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Key Takeaways
- 1. 다시 보는 캡
- 2. 6개월 간의 변화
- 2.1 보증자의 기관화
- 2.2 보증자본의 확장: 이더리움 리스테이킹, 비트코인 담보, 그리고 머니마켓펀드까지
- 2.3 준비금 자산의 확장
- 2.4 수요의 확장: 결제 레일로 들어간 stcUSD
- 3. 지표로 보는 캡: 총 예치액보다 중요한 것
- 3.1 총예치자산(TVL)과 차입의 엇갈린 궤적
- 3.2 준비금 구성의 역전
- 3.3 수익 원천의 이동과 자본 효율의 역설
- 3.4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
- 4. 캡의 마지막 구성요소, $CAP
- 5. 앞으로를 바라보며
- 5.1 리스크의 이동과 슬래싱이라는 역설
- 5.2 캡의 경쟁력은 수익률이 아닌 리스크 공시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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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Takeaways
- 6개월 전 캡에 남아있던 핵심 과제인 자기위임 편중과 낮은 자본활용률은 현재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더파이(EtherFi)와 베드락(Bedrock)이 각각 ETH와 BTC 담보로 독립적인 보증자 역할을 맡으며 자기위임 구조에서 벗어났고, 2025년 12월 5.3%에 불과했던 준비금 활용률은 2026년 1분기 말 약 60%까지 증가했다. 또한, 서스쿼해나 크립토(Susquehanna Crypto)에 제공된 1억 달러 규모의 회전 신용 한도는 기관 차입이 파일럿 단계를 넘어서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 캡에 등록된 보증자는 12곳에서 22곳으로, 차입자는 18곳에서 30곳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보증자들이 서로 다른 차입자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기는 독립적 신용평가 시장이 작동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운용사의 실제 전략과 법적 약정이 어디까지 공개 검증 가능한지, 대형 디폴트 상황에서 슬래싱과 상환 경로가 의도대로 작동할지 또한 실전에서의 검증을 앞두고 있다.
- 지표상으로는 총예치액(TVL)보다 차입 활용률과 수익 원천의 구성이 더 중요해졌다. TVL은 약 2억 5천만 달러로 이전 고점보다 낮은 상태이지만, 차입 자본은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stcUSD의 수익률 또한 약 8.6%(2025년 12월)에서 5%대 초반(현재)으로 내려왔으나, 동종 상품과 비교한 상대적 위치는 오히려 올라갔다.
1. 다시 보는 캡
지난 12월에 작성한 글에서 필자는 캡(Cap)을 "검증 가능한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로 소개했다. 당시 캡은 대출, 담보, 청산의 경로를 온체인으로 추적할 수 있으며, 운용사의 손실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보증 담보의 슬래싱에 의해 자동으로 흡수되는 구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통 금융과 초기 디파이에서 수익 출처의 불투명성과 신뢰 의존성으로 인해 반복해 온 실패를 검증 가능한 구조를 통해 풀어보겠다는 시도였다.

