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Key Takeaways
- 1. 인프라는 그 위에 무엇이 자라는지로 평가받는다
- 2. 자산의 흐름을 다시 그리는 어플리케이션들
- 2.1 엄브라: 솔라나의 첫 기밀 금융 레이어
- 2.2 하이덱스(Hydex): 기밀성을 다양한 영역에 침투시키는 디파이 허브
- 2.3 스텔프(Stealf), 디나리오(Dinario), 어논메시(Anonmesh): 결제와 금융 영역으로의 확장
- 3. 가격 발견과 자본 형성의 새로운 메커니즘
- 3.1 크래프트(Crafts): 솔라나 최초의 봉인 입찰 기반 토큰 런치패드
- 3.2 시드플렉스(Seedplex): 기밀 펀드레이징과 DAO
- 3.3 언데스크(Undesk): 온체인 장외거래 데스크
- 4. 새로운 정보 시장
- 4.1 기회 시장
- 4.2 진화된 예측시장
- 5. 징크: 게이밍 영역에서의 기밀성
- 6. 암호화된 자본 시장의 윤곽
- 6.1 기밀 토큰 표준이 만드는 컴포저빌리티
- 6.2 어플리케이션 간 시너지의 첫 번째 모습
- 6.3 마무리하며
관련 프로젝트
Key Takeaways
- 아르키움(Arcium) 생태계는 단일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7개 카테고리에 걸쳐 병렬로 구축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네트워크의 형태를 갖는다.
- 각 어플리케이션은 아르키움의 다자간 연산(MPC)이 제공하는 서로 다른 측면들을 활용한다. 암호화 토큰 계정(ETA) 기반 기밀 잔액, 봉인 입찰(sealed bid) 기반 토큰 런치패드, 암호화된 베팅 기반 예측시장, 비대칭 정보 시장 메커니즘 등 모두 기존 투명성 기반 블록체인 위에서는 구현이 어려웠거나 사용자 경험상 무리가 있었던 어플리케이션들이다.
- 이에 더해, 아르키움의 기밀 토큰 표준(C-SPL)은 생태계 어플리케이션 간 컴포저빌리티(composability)를 강화한다. 이는 솔라나 위에 암호화된 자본 시장이라는 새로운 레이어를 형성하며, 단순 기능의 합산을 넘어선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1. 인프라는 그 위에 무엇이 자라는지로 평가받는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아르키움이 어떻게 다자간 연산을 통해 범용 기밀 연산 인프라가 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왔는지를 다뤘다. 그러나 인프라의 가치는 결국 그 위에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크립토 생태계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인프라를 자주 목격해왔다.

Source: Arcium
아르키움은 이 점에서 다른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2026년 2월 메인넷 알파(Mainnet Alpha) 출시 이후 아르키움 위에는 디파이(DeFi)부터 자본 형성, 네오뱅크(neobank), P2P, 기회 시장(opportunity market), 예측 시장, 게이밍에 이르기까지 7개 카테고리에 걸친 12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병렬로 구축되고 있다. 이들 어플리케이션은 누적 750만 달러 이상의 펀딩을 유치했고, 첫 번째 어플리케이션인 엄브라(Umbra)는 약 1억 5,500만 달러의 커밋먼트를 모아 솔라나 생태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자금 모집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 숫자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어플리케이션의 성격이다. 이들은 아르키움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영지식 증명만으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공유 기밀 상태(shared private state)를 요구하는 다자간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기존 솔라나 디파이 프리미티브(primitive)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장 메커니즘들이 이 위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 구성은 기밀성을 다루는 프로젝트의 세대 교체와도 같다. 1세대 프로젝트들이 차폐된 트랜잭션과 같은 고립된 기밀 상태를 다뤘다면, 아르키움은 여러 당사자가 각자의 비밀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연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곧 다크 풀(dark pool), 봉인 입찰, 기밀 투표, 히든 인포메이션(hidden information) 게임 등 이전 세대에서는 시도조차 어려웠던 어플리케이션 카테고리들이 새로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은 아르키움 위에 자라고 있는 정원을 세 갈래로 나눠 들여다본다. 첫째는 자산의 흐름과 보유 자체를 기밀화하는 그룹, 둘째는 가격 발견과 자본 형성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설계하는 그룹, 셋째는 정보 비대칭의 구조 자체를 시장으로 만들어내는 그룹이다. 마지막에는 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분석하며, 아르키움의 암호화된 자본 시장이 실제로 어떤 형태를 띠어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2. 자산의 흐름을 다시 그리는 어플리케이션들
