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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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Takeaways
- 이더리움의 확장성 논의는 그동안 실행 레이어와 합의 레이어 두 영역에 집중되어왔다. 검증자 간 데이터가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결정하는 네트워킹 레이어, 즉 가십(Gossip) 프로토콜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아왔으며, 옵티멈은 이 지점을 공략하는 프로젝트다.
- 옵티멈의 대표 제품인 mump2p는 RLNC(Random Linear Network Coding)를 기반으로 만든 데이터 전파 프로토콜로, RLNC는 옵티멈의 CEO이자 MIT 교수인 무리엘 메다드(Muriel Médard)가 공동으로 고안한 기술이다. mump2p는 이더리움이 현재 사용하는 가십 프로토콜인 GossipSub를 대체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초기 테스트 결과에서 옵티멈은 GossipSub 기준, 평균 2.42배 빠른 블록 전파 속도를 기록했다(중앙값 기준 2.50배). 전파 편차는 libp2p보다 약 7.88배 낮았고(표준편차 기준 2.81배), 이는 전달이 더 빠를 뿐 아니라 훨씬 일관적임을 보여준다.
- 검증자 입장에서 50~150ms의 추가 슬롯 시간은 MEV 입찰 가치를 평균 13~16% 끌어올리며, 네트워크 전체의 헤드 보트 정확도를 98.6%에서 98.8~99.1%까지 개선시킬 수 있다. 옵티멈 측의 분석에 따르면, 이더리움 전체 스테이크의 36%를 차지하는 주요 검증자 운영사 기준 약 0.66~1.97% 수준의 APR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 옵티멈은 합의 변경 없이 사이드카(sidecar) 형태로 기존 컨센서스 클라이언트와 병렬 작동한다는 점에서 도입 마찰이 낮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시사점은 이것이 이더리움의 향후 로드맵에 갖는 함의에 있다. 더 짧은 슬롯 타임, 더 큰 블롭, 더 많은 검증자 수용 같은 확장 시나리오는 모두 네트워킹 레이어의 처리 한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1. 이더리움의 가장 깊은 곳, 네트워킹 레이어
이더리움의 확장성에 대해 논할 때, 대부분의 논의는 실행과 합의의 두 레이어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두 레이어 아래에는 더 근본적인 영역이 존재하는데, 바로 검증자들이 블록과 증명(attestation)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네트워킹 레이어가 그것이다. 이더리움의 경우 피어 간 (Peer-to-Peer, 이하 P2P) 통신을 위해 libp2p와 그 위에 구축된 GossipSub이라는 가십(Gossip)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문제는 GossipSub이 본질적으로 중복 전송에 기반한 프로토콜이라는 점에 있다. 가십 프로토콜의 작동 방식은 대략 다음과 같다. 어떤 노드가 새로운 메시지를 받으면, 자신과 직접 연결된 이웃 노드들 모두에게 그 메시지를 똑같이 전달한다. 한 노드가 6명의 이웃과 연결되어 있다면, 같은 메시지가 6번 복제되어 네트워크를 흐른다는 의미다.