Source: Cap
캡의 구조의 핵심은 수익률보다는 손실의 경로에 있는데, 위의 그림과 같이 캡의 구조는 세 개의 행위자로 단순화할 수 있다.
- 예치자(Depositor): 사용자가 달러 자산을 예치하면 cUSD가 발행되며, cUSD를 스테이킹해 수익 창출형(yield-bearing) 스테이블코인 stcUSD를 발급받을 수 있다.
- 차입자(Borrower): 캡의 준비금에서 자본을 빌려 외부 전략에 활용한 뒤,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
- 보증자(Underwriter): 이더리움 리스테이킹 자산 등을 특정 차입자에게 귀속시키고, 차입자가 실패하면 그 담보가 먼저 손실을 흡수한다. 보증자는 보증의 대가로 차입자로부터 일정량의 프리미엄을 수취한다.
기존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 수익과 운용 리스크를 사용자에게 한꺼번에 지웠다면, 캡은 이 둘을 세 행위자에게 나눠 맡긴다. 사용자는 달러 유동성을 제공하고, 차입자는 수익 기회를 실행하며, 보증자는 신용 판단과 손실 흡수를 맡는다. 캡이 말하는 검증 가능성은 이 세 장부의 관계를 온체인에서 추적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캡은 차입자의 전략을 직접 통제하거나 검증 가능한 전략만 허용하는 구조가 아니다. 캡의 핵심은 "모든 전략이 온체인에서 완전히 보인다"가 아니라 "전략 실패의 손실 부담자를 미리 정하고, 그 손실 흡수 경로를 코드화한다"는 데 있다. 차입자가 상환에 실패하거나 담보 비율이 위험 수준에 이르면, 보증자의 담보가 슬래싱(slashing)되어 부채 상환과 준비금 보강에 사용된다. 전통 금융에서 후순위 채권이 선순위 채권보다 먼저 손실을 흡수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이며, 보증자가 받는 고정 수수료는 사실상 차입자의 부도 위험을 인수하는 대가, 즉 담보부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다만 전통적인 신용부도스왑에는 정작 부도가 닥쳤을 때 보장을 판 쪽이 약속한 돈을 치르지 못할 위험이 따라붙는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드러난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반면 캡은 보증 담보를 미리 잠가두고 슬래싱을 코드로 집행하므로, 예치자는 보증자가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위험 대신 프로토콜 내에 잠겨있는 담보가 충분한가라는 위험만 지게 된다. 손실 흡수의 약속을 사람의 이행 의지가 아니라 담보와 코드로 옮긴 셈이고, 청산 역시 거버넌스 투표나 법적 절차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가 더치 옥션(Dutch Auction) 방식으로 자동 집행한다.
처음 캡을 소개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캡은 이 구조를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 캡은 2026년 1월 공개한 글에서 스스로를 담보로 보증되는 신용 플랫폼, 즉 커버드 크레딧(Covered Credit)으로 다시 소개했다. 스테이블코인에서 나오는 수익을 담보로 보증되는 신용의 산물로 다시 설명하기 시작한 셈이다. 행위자의 이름도 이 틀에 맞춰 정리됐다. 예치자, 운용사, 위임자는 예치자, 차입자, 보증자로 바뀌었고, 캡의 예치 자산을 떠받치던 기반도 달러 기반 안전자산에서 암호화폐 담보로 옮겨갔다.
검증 가능한 금융이라는 캡의 약속은 반년 동안 어디까지 지켜졌고, 캡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새로 떠안았을까? 이번 글에서는 지난 6개월 간 캡에 있었던 변화와 성과를 짚고, 앞으로 캡이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2. 6개월 간의 변화
2.1 보증자의 기관화

6개월 전 캡에게 가장 시급한 것으로 느껴졌던 과제는 위임자의 자체 위임 현상이었다. 컨트랙트에 등록된 위임자는 다양했지만 실제로 활성화된 관계는 대부분 운용사가 스스로에게 담보를 세우는 형태를 가졌기에, 캡의 핵심 구조인 시장 기반 신용 평가가 작동하려면 독립적인 제3자 보증자가 필요해보였다.

Source: Cap, Data as of 2026.06.24
6개월이 지난 지금, 같은 관계도를 다시 펼치면 그림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 보증자가 여러 차입자를 맡고, 한 차입자가 둘 이상의 보증자에게서 담보를 받는 다대다 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보증자와 차입자가 같은 자기위임 쌍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베드락(Bedrock)과 같이 여러 독립적인 차입자를 보증하는 케이스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차입자와 보증자 모두 더 다양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Source: Cap
이에 더해, 2026년 3월, 캡은 이더파이(Ether.Fi), 심바이오틱(Symbiotic), M11 크레딧(M11 Credit), 팔콘엑스(FalconX) 네 곳이 참여하는 기관 리스테이킹 파트너십을 공개했다.
해당 파트너십에서 이더파이는 리스테이킹된 ETH 담보로 차입을 보증하는 보증자, M11 크레딧은 그 담보를 근거로 자본을 빌리는 차입자, 팔콘엑스는 빌린 자본으로 실제 수익을 만들고 대출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증자와 차입자, 수익 창출자가 서로 다른 주체로 갈라진 기관 분업 사례를 만든 것이다. 이때 이더파이의 담보는 weETHs라는 별도 토큰으로 구현되는데, 위임된 담보가 실제 신용 위험을 인수하고 그 대가로 신용 스프레드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는 전통 금융의 보증기관이 보증료를 받고 부도 위험을 떠안는 구조를 온체인에서 재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 구조에는 팔콘엑스의 수익 전략이 온체인에서 직접 검증이 불가한 거래소 간의 오프체인 활동이라는 문제가 남아있는데, 캡과 팔콘엑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용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우고, 모든 대출을 초과담보로만 운영하며, 담보 자산을 제3자 수탁 구조에 보관하도록 설계했다. 검증의 초점을 전략의 실행 과정이 아니라 약속한 상환의 이행 여부에 두는 캡의 철학이 기관 차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2.2 보증자본의 확장: 이더리움 리스테이킹, 비트코인 담보, 그리고 머니마켓펀드까지
두 번째로 눈에 띄는 업데이트는 보증 담보의 범위 확장이다. 초기 캡의 보증 구조는 아이겐레이어(EigenLayer), 심바이오틱 같은 공유 보안망(Shared Security Network)을 통해 이더리움 기반 리스테이킹 프로토콜들의 담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설명되었다.

