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한국 디지털 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8월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원화 거래소는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총 1,236개의 알트코인을 신규 상장했다. 같은 기간 거래지원이 종료된 알트코인은 430개다. 거래소별로 보면 신규 상장 건수 대비 거래지원 종료 건수의 단순 비율은 고팍스가 63.2%로 가장 높았고, 코인원이 46.6%로 뒤를 이었다. 다만 거래지원이 종료된 430개에는 2022년 이전에 상장된 코인도 포함돼 있어 이를 실제 상장폐지율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4년 반 동안 1,200개가 넘는 알트코인이 새로 상장되고 400개가 넘는 코인의 거래지원이 종료됐다는 사실은 국내 거래소에서 알트코인의 상장과 퇴출이 얼마나 빈번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국회에서는 이를 두고 “거래소 배만 불리고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는 코인 상장 폭탄 돌리기”라는 표현이 나왔다. 닷새 전인 8월 26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더 직설적이었다. “한국 거래소에만 상장된 알트코인 수백 개를 서슴없이 올렸는데, 내 입장에서 보면 이는 사기에 가깝다”며 “80~90%의 고객이 물을 먹는 잡코인을 상장시켜 회사가 돈을 버는 것이 성공이냐”고 물었다.
필자도 이런 비판에 대체로 동의한다. 부실한 프로젝트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상장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이해상충이 있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 논쟁을 거래소의 탐욕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빠진 내용이 하나 있다.
한국 거래소는 잡코인을 더 상장하는 것 말고, 도대체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
2. 98% 대 48%

숫자부터 보자. 두나무의 2025년 매출에서 거래 플랫폼 수수료가 차지한 비중은 98.26%다. 1조 5,307억원이다. 증권플러스와 루니버스를 비롯한 나머지 사업을 전부 합쳐도 270억원에 불과하다. 2026년 1분기에도 거래 플랫폼 수수료 비중은 97.49%로 거의 그대로다.

코인베이스는 다르다. 2026년 2분기 구독/서비스 매출은 5억 5,500만 달러로 순매출의 48%를 차지했다. 2024년 4분기에는 29%였다. 1년 반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같은 분기 거래 수수료가 전분기 대비 21% 감소했지만, 이제 코인베이스에는 거래 수수료 말고도 회사를 받쳐줄 사업이 있다.
48%의 내용을 뜯어보면 스테이킹, 기관 커스터디, USDC에서 발생하는 수익, Base 등이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두나무가 왜 이런 사업을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할 수 있었느냐다.
커스터디부터 보자. 한국에도 KODA, BDACS와 같은 전문 사업자가 있다. 다만 이들은 별도의 금융업 인가를 받은 수탁회사가 아니라 특금법상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로 신고해 영업한다. 업비트 역시 기관전문 보관/관리업자로 출발한 사업자가 아니다. 기존 거래소 사업의 연장선에서 Coinbase Custody와 같은 기관 커스터디 사업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었던 구조는 아니었다.
설령 가능했다고 해도 고객이 문제다. 국내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오랫동안 사실상 제한됐고 금융기관의 직접 보유 역시 어려웠다. 미국에서는 기관투자자와 기업, ETF 운용사들이 수십억 달러의 가상자산을 들고 커스터디 고객이 됐다. 한국에는 그 고객들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부터 막혀 있었다.
스테이블코인도 비슷하다. 코인베이스는 USDC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Circle과 공유한다. 한국은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체계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향후 발행이 허용된다고 해도 거래소가 주요 발행자가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만큼 큰 시장을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체 체인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체인이 아니라 그 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다. 금융 서비스 상당수가 여전히 규제의 경계에 있다. 업비트도 이제야 GIWA를 통해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그나마 가장 자유로웠던 것이 스테이킹이다. 업비트는 직접 밸리데이터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고 예치 규모도 1조원을 넘었다. 그런데도 두나무 매출의 98%는 거래 플랫폼 수수료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 자산에서 발생한 스테이킹 보상의 대부분은 고객에게 돌아간다. Coinbase Cloud처럼 외부 기관과 프로토콜의 대규모 자산을 위임받는 B2B 사업까지 가지 않는 이상 거래 수수료를 대체할 정도의 매출을 만들기는 어렵다.
