을 '자산운용입국 실현'으로 명시했다. 이는 겉보기에 행정 명칭의 변화 정도로 보이지만, 일본 정부가 금융 제도 전반에서 디지털자산을 어디에 두려 하는지 보여준다.
2.2.1 금융청 조직개편의 정책적 의미

일본에서 암호자산은 오랫동안 자금결제법 체계 안에서 사실상 '결제수단'으로 다뤄졌다. 결제와 송금을 관할하는 틀 안에서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가 주된 관심사였고, 투자 자산으로서의 성격은 부차적이었다. 이번 개편은 암호자산을 다루는 부서를 자산운용 감독 영역으로 옮긴다. 행정 체계상 암호자산의 위치가 '결제수단'에서 '자산운용 대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또한, 부서의 위치는 곧 정책의 무게중심을 가리킨다. 일본 정부는 가계 자산을 예금에서 투자로 옮겨 일본을 자산운용 허브로 키우겠다는 국가 전략 '자산운용입국'을 추진해왔다. 신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확대와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사 자본 효율 개선 요구가 그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나아가서, 암호자산을 관리하는 부서가 자산운용 감독국 아래로 들어가는 개편은, 디지털자산이 이 국가 전략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청이 개편 목적을 자산운용입국 실현으로 명시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2.2.2 2023~2026년 제도 정비의 축적
이 조직개편은 제도와 정책 두 갈래의 흐름이 차례로 쌓여 도달한 결과다. 먼저 제도의 축적이 있었다. 2023년 6월 개정 자금결제법을 출발점으로, 법정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정의하면서 그전까지 명확한 법적 지위가 없던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새 자산 범주가 생기자 이를 감독할 전담 조직이 필요해졌고, 금융청은 곧바로 부서를 신설하는 대신 2025년 7월 먼저 암호자산과 블록체인을 전담하는 참사관 직책을 두어 감독 역량을 시험했다. 그리고 이번 개편에서 이 참사관을 과(課) 단위로 끌어올려 '암호자산·스테이블코인과'를 신설했다. 즉 자산 범주 정의에서 전담 직책 설치를 거쳐 정식 부서로 격상되기까지, 조직 정비가 단계를 밟아 진행된 것이다.
다음은 정책 방침의 축적이었다. 2025년 12월 금융심의회는 암호자산을 자금결제법 체계에서 금융상품거래법 체계로 이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암호자산을 결제수단이 아니라 투자상품으로 보겠다는 전제가 이때 세워졌다. 곧이어 여당 세제개정대강에 분리과세 20.315% 도입이 명기되면서 세제 개편도 예고됐다. 법적 위치를 옮기겠다는 방침과 세제를 손보겠다는 방침이 분기 직전에 나란히 놓인 것이다.
1월 26일 조직개편은 이 방침들을 집행할 행정 조직을 갖추는 단계이다. 그리고 분기 끝인 3월 31일 '소득세법 등 일부 개정 법률'이 공포되며 분리과세가 법제화됐다. 시행은 금융상품거래법 개정법 시행 다음 해인 2028년 1월 1일이 유력하다. 방침이 제시되고, 이를 집행할 조직이 정비되고, 입법으로 마무리되는 흐름이 한 분기 안에 한 단계씩 진행된 셈이다.
2.2.3 일본 암호자산 제도화의 단계적 경로
지금까지의 제도 개편을 시간순으로 연결하면, 일본 정부가 제도를 쌓아가는 방식이 드러난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암호자산 시장의 정보 관리 시스템과 법제를 먼저 정리한 뒤, 그 위에 분리과세와 ETF 같은 투자 제도를 올려 시장 확산을 단계적으로 열어가려는 구상이다.
- 2026년 과세 정보 체계 구축: 2026년 1월, 일본은 암호자산 거래 정보 자동교환 체계인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를 시행했다. CARF는 거래소 등 암호자산 사업자가 이용자의 거래 정보를 세무당국에 보고하고, 각국 과세당국이 이를 자동 교환하는 국제 보고 체계다. 일본은 이를 통해 국내 거래소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일본 거주자의 거래까지 과세 정보망 안으로 편입하려 한다.