첫 번째 갈래는 자산의 보유와 이동 자체를 기밀화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다. 이들은 솔라나 디파이의 가장 기본적인 결손, 즉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고 어디로 보내는지가 모두 공개된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영역에서 엄브라가 중심에 자리잡고, 그 위에 다른 어플리케이션들이 점차 쌓여 올라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2.1 엄브라: 솔라나의 첫 기밀 금융 레이어

Source: Umbra
엄브라는 아르키움 메인넷 알파에서 가장 먼저 라이브 상태에 도달한 어플리케이션이며, 2026년 3월에는 일반 사용자 대상 퍼블릭 출시까지 완료되었다. 솔라나 위에 익명 전송, 스왑, 기밀 잔액을 제공하는 기밀 금융 레이어로 기능하며, 현재 웹 익스텐션, 솔라나 시커 디앱 스토어, iOS(Testflight), 안드로이드(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모두 접근 가능하고 곧 웹앱을 지원할 예정이다.
엄브라의 작동을 이해하는 핵심은 잔액의 기밀성과 거래 관계의 기밀성을 별개의 도구로 다룬다는 점에 있다. 잔액의 기밀성은 아르키움의 다자간 연산이 담당하며, 사용자의 토큰이 차폐 풀로 이동하면 (지갑, 토큰) 페어에 대해 암호화 토큰 계정이 생성되어 잔액이 다자간 연산 실행 환경에서 암호화 상태로만 처리된다. 거래 관계의 기밀성은 영지식 증명이 담당하는데, 차폐 풀에 예치된 토큰을 별개의 주소로 인출할 때 인출이 풀 내 어느 예치에서 비롯되었는지 드러내지 않으면서 유효성을 입증한다. 사용자는 두 도구를 조합해 잔액만, 거래 경로만, 또는 둘 다 숨길 수 있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나 레일건(Railgun)이 거래 관계만, 솔라나의 토큰-2022 기밀 전송이 잔액만 가렸던 것과 비교하면 의미있는 구조적 진전이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짚어볼 부분은 가스비 처리 방식이다. 기밀성 프로토콜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는 인출 단계에서 새 주소가 가스비를 지불하기 위해 토큰을 받는 최초의 트랜잭션 자체가 새 주소를 기존 주소와 다시 연결시키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었다. 엄브라는 별도의 릴레이어(relayer) 네트워크가 사용자를 대신해 트랜잭션을 제출하고 가스비를 부담하는 구조를 채택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생성하는 뷰잉 키(viewing key), 리스크 스크리닝, 지역 차단(geo-blocking)과 같은 컴플라이언스 도구를 내장해, 강한 기밀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시 선택적 공개가 가능한 중간 지점을 노렸다.
또한 엄브라가 단순한 종단 어플리케이션을 넘어 솔라나 생태계의 미들웨어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짚어볼 부분이다. 엄브라는 다른 솔라나 어플리케이션이 자체적으로 기밀성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호출 형태로 기밀 결제, 차폐 디파이 상호작용, 기밀 잔액 관리를 통합할 수 있는 타입스크립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함께 제공한다.
엄브라 구조의 핵심은 암호화 토큰 계정이 솔라나의 프로그램 기인 주소에 의해 소유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스마트 컨트랙트가 직접 기밀 잔액을 보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일건이나 토네이도 캐시처럼 미사용 출력값 기반 차폐 풀만 제공하는 솔루션들은 사용자 단에서 자금을 인출해야만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데, 이는 익명성 집합을 깨뜨리는 행위이기에 디파이 통합이 어려웠다. 엄브라의 구조는 이 한계를 우회해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 대출 프로토콜, 유동성 풀 같은 디파이 프리미티브와 자연스럽게 통합 가능한 길을 열었다.
