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Key Takeaways
- 1. 들어가며: 갑자기 현실이 된 오래된 논쟁
- 2. EIP-8363 Tapered Issuance Burn
- 2.1 등장 배경: 브레이크 없는 ETH 발행
- 2.2 동작 방식: 밸리데이터 보상의 일부를 소각
- 2.3 제안의 논거: 스테이킹이 적어야 더 안전할수도 있다.
- 3. 그러나 TIB는 과하게 성급하며 중립적이지 않다
- 3.1 비약이 있는 전제
- 3.2 소각의 비중립성
- 3.3 운영 수익의 비대칭성
- 3.4 온체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
- 3.5 절차적 문제
- 3.6 불확실성과 기관 자금
- 4. 이더리움 발행 모델은 언젠가는 바뀌어야 한다. 다만 순서가 잘못되었다.
관련 프로젝트
Key Takeaways
- 스테이킹 비율이 50%에 도달하면 밸리데이터의 순수익률이 0이 되도록 보상 일부를 소각하는 제안 TIB(EIP-8363, Tapered Issuance Burn)가 제출됐다. 차기 하드포크 헤고타의 검토 일정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고, 커뮤니티는 제안의 내용과 함께 사전 의견 수렴 없는 제안 방식까지 비판하고 있다.
- 소각은 프로토콜 차원에서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현실의 밸리데이터 시장에서는 중립적이지 않다. 수익률이 낮아지면 솔로 스테이커와 독립 운영자가 먼저 밀려나 검증자 집합이 소수 대형 사업자로 집중되고, 스테이킹 수익률을 기준금리 삼는 온체인 경제 전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 그럼에도 이더리움의 발행 모델은 언젠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네트워크 차원에서 밸리데이터의 역할과 비용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순서가 잘못되었다. 미래의 밸리데이터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 역할에 얼마의 보안 예산이 필요한지를 먼저 합의한 뒤 보상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1. 들어가며: 갑자기 현실이 된 오래된 논쟁
이더리움의 발행량과 관련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논쟁이다. 스테이킹 보상이 만드는 ETH 자산에 대한 희석을 두고 2024년부터 다양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issuance.wtf에 이 논쟁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스테이킹이 늘어나야 네트워크가 정말 더 안전한가라는 논쟁 자체도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런데 2026년 8월 4일, 다음 하드포크인 헤고타(Hegotá)의 검토 안건을 논의하는 8월 6일 ACDC 콜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이더리움 발행량과 관련한 메커니즘을 급진적으로 조정하는 제안인 TIB(EIP-8363, Tapered Issuance Burn)가 제출되었다(처음 제출된 번호 8361이 이미 다른 제안에 배정돼 있어 8363으로 변경이 제안된 상태다).
이후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이에 대한 반론으로 뒤덮이고 있다. 제안의 경제적, 보안적 효과에 대한 내용에 대한 논쟁도 있지만, 네트워크의 통화정책을 바꾸는 제안을 사전 의견 수렴 없이 포크 일정에 맞춰 올린 등장 방식 자체 역시 비판받고 있다.
이 글은 TIB가 등장한 배경과 작동 방식, 제안자들의 논리를 소개한 뒤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미리 입장을 정리하자면, 장기적으로 이더리움의 발행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TIB가 제시하는 형태와 일정에는 반대한다.