- 2027년 법적 지위 재정의: 금융상품거래법 개정법 시행은 암호자산을 결제수단 중심의 자금결제법 체계에서 투자상품 중심의 자본시장 규율로 옮기는 단계다. 공시, 투자자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중개업 규율이 암호자산 시장에 적용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만들어진다.
- 2028년 투자 접근성 확대: 분리과세와 ETF 허용으로 정비된 시장 위에 투자 유인을 올리는 단계다. 분리과세는 개인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주식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고, ETF는 기관과 리테일이 증권 계좌를 통해 암호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연다.
이로써 2026년 1분기 일본의 암호자산 제도 개편은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된다. 일본 정부는 암호자산을 자산운용 정책 안에서 다뤄지는 정규 자산군으로 편입하고자 하며, 과세 정보 체계 구축 → 법적 재분류 → 세제 및 상품 개방까지의 순서를 거치고 있다. 1월 26일 금융청 조직개편은 이 흐름 속에서 암호자산 정책의 무게 중심이 결제 감독에서 자산운용 감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행정 조직 차원에서 확인한 사건으로 해석된다.
2.3 비즈니스: 분산된 일본 거래소 지형의 재편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거래소 재편이 시장의 큰 흐름을 보여줬다. 2026년 1월 30일 SBI그룹 산하 암호자산 거래소인 SBI VC트레이드(SBI VC Trade)와 비트포인트재팬(BITPoint Japan)이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은 4월 1일 효력이 발생하며, SBI VC트레이드를 존속회사로 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룹 내 거래소 한 곳을 다른 거래소에 합치는 사업 재편이지만, 그 안에는 오랫동안 분산돼 있던 일본 거래소 시장이 금융그룹 단위로 재편되기 시작했다는 흐름이 담겨 있다.
2.3.1 합병의 연원: 그룹 통합까지의 6년
이번 합병은 6년에 걸친 사업 재편의 결과이다. 그 시작은 2019년 7월 비트포인트재팬의 약 35억엔 규모 해킹 사건이었다. 당시 비트포인트는 상장사 리믹스포인트(Remixpoint)의 자회사였는데, 핫월렛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섯 종류의 암호자산이 유출되며 전 서비스를 중단했다. 신뢰가 흔들린 거래소를 떠안은 곳이 SBI홀딩스였다.
SBI의 인수는 단번에 이뤄지지 않고 단계적이었다. 2022년 5월 비트포인트재팬 주식 51%를 127.5억엔에 취득해 연결자회사로 편입했고, 2023년 2월에는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SBI는 이미 2020년 야후 계열 거래소 타오타오(TaoTao)를 완전자회사화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비트포인트 인수 역시 거래소 사업을 그룹 안으로 흡수하는 연장선에 있었다.
다만 인수 이후에도 SBI VC트레이드와 비트포인트는 한동안 별도로 운영됐다. 두 거래소를 하나로 묶는 결정은 2025년 9월 리믹스포인트와 비트포인트가 비트코인 재무전략에서 다시 협력하며 관계를 재정비한 뒤, 2026년 1월 합병 결정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비트포인트는 2019년 해킹으로 신뢰를 잃은 거래소에서, 단계적 인수를 거쳐 SBI그룹의 주력 거래소로 통합되는 경로를 밟았다.
합병의 함의는 SBI 그룹의 1분기 행보 전체를 함께 봐야 드러난다. SBI그룹은 한 분기 안에 거래소 통합(1/30), 신규 종목 확대(TON, SUI 포함 약 40종목, 3/11), USDC 렌딩 출시(3/18), 스타테일 추가 출자 80억엔(3/25), 신탁형 스테이블코인 JPYSC 발행 발표(2/27)를 잇따라 진행했다. 이는 거래소를 중심에 두고 발행 주체와 외화 운용, 체인 인프라를 한 그룹에 묶는 수직 통합이었다. 이 수직 통합에서 비트포인트 합병은 거래소 부문의 규모와 고객 기반을 키우는 단계에 해당한다.