이러한 중복 전송 방식은 자칫 낭비처럼 보일 수 있으나, 중앙 주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어떤 노드가 언제 온라인 상태인지 사전에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일부 노드가 일시적으로 메시지를 누락하더라도 메시지가 도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며, 이더리움이 검열 저항성과 네트워크 안정성을 갖춘 가십 프로토콜을 P2P 표준으로 삼아온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다만 이 견고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같은 데이터가 네트워크 내에서 반복적으로 전송되는 비효율은 데이터의 양과 노드의 수가 늘어날수록 더 가시화된다. 이 비효율은 현재 이더리움의 블록 전파 관련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GossipSub 기반의 이더리움 블록 전파는 평균 약 1초 내외가 소요된다. 이더리움의 슬롯 타임이 12초이고, 증명 마감이 슬롯 시작 후 4초임을 감안하면, 블록 전파에 1초가 소요된다는 것은 검증자에게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니다. 검증자가 메시지를 받기 전에 흘러간 시간만큼, 블록 제안 시점을 결정하거나 더 높은 가치의 입찰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옵티멈은 정확히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옵티멈의 mump2p는 GossipSub의 자리에 들어가는 차세대 가십 프로토콜로, 이더리움 후디(Hoodi) 테스트넷에서 평균 약 150ms의 블록 전파 시간을 기록하며 GossipSub 대비 6배 이상 빠른 성능을 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mump2p는 합의 알고리즘을 변경하지 않고, 노드 클라이언트를 교체할 필요도 없으며, 별도의 하드웨어 또한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사이드카 형태로 기존 검증자 인프라 옆에서 작동하면서도 검증자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이번 글에서는 옵티멈이 어떤 기술적 접근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킹 레이어의 한계를 풀어내며, 이 변화가 검증자 경제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것이 이더리움의 향후 로드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2. 옵티멈의 기술적 접근
2.1 RLNC
옵티멈은 RLNC(Random Linear Network Coding)라는 자체 프로토콜을 통해 기존 가십 프로토콜의 비효율을 해소하고자 한다. RLNC를 쉽게 설명하자면, 메시지를 작은 조각으로 분할한 뒤, 이 조각들을 무작위로 섞어 새로운 데이터 단위를 만드는 것과 같다. 각 노드는 이 섞인 데이터를 받은 뒤, 그 자체로 다시 다른 노드에게 전달하거나, 조각이 충분히 모인 경우 원본 메시지를 복원한다.
기존의 가십 프로토콜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한 노드가 1MB의 블록 데이터를 받았다면, 이 노드는 이 1MB 전체를 자신과 연결된 다른 노드들에게 그대로 전송한다. 이웃 노드가 6개라면 6MB가 네트워크로 흘러나가는 셈이며, 이 중 5MB는 사실상 중복이다. 또한 수신 측은 메시지가 완전히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다음 노드로 메시지를 재전파할 수 있다.

Source: Optimum
RLNC는 이 구조를 메시지의 분할을 통해 다시 설계한다. 발신 노드는 1MB의 메시지를 k개의 동일한 크기의 단편(fragment)으로 분할한 뒤, 각 단편들의 무작위 선형 조합을 통해 다시 n개의 부호화된 샤드(coded shard)를 만든다. 풀어 말하자면, 각 단편에 서로 다른 무작위 가중치를 곱하고 이를 모두 더해 하나의 샤드를 만드는 방식이다. 동일한 단편들로부터 가중치만 달리하면 사실상 무한히 많은 서로 다른 샤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RLNC에서 수신 노드는 이렇게 만들어진 샤드들 중 서로 독립적인 k개만 모으면 원본 메시지를 복원할 수 있다. 특정 샤드가 분실되어도 다른 샤드들로 대체가 가능하므로, 패킷 손실에 대해 강건성을 갖는다.

Source: Optimum
여기까지는 데이터 가용성 프로토콜들에서 주로 보이는 이레이저 코딩(Erasure Coding) 기법과 유사하지만, RLNC는 재부호화(Recoding)와 컴포저빌리티(Composability)에 차별점을 갖는다.
GossipSub의 경우 노드 A가 노드 B로부터 메시지를 받아 노드 C로 전달하려면, 메시지가 완전히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RLNC에서는 중간 노드가 자신이 수신한 샤드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필요 없이, 단순히 그 샤드들의 새로운 무작위 선형 조합을 생성하여 다음 노드로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곧 노드 A가 일부 샤드만 받은 상태에서도 즉시 새로운 샤드를 만들어 노드 C로 보낼 수 있다는 의미이며, 전체 네트워크가 마치 파이프라인처럼 작동하며 데이터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흐를 수 있게 한다.
2.2 mump2p의 구조와 매개변수
mump2p는 RLNC를 이더리움의 P2P 환경에 적용한 프로토콜이다.
mump2p의 노드 구조는 표준 libp2p 호스트 위에 RLNC 로직을 얹은 형태다. 각 노드는 libp2p가 제공하는 피어 탐색, 보안 통신, 네트워크 전송 기능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기존 GossipSub과 유사한 메시(mesh) 구조를 유지한다. 다른 점은 메시지가 메시 위를 흐를 때 RLNC 로직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mump2p의 동작 방식은 메시지 발행(publish)과 수신(receive)의 두 단계로 나뉜다.
