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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Takeaways
-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아래로 빠지는 동안 채굴 원가는 오히려 올라, 해시프라이스가 두 달 넘게 손익분기 구간에 머물렀고 마라, 라이엇, 클린스파크, 아메리칸 비트코인, 비트디어 모두 2분기 순손실을 냈다. 그 결과 채굴 난이도는 2025년 10월 고점(155.97T) 이후 열 달째 하락해 125.81T까지 내려왔는데, 2021년 중국 채굴 금지 같은 외부 이벤트 없이 이런 장기 하락이 이어지는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다.
- 상장 채굴자들은 1분기에만 32,000 BTC 넘게 팔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도를 기록했지만, 이 현금은 버티기용이 아니라 발전소 인수, AI 데이터센터 장기 임대, AI 클라우드 완전 피벗 등 전력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상장 채굴자의 해시레이트는 6개월 만에 13.4% 줄어 네트워크 전체(-10.6%)보다 빠르게 빠져나갔고, 주식 시장도 채굴을 많이 하는 회사일수록 낮은 밸류에이션을 주며 이 방향에 손을 들어줬다.
- 8월 하순 랠리로 해시프라이스는 6월 저점 대비 43% 올라 손익분기 구간을 벗어났지만, 해시레이트는 900 EH/s 안팎에 그대로 머물며 십수 년간 유지해온 가격 연동성이 처음으로 끊겼고, 이는 이미 AI 쪽으로 배정된 설비와 전력이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비가역성을 확인시켰다.
2026년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오는 동안 채굴 원가는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고, 그 결과 2분기에는 주요 상장 채굴 기업들이 일제히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가 채굴 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반등이 여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자.
1. 조용히 찾아온 채굴 난이도 하락
수익성 악화가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는 채굴 난이도다.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2025년 10월 말 155.97T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열 달 가까이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계단식으로 내려와, 2026년 9월 1일 현재 125.81T에 머물러 있다. 이런 흐름은 보기보다 드물다. 비트코인 역사에서 난이도가 전년 대비 하락한 적은 2021년 중국이 채굴을 전면 금지했을 때 딱 한 번뿐이었는데, 당시에는 정부 조치라는 명확한 원인이 있었고 하락도 두 달 만에 끝나 곧바로 회복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그런 이벤트 없이 하락 추세가 열 달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례가 없는 구간이다. 8월 하순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면서 추세 전환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도 했지만, 난이도는 현재까지 큰 변동을 보이고 있지 않다.

난이도는 채굴자들이 실제로 돌리고 있는 설비의 총량을 반영한다. 그래서 가격이 20% 넘게 반등했는데도 난이도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꺼둔 설비를 다시 켤 만큼 채굴의 채산성이 회복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 설비와 전력이 이미 채굴로 돌아올 수 없는 곳에 가 있다는 뜻이 된다. 뒤에서 보겠지만 실제로는 둘 다에 해당한다.

수익성 쪽부터 보면, 비트코인 가격이 2025년 10월 12만 5천 달러에서 6월 말 58,500달러 선까지 절반 아래로 빠지는 동안 해시프라이스(1 PH/s당 하루 수익)는 6월 한때 28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다. 해시레이트 인덱스에 따르면 30달러대 초반은 기기 종류나 전기료에 따라 상당수 채굴자가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는 구간인데, 8월 중순까지 해시프라이스는 두 달 넘게 이 구간에 머물러 있었다. 아래 차트에서 보듯 해시프라이스는 가격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데, 수수료가 사라지고 난이도가 정체된 상황에서는 가격 말고는 움직일 변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수료 쪽도 도움이 안 된다. 8월 중순 한 주간 채굴자들이 받은 블록 보상 3,178 BTC 중 거래 수수료는 22 BTC로 0.69%에 불과했다. 결국 채굴자 매출은 사실상 블록 보조금이 전부인데, 이 보조금은 2028년 반감기에 또 절반이 될 예정이다.
2. 더 캤는데, 덜 벌었다
이 수익 환경은 개별 기업의 2분기 손익계산서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공통된 패턴은 생산량은 늘었는데 매출은 줄었다는 것이다. 마라(MARA)는 전년 동기 대비 3% 더 캤지만 매출은 27% 줄었고, 라이엇(Riot)은 11% 더 캤는데 채굴 매출은 19% 줄었다. 클린스파크(CleanSpark)가 4월부터 6월 사이에 채굴한 비트코인의 평균 가격은 71,881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98,736달러에서 27% 내려왔다. 해시레이트를 늘려도 매출이 따라오지 않는, 결국 가격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한 분기였다.