2.3.2 거래소 진영의 재편: SBI 통합, GMO 상장, 증권사 진입
SBI의 통합은 일본 거래소 시장이 진영 단위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암호자산 거래소 시장은 오랫동안 분산되어 왔다. JVCEA 가맹 사업자(정식 암호자산 거래업자)만 약 30개에 달했고, 주요 거래소도 비트플라이어, 코인체크, 비트뱅크, GMO코인, SBI VC트레이드, 비트포인트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처럼 일본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처럼 거래량과 유동성이 대형 거래소에 집중된 글로벌 시장, 그리고 업비트와 빗썸이 거래대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시장과 달리, 단일 지배 거래소 없이 여러 중형 거래소가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였다. 이 시장에서 SBI가 거래소를 통합하고 그룹 전체를 수직 통합으로 추진하자, 다른 사업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먼저 움직인 곳은 GMO코인이다. 2월 4일 GMO코인은 도쿄증권거래소 단독상장 준비를 발표했다. SBI가 거래소, 신탁은행, 스테이블코인, 체인 인프라를 그룹 안에 묶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면, GMO코인은 공개시장 상장을 통해 상장사로서의 신뢰와 자본시장 접근성을 확보하는 방향을 택했다.
다음 축은 증권사의 신규 진입이다. 2월 11일 노무라홀딩스(Nomura Holdings) 자회사 레이저 디지털(Laser Digital)이 2026년 내 암호자산 교환업 등록을 신청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주요 고객은 기관투자자와 사업법인이며, 마켓메이커 역할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2월 12일에는 다이와증권그룹본사(Daiwa Securities Group)와 SMBC닛코(SMBC Nikko)도 교환업 진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고, SMBC닛코는 ‘디파이 테크놀로지부’를 신설했다. 기존 거래소들이 합병과 상장 준비를 통해 규모와 신뢰 기반을 보강하고 있다면, 증권사들은 기관 고객 기반을 앞세워 제도권 거래업자로 새로 진입하려는 흐름이다.
2.3.3 전망: 중소형 거래소 경쟁에서 제도권 금융기관 경쟁으로
증권사의 진입은 일본 거래소 시장의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그동안 일본 암호자산 거래소는 대체로 리테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SBI VC트레이드, GMO코인, 비트플라이어 모두 개인 고객 기반이 주력이다. 반면 노무라와 다이와는 일본 기관투자자와 오랜 거래 관계를 가진 증권사다. 증권사가 규제 거래업자로 들어오면, 기관 자금이 일본 내 제도권 거래소를 통해 디지털자산에 접근하는 경로가 만들어진다. 이는 2028년 암호자산 ETF 허용에 앞서 기관 자금의 진입 통로를 미리 준비하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일정 변수는 남아 있다. 노무라홀딩스는 직전 분기 레이저 디지털 관련 거래에서 100억엔을 넘는 손실을 계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손익 상황이 교환업 등록 일정에 영향을 줄 경우, 2026년 내 신청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증권사 가운데 누가 먼저 등록을 마치고, 어떤 고객군과 상품군을 앞세워 진입하느냐가 다음 분기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그럼에도, 2026년 1분기를 거치며 일본 거래소 시장의 재편 방향은 명확해졌다. SBI는 비트포인트 합병을 통해 거래소 규모를 키우고 스테이블코인, 신탁은행, 체인 인프라를 그룹 안에 묶는 수직 통합을 추진한다. GMO코인은 단독상장 준비를 통해 거래소의 자본시장 신뢰를 강화하려 한다. 여기에 노무라, 다이와, SMBC닛코 같은 증권사는 기관 고객 기반을 앞세워 시장에 새로 진입한다. 이로써 일본 거래소 시장은 여러 중형 리테일 거래소가 나뉘어 경쟁하던 기존 구조 위에, 금융그룹의 통합 전략과 전통 증권사의 진입이라는 새로운 축이 더해지는 국면에 들어섰다.
3. 그 외 주요 이벤트
3.1 CARF 일본 시행 (1/1)
What Happened?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암호자산등보고프레임워크)가 2026년 1월 1일부로 일본에서 정식 시행됐다. CARF는 암호자산 거래소 등 관련 사업자가 이용자의 거래 정보를 소재국 세무당국에 보고하고, 각국 세무당국이 이를 이용자의 거주지국과 자동 교환하는 국제 보고 체계다.