Source: Cap
그러나 올해 3월 베드락이 비트코인 유동성 리스테이킹 프로토콜로 참여하면서, 자사의 uniBTC를 담보로 차입자를 보증하고 달러 표시 수익을 받는 구조가 더해졌다. 베드락의 위임은 초기 100만 달러에서 2026년 6월 현재 기준으로 1억 5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비트코인 계열 담보가 하나 추가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캡의 구조에서 보증자는 달러를 빌리는 차입자를 보증하지만, 그 보증 담보가 반드시 달러일 필요는 없기에, 캡은 달러 자산의 차입 수요와 비달러 담보의 자본 비용 차이를 연결하는 시장으로 동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트코인 보유자에게는 비트코인을 들고 있으면서 아무 수익도 얻지 못하거나, 비트코인을 팔아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고 비트코인에 대한 노출을 포기하는 두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베드락은 uniBTC로 비트코인에 대한 노출을 유지한 채 차입자가 만든 수익을 달러로 수취할 수 있도록 하기에, 비트코인 담보 위에 붙는 달러 수익이라는 기존에 기관 규모로는 존재하지 않던 수익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6월 4일에는 베드락의 uniBTC에 이어 솔브 프로토콜(Solv Protocol)의 solvBTC가 보증자 자산으로 합류하면서, 비트코인 계열 담보가 한 종류에 의존하지 않게 됐다.

Source: Cap
보증 담보의 범위는 실물자산 까지로도 확장됐다. 6월 캡이 매트릭스독(Matrixdock)의 XAUm을 담보 자산으로 통합한 것이다. XAUm은 LBMA 인증 실물 금에 대한 토큰화된 금으로, 캡의 보증 담보는 리스테이킹 자산을 넘어 금이라는 전통적 준비자산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2.3 준비금 자산의 확장

Source: Cap
한편 준비금 쪽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위즈덤트리(WisdomTree)의 WTGXX가 준비금 자산으로 통합된 것이다. 이로써 캡은 한쪽에서 토큰화된 달러성 자산을 준비금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계열 담보를 보증자본으로 받아들이며 달러 기반 신용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캡의 리스크도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리스크에서, 복수의 담보와 차입자, 그리고 법적 약정을 조율하는 신용시장 리스크로 차츰 옮겨가고 있다.

Source: Cap
6월에는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의 OUSG가 준비금 운용에 통합됐다. OUSG는 단기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에 온체인으로 노출되는 토큰화 RWA 펀드로, 이 통합으로 캡은 차입에 쓰이지 않고 놀고 있는 유휴 준비금을 OUSG를 통해 미국 국채 수익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준비금의 기관화는 최근 캡이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BENJI를 지원 예치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BENJI 클라이언트로 온보딩되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BENJI는 2021년 출시된, 해당 범주에서 가장 오래된 토큰화 머니마켓펀드로, 미국에 등록된 프랭클린 온체인 미국 정부 머니펀드(FOBXX)의 온체인 지분 토큰이다.
BENJI는 프랭클린 템플턴 디지털 자산팀의 직접 승인을 받아야만 연동할 수 있는 허가형(permissioned) 자산이기에, BENJI 지갑 보유 자격을 얻기 위한 프랭클린 템플턴의 전체 컴플라이언스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WTGXX, OUSG에 이어 BENJI까지 더해지면서 캡의 준비금은 토큰화된 달러성/국채성 안전자산을 빠르게 흡수하는 동시에, 규제 기관의 실사를 통과한 플랫폼이라는 신호를 쌓아가고 있다.
2.4 수요의 확장: 결제 레일로 들어간 stcUSD