2.2 하이덱스(Hydex): 기밀성을 다양한 영역에 침투시키는 디파이 허브
하이덱스는 아르키움 위에서 가장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보유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캐시와 솔라나 사이의 기밀 상호운용성 레이어를 표방한다. 이들은 지캐시의 강력한 기밀성과 솔라나의 고성능, 유동성을 잇는 여러 프리미티브를 묶어가고 있다.
이미 메인넷에 라이브 상태인 두 가지 제품부터 살펴보자. 첫 번째는 하이솔(hySOL)이라는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LST, Liquid Staking Token)이다. 사용자가 SOL을 예치하면 하이솔을 받고, 예치된 SOL은 솔라나의 표준 SPL Stake Pool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자에게 위임된다. 일반적인 솔라나 LST와의 결정적 차이는 스테이킹 보상이 SOL이 아닌 ZEC로 지급된다는 점이다. 아르키움은 이 구조에서 RNG(난수 생성) 컴포넌트로 사용된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하이솔을 단독으로 보았을 때보다, 하이덱스가 지캐시-솔라나 상호운용성 레이어를 표방한다는 맥락에서 더 명확해진다. SOL 보유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산을 솔라나 검증자에 위임하면서도 보상은 ZEC로 누적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크로스체인 수익 자산이 되며, 지캐시 보유자 입장에서는 SOL 위임에 노출되지 않고도 ZEC 보상 흐름의 수혜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즉 하이솔은 두 생태계 사이의 자본 흐름을 잇는, SOL 풀과 ZEC 보상을 분리해 결합한 하이브리드 LST로 작동한다.
두 번째 라이브 제품은 하이덴티티(Hydentity)로, 솔라나의 .sol 도메인을 단순 암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를 기밀성 자산 보관-인출 게이트웨이로 확장하는 솔루션이다. 작동 방식은 세 가지 도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 프라이버시 캐시(Privacy Cash)와의 통합을 통해 영지식 증명으로 도메인 하에서의 예치와 인출이 유효함을 증명하면서도 출처와 목적지의 연결을 끊음
- 릴레이어 기반 가스 추상화로 인출 시 새 주소가 가스를 받기 위해 기존 주소와 다시 연결되는 문제를 우회
- 아르키움 암호화 인스트럭션 실행으로 도메인 단위의 정책을 암호화 상태에서 적용한다.
본래 .sol 도메인은 사용자의 지갑 주소를 인간 친화적인 이름으로 매핑하는 도구지만, 이 매핑이 곧 사용자 활동을 식별 가능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갖는다. 하이덴티티는 도메인 자체를 일종의 기밀성 볼트로 재해석한 구조다.

Source: Hydex
하이덱스 브릿지(Hydex Bridge)는 지캐시의 차폐된(shielded) ZEC를 솔라나 위 래핑된 sZEC로 옮기면서도 송금자와 수취자의 연결고리를 노출하지 않는 양방향 브릿지다. 하이덱스 브릿지는 키 관리 측면에서 단일 운영자가 인출을 단독으로 승인하지 못하도록 2-of-3 FROST 임계 서명(threshold signing)을 사용하며, 지캐시의 UFVK(Unified Full Viewing Key)와 같은 민감한 키 자료를 신뢰실행환경(TEE) 안에서만 다루도록 격리시켰다. 요약하자면, 지캐시 측 차폐 노트를 솔라나 측 sZEC 발행으로 잇는 흐름에서 단일 신뢰점을 제거하기 위해 임계 서명, TEE, 아르키움의 인프라가 함께 동원되는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지캐시 사용자는 솔라나 디파이 유동성에 접근하면서도 차폐 풀이 제공하는 기밀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이덱스 라우터(Hydex Router)는 주피터(Jupiter)와 같은 기존 솔라나 라우터가 제공하는 최적 경로 탐색을 유지하면서, 라우팅 인풋 자체를 다자간 연산 환경에서 처리해 멤풀 노출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덱스는 솔라나의 기존 기밀성 풀 프로젝트인 프라이버시 캐시(Privacy Cash)와의 통합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이는 어플리케이션 단에서 하이덱스 인프라를 호출할 때의 진입 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하이덱스 라우터와 브릿지는 현재 개발단계로, 향후 추가적인 정보가 공개될 예정이다.