두나무가 사업 다각화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다각화한 사업이 커질 시장이 없었다. 기관과 법인은 시장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고, 커스터디와 스테이블코인 같은 사업의 제도적 기반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두나무 매출의 98%가 거래 수수료라는 숫자는 그래서 조금 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한국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에 안주했다는 증거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다르게 본다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의 거래를 넘어 기관 금융으로 확장되지 못했다는 결과이기도 하다.
3. 인과가 뒤집혀 있다
물론 거래소도 돈을 벌고 싶어 한다. 기업이니 당연하다. 필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래소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사실상 하나만 남겨두고, 그 방법으로 돈을 버는 행위만 비판하는 지금의 구조다.
거래 수수료가 매출의 98%라면 매출을 늘리는 방법도 결국 거래량을 늘리는 것으로 수렴한다. 불장에서는 별문제가 없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으로도 거래량이 늘어난다. 문제는 베어마켓이다. 시장 전체의 거래량이 줄어드는데 수수료율을 올릴 수도 없고, 기관 커스터디나 스테이블코인 같은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기도 어렵다.
그때 거래소가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신규 상장이다. 새로운 코인이 올라오면 새로운 거래 수요가 생긴다. 거래량이 생기면 수수료도 생긴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너무나 직관적인 선택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코인이나 올려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장 심사는 엄격해야 하고 이해상충도 막아야 한다. 다만 왜 한국 거래소의 경쟁이 오랫동안 ‘어떤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코인을 상장할 것인가’에 집중됐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인과가 반대일 수 있다. 알트코인을 많이 상장해서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게 된 것이 아니라, 거래 수수료 외에는 돈을 벌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신규 상장이 가장 강력한 성장 수단이 된 것은 아닐까?
조금 더 나아가면 역설적인 지점도 있다. 규제당국이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거래소가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나씩 제한해온 결과, 오히려 거래소를 ‘신규 상장’이라는 가장 투자자 친화적이지 않은 수익모델에 더욱 의존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결과가 다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고, 그 피해를 막기 위해 또 다른 규제가 만들어지는 순환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규제에는 언제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따른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규제가 추가되는 과정. 어쩌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또 하나의 ‘정부가 정부했다’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4. 무엇을 허용해야 하는가?
그래서 필자가 이 논쟁에서 보고 싶은 것은 또 하나의 상장 심사 강화 방안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상장 기준만 강화하고 거래소의 수익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거래소가 상장 말고도 돈을 벌 수 있게 해야 한다. 커스터디를 제대로 된 제도권 사업으로 만들고, 법인과 기관이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스테이킹과 스테이블코인 역시 계속 회색지대에 둘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그래야 거래소도 무엇을 더 상장할지가 아니라 어떤 서비스를 더 잘 제공할지를 두고 경쟁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은행과 증권사에만 나눠줘서는 안 된다. 기존 금융회사에는 커스터디,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같은 새로운 사업을 허용하면서 거래소에는 계속 거래 중개만 맡긴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거래소는 여전히 거래량으로 먹고살아야 하고, 신규 상장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성장 수단으로 남을 것이다.
상장을 엄격하게 규율하는 것과 상장 이외의 사업을 열어주는 것은 같이 가야 한다. 전자만 하고 후자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디지털X처럼 기존 금융회사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밖에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산업의 모습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알트코인의 무분별 상장을 ‘사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비판이라고 본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거래소의 경쟁이 끊임없이 상장으로 수렴했는지 그 원인을 들여다보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성장 경로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입법자와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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