문제는 가격이 빠지는 동안 원가는 오히려 올랐다는 점이다.
라이엇의 감가상각을 뺀 BTC당 채굴 원가는 49,912달러로, 채굴 시점의 비트코인 가치 71,667달러 대비 약 70%에 해당한다. 문제는 1년 전에는 이 비율이 50% 정도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채굴기 등 설비 감가상각까지 넣으면 원가는 90,631달러가 되어 사실상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되었다.
마라도 마찬가지다. kWh당 0.04달러라는 업계 최저 수준의 전력을 쓰는데도 BTC당 전력비는 1년 사이 33,735달러에서 38,690달러로 올랐다. 난이도가 고점에서 내려왔다고는 해도 2분기 평균으로 보면 1년 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비트코인 한 개를 캐는 데 들어가는 전력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순손실은 이 구조 위에 보유 비트코인의 평가손이 더해진 결과다. 현금 기준으로는 아직 마진이 남는 곳이 많지만, 감가상각과 평가손까지 반영하면 마라, 라이엇, 클린스파크,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 비트디어(Bitdeer) 모두 2분기에 순손실을 냈다. 다만 손실의 성격 자체는 회사마다 다른데, 마라의 경우 순손실의 절반 이상이 보유 비트코인의 미실현 평가손이었으나 비트디어는 채굴량을 다섯 배 가까이 늘리고도 매출원가가 매출을 넘어서는 매출총손실을 냈다.

3.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사업 다변화
손익계산서가 이렇게 나온 상황에서 채굴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자기가 캔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분하고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TheEnergyMag의 집계에 따르면 상장 채굴자들은 2026년 1분기에만 32,000 BTC가 넘는 물량을 매도했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의 순매도량보다 많은 양이고, 테라 사태가 터졌던 2022년 2분기의 약 20,000 BTC도 넘어선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불과 2024년에 17,593 BTC를 순매입하면서 합산 보유량을 10만 BTC 위로 올려놨던 회사들이 1년 만에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를 보면 단순히 버티기 위한 매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력 자산
- 마라(MARA): 상반기에 23,093 BTC를 팔아 약 16억 3천만 달러를 만들었는데, 이 돈으로 0% 전환사채 10억 달러를 액면가보다 9% 싸게 되사는 동시에 505 MW짜리 오하이오 가스 발전소 Long Ridge를 15억 달러에 인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2025년 초에 텍사스의 114 MW 풍력 발전소를 사들였고, 텍사스 마타고다 카운티에 최대 2 GW 부지를 확보해 전력 포트폴리오를 4.8 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보유량이 53,822 BTC에서 35,577 BTC로 줄어드는 동안 회사는 채굴 회사라기보다 발전 회사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 Hut 8: 아예 회사 구조를 분리했다. 채굴 사업은 아메리칸 비트코인을 자회사로 떼어내 별도 상장시키고, 본체는 발전 자산과 데이터센터를 쥔 전력 플랫폼으로 남았는데, 계약된 AI 인프라 포트폴리오가 266억 달러에 달한다.
AI 데이터센터 장기 임대
-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 코어위브(CoreWeave)를 앵커 임차인으로 약 1.1 GW의 계약 전력 용량과 240억 달러 이상의 잠재 계약 매출을 확보했고, 2분기 콜로케이션 매출 1억 3,670만 달러가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한다.
- 테라울프(TeraWulf): 뉴욕 레이크 마리너 캠퍼스에 구글이 임대료 일부를 보증하는 계약을 유치한 데 이어, 7월에는 앤트로픽(Anthropic)과 20년, 약 190억 달러 규모의 임대 계약을 맺었다. 첫 가동은 2027년 하반기이지만, 2분기 기준으로 이미 HPC 임대 매출 3,190만 달러가 전체 매출의 71%를 차지한다.
- 사이퍼(Cipher): 텍사스 데이터 센터를 플루이드스택(Fluidstack)에 통째로 임대했는데, 구글이 플루이드스택의 임대료 약 17억 달러를 보증하는 대신 사이퍼 지분 5.4%가량에 해당하는 워런트(warrant)를 받았다. 여기에 AWS와도 15년-5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8월 초 첫 용량을 인도했다.
- 라이엇(Riot): 분기 종료 후 데이터센터를 한 프론티어 AI 랩에 20년간 임대하는 약 9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발표했고, 600 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AI/HPC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상반기에 판 9,665 BTC를 운영 자금과 데이터센터 확장에 썼다고 밝혔는데, 남은 11,380 BTC의 절반가량도 신용한도 담보로 잡혀 있다.