- 발행: 노드는 메시지를 정해진 수의 단편으로 분할한 뒤, 단편 수보다 더 많은 부호화 샤드를 생성하여 메시 피어들에게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분배한다. 각 피어가 서로 다른 샤드 집합을 받게 되므로, 동일한 메시지가 중복 전송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 수신: 노드는 받은 샤드가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는지 확인하며, 중복된 샤드는 폐기한다. 충분한 수의 독립 샤드가 모이면 원본 메시지의 디코딩을 시도한다. 또한 자신이 보유한 샤드가 일정 임계치 이상이면, 새로운 재부호화 샤드를 생성하여 다른 피어들에게 전달한다.
위 동작 과정에는 여러 매개변수가 관여하는데, 그 튜닝의 폭이 넓다는 점이 mump2p의 흥미로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메시지를 더 세밀하게 분할할수록 패킷 손실에 더 강해지지만 연산 오버헤드가 증가하고, 메시 피어 수를 늘릴수록 메시지 도달 속도와 안정성은 올라가지만 대역폭 사용량이 증가한다. 즉, 옵티멈은 정해진 한 가지 설정을 강요하기보다는, 네트워크 조건과 검증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트레이드오프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2.3 보안 모델
RLNC 기반 시스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위협은 오염 공격(Pollution Attack)이다. 악의적인 노드가 무효한 샤드를 네트워크에 주입하면, 다른 노드들이 이 샤드를 기반으로 디코딩을 시도할 때 메시지 복원에 실패할 수 있다. 더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무효한 샤드가 다른 정상 샤드들과 함께 재부호화되어 네트워크 전체에 잘못된 데이터가 전파될 수도 있다.
mump2p는 이를 소스 인증(Source Authentication)이라는 다층적 접근으로 방어한다. 원본 메시지 데이터는 해싱되어 고유 식별자가 만들어지고, 이 식별자와 발행자의 서명이 메시지에 바인딩된다. 노드가 샤드들로부터 메시지를 디코딩한 후, 복원된 데이터를 발행자의 원본 서명 및 해시와 대조하여 검증한다.
이 검증이 실패하면, 노드는 자신이 받은 샤드 중 적어도 하나가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확히 어떤 샤드가 악의적이었는지 식별하기는 복잡할 수 있지만, 시스템은 어떤 피어들이 무효한 샤드를 보냈는지를 추적하고 그들의 평판 점수를 낮춰 점진적으로 네트워크에서 격리할 수 있다. 즉, 중간 노드에서 재부호화가 일어나더라도, 데이터의 무결성은 종단 간(end-to-end)으로 검증된다.
또한 mump2p는 libp2p 위에 구축되었기 때문에, libp2p가 제공하는 표준 보안 기능들을 그대로 상속한다. 노드 간 통신은 Noise나 TLS로 암호화되며, 악의적 노드가 네트워크 전체를 장악하거나 특정 피어를 고립시키려는 시도(시빌 공격, 이클립스 공격 등)에 대한 방어 메커니즘 또한 자동으로 적용된다. 즉, mump2p는 보안 인프라를 새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 검증된 P2P 보안 위에 RLNC 특유의 위협에 대한 방어를 한 겹 추가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2.4 이더리움과의 통합 방식: 사이드카 구조
기술이 아무리 우수해도, 도입의 마찰이 크다면 실제 채택은 어렵다. 이더리움 검증자들은 자신의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보수적이며, 합의 클라이언트를 교체하거나 검증자 키 설정을 변경하는 행위에 대해 극도로 신중하다. 옵티멈은 이러한 현실을 이해해, 최소한의 변경사항만으로도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mump2p는 옵티멈 게이트웨이(Optimum Gateway)라 불리는 사이드카로 배포된다. 이 게이트웨이는 검증자가 기존에 운영하는 라이트하우스(Lighthouse), 프리즘(Prysm), 테쿠(Teku)와 같은 합의 클라이언트와 별개의 프로세스로 실행되며, 단순한 API 호출을 통해 통신한다.