Source: Cap
앞서 설명한 변화가 준비금과 보증 담보 등 공급 측면에서의 변화였다면, 같은 기간 수요 쪽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캡은 레이어제로(LayerZero)를 통해 cUSD와 stcUSD를 이더리움 메인넷, 메가이더(MegaETH), 템포(Tempo) 등 여러 체인으로 브릿지할 수 있도록 했고, 6월에는 루츠파이(RootsFi)가 템포 위에서 stcUSD를 기본 수익원으로 통합했다. 이는 루츠파이 결제 네트워크의 잔액이 자동으로 stcUSD 수익을 얻게 된 것으로, 캡의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 트레이딩과 파밍 수요를 넘어 실제 결제 잔액이라는 새로운 수요처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3. 지표로 보는 캡: 총 예치액보다 중요한 것
3.1 총예치자산(TVL)과 차입의 엇갈린 궤적

캡의 TVL은 지난 6개월간 큰 변동폭을 가지며 움직였다. 출시 직후 빠르게 늘어 2025년 12월 말 약 3억 7,900만 달러로 정점에 가까웠던 TVL은, 2026년 2월 약 1억 6,000만 달러로 절반 넘게 줄었다가 다시 회복해 현재 약 2억 5,000만 달러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2월의 TVL 급감은 표면적으로는 악재처럼 보이지만, 1차 인센티브 예치 프로그램인 프론티어(Frontier) 프로그램 직후이자 크립토 전체적인 약세장이 겹친 시점에 단기 보상을 노린 파밍 자본이 빠져나간 결과이다.

한편, 같은 기간 차입 잔액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렸다. 지난 12월의 TVL과 차입액을 100으로 놓고 두 지표를 환산하면, TVL은 정점에서 약 137까지 올랐다가 현재 약 71로 내려온 반면, 차입금은 약 305까지 치솟았다. 표면적인 수치가 빠지는 동안 실제 신용 활동은 오히려 3배로 늘어난 것이다.
TVL은 가격과 인센티브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지만, 차입 잔액은 실제로 차입자의 자본 수요가 만들어내는 지표다. 단기적인 파밍 수요의 감소로 인해 TVL이 급감한 3월에 정작 차입 수요는 급증하면서, 캡은 예치 상품에서 본격적으로 신용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3.2 준비금 구성의 역전