2. EIP-8363 Tapered Issuance Burn
2.1 등장 배경: 브레이크 없는 ETH 발행
현행 발행 곡선에서 밸리데이터 한 명의 합의 레이어 수익률은 전체 활성 스테이크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 스테이킹이 늘수록 각 밸리데이터의 수익률은 낮아지지만, 새로 발행되는 ETH, 그러니까 인플레이션은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제안자 측 계산으로는 모든 ETH가 스테이킹될 경우에도 약 1.5%의 명목 수익률이 남는다. 요컨대 지금의 발행 곡선은 최소한의 스테이킹 참여를 유도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상단에서 증가를 멈추는 명시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상황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온 이유는 지금 스테이킹이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스테이킹 비율이 전체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넘었고, 검증자 진입 대기열은 최대 한도에서 수개월째 포화 상태다. 매달 약 175만 ETH, 스테이킹 비율로는 월 약 1.5%포인트씩 늘고 있으며, 보수적 가정에서도 2028년 1월이면 7,000만 ETH, 전체 공급량의 55% 이상이 스테이킹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더리움 DAT나 스테이킹 ETF 같은 기관들의 진입이 주요 원인이고, 이 흐름은 앞으로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Source: ValidatorQueue
2.2 동작 방식: 밸리데이터 보상의 일부를 소각
TIB는 보상 곡선 자체를 바꾸는 제안이 아니다. 어테스테이션(attestation), 블록 제안, 싱크 위원회(sync committee) 보상을 모두 현행 방식대로 계산해 일단 지급한다. 그리고 각 에포크마다 밸리데이터에게 배정된 의무(duty)의 이상적 보상(idealised reward) 중 일부를 전체 스테이킹율에 따라 잔액에서 차감해 소각한다.
의무의 수행 여부에 상관없이 배정된 의무 기준으로 소각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의무를 수행하면 받은 보상의 일부가 소각되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패널티에 소각이 더해지는 것이다. 의무를 수행하든 안 하든 소각량이 같기 때문에 노드를 유지하고 올바르게 투표할 미시적 인센티브가 보존된다. 부여받은 의무를 올바르게 수행한 검증자의 순보상은 포화점에서 0이 된다. 즉, 네트워크의 전체 스테이킹이 포화점에 도달하면 의무를 잘 수행해야 0이고 수행하지 못하면 패널티만 더 커지는 셈이다.

Source: pintail.xyz
소각 비율은 전체 활성 스테이크 D와 포화 잔액 D_sat으로 결정된다.

D_sat은 약 6,025만 ETH로 제안 시점 공급량의 절반가량이다. 50%라는 동적 비율 대신 고정 잔액을 상수로 두는 이유는 컨센서스 레이어가 ETH 총공급량을 직접 알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후 공급량이 변하면 실질 포화 비율이 서서히 표류한다는 한계를 안고 간다. 스테이킹이 늘수록 소각률은 점차 올라가고, 스테이킹 비율 50%에서 순수익률이 0이 된다. 총발행량은 스테이킹 비율 약 19.8%에서 연간 공급량의 약 0.5%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해 50%에서 0이 된다. 이 50%는 구체적인 목표 비율이 아니라 발행 인센티브가 완전히 꺼지는 포화점일 뿐이다. TIB제안에 따르면 실제 균형은 스테이커가 요구하는 리스크 프리미엄과 순수익률이 만나는 50% 미만의 지점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 철학은 EIP-1559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차감분을 다른 검증자나 재단에 재분배하면 새로운 수혜 집단과 거버넌스 경쟁이 생기므로,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는 소각이 가장 중립적이라는 논리다.
충격 완화 장치도 있다. 소각 곡선은 활성화 첫날부터 적용되지만, 그대로 켜면 수익률이 급락하기 때문에 BASE_REWARD_FACTOR를 128에서 시작해 18개월에 걸쳐 64까지 선형으로 낮춘다. 보상, 패널티, 소각 기준이 이 팩터에 함께 묶여 스케일되므로 의무 간 상대적 인센티브는 전환 기간에도 유지된다는 주장이다. 포크 준비 기간을 더하면 시장이 적응할 시간은 약 2년이다.
2.3 제안의 논거: 스테이킹이 적어야 더 안전할수도 있다.