사이드카는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 검증자의 이더리움 클라이언트로부터 블록 데이터를 읽어들인다.
- 읽어온 데이터를 RLNC로 부호화해 옵티멈 네트워크로 전송한다.
- 옵티멈 네트워크로부터 수신된 RLNC 샤드들을 디코딩해 검증자의 클라이언트로 전달한다.
가장 큰 설계 포인트는 mump2p가 GossipSub과 병행 작동한다는 점에 있다. 검증자는 GossipSub과 mump2p를 동시에 운영하며, mump2p를 통해 블록을 더 빨리 받든, GossipSub을 통해 블록을 받든 어느 쪽이든 증명이 가능하다. 만약 사이드카가 다운되더라도, 검증자의 증명과 블록 제안 능력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가산적(additive) 통합은 운영자가 부담하는 추가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옵티멈은 검증자 키에 접근하지 않으며, 리더 선출이나 서명 과정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다. 합의 메커니즘 자체는 변경되지 않으며, 단지 데이터가 노드 간에 어떻게 이동하는지만 바뀌는 것이다. 이 비침투적 설계가 옵티멈이 짧은 시간 내에 주요 검증자들과 통합을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옵티멈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테스트넷 초기 운영에 Kiln, P2P.org, Everstake, Blockdaemon, Infstones, Luganodes, Ebunker 등 이더리움 검증자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모두 모집할 수 있었다. 옵티멈에 따르면 현재 40개 이상의 테스트넷 파트너와 약 $30B 규모의 ETH 스테이크가 연결되어 있다.

Source: Optimum
한편, 옵티멈 네트워크는 검증자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검증자들이 RLNC 기반의 빠른 전파를 누리기 위해서는, 부호화된 샤드를 중계하고 재부호화하는 가속 노드들이 필요하다. 옵티멈은 이러한 가속자 역할을 담당하는 노드를 플렉스노드(Flexnode)라 부르며, 누구나 자신의 대역폭을 제공하여 플렉스노드 운영자로 참여할 수 있다. 즉, 옵티멈 네트워크는 검증자(가속 서비스의 수요자)와 플렉스노드(가속 서비스의 공급자)로 구성된 이중 구조를 갖는다.
초기 측정 결과는 사이드카 구조의 효과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mump2p는 libp2p보다 평균 2.42배 빠른 전파 속도를 기록했으며(중앙값 기준 2.50배), 검증자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지표인 전파 편차는 libp2p보다 약 7.88배 낮았다(표준편차 기준 2.81배). 이러한 속도와 일관성의 조합은 검증자의 어테스테이션 타이밍과 보상 예측 가능성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인상적인 점은, 이 수치는 통제된 환경에서의 일회성 측정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옵티멈은 전 세계에 분산된 30개의 게이트웨이를 후디 테스트넷에 배치하고, 모든 블록이 mump2p와 GossipSub 양쪽 경로를 통해 동시에 전파되도록 실험 환경을 설계했다. 동일한 트래픽에 대해 두 프로토콜의 성능을 나란히 측정함으로써, 체리피킹이나 비교 불가능한 환경에서의 측정이라는 비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참고로 비교 기준이 된 GossipSub의 블록 전파 시간 1초는 ethPandaOps의 xatu-mimicry 인프라가 측정한 수치 중 가장 빠른 값을 적용한 결과로, 옵티멈은 이를 보수적 비교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즉, 6배라는 격차는 실제 평균 환경에서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3. 검증자 수익에 미치는 영향
블록 전파 시간이 1초에서 150ms로 단축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인상적이나, 실제로 이것이 검증자의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옵티멈 팀과 메다 교수 등이 2026년 3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옵티멈을 통한 검증자의 수익은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발생한다.