캡의 자본 구조에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준비금(cUSD 발행자의 총 예치금)과 보증인의 예치 담보 간 비중이 뒤집혔다는 점이다. 첫 글 시점인 2025년 12월 초, 캡은 약 2억 7,700만 달러의 준비금 위에 약 4,560만 달러의 위임 담보가 얹힌 구조였다. 예치된 달러가 훨씬 많고, 그 위에 쌓인 담보는 얇았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정반대다. 준비금은 약 8,000만 달러 안팎으로 줄어든 반면, 보증 담보가 전체 예치 자산을 뒷받침하는 큰 축이 됐다. 보증 담보는 1분기를 지나며 1억 7,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현재도 약 2억 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역전이 중요한 이유는, 준비금이 줄고 담보가 커졌다는 것이 곧 캡의 TVL을 뒷받침하는 자산이 달러 표시 안전자산에서 ETH와 BTC 같은 변동성 담보로 옮겨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트코인 계열의 쏠림이 두드러진다. 베드락의 uniBTC 한 자산이 현재 총예치액의 약 64퍼센트를 차지해, 캡의 자산 구성은 사실상 비트코인 담보 위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3월 이후 빠르게 불어난 보증 담보는 가상자산 가격이 조정받자 평가액이 함께 출렁였다. 캡의 대출 사업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총예치액 수치 자체는 점점 더 가상자산 가격에 민감해지는 형태를 띄고 있다. 담보 가격이 흔들리면 청산 압력도 함께 커지는 만큼, 이전에 잠재적 위험으로 지목했던 담보자산의 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는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3.3 수익 원천의 이동과 자본 효율의 역설
캡의 수익은 크게 둘로 나뉜다. 유휴 준비금이 아베(Aave)나 모포(Morpho) 같은 외부 대출시장에서 얻는 기본 수익(디파이 수익), 그리고 차입자가 준비금을 빌려 전략을 실행한 뒤 갚는 차입 이자다.
중요한 점은, 디파이 수익과 차입 이자로 얻는 수익의 비중이 역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파이라마(DefiLlama)의 손익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분기에는 총수익 약 286만 달러 중 디파이 수익이 약 136만 달러로 차입 이자(약 113만 달러)보다 컸고, 2026년 1분기에도 디파이 수익(약 161만 달러)이 가장 큰 항목이었다. 그런데 2026년 2분기 진행 중 수치에서는 총수익 약 117만 달러 가운데 차입 이자가 약 60만 달러로 디파이 수익(약 40만 7천 달러)을 처음으로 앞섰다.
이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캡이 내세우는 차별성이 바로 차입 이자 쪽에 있기 때문이다. 유휴 준비금 수익은 다른 수익형 스테이블코인도 접근할 수 있지만, 차입자와 보증자와 예치자가 연결된 신용 스프레드는 캡 구조가 실제로 작동할 때만 커진다. 1분기의 차입 급증이 2분기에 들어서야 수익 구성의 역전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캡의 신용 구조가 이제야 수익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기 쉬운 지표가 프로토콜 매출이다. 디파이라마 기준 캡의 30일 수수료는 약 42만 달러, 연환산으로는 약 807만 달러에 이르지만, 30일 프로토콜 매출은 약 4,400달러, 연환산으로도 약 5.3만 달러에 그친다. 캡이 수익을 직접 가져가기보다 stcUSD 보유자와 보증자에게 통과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프로토콜 매출 지표만 보면 캡을 과소평가하기 쉬우나, 캡의 핵심 지표는 단순 매출이 아니라 활성 대출, 보증자본, 차입자 다양성, 담보 완충, 그리고 수익 원천의 구성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준비금과 보증 자본의 활용률을 살펴보자. 달러 준비금의 경우 6개월 전 5.3%에 그쳤던 활용률이 이제 약 60%까지 올라, 즉시 상환에 사용될 수 있는 유휴 완충 자본이 그만큼 얇아졌다. 한편 차입액은 보증자본의 약 20%에 그쳐, 보증자본이 차입액의 약 4.8배에 이른다. 안전성 관점에서는 담보 완충이 두껍다고 볼 수 있지만, 자본 효율 관점에서는 보증자본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상태이기도 하다. 캡의 다음 병목은 자금 공급이 아니라, 그 보증자본이 감수할 만한 신용도 높은 차입 수요일 가능성이 크다.
3.4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

stcUSD의 수익률만 떼어놓고 보면 캡의 수익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첫 글 시점에 약 8.6%였던 stcUSD 연수익률은 현재 약 4.56%, 30일 평균으로는 약 5.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수치만으로는 캡의 퍼포먼스를 논할 수 없는 것이, 같은 기간 디파이 전반의 수익률이 함께 압축됐기 때문이다.

Source: Stablewatch
스테이블워치(StableWatch) 집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8일 기준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약 207억 달러 가운데 88%가 7일 연 수익률 5% 미만에 머물러 있다. stcUSD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노리는 고위험 시장이 아니라, 3%에서 6% 사이의 달러 수익을 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제공하려는 시장의 경계선 근처에 있다.
이러한 저위험 디파이 시장에서는 1%p의 추가 수익보다, 손실이 났을 때 누가 먼저 손실을 흡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캡의 수익률의 일시적인 변동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수준의 달러 수익을 만들 때 그 수익이 유휴 준비금, 외부 대출시장, 기관 차입 이자, 보증자 수수료 중 어디서 왔는지 구분할 수 있는가에 있다. 캡이 정말로 검증 가능한 금융이라면, 연 수익률 숫자보다 그 수익률의 원천 구성이 더 중요한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