CARF의 보고 대상은 법정통화와 암호자산 간 매매, 암호자산 간 교환(스왑), 소매 결제, 거래소 외부 지갑으로의 이전 네 가지다. 보고 자산에는 일반 암호자산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NFT, 증권형 토큰도 포함되며, CBDC는 제외된다. 이용자는 거래소에 자신의 세법상 거주지국을 신고해야 하고, 일본 내 첫 실무 대응은 1월 6일 코인체크(Coincheck)가 전 이용자를 대상으로 안내를 발송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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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F는 일본 정부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추진하는 단계적 제도 도입의 출발점에 가깝다. CARF는 코인 간 교환과 거래소 외부 지갑으로의 이전까지 보고 대상에 포함하고 이용자의 세법상 거주지국이 일본이면 해당 거래 정보가 일본 국세청으로 자동 교환되는 구조를 의무화한다. 거래 정보가 제도 안으로 들어와야 그 위에 세제와 기관 상품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CARF는 일본의 단계적 제도 도입에서 가장 앞 순서에 놓여 있던 것이다.
CARF 시행에 따른 시장 변화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5년 12월 바이비트(Bybit)는 일본 거주자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이 결정을 CARF만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일본 거주자 거래 정보에 대한 보고 부담이 생기는 시점과 겹치는 것은 중요한 신호다. 일본 정부가 직접 해외 거래소를 차단하지 않더라도, CARF는 결과적으로 일본 거주자의 해외 거래소 이용 비용을 높이고 국내 등록 거래소로의 회귀 압력을 만든다.
이 변화는 같은 분기에 나타난 증권사 교환업 진입과도 연결된다. 거래 정보가 과세 체계 안으로 들어오고 국내 제도권 내 사용자 기반이 확대될수록, 전통 금융기관이 암호자산 시장에 진입할 사업적 명분과 법적 토대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3.2 하네다공항 USDC 오프라인 매장 결제 실증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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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Coinpost
1월 26일부터 2월 28일까지 넷스타스(NetStars)와 일본공항빌딩은 하네다공항 제3터미널에서 USDC 결제 실증을 진행했다. 대상 점포는 에도 식품관 시대관과 에도 이벤트관 두 곳으로, 일본에서 USDC가 오프라인 매장 결제에 사용된 첫 사례다.
넷스타스는 QR 코드 결제 통합 사업자로, 기존 가맹점 결제망 위에 USDC 결제를 얹는 방식으로 이를 구현했다. 하네다공항이라는 장소 선택은 방일 외국인의 결제 수요를 고려한 배치다. 일본은 2024년 외국인 방문객 약 3,687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2030년 6,000만 명을 목표로 하지만, 비현금 결제 비율은 약 39%에 머물러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불편이 자주 지적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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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일본이 자국 엔화 스테이블코인 정비에 공들이는 가운데 실제 오프라인 결제의 첫 사례를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USDC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JPYC가 발행량을 빠르게 늘리고 JPYSC와 메가뱅크 스테이블코인이 출범을 준비하는 동안, 먼저 공항 매장에서 결제 단말에 오른 것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이는 결제 수단의 채택이 정책적 무게가 아니라 수요가 분명한 영역에서 먼저 일어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하네다공항은 환전 수요가 분명한 방일 외국인이 모이는 장소이고, USDC는 이들에게 익숙한 달러 표시 자산이다.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내국인 일상 결제라는 넓지만 사용 동기가 약한 시장을 마주한 것과 달리, USDC는 좁지만 동기가 분명한 시장이다.
결제 인프라의 진입 방식도 이 차이를 보여준다. 넷스타스는 새 결제 단말이나 가맹점 계약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기존 QR 결제망 위에 USDC를 얹었다. 이미 깔린 수납 경로를 활용했기 때문에 실증의 문턱은 비교적 낮았다. 이는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QR 결제망 사이에서 별도의 수납 경로와 가맹점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과 대비된다.
결국 하네다공항 사례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가장 먼저 확산될 수 있는 지점이 반드시 내국인의 일상 결제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당분간 오프라인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관광객 결제나 국경 간 소비처럼 외화 결제 동기가 뚜렷하고, 기존 결제 인프라 위에 얹기 쉬운 영역에서 먼저 실험될 가능성이 높다.