3.1 슬롯 타이밍 게임과 가용 시간의 확장
이더리움 검증자가 블록을 제안할 때, 그들은 암묵적인 트레이드오프에 직면한다. 블록을 일찍 제안할수록 블록이 네트워크에 충분히 전파되어 다른 검증자들의 증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늦게 제안할수록 더 많은 빌더 입찰을 관찰하고 더 높은 가치의 블록을 선택할 기회가 늘어난다.
이 트레이드오프는 이더리움 슬롯 구조에서 검증자가 풀어야 하는 본질적인 최적화 문제다. 검증자는 통상적으로 블록이 80%의 노드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p80 전파 지연)을 기준으로 안전 마진을 계산하며, 증명 마감인 4초 이내에 충분한 노드가 블록을 보고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후 제안한다.
옵티멈은 mump2p의 효과를 추가 가용 슬롯 시간으로 환산한다. 즉, GossipSub과 mump2p의 p80 지연 차이만큼 검증자는 더 늦게 제안해도 동일한 안전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Q(p)는 블록이 p%의 노드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며, 따라서 Q(80%)는 앞서 언급한 p80 전파 지연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Δmump2p는 GossipSub과 mump2p의 p80 지연 차이로, 검증자가 안전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슬롯 시간을 의미한다.

Source: Optimum
옵티멈의 분석에 따르면, 검증자의 보상은 합의 레이어 보상과 실행 레이어 보상으로 구성되며, 이 중 다수의 항목이 네트워크 지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즉, 추가 가용 슬롯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곧 이 영향을 받는 보상 항목들을 개선할 여지를 얻는다는 의미와도 같다. 측정 결과에 따르면 50~150ms의 추가 슬롯 시간은 가장 큰 검증자 운영자들에게 약 0.66~1.97% 수준의 APR 상승으로 환산되며, 이 수치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100B 규모의 ETH 스테이킹 시장 전체로 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다만 이 상승 폭은 운영사마다 편차가 있다. 옵티멈 분석에 따르면, 안전 마진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며 슬롯 시간을 일찍 사용하는 운영사일수록 추가 슬롯 시간으로 인한 이득이 크고, 이미 타이밍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슬롯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운영사는 한계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즉, mump2p의 도입 효과는 운영사가 현재 어떤 운영 정책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3.2 MEV 입찰 가치의 상승
추가 슬롯 시간이 수익으로 환산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는 MEV 입찰 선택이다. 현재 대부분의 이더리움 검증자는 직접 블록을 구성하기보다, 외부 빌더(Builder)가 만든 블록을 받아 제안하는 PBS(Proposer-Builder Separation) 구조를 활용한다. 검증자의 91.6%가 이 구조의 표준 구현인 MEV-Boost를 통해 외부 빌더와 연결되며, 빌더는 자신이 구성한 블록을 채택해주는 대가로 검증자에게 입찰가를 제시한다. 검증자가 늦게 제안할수록, 빌더들은 더 많은 트랜잭션을 묶고 더 정교한 트랜잭션 순서를 구성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더 높은 입찰가로 이어진다.

Source: Optimum
옵티멈은 2026년 3월 한 주간 주요 MEV 릴레이로부터의 입찰 추적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50~150ms의 추가 슬롯 시간이 평균적으로 13~16%의 상대적 입찰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케이스의 20~30%에서는 30% 이상의 상승이 관찰되었다. 한 주 동안 누적된 추가 수익은 150~190 ETH 수준이었다.
이 효과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있다. 옵티멈의 분석에 따르면, 어떤 슬롯에서는 검증자가 선택한 입찰가보다 더 높은 입찰가가 단 60ms 늦게 도착하여 놓친 경우가 있었다. 60ms는 정확히 mump2p가 제공하는 추가 슬롯 시간의 범위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현재의 네트워킹 레이어 한계 때문에 검증자들이 놓치고 있는 수익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효과는 추가적인 리스크를 동반하지 않은 채 사이드카 도입만으로 이룰 수 있다. 검증자는 기존의 안전 마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지 더 늦게까지 입찰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를 얻는 것이다.