제안자들의 첫 번째 논거는 보안이다. 이미 수천만 ETH가 슬래싱 가능한 담보로 잡혀 있다면 추가 스테이크가 주는 한계 보안은 작다. 반면 새로 유입되는 스테이크가 거래소와 수탁사, 대형 스테이킹 사업자로 집중되는 비용은 커진다. ETH와 검증 권한이 대형 수탁 구조 안으로 이동할수록, 포획된 검증자 집합을 포크로 걷어낼 수 있다는 이더리움 소셜 레이어의 최후 안전장치도 약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논거는 ETH의 화폐성이다. 인플레이션은 스테이킹하지 않은 모든 ETH 홀더에게 부과되는 희석 비용이다. "스테이킹하거나, 희석당하거나"라는 선택이 강제되는 구조에서 스테이킹 비율이 높아질수록 네이티브 ETH보다 LST(유동화된 스테이킹 토큰)나 수탁형 상품을 들고 있는 것이 유리해지고, 생태계의 기본 자산이 가장 중립적이고 탈신뢰적인 자산에서 발행사에 대한 의존이 늘어난다. 경제적 보안이 스테이크 수량 × ETH 가치라면 희석을 줄여 화폐 프리미엄을 지키는 일도 보안이라는 주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제안자들이 솔로 스테이커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현행 발행 곡선은 커지는 희석과 명목 수익에 대한 과세, 그리고 어차피 계속 내려가는 수익률로 솔로 스테이커를 서서히 밀어내고 있으니, TIB 도입으로 희석에 상한을 걸고 실행 레이어 수익을 100% 블록 제안자(proposer)에게 남기며 올바른 투표자가 손해 보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분명 문제가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중립이 아니다. 현재의 발행 구조를 유지하자는 것 또한 스테이킹 증가와 인플레이션을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더리움 발행량 조정에 대한 논리들은 진지하게 다룰 가치가 있다.
3. 그러나 TIB는 과하게 성급하며 중립적이지 않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필자가 속한 포필러스는 이더리움 밸리데이터를 운영하는 회사이고 밸리데이터 수익 감소의 직접적인 당사자다. 이 글이 이해관계가 걸린 글이라는 뜻이다. 이번에 이야기할 것들은 이더리움 발행량을 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발행량 조정이 밸리데이터 시장 구조와 그 위에 쌓인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먼저 검증해야 하며, TIB는 그 검증을 건너뛰고 있다는 것이다.
3.1 비약이 있는 전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전제다. "보상이 양수인 한 스테이킹은 멈추지 않는다"는 명제는 수요를 기대수익만의 함수로 단순화한다. 실제 스테이킹 수요는 유동성, 세금, 규제, 커스터디, 담보 활용성, 위험 선호가 얽혀 있다. 다수의 커뮤니티원들이 이야기하듯 양의 수익률 자산이 있다고 모든 자산이 그쪽으로 가지는 않는다. 현금과 국채가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TIB 제안자들이 이야기하는 2028년 55% 스테이킹은 하나의 가능한 시나리오지 확정된 미래가 아니다. 또한 소각 비율을 결정하는 포화점을 공급량의 절반(6,025만 ETH)으로 잡은 것 역시 자연법칙이 아니라 사람이 정한 정책값이다. TIB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정하기 전에 먼저 커뮤니티 합의가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 이더리움에 필요한 적정 경제 보안은 얼마인가? 세계 최대 온체인 금융 네트워크의 보안 예산을 "최소 생존 보안" 접근으로 정해도 되는가? 와 같은 논의가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3.2 소각의 비중립성
소각 메커니즘은 프로토콜 차원에서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동작하지만, 현실의 시장에서는 참여자들의 비용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중립적이지 않다. 밸리데이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ETH가 아니라 달러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밸리데이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비용의 대부분은 수익과 무관하게 매달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서버와 데이터센터 임대료, 전용 회선과 트래픽, 모니터링과 알림 시스템, 24시간 온콜 인력, 각종 보안 인증과 감사 비용까지 모두 ETH가 아닌 달러(우리에게는 원화)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솔로 스테이커나 독립 운영자들이 수익률 하락에 가장 민감하다. 