2.3 스텔프(Stealf), 디나리오(Dinario), 어논메시(Anonmesh): 결제와 금융 영역으로의 확장
자산의 보유와 이동을 기밀화하는 흐름은 엄브라와 하이덱스라는 인프라성 프로젝트를 넘어, 일반 사용자에게 직접 닿는 결제와 금융 어플리케이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기밀성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아르키움이 제공하는 레이어 위에서 자신의 비즈니스 도메인에 집중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Source: Stealf
스텔프는 아르키움 위에 구축된 기밀 네오뱅크 어플리케이션이다. 핵심 설계는 듀얼 지갑 모델로, 사용자가 현금 지갑(Cash wallet)과 스텔스 지갑(Stealth wallet)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사용자가 기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 직면하는 현실적 트레이드오프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 모든 활동을 기밀로 처리하는 것은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불필요하고, 또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컴플라이언스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활동을 공개하는 것은 거래 패턴 분석을 통한 식별, 자산 규모 노출,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정보 공개 등의 문제를 낳는다. 스텔프는 현금 지갑에는 턴키(Turnkey)의 비수탁 인프라와 은행 파트너 Rain의 인프라를 활용하며, 스텔스 지갑에는 엄브라와 아르키움의 MPC 엔진을 결합해 활용한다.

Source: Dinario
디나리오는 라틴아메리카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기밀성 우선 오프램프(off-ramp)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가 자신의 메인 지갑을 노출시키지 않고도 크립토를 법정통화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한다. 작동 방식은 임시 키(ephemeral keys)와 아르키움의 레스큐사이퍼(RescueCipher) 암호화에 있는데, 사용자가 오프램프를 시도할 때 디나리오는 일회용으로 생성된 임시 키 쌍을 사용해 거래를 처리하며, 사용자의 은행 계좌 정보 같은 민감 데이터는 레스큐사이퍼로 암호화한다. 레스큐사이퍼는 다자간 연산 환경에 최적화된 암호화 메커니즘으로, 암호화된 상태에서 직접 연산이 가능하면서도 충분한 보안 수준을 보장한다. 디나리오는 향후 기밀 토큰 표준을 도입해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기밀 전송을 지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기밀성 B2B 결제 어플리케이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정성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정부의 금융 감시 우려가 큰 라틴아메리카 시장에서는 컴플라이언스를 만족시키면서도 거래 정보가 임의로 노출되지 않는 결제 인프라의 수요가 실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Source: Anonmesh
어논메시는 한층 더 독특한 어플리케이션으로, 레티큘럼 네트워크(Reticulum Network)를 기반으로 저전력 블루투스(BLE) 등 모든 라디오 인터페이스를 통한 오프라인 P2P 결제와 메시징을 지원한다. 이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인접한 두 디바이스 간에 직접 결제와 메시지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재해로 인한 통신망 마비 상황, 특정 지역에서 인터넷이 검열되는 환경, 야외 페스티벌이나 항공기 내부와 같은 인터넷 접근 제한 상황을 고려하면 실용적인 가치를 갖는다. 어논메시는 디바이스 간의 통신 자체를 암호화하기 위해 아르키움의 암호화 프리미티브를 사용하며, 기밀 토큰 표준 출시 이후에는 이를 활용해 기밀 토큰 전송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 세 어플리케이션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기밀성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아르키움이 제공하는 레이어 위에서 자신의 비즈니스 도메인에 집중한다. 이는 기밀성이 더 이상 어플리케이션 단에서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들웨어 형태로 호출 가능한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3. 가격 발견과 자본 형성의 새로운 메커니즘
두 번째 갈래는 자산의 보유나 이동이 아닌, 자산의 가격을 발견하고 자본을 형성하는 메커니즘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다. 이 영역의 어플리케이션들은 전통 금융에서 검증된 메커니즘이지만 블록체인의 투명성 때문에 온체인에서 구현이 어려웠던 시장 디자인을 직접 표현한다.