3.3 헤드 보트 정확도의 개선
검증자는 블록 제안자로서 뿐만 아니라 증명자(attester)로서도 활동한다. 검증자의 증명은 여러 컴포넌트로 구성되는데, 그중 헤드 보트(Head Vote)는 현재 체인의 가장 최신 블록(head)이 무엇인지에 대한 투표로, 시간 민감도가 가장 높은 항목이다. 정확한 헤드 보트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헤드 블록을 시간 내에 수신해야 한다. 전파가 지연되면 검증자는 잘못된 헤드에 투표하거나, 다음 슬롯의 증명에 포함되지 못할 만큼 늦은 투표를 하게 된다.
헤드 보트 보상은 다음과 같이 근사할 수 있다.

여기서 a_val은 개별 검증자의 헤드 보트 정확도, a_net은 네트워크 전체의 헤드 보트 정확도를 의미한다. 즉, 보상은 개인의 성과와 네트워크 전체의 조건 양쪽의 영향을 받는다.

Source: Optimum
옵티멈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전체 헤드 보트는 약 98.6%의 정확도를 보였다. 50~150ms의 네트워크 지연 개선은 이 수치를 98.8~99.1%로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이는 네트워크 전체에 연간 약 1,000~2,000 ETH의 추가 수익으로 환산된다.
이더리움에서 약 0.6%의 슬롯은 누락되며, 이런 슬롯에서는 어떠한 검증자나 네트워크 성능 개선과 무관하게 헤드 보트 정확도가 0이 된다. 따라서 이론적 최대 헤드 보트 정확도는 약 99.4%다. 이는 곧 현재 98.6%와 이론적 한계 99.4% 사이의 격차 0.8% 중 절반 이상을 네트워킹 레이어 개선만으로 메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4 대역폭 비용의 절감
수익 측면 외에도, mump2p는 검증자의 운영 비용을 줄여준다. 같은 메시지가 여러 차례 중복 전송되는 GossipSub과 달리, RLNC는 부호화된 샤드를 비중복적으로 분배하기 때문이다.
대형 노드 운영자가 수백~수천 개의 검증자를 운영하는 경우, 대역폭 비용은 무시할 수 없는 운영 비용 항목이다. 이는 클라우드 인프라 비용에서 직접적인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며, 특히 인접한 데이터센터에 노드를 다수 운영하는 기관급 스테이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 시사점과 남은 질문들
4.1 이더리움 로드맵에 대한 함의
옵티멈의 가장 흥미로운 함의는 검증자 APR 개선 그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이더리움의 미래 로드맵과 어떻게 맞물리는가에 있다.
- 더 짧은 슬롯 타임의 가능성: 이더리움의 12초 슬롯 타임은 현재 네트워킹 레이어의 한계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결과다. 블록 전파에 1초 가까이 걸리고, 증명과 그 집계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전파가 150ms로 단축된다면, 슬롯 타임을 줄이는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 더 큰 블롭과 PeerDAS: EIP-4844와 댕크샤딩 로드맵의 핵심은 블롭 데이터를 더 많이 처리하면서도 검증자가 이를 안전하게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PeerDAS와 같은 데이터 가용성 샘플링은 검증자가 전체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가용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 기반에는 효율적인 데이터 전파가 전제되어야 한다. RLNC와 같은 부호화 기반 전파는 본질적으로 데이터 가용성 샘플링과 유연하게 결합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 검증자 분산화: 이더리움 재단은 검증자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GossipSub 기반 환경에서는, 대역폭이 풍부한 데이터센터급 인프라를 가진 검증자와 가정용 인터넷으로 운영하는 솔로 스테이커 사이에 성능 격차가 발생한다. 초기 테스트 환경에서 mump2p의 90~95% 대역폭 절감은, 솔로 스테이커들이 더 적은 리소스로도 일정한 성능을 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분산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4.2 미해결 지점들
옵티멈이 제시한 기술과 측정 결과는 인상적이지만, 메인넷 도입 이전까지 명확히 해소되어야 할 질문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 플렉스노드(Flexnode) 네트워크의 인센티브 구조: 옵티멈은 검증자만으로 구성된 시스템이 아니다. 플렉스노드는 글로벌 데이터 가속자 네트워크로, 누구나 대역폭을 제공하여 네트워크의 데이터 전파를 도울 수 있다. 그러나 플렉스노드 운영자들이 어떤 인센티브로 보상받고, 그 보상이 어떻게 자금화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검증자가 가속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고, 그 비용이 플렉스노드 운영자에게 분배되는 형태가 예상되지만, 가격 결정 메커니즘, 정산 주기, 토큰의 역할 등에 대한 세부사항이 아직 미공개 상태에 있다.
