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urce: Bloomberg Crypto
‘비자(Visa)가 노리는 자리는 또 하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아니다. 은행이 온체인으로 들어오는 조달 창구이자,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수용 레이어다.’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지면 카드 네트워크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 여겨졌다.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 24시간 직접 자금을 송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이 무색하게, 기존 결제망을 우회하려던 ‘새로운 돈’은 오히려 기존 레일을 타고 한층 가속화되어 유통되고 있다.
8월 4일, 블룸버그 크립토(Bloomberg Crypto)에 출연한 비자의 크립토 총괄 카이 셰필드(Cuy Sheffield)는 이 역설의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위협적인 경쟁자로만 보지 않는다. 은행 입장에서 단독 조달하기는 까다롭고, 여전히 실제 사용처는 부족한 신규 금융 인프라로 정의한다. 그리고 비자는 바로 그 빈칸을 채우려 한다. 셰필드의 발언을 따라가다 보면 비자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실제로 팔고자 하는 본질이 선명히 드러난다.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원스톱 인프라 및 컨설팅’을 노리는 비자
이제 모든 은행에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통 금융기관은 어떤 유스케이스를 공략해야 할지, 어떠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비자는 이러한 난제를 단 하나의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VSP)'을 그 해답으로 제시한다.

Source: VSP
VSP는 지갑 생성부터 Open USD의 발행과 상환, 보유와 전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한다. 여기에 비자 컨설팅 & 애널리틱스(VCA)가 결합되어 시장 분석, 유스케이스 선정, 경제성 검토, 샌드박스 검증, 실제 출시까지 밀착 케어한다. 인프라와 컨설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셈이다. 비록 현재는 베타 단계일지라도, 비자가 지향하는 ‘은행을 위한 온체인 원스톱 패키지’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미 ‘조달’과 ‘신뢰’에서 우위를 차지한 비자
은행이 온체인 진입을 주저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생소한 크립토 벤더 다수를 일일이 검증해야 하는 리스크, 그리고 내부 리스크 관리 위원회를 설득해야 하는 규제와 통제의 문제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갑, 커스터디, 컴플라이언스, 정산 사업자를 파편화하여 조합하기보다, 오랜 기간 거래하며 검증된 파트너로부터 패키지로 조달하는 편이 은행 입장에서는 훨씬 직관적이고 안전하다. VSP(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은행이 온체인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위험도가 낮은 최단 경로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기업이 저마다의 패키지를 제안하는 상황에서, 비자가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 전통 금융에서의 독보적인 지위는 이미 입증되었기에, 비자에게는 새로 개척 중인 블록체인 필드에서 실질적인 영향력과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자가 크립토 카드시장에서 쌓아올린 압도적인 데이터는 은행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차별점이 된다.
크립토카드는 지갑에 보유한 암호화폐나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카드 네트워크와 연결해 일상 결제에 쓸 수 있도록 만든 카드다. 사용자가 지갑에 연동된 카드로 결제하면, 운영사가 잔액을 확인해 금액을 동결하고 기존 카드망을 통해 승인 절차를 진행한다. 이 덕분에 가맹점은 별도의 크립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카드 결제와 똑같이 처리할 수 있고, 사용자는 온체인 자산을 일상에서 손쉽게 소비할 수 있다.

최근 페이먼트스캔(Paymentscan) 기준 누적 거래량 110억 달러를 넘어선 크립토 카드 시장에서, 비자는 전체 카드 네트워크 거래량의 96.8%를 점유하며 크립토 결제 유통망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최근 30일 거래량 기준 상위 20개 크립토 카드 발행사 중 17곳이 비자를 카드 네트워크로 채택하고 있을 만큼, 크립토 카드 시장에서 비자의 지배력은 독보적이다.
이러한 결제 구조는 기존 레일을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온체인 정산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보수적인 은행 관점에서는 온체인 인프라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증명하는 가장 명확한 PoC(개념 검증) 모델 역할을 하며, 향후 스테이블코인 정산 시장에서 비자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는 핵심 사례가 될 것이다.
비자가 완성하고자 하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이제 비자가 그리는 큰 그림은 하나로 집약된다. 은행에는 단일 조달 창구와 규제와 통제 모듈을 제공하고, 핀테크 기업에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카드 결제 수용망을 열어주는 구조다.
여기에 에이전틱 커머스 분야에서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비자의 TAP(Trusted Agent Protocol)을 바탕으로 x402나 MPP 같은 HTTP 402 기반 결제 프로토콜과 스테이블코인이 결합하는 방식 역시 미래 결제 전략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태동기에 있다. 그러나 기존 카드 네트워크의 막강한 지배력과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이미 확보한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비자가 펼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의 1년은 비자가 밀려드는 기관 수요를 실질적인 제품과 결제 흐름으로 전환하며, 또 한 번 견고한 경쟁 해자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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