3.1 크래프트(Crafts): 솔라나 최초의 봉인 입찰 기반 토큰 런치패드
크래프트는 토큰 런치를 위한 봉인 입찰 경매(sealed-bid auction) 메커니즘을 솔라나 위에 구현하는 프로젝트다. 봉인 입찰은 전통 금융에서 정부 채권 발행, 주파수 라이센스 경매, 기업공개(IPO) 등 매년 수천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는 검증된 메커니즘이지만, 온체인에서는 거의 부재해온 영역이다.
봉인 입찰이 부재했던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ICO와 토큰 런치 시장은 봇 스나이핑, 가스 수수료 경쟁, 정보 우위를 가진 내부자 문제 등에 시달려왔다. 결과적으로 토큰의 가격 발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가격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졌다가 빠르게 빠지는, 흔히 보아오던 패턴이 반복되었다.
크래프트는 아르키움의 다자간 연산 실행 환경(MXE, Multi-party eXecution Environment)에서 입찰 정보를 암호화 상태로 보관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다. 경매가 종료되면, 다자간 연산이 모든 입찰을 정렬해 정산 가격을 계산한다. 정산 가격 이상으로 입찰한 참여자는 모두 낙찰되어 자신이 써낸 가격이 아닌 정산 가격만을 지불하며, 그 이하로 입찰한 참여자는 입찰금을 환불받는다. 외부로 공개되는 것은 정산 가격과 낙찰 결과뿐이다.

Source: Crafts
크래프트는 지난 4월 실물 에너지 자산 프로젝트인 리파이허브(ReFiHub)를 자사 런치패드의 첫 프로젝트로 발표했다. 이 라운드는 크래프트의 주주 토큰 표준(Stakeholder Token Standard) 위에서 진행되는 솔라나 최초의 지분 연계형 토큰 모금으로 소개되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봉인 입찰 메커니즘이 솔라나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흐름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트는 현재의 봇 친화적인 토큰 출시 환경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켜볼 만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3.2 시드플렉스(Seedplex): 기밀 펀드레이징과 DAO

Source: Seedplex
시드플렉스는 봉인 입찰의 개념을 토큰 런치 외에도 더 폭넓은 펀드레이징 영역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이들은 기밀성을 디폴트로 갖는 펀드레이징과 DAO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동 방식을 단계별로 살펴보자. 펀드레이징 단계에서 시드플렉스는 기밀 토큰 표준 기반의 암호화된 잔액을 통해 사용자의 예치 금액과 입찰 사이즈를 모두 암호화한다.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것은 누적 모금액뿐이다. 개별 참가자가 얼마를 넣었는지, 누가 어느 단계에서 참여했는지는 일체 노출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온체인 펀드레이징에서는 큰 금액을 넣은 고래 지갑의 움직임이 가격에 즉각 반영되어 추격 매수와 추격 매도를 유발한다. 또한 초기 참여자의 입찰 정보가 후속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 정보 비대칭의 문제도 존재한다. 시드플렉스의 기밀 펀드레이징은 이 두 문제 모두에 대한 구조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암호화된 투표(encrypted voting)와 선택적 복호화(selective decryption)를 결합한다. 일반 자율조직 투표에서는 큰 토큰 보유자의 투표 의도가 실시간으로 공개되어 다른 참여자들이 그것을 따라가는, 군중심리에 기반한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 공개 투표가 보복 우려로 인해 진솔한 의견 표명을 막는다. 암호화된 투표는 이 문제들을 커밋-리빌 구조로 해결한다. 시드플렉스는 이에 더해 규제 친화성 확보를 위해 컴플라이언스 요구가 있을 때 특정 정보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복호화 기능을 탑재해두었다.