3.3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정식 인정 부령 퍼블릭코멘트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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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부터 3월 5일까지 금융청이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정식 인정하기 위한 내각부령 개정안의 공식 코멘트를 진행했다. 6월 1일 시행이 예정된, 이 부령이 시행되면 USDC를 포함한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일본 내에서 정식 유통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넓어진다.
배경에는 2023년 6월 개정 자금결제법이 만든 전자결제수단 카테고리가 있다. 당시 법은 국내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틀을 마련했지만,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취급 조건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1분기 들어 SBI VC트레이드가 USDC 취급을 늘리고 하네다공항 USDC 결제 실증이 진행되면서,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진입 경로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 부령은 그 정비의 다음 단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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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령은 일본이 외래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취급하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분명하다. 홍콩은 2024년 12월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통과시켰지만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우선 트랙을 명확히 했고, 외래 스테이블코인의 소매 판매에는 제한을 뒀다. 중국은 e-CNY 단일 트랙으로 외래 스테이블코인을 전면 차단했다.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침투에 경계적이다. 반면, 일본은 자국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합법 진입 경로도 함께 넓힌다.
배경에는 엔의 국제적 위치가 있다. 엔은 글로벌 준비통화(SDR 바스켓 5위)이고, 일본 금융기관은 글로벌 투자은행 네트워크를 갖췄다.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외래 스테이블코인에 일부 잠식되더라도 통화 주권이 흔들리지 않는 비달러 경제권은 일본 외에 유로존과 영국 정도다. 자국 통화의 기반이 약한 시장이라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유입을 경계할 수밖에 없지만, 일본은 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다만 이 부령이 의도된 개방 전략인지, 제도 정비의 자연스러운 귀결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 결과로 일본이 자국 통화 결제망과 달러 결제망을 동시에 갖춘 시장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USDC를 일본 국내에서 유일하게 취급하는 SBI 진영이 이 개방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을 위치에 있다.
3.4 노무라, 다이와, 3대 메가뱅크의 증권형 토큰 결제 진영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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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노무라홀딩스(Nomura Holdings)와 다이와증권그룹본사(Daiwa Securities Group), 그리고 3대 메가뱅크가 주식과 채권, 투자신탁을 블록체인 위에서 결제하는 실증실험을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소식을 알렸다. 결제 수단으로는 법정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며, 수년 내 실용화를 목표로 2월 중 금융청 신고를 거쳐 실증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호응도 빨랐다. 3일 뒤인 2월 13일 가타야마 금융상은 각의 후 회견에서 이 실증을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며 금융청 지원사업으로 인정하고, 법령 해석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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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거래는 두 개의 레그(Leg)로 이뤄진다. 하나는 증권의 소유권을 옮기는 증권 레그이고, 다른 하나는 대금을 지급하는 현금 레그다. 일본에서 증권 레그는 일본증권보관대체기구(JASDEC)가, 현금 레그는 일본은행 결제망과 은행 시스템이 처리해왔다. 두 레그가 최종적으로 맞춰지기까지는 보통 거래 후 이틀이 걸린다.
그동안 일본의 증권형 토큰은 증권 레그만 블록체인 위에 올라간 구조에 가까웠고, 현금 레그는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 별도로 처리됐다. 결제의 절반만 토큰화돼 있었기 때문에, 증권과 대금이 같은 원장 위에서 동시에 정산되는 즉시 결제는 어려웠다. 이번 실증은 현금 레그까지 스테이블코인으로 토큰화해, 증권형 토큰과 대금이 같은 결제 환경 안에서 동시에 오가는 구조를 시험한다.
주목할 부분은 참여자 구성이다. 노무라와 다이와는 일본 증권업의 1, 2위 사업자이고, 3대 메가뱅크 역시 각자의 결제 및 신탁 인프라를 보유한 경쟁자다. 평소에는 서로 다른 진영에 서 있는 자본시장 핵심 기관들이 증권형 토큰 결제라는 목표 아래 하나의 실증에 모였다. 여기에 금융청이 지원사업으로 인정하면서, 민간의 컨소시엄 형성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같은 분기 안에 맞물렸다. 즉 자본시장 결제 인프라를 토큰화에 맞춰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 개별 기관의 시도가 아니라 업계 공동의 과제로 격상한 셈이다.