반면 대형 수탁사, 거래소, ETF 사업자, 대형 LST 사업자는 규모의 경제와 교차 보조, 전략적 손실 감수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일부는 스테이킹을 이익 사업이 아니라 커스터디와 거래, 금융상품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으로 취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익률을 낮추면 대형 사업자의 성장이 먼저 멈춘다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TIB 제안을 논의하는 이더리움 매지션스 스레드에도 오히려 독립 운영자들이 먼저 이탈해 실질 운영 주체의 수와 나카모토 계수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비용 문제로 엑싯된 ETH가 더 위험하거나 중앙화된 수탁 수익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도 있다. 그렇게 집중된 밸리데이터 집합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남는 수단이 소셜 슬래싱뿐이라면, 최후의 억지력이 시스템이 스스로 만든 문제를 교정하는 상시 수단으로 변한다. 솔로 스테이커를 지키기 위한 제안이 솔로 스테이커와 독립 운영자를 먼저 시장에서 밀어내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
3.3 운영 수익의 비대칭성
TIB는 합의 레이어 보상에만 영향을 주는 제안이다. 실행 레이어에서 발생하는 실제 수익들인 우선순위 수수료(priority fee)와 MEV와 같은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합의 보상이 줄어들수록 총수익에서 MEV의 비중이 커진다. 물론 PBS 구조에서 MEV에 대한 접근 자체는 평등하다. 문제는 발행 보상이 모든 검증자에게 지속가능한 형태로 주어지는 것과 달리 MEV는 소수의 고가치 블록에 몰리는 복권에 가깝다는 점이다.
대형 밸리데이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이나 스테이킹 풀의 경우 이 변동성은 평균으로 수렴한다. 하지만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블록을 제안할 기회를 가지는 솔로 스테이커에게는 수익 전체가 운에 좌우되는 구조가 된다. 게다가 합의 레이어의 보상의 영향이 줄어들수록 실행 레이어 보상에 영향을 줄수 있는 ePBS나 MEV 소각과 같은 진행중인 다른 변화에도 민감해진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3.4 온체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
프로토콜 외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ETH 스테이킹 수익률은 밸리데이터와 같은 인프라 운영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테이킹 APY는 온체인 경제 전반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렌딩 마켓의 금리 변동, 레버리지 스테이킹 루프, 고정수익 프로토콜, 구조화 상품이 모두 이 스테이킹 수익률과 직결되어 있다.
또한 LST는 디파이 머니레고의 베이스다. 주요 렌딩 마켓의 최대 담보군인 LST의 수익률이 0으로 수렴하면 담보 수요와 루프 전략, 관련 유동성이 연쇄적으로 재편되고, 수익률 0 근처에서는 레버리지 스테이킹 포지션의 대규모 해체 가능성도 있다. Aave 창업자 스타니 쿨레초프(Stani Kulechov)는 이 제안이 스테이킹 수익률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경우에 따라 완전히 비경제적으로 만든다고 비판하는 글을 업로드했다. TIB 제안의 시야는 밸리데이터 인센티브에 한정되어 있다. 스테이킹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온체인 경제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것이다.
3.5 절차적 문제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 제안은 8월 6일 ACDC 콜을 이틀 앞두고 제출되었다. 헤고타의 검토 대상(PFI)으로 올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PFI는 포함 확정이 아니라 검토 개시 단계이고, PFI는 논의를 시작하는 절차일 뿐이다. PFI에 올라온다고 해서 확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통화정책, 밸리데이터 시장구조, 디파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제안을 충분한 선행 연구 없이 포크 일정에 맞춰 올리는 방식은 그 자체로 절차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3.6 불확실성과 기관 자금
기관 투자자 관점의 문제도 있다. 현행 곡선에서 스테이킹 수익률은 전체 스테이크의 제곱근을 따라 완만하게 움직이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숫자다. 스테이킹 ETF나 이더리움 DAT처럼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전제로 상품을 설계하는 기관들이 ETH 스테이킹에 들어올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TIB에서 제시하는 소각률은 지금보다 훨씬 큰 수익률 변동과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자신의 수익률이 다른 참여자들의 진입에 따라 지금보다 훨씬 민감하게 좌우되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기관 투자자에게 ETH 스테이킹이 수익률을 예측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 비경제적인 자산이 될수도 있다는 점은 문제다.