- 클린스파크(CleanSpark): 조지아 데이터센터에 대해 20년-66억 달러 규모의 임대 계약을 맺었다. 경영진은 채굴 사업을 당장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전환의 자금원이자 교량으로 쓰겠다고 설명했다.
- 닐 인프라스트럭쳐(Keel Infrastructure, 구 Bitfarms): 가장 급진적인 사례다. 2분기에 미국 내 채굴 설비를 전부 해체하고 사명까지 바꿨으며, 남은 비트코인 1,861 BTC도 연내 전량 매각할 계획이다. 2.2 GW 파이프라인과 8억 1,900만 달러의 유동성을 들고 세 개 부지에서 임차인과 협상 중인데, 아직 체결된 임대 계약은 없다.
채굴 사업 확장
- 비트디어(Bitdeer): 자체 설계한 SEALMINER 칩으로 채굴기를 만들어 직접 돌리면서 외부에 판매도 하는 수직 계열화를 택했고, 자체 채굴 해시레이트를 1년 만에 73 EH/s까지 늘렸다. 더불어 AI 클라우드 사업도 연환산 매출 7,600만 달러 규모로 성장시키고 있다.
-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 다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쪽에 가깝다. 2분기에 보유량을 8,002 BTC로 14% 늘렸고, 경영진은 비트코인이 원가보다 비싸면 캐고 싸면 산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AI로 전환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AI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로의 완전 피벗
- 아이렌(IREN): 마이크로소프트와 5년, 97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엔비디아, 그리고 8월에는 한 프론티어 AI 랩까지 고객으로 확보해 2026년 용량 기준 계약 ARR이 40억 달러에 이르고, 이 중 10억 달러가 8월 26일 기준 실제 가동에 들어갔다. 6월 마감 회계연도 전체로는 여전히 매출 7억 700만 달러의 82%가 채굴에서 나왔지만, 4월부터 6월 분기만 떼어 보면 AI 클라우드 매출 7,050만 달러가 채굴 매출 6,670만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그 전환의 대가로 채굴기를 조기 퇴역시키면서 연간 6억 3,880만 달러의 손상차손을 인식했고, 연간 순손실은 7억 260만 달러였다.
즉, 비트코인을 팔아 만든 현금이 버티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발전소, 부지, 데이터센터 같은 전력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상장 채굴자들의 실현 해시레이트 합계는 6개월 만에 368.3 EH/s에서 319.0 EH/s로 13.4% 줄었고, 자체 칩으로 오히려 확장하고 있는 비트디어를 제외하면 21.2%나 줄었다. 같은 기간 네트워크 전체 해시레이트가 10.6% 줄었으니, 상장 채굴자들이 네트워크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1절에서 본 난이도 하락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채산성이 나빠져 꺼진 설비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흐름은 자본력이 가장 좋은 채굴자들이 스스로 설비를 내리고 그 전력을 다른 용도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주식 시장이 이미 이 방향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8월 2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을 보면 아이렌(IREN)이 127억 달러, Hut 8이 98억 달러, 테라울프(TeraWulf)가 77억 달러인 반면, 상장사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캐는 마라는 41억 달러, 비트디어는 28억 달러에 그친다. 채굴을 많이 하고 있는 채굴사일수록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밸류에이션이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직 매출이 아니라 계약이다. 테라울프가 앤트로픽(Anthropic)과 맺은 20년 계약은 190억 달러 규모지만 2분기 HPC 매출은 3,190만 달러에 불과하고, 라이엇도 91억 달러짜리 계약을 발표했지만 2분기 데이터센터 임대 매출은 490만 달러였다. 계약을 따내고 실제 매출이 나오기까지의 공백을 채굴자들은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주식을 발행하며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4. 최근 랠리로 인한 영향
비트코인은 8월 15일 6만 4천 달러에서 27일 장중 81,330달러까지 올랐다가, 28일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7만 7천 달러대로 밀렸다. 9일 연속 이어지던 현물 ETF 순유입도 이날 2억 달러 순유출로 끊겼다. 그래도 8월 중순 대비 20% 넘게 오른 상태이니, 서론에서 말한 수익성 악화가 이 랠리로 얼마나 되돌려졌는지 따져볼 만하다.