3.5 SBI VC트레이드 USDC 렌딩 개시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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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SBI VC Trade
3월 18일, SBI VC트레이드가 국내 라이선스 사업자 최초로 USDC 렌딩 서비스를 발표했다. 3월 19일 개시, 12주 만기 초기 연 10%, 통상 연 5% 예정, 1계좌당 5,000 USDC 상한이다. 만기일에 USDC로 이용료를 더해 반환되며, 중도해약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USDC는 2025년 3월 SBI VC트레이드를 통해 일본에서 정식 취급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3월 4일 SBI VC트레이드가 일본 첫 전자결제수단등거래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SBI는 일본 내에서 USDC를 취급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가 됐다. 다만 그동안 USDC 활용은 매매와 송금만 가능했고, 렌딩 같은 운용 상품은 제공되지 않았는데, 그 첫 상품을 SBI가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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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DC 렌딩 서비스 개시의 의의는 일본의 외화 운용 환경과 함께 봐야 드러난다. 일본 외화정기예금 금리는 통상 0.01~4% 수준이며 우대를 적용해도 3~5%에 그친다. 미국 단기금리(2026년 1분기 기준 약 4~4.5%)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일본인이 달러 자산을 운용하려면 환위험을 감수하고도 충분한 수익을 얻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USDC 렌딩의 등장은 일본인에게 외화정기예금의 디지털 대체재가 처음 생긴다는 의미다. 연 10%(초기) 또는 연 5%(통상)의 USD 표시 운용 상품은 외화정기예금을 크게 웃돈다.
이 상품이 겨냥하는 것은 일본 가계의 달러 자산 운용 수요다. 30년 디플레이션이 끝나고 엔저와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자산 일부를 달러로 보유하려는 수요는 커졌지만 마땅한 고수익 창구가 없었다. 은행 외화예금은 금리가 낮고, 미국 증권 직접 투자는 계좌 개설과 상품 선택의 문턱이 있다. USDC 렌딩은 이 빈자리에 적합한 대안이 되어준다.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면서 외화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거래소 계좌만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공백을 SBI가 먼저 채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룹 단위의 인프라 선점이 있다. SBI는 일본에서 USDC를 취급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라는 위치 위에 렌딩 상품을 얹었다. 같은 그룹 안에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SC와 소네이움 체인을 두고 있어, 달러 운용과 엔화 결제, 체인 인프라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경쟁 사업자가 USDC를 취급하려면 별도 라이선스부터 확보해야 하는 동안, SBI가 이미 깔아둔 유통 기반 위에 운용 상품을 바로 올린 것이다.
다만 이 우위가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다. 초기 연 10%는 초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한시적 금리이고, 통상 연 5%로 내려간 뒤에도 외화정기예금 대비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상품의 지속성을 가른다. 동시에, 가계 자금이 엔화 예금에서 달러 표시 운용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국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려는 일본 정부의 자산운용입국 기조와는 일정한 긴장 관계도 남는다.
3.6 전국은행 차세대 결제시스템 구상 제시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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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전국은행자금결제네트워크(전은넷, Zengin-Net)가 현행 전은시스템을 대체할 차세대 자금결제시스템 구축 방침을 담은 보고서를 공표했다. 2030년 가동을 목표로 2026년도 중 구축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실현되면 1973년 가동을 시작한 현행 전은시스템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가 된다.