3.3 언데스크(Undesk): 온체인 장외거래 데스크

Source: Undesk
언데스크는 솔라나 위에서 작동하는 완전 P2P, 비수탁(non-custodial) 장외거래(OTC, Over-the-Counter) 데스크다. 트레이더들이 가격, 수량,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고 대규모 거래를 협상하고 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한다.
장외거래 데스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존 온체인 거래소는 모든 주문이 즉시 공개되기에 대규모 포지션을 잡으려는 트레이더들이 슬리피지, 프론트러닝(front-running), MEV 등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이는 단순히 트레이더 개인의 손실 문제를 넘어, 기관 투자자가 온체인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벽이기도 하다. 전통 금융에서는 기관 투자자의 포지션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량의 거래가 다크 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언데스크는 모든 호가를 종단간 암호화 상태로 유지하면서, 매칭과 체결 자체를 아르키움의 다자간 연산 네트워크 내부에서 수행한다. 거래 상대방은 거래가 체결되기 전까지 서로의 호가나 사이즈를 볼 수 없으며, 외부 관찰자도 마찬가지다. 거래가 체결된 이후에야 결과가 온체인에 정산된다. 이는 아르키움 팀이 2025년 5월 솔라나 퍼블릭 테스트넷에서 공개한 다크 풀 데모와 같은 맥락에 있는 어플리케이션이지만, 보다 P2P 협상 중심으로 발전된 형태다. 언데스크는 곧 데브넷에 라이브 상태로 진입할 예정이며, 의미 있는 거래량을 만들어낸다면 솔라나에서 기관 트레이딩이 가능해지는 첫 인프라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프로젝트를 함께 보면 공통의 패턴이 드러난다. 이들은 모두 전통 금융에서 검증된 시장 메커니즘을 암호화된 상태로 온체인으로 옮겨오고 있으며, 그 결과물은 단순히 기존 솔라나 디파이의 기밀 버전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 시장 디자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4. 새로운 정보 시장
세 번째 갈래는 가장 새로운 영역으로, 자산이나 자본이 아니라 정보 자체가 거래되는 시장을 활용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다. 이 영역에서 아르키움 다자간 연산이 제공하는 공유 기밀 상태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시장 자체의 존재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한다.
4.1 기회 시장
기회 시장(Opportunity Markets)은 2025년 8월 패러다임(Paradigm)이 제안한 시장 카테고리로, 기존 예측 시장과 의견 시장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된 메커니즘이다. 본 절에서 살펴볼 벤치와 피티아는 이 패러다임의 디자인을 아르키움 위에서 구현하려는 두 갈래의 시도에 해당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 시장의 세 가지 형태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 첫째, 예측 시장은 선거 결과, 스포츠 경기 결과, 경제 데이터 등 외부의 진실에 베팅하는 시장이다.
- 둘째, 의견 시장은 외부 진실이 없고 집단적 의견 자체가 결과인 시장으로, 실시간 투표 공개로 인한 군중심리 문제가 발생한다.
- 셋째, 기회 시장은 기관이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인사이트를 외부 스카우트들로부터 얻는 시장이다.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 초기 단계 스타트업, 실험단계의 연구, 떠오르는 트렌드 등이 그 대상이다.

Source: Arcium
벤치는 이 기회 시장 카테고리를 처음 구현한 어플리케이션이다. 벤치의 메커니즘을 패러다임이 들었던 예시를 통해 설명해보겠다. 어떤 음악 레이블이 "2025년 안에 아티스트 X와 계약할 것인가"라는 시장을 개설하고, 25,000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미리 예치한다. 음악에 정통한 사람들(스카우트)은 자신이 유망하다고 판단하는 아티스트의 시장에 지분을 매수하며 베팅한다. 스카우트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레이블은 그 신호를 보고 해당 아티스트를 조사한다. 실제로 계약이 성사되면 일찍 매수한 스카우트들이 페이아웃을 가져간다. 사실상 분산된 스카우팅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셈이다.