예치금의 성격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캡은 지난 3월 파밍 자본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간 이후, 이를 무리하게 메우는 대신 예치금의 질이 높아지는 쪽을 택했다.
캡이 투자자 업데이트 아티클을 통해 보고한 수치에 따르면, 보상 채굴이 아니라 실제 사용 목적으로 들어온 자금(비파밍 예치금)의 비중은 1분기를 지나며 59.3%에서 89.7%로 증가했다. 규모로 표현되는 TVL은 줄었지만, 그 안에는 더 안정적인 자금이 남은 것이다.
4. 캡의 마지막 구성요소, $CAP
이전 글에서 지적했던 캡의 가장 큰 미해결 과제 중 하나는 프로젝트 운영이 온전히 팀의 재량에 의존한다는 점이었다. 준비금에 어떤 자산을 담을지, 어떤 담보를 보증에 쓸 수 있는지, 청산 임계값을 어디에 둘지 같은 핵심 파라미터가 코드가 아니라 팀의 판단에 맡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CAP은 바로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설계된 토큰이다. 총 발행량은 100억 개로 고정돼 있으며, 토큰 보유자는 다음과 같은 프로토콜의 핵심 의사결정에 투표권을 행사한다.
- cUSD 준비금에 편입 및 제외할 자산
- 보증에 적격한 담보 자산의 추가 및 제거
- 승인된 담보의 청산 임계값
- cUSD 발행 수수료
- 사모 신용시장에서 차입자로 활동할 기관의 화이트리스트
- 금융 보증(surety) 노출의 최대 보증 한도
즉 $CAP의 존재 이유는 그동안 팀이 쥐고 있던 손잡이를 토큰 거버넌스로 옮기는 데 있다. 검증 가능한 금융이라는 캡의 약속이 프로토콜의 규칙을 누가 어떤 절차로 바꾸는지까지 공개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더해 캡은 프로토콜이 벌어들인 수익을 재량적 토큰 바이백에 쓸 수 있도록 해 토큰의 가치와 실제 사업 성과를 연결해 두었다.
토큰을 둘러싼 인센티브 설계에서 가장 특이한 선택은 스테이블드롭(Stabledrop)이었다. 첫 글이 다룬 프론티어(Frontier) 프로그램은 1월 말 2차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홈스테드(Homestead) 프로그램으로 전환되며, 참여자에게 약 1,200만 달러 규모의 보상 분배를 약속했다. 통상적인 토큰 에어드랍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보상으로 약속한 토큰이 $CAP이 아닌 스테이블코인인 cUSD였다는 것이다.
이 선택은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소한다. 먼저, TGE와 동시에 진행되는 에어드랍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기 매도 압력을 제거했다. $CAP의 초기 가격 형성을 보상 청산과 깔끔하게 분리해낸 셈이다. 그러면서도 참여자에게는 즉시 stcUSD 등으로 재예치할 수 있는 실질 가치를 안기므로, 프로젝트와 에어드랍 수취자 둘 모두에게 인센티브의 효과는 갖도록 했다.
$CAP은 지난 6월 13일부터 18일까지 유니스왑(Uniswap)의 연속 청산 경매(Continuous Clearing Auction, CCA)를 통해 대중에 판매되었다. CCA는 균일가 경매(uniform-price auction)를 연속 시간으로 일반화한 메커니즘으로, 블록 단위 경매가 진행되어 각 블록마다 청산 가격이 정해지며 수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가격이 발견되는 시스템이다. 세일 물량이 시간에 걸쳐 나뉘어 풀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막판 스나이핑이나 가스비 경쟁이 무력화되고, 참여자는 속도가 아니라 가치 평가로 경쟁한다. 경매가 끝나면 발견된 가격 그대로 유니스왑 v4 풀에 유동성이 자동으로 공급돼, 거래 첫날부터 시장 가격과 유동성이 함께 마련된다. 캡의 경매는 그중에서도 0xPredicate의 검증 모듈을 결합한 "검증된 경매(Verified Auction)"로 진행되어, 참여 자격 확인을 온체인에서 처리했다.