보고서가 제시한 차세대 시스템 방향 중 디지털자산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은 토큰화 예금과 스테이블코인 같은 새 결제 수단과의 접속이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의 발행, 교환, 상환 기능을 차세대 시스템 본체에 두는 것은 현시점에서 검토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의뢰나 상환 의뢰를 외부 발행 사업자 시스템과 연계해 처리하고, 토큰화 예금은 서로 다른 은행 간 이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 개발과 내용 변경에 유연한 설계로 확장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즉 차세대 시스템이 토큰화한 화폐를 직접 발행하거나 떠안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365일 가동과 ISO20022 국제 표준, 실시간 처리를 갖춘 기간망 위에 토큰화 화폐가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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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시스템은 일본 거의 모든 은행이 참여하는 은행 간 송금의 기간망으로, 1973년 이후 50년 넘게 일본 자금 결제의 중추 인프라로 기능해왔다. 그동안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은 이 기간망 바깥에서 논의되는 대안 결제 수단에 가까웠다. 그러나 전은넷이 차세대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접속을 확장성 요건으로 포함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토큰화 결제가 더 이상 주변부의 실험이 아니라, 일본 은행 간 결제 인프라가 대응해야 할 대상으로 들어왔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과 전은넷의 시간축이 다르다는 점은 또 다른 긴장 관계를 만든다. 민간의 토큰화 결제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상태이다. JPYC는 발행을 시작했고, 증권형 토큰 결제 실증과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이를 은행 간 결제망 차원에서 받아낼 차세대 전은시스템은 구축 여부를 2026년도 중 판단하고, 가동 시점도 2030년을 목표로 한다. 이 시차 동안 토큰화 결제가 얼마나 표준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2030년 차세대 시스템은 민간이 이미 만든 결제 관행을 수용하는 인프라가 될 수도 있고, 은행권이 새 표준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4. 마치며: 암호자산을 정규 자산군으로, 세 방향에서
1분기 일본 디지털자산 시장은 스테이블코인과 제도, 비즈니스가 나란히 움직인 분기였다. 세 흐름은 따로 일어난 사건이라기 보다, 암호자산을 정규 자산군으로 수용하는 같은 움직임의 세 단면으로 해석된다.
- 스테이블코인: JPYC가 홀로 열어둔 시장에 SBI의 JPYSC와 메가뱅크 공동 발행 검토가 더해지며 자금이체업형, 신탁형,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동시에 출발선에 섰다.
- 제도: 금융청이 암호자산 담당 부서를 자산운용 감독국 아래로 옮기고 분리과세를 법제화하면서, 암호자산의 위치가 결제수단에서 자산운용 대상으로 이동했다.
- 비즈니스: SBI의 비트포인트 합병, GMO코인의 상장 준비, 노무라와 다이와의 교환업 진입 검토가 이어지며 분산돼 있던 거래소 시장이 금융그룹 단위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1분기에는 여러 제도와 인프라 정비가 이어졌다. CARF 시행으로 해외 거래소의 거래 정보가 과세망에 들어왔고, 3대 메가뱅크는 증권형 토큰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공동 실증에 나섰으며, 전은넷은 차세대 시스템에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접속을 확장 요건으로 담았다. 하네다공항에서는 일본 첫 USDC 오프라인 결제가, SBI VC트레이드에서는 국내 첫 USDC 렌딩이 나왔다. 이 또한 흩어진 사건처럼 보이지만, 과세 정보 체계와 결제 인프라, 은행 간 기간망, 외화 운용이 한 분기에 나란히 손질됐다는 점에서 방향은 하나다. 암호자산을 위한 규칙을 새로 짜기보다, 이미 작동하던 일본 금융 인프라에 디지털자산이 접속할 통로를 단계적으로 여는 작업이다.
남는 것은 1분기에 마련된 제도적, 사업적 기반이 앞으로 실제 시장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가늠할 몇 가지 관찰점들이다. JPYC의 발행과 실사용이 확장되고 SBI의 JPYSC와 메가뱅크 신탁형이 예고대로 발행에 이르는지가 첫 신호다. 거래소에서는 노무라와 다이와의 교환업 등록이 실제 신청과 인가로 이어지는지가 재편 속도를 보여주는데, 노무라가 직전 분기 레이저 디지털의 손실을 계상한 만큼 등록 일정이 지켜지는지도 변수다. 제도 쪽에서는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의 2027년 시행과 2028년 분리과세, ETF 도입이 일정대로 진행되는지가 일본이 짜둔 단계적 경로의 이행을 가르며, 자국 통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중 구도가 자산운용입국 기조와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지가 일본 모델을 시험하는 지점이 된다. 1분기가 방향을 정렬한 분기였다면, 그 방향이 현실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이 전개가 답해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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