애초에 TIB가 등장한 배경에는 DAT와 ETF 같은 기관발 스테이킹 급증이 있다. 그런데 이 제안은 바로 그 기관 수요를 쫓아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 한다. TIB를 통해 스테이킹의 증가를 막는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어도, 이더리움에 기관 자산과 결제 레일을 안착시키려는 생태계 전반의 다른 노력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
4. 이더리움 발행 모델은 언젠가는 바뀌어야 한다. 다만 순서가 잘못되었다.
현행 발행 곡선에 명시적인 한계가 없다는 문제 제기는 유효하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발행량 논쟁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답이 아니고, 오히려 필자는 발행 모델이 언젠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발행 곡선은 비콘 체인 초기의 검증자 모델, 즉 모든 밸리데이터가 재실행을 통해 검증에 참여하고 32 ETH라는 균일한 단위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제 위에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전제는 무너지고 있으며, 수년 내로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린 이더리움 로드맵에서 L1 zkEVM은 밸리데이터의 일을 재실행에서 프루버(prover)가 만든 영지식 증명(ZK proof)의 검증으로 바꾼다. ePBS는 블록 빌딩과 제안을 분리할 것이고, 린 컨센서스는 서명 집계를 ZK로 단순화하며, 최소 스테이크는 지금의 32 ETH에서 1 ETH까지 내려간다.
역할이 달라지고 분화되면 역할별 자본비용, 운영비, 보안 위험, 수익원이 전부 달라진다. 합의와 실행 구조가 이렇게 재편되는데 2020년의 비용 구조를 전제로 만든 발행 곡선에 영원히 갇혀 있을 수는 없다. 때문에 보상 구조를 바꾸는 일에는 TIB보다 더 거시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이더리움과 같은 탈중앙 네트워크에서 통화정책과 보안 예산은 한번 적용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행량만 일단 독립적으로 먼저 줄이자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제안으로 들린다.
다만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자산으로서 ETH에 걸린 이해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대로 두면 발행량 논쟁은 수많은 이해관계에 막혀 영원히 결론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관이 진입이 가속화 될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다. 어쩌면 이번 TIB 제안의 급진성과 일정은 그 교착을 뚫고 발행량 조정이라는 안건을 논쟁의 중심에 세우려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금 이더리움 커뮤니티 전체가 ETH 발행량에 대해 각자의 입장과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형태의 TIB 제안과 헤고타를 타겟으로 한 일정에 반대한다. 동시에 발행 모델 재설계 논의에는 찬성하며, 앞으로의 논의에 밸리데이터 운영자로서 적극 참여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결국 보안에 대한 비용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앞으로 변화할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밸리데이터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그 역할에 얼마의 보안 예산을 지급할 것인지를 합의하는 것이 먼저다.
본 보고서의 작성자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자산 또는 토큰에 대해 개인적인 보유 또는 재산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연구 수행 또는 작성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어떠한 거래도 수행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 사업, 투자 또는 세무 자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본 보고서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이를 회계, 법률, 세무 관련 지침으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특정 자산이나 증권에 대한 언급은 정보 제공의 목적이며, 투자 권유 또는 종목에 대한 추천이 아님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에 표현된 의견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관련된 기관, 조직 또는 개인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 반영된 의견은 사전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보고서에 포함된 개별 공시 외에도 당사 포필러스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일부 자산 또는 프로토콜에 대해 기존 투자나 향후 투자 계획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당사 계열사인 FP Validated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프로젝트의 노드로 이미 참여 중이거나, 향후 참여할 예정일 수 있습니다. FP Validated의 네트워크 참여 관련 공시와 투명성 고지는 하단에 있는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