- 메인넷 환경에서의 성능 재현성: 후디 테스트넷의 결과는 인상적이지만, 메인넷의 실제 트래픽, 다양한 노드 구성, 글로벌 지연 시간 분포에서도 동일한 6배의 성능 우위가 유지될지는 별개의 검증이 필요하다.
- 검증자 실제 채택 여부: mump2p는 가산적 시스템이지만, 그 효과는 검증자 채택률에 의존적이다. 만약 일부 소수의 검증자만 mump2p를 운영한다면, 그들이 받는 블록은 여전히 GossipSub을 통해 전파된 것이며, 그들이 발행하는 블록도 GossipSub 검증자들에게는 GossipSub을 통해 도달한다. 즉, mump2p의 네트워크 효과가 발현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채택률이 전제되어야 한다.
- 패널티 메커니즘의 부재: 섹션 2.3에서 언급했듯, 옵티멈은 오염된 샤드를 전송한 노드에 대해 평판 점수를 낮추고 네트워크에서 격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슬래싱 등 명시적인 금전적 패널티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것이 메인넷에서 악의적 행위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검증이 필요한 영역인 것으로 생각된다.
4.3 멀티체인으로의 확장
한편 옵티멈의 비전은 이더리움 단일 네트워크에 머무르지 않는다. 옵티멈은 처음부터 mump2p를 체인에 의존하지 않는 설계로 구현했으며, 공식 문서에서도 솔라나의 터빈(Turbine), 코스모스/IBC의 인터체인 패킷 라우팅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슬롯 타임이 약 400ms에 불과한 솔라나는 100ms 단위의 전파 지연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RLNC 기반 가속의 가치가 이더리움보다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옵티멈은 2025년 12월 솔라나의 데이터 전파 스택(Turbine, ShredStream, JetStreamer)을 분석한 별도 블로그글을 게재하며 이 방향성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즉, 옵티멈은 이더리움에서의 검증된 결과를 발판으로, 향후 데이터 전파가 성능 병목인 모든 고성능 체인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5. 맺으며
옵티멈의 접근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새로운 가설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십 년간 학계에서 증명된 정보이론적 결과를 블록체인 컨텍스트에 가져온다는 점에 있다. RLNC는 무리엘 메다 교수가 2000년대 초반부터 발전시켜온 프레임워크이며, 그 수학적 기반은 견고하다. 옵티멈이 한 일은 이 기술을 libp2p와 이더리움 검증자 인프라에 적합한 형태로 엔지니어링하고, 메인넷 도입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사이드카 아키텍처를 설계한 것이다.
만약 이더리움의 네트워킹 레이어가 mump2p 또는 그와 유사한 정보이론적 최적 솔루션으로 진화한다면, 그것은 더 짧은 슬롯, 더 큰 블롭, 그리고 더 분산된 검증자로 가는 길을 여는 것에 가깝다. 즉, 옵티멈이 풀고자 하는 것은 검증자 수익률이라는 표면적 문제가 아니라, 이더리움이 향후 십여 년간 마주할 확장성 한계의 가장 깊은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옵티멈은 현재 이더리움 검증자 대기 명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메인넷 통합을 준비 중이다. 후디 테스트넷에서의 결과가 메인넷에서도 재현되고, 검증자 채택률이 임계 질량을 넘어선다면, 우리는 이더리움 네트워킹 레이어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까운 시일 내에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 변화는 합의 알고리즘이나 EVM 업그레이드처럼 가시적이지는 않을 수 있으나, 그 영향은 그 어떤 상위 레이어 변화 못지않게 광범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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