가격 지표만 보면 분명히 개선됐다. 해시프라이스는 8월 24일 기준 39.06달러로 6월 저점 대비 43% 올라, 1절에서 본 손익분기 구간을 두 달여 만에 위로 벗어났다. 8월 22일 난이도 조정이 1.31% 하락으로 끝나면서 조금 보탬이 되긴 했지만 반등의 대부분은 가격에서 왔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선물 시장의 변화다. 7월 말까지만 해도 룩소르의 해시프라이스 선물은 향후 6개월 평균을 31.85달러로 보고 있었는데, 8월 24일 기준으로는 8월물과 9월물이 38.63달러, 2027년 1월물이 35.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이 이번 반등의 상당 부분을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캐는 사람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는 8월 하순에도 900 EH/s 안팎에 머물러 있고, 2025년 말의 1 ZH/s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는 여전히 얇은 마진과 함께 이미 AI 쪽으로 배정된 전력이 있기 때문인데, GPU가 들어갔거나 임대 계약이 잡힌 사이트에 ASIC을 다시 넣는 것은 단순히 꺼둔 기계를 다시 켜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격과 해시레이트의 관계를 월평균으로 이어 보면 이 변화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에는 가격이 상승하면 해시레이트가 덩달아 상승했고, 2026년 상반기에는 가격과 해시레이트가 같이 하락했다. 그런데 8월에는 가격이 6만 달러대에서 7만 8천 달러로 돌아왔는데도 해시레이트는 6월 수준에 그대로 있다. 십수 년간 가격에 반응해온 해시레이트가 이번에는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아있는 채굴자들의 원가와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답은 회사에 따라 갈린다. 7만 8천 달러 수준이라면 마라의 BTC당 전력비 38,690달러나 라이엇의 직접 원가 49,912달러는 넉넉하게 넘지만, 라이엇의 감가상각 포함 원가 90,631달러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코인셰어즈(CoinShares)가 집계한 상장 채굴자들의 가중 평균 현금 원가가 2025년 4분기 기준 약 8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8만 달러 언저리는 전기료를 내고 현금을 조금 남기는 수준이지 다음 세대 채굴기까지 살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주식 시장의 반응은 조금 더 직관적이었다. 8월 17일부터 28일까지 비트코인이 21% 오르는 동안 마라와 비트디어는 10%씩,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8% 올랐는데, 같은 기간 아이렌은 21%, 사이퍼와 코어 사이언티픽은 18%, 테라울프는 13% 하락했다. 채굴에 남은 기업만 오르고 전환을 마쳤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내린 것이다.
다만 이 기간에는 금리 인상 우려로 AI 인프라 관련 주식이 전반적으로 눌렸기 때문에 이를 채굴 프리미엄이 돌아온 것으로 읽기는 이르다. 랠리가 채굴주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는 했지만 시가총액 순위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정리하면 이번 랠리는 해시프라이스를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돌려놓으며 수익성 악화의 한 축인 가격 문제를 일단 완화해줬다. 하지만 설비와 전력이 채굴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구조는 건드리지 못했다. 오히려 이 가격에서도 해시레이트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이동의 비가역성을 확인해준 셈이다. 채굴자들이 이 반등을 매도 기회로 썼는지는 9월에 발간되는 월간 생산 보고서를 봐야 알 수 있다.
5. 어떻게 봐야할까
정리하자면 2026년의 상장 채굴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고 있다. 낮은 원가나 자체 칩을 무기로 채굴에 남는 쪽, 이미 AI 인프라 회사로 넘어간 쪽,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서 넘어가는 중인 쪽이다. 재무적으로 가장 불안한 것은 당연히 세 번째 그룹이다. 채굴 매출은 줄고 있는데 데이터센터 매출은 아직 없고, 그 사이를 비트코인 매각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랠리로 이들의 숨통이 조금 트이긴 했지만, 2027년 데이터센터들의 인도 일정까지 비트코인이 얼마나 더 팔리고 희석될지는 여전히 관전 포인트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입장에서 보면 난이도 하락 자체는 설계된 대로 작동하는 자기 조정이니 그 자체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2021년 이후 해시레이트 성장을 끌고 온 것이 결국 상장 채굴자들의 자본 조달 능력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자본이 이제 20년짜리 고정 임대료를 내는 AI 수요와 같은 전력을 두고 경쟁하게 되었다는 것은 꽤 큰 변화다. 현물 해시프라이스에 그대로 노출되는 사업과 투자등급 신용 보강까지 붙은 장기 계약 중에 자본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6년 채굴자들의 재무제표는 채굴 산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라기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가장 많은 돈을 넣었던 사업자들이 이제 다른 곳에서 돈을 벌기로 했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이 결정이 되돌려지지는 않을 것이고, 남은 자리를 원가 구조가 다른 채굴자들이 채우면서 해시레이트가 어떻게 재편될지는 다음 반감기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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