Source: Cap
결과적으로 $CAP 세일은 완전희석가치(FDV) 기준 약 1억 600만 달러로 마감되었으며, 1,002건의 개별 입찰에서 약 1,640만 달러의 입찰 약정이 모여 5.5배 초과청약을 기록했다. 캡이 유니스왑 CCA를 통해 토큰 판매를 시행한 것 또한 토큰에 대해 최대한 공정한 가치를 찾게 함으로써 초기의 매도 압력을 감쇠하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해석된다.
5. 앞으로를 바라보며
캡은 보증자의 기관화와 준비금 구성의 역전, 그리고 초기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종료와 $CAP 출시라는 주요 마일스톤을 차례로 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성취들은 캡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기보다, 캡이 떠안는 리스크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첫 글이 지적했던 과제들이 풀리는 동안 위험은 잠재적인 것에서 현실적인 것으로 옮겨갔고, 검증의 무대 역시 설계와 문서에서 실제 시장의 스트레스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있어 캡에게 남은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5.1 리스크의 이동과 슬래싱이라는 역설
자기위임과 낮은 활용률이 풀렸다고 해서 캡이 더 안전해진 것은 아니다. 활용률이 5.3%에서 60%로 올랐다는 것은 즉시 상환에 응할 유휴 완충이 얇아졌다는 뜻이고, 보증 담보가 전체 예치 자산의 큰 축이 되면서 ETH와 BTC 가격에 따른 청산 압력의 변동성이 커졌다. 첫 글이 유동성 위험과 부분 준비금 위험으로 지목했던 항목은, 활용률이 낮을 때는 잠재적 위험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위험으로 바뀌었다. 캡에게 앞으로 있을 스트레스 테스트는 더 얇은 완충 자본 위에서 이뤄질 것이다.
또한, 프로토콜 입장에서 슬래싱은 피하고 싶은 사건이지만, 분석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캡 구조를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캡의 보증 구조는 주로 설계와 문서, 제한된 운용 데이터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디폴트나 담보 급락 상황에서 슬래싱이 어떻게 실행되고, 얼마만큼의 손실이 누구에게 전이되며, cUSD와 stcUSD 보유자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는 아직 충분히 관찰되지 않았다. 캡의 손실 흡수 구조가 설계대로 움직이는지는 결국 담보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국면에서 실제로 검증될 것이며, 방어에 성공할 경우 이는 캡에게 있어 매우 유의미한 트랙 레코드로 남을 것이다.
5.2 캡의 경쟁력은 수익률이 아닌 리스크 공시가 될 것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캡이 다음에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다. 현재 보증자본은 차입액보다 훨씬 크다. 좋은 보증자본은 모였지만, 그 보증자본이 감수할 만한 차입자가 충분하지 않다면 캡의 수익 구조는 다시 유휴 준비금 수익에 가까워질 수 있다. 따라서 캡이 다음에 보여줘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기관이 들어왔는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차입자에게 서로 다른 가격이 붙고 있는가"다. 신용시장에서는 차입자마다 받는 금리가 다르다. 보증자가 실제로 리스크를 가격 책정하고 있다면, 캡의 데이터에는 차입자별 금리 분산, 보증자별 프리미엄 차이, 담보 종류별 인정비율 차이가 나타나야 한다.
이 점에서 캡이 앞으로 공개하면 좋을 데이터는 총예치액 차트가 아니다. 차입자별 대출 잔액, 보증자본, 담보 종류, 담보인정비율, 금리, 만기, 상환 이력, 청산 임계값, 수익 원천 구성을 하나의 공시 자료처럼 묶어 보여주는 편이 더 중요하다. 또한, $CAP의 출시로 인해 거버넌스 문제 또한 주시해야할 포인트 중 하나가 되었다. $CAP 토큰은 담보 목록, 차입자 승인, 수수료, 청산 매개변수 같은 항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 단위임과 동시에, 규제받는 기관 보증자와 차입자가 예측 가능성을 필요로 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토큰 투표로 적격 담보나 차입자 자격이 바뀔 수 있다면, 대형 기관과 같이 법적 계약에 묶여 움직이는 참여자는 그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탈중앙화를 향한 요구와 예측 가능성을 원하는 기관의 요구를 어떻게 양립시키느냐가 캡이 풀어야 할 가장 미묘한 과제로 보인다.
결국 캡을 두고 던질 질문은 "안전한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누가 손실을 부담하는지를 사용자가 미리 알 수 있는가"다. 모든 금융 상품은 특정 조건에서 안전하고 다른 조건에서 위험하기 때문이다. 첫 글에서 캡을 검증 가능한 금융이라 불렀다면, 반년이 지난 지금 캡은 그 방향으로 몇 걸음 나아갔다. 이제 캡은 신용시장으로써의 경쟁력을 증명해야할 때이며, 다음 단계의 경쟁력은 더 많은 예치액이나 더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더 좋은 리스크 공시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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