이 디자인이 성립하려면 한 가지 결정적 조건이 필요하다. 시장 생성자만이 가격 신호를 볼 수 있어야 하며, 스카우트조차 자신의 포지션이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일정 기간 동안은 알 수 없어야 한다. 트레이더가 자기 체결 내역을 즉시 보면 그로부터 시장 가격을 역추적할 수 있기에, 그렇게 되는 순간 "스폰서만의 사적 정보 채널"이라는 전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다른 스카우트의 포지션이 보이면 군중심리가 발생해 시장의 신호 가치 자체가 사라진다. 이는 영지식 증명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여러 당사자의 비밀 입력을 한 번에 결합해 스폰서에게만 결과를 노출하는 공유 기밀 상태가 필요하며, 아르키움 다자간 연산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벤치는 특이하게도 무손실(no-loss) 기회 시장 모델을 채택했다. 참여자, 즉 스카우트는 자신의 인사이트를 시장에 제공할 때 토큰을 스테이크하지만, 인사이트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어도 원금은 잃지 않는다. 보상 재원은 시장 생성자(예: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투자처를 찾는 펀드)가 사전에 예치하는 형태로, 가장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한 스카우트들에게만 분배된다. 이는 정보 제공의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비공개 인사이트를 끌어들이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다만 정보의 "유용함"의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구체적 메커니즘은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어 있지 않으며, 추후 정보 공개를 통해 해소되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Source: Arcium
피티아는 같은 기회 시장 카테고리를 정반대의 메커니즘 디자인으로 풀어낸 프로젝트다. 벤치가 진입장벽을 낮춰 인사이트의 양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피티아는 손실 가능성을 동반한 베팅을 통해 인사이트의 질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둔다. 스카우트는 자신의 의견에 토큰을 스테이크하고, 잘못된 판단에는 손실이 따르는 구조다. 정보 제공 자체가 리스크를 감수한 시그널이 되는 것이다.
이 두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기관과 스카우트 간 정보 비대칭을 보존하는 것이다. 스카우트가 제공한 인사이트는 시장 생성자에게만 노출되어야 하며, 다른 스카우트나 외부 관찰자에게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 또한 동시에 인사이트의 가격이나 포지션 사이즈도 일정 시간 동안 비공개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아르키움 다자간 연산이 제공하는 공유 기밀 상태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한 구조다.
4.2 진화된 예측시장
예측 시장 영역에서는 밀리(Melee), 에포크(Epoch), 플루(Flew) 세 프로젝트가 아르키움 위에서 구축되고 있다. 한 카테고리 안에 세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자라고 있지만, 이들 각각은 서로 다른 도전 과제와 디자인을 갖고 있다.

Source: Melee
밀리는 폴리마켓과 펌프펀(Pump.fun)의 결합이라는 자체 슬로건이 그대로 그 정체성을 보여준다. 밀리는 폴리마켓이 대중화한 예측시장이라는 포맷에 펌프펀에서 검증된 본딩 커브 기반 가격 발견과 투기적 업사이드를 결합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폴리마켓이 CLOB(중앙 지정가 주문장) 기반의 주문 매칭으로 가격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밀리는 각 시장에 별도의 본딩 커브를 부여하는 PMM(Prediction Market Maker)을 자체 설계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본딩 커브 기반 가격 발견이다. 일반적인 예측시장은 결과별 토큰 가격이 $0~$1 사이에 갇히는 모델을 채택하지만, 밀리는 각 마켓마다 별도의 본딩 커브를 부여한다. 일찍 들어올수록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지분을 매수할 수 있고, 후속 매수자가 늘어남에 따라 본인의 잠재 수익이 토큰처럼 증식한다. 이는 일반적인 예측시장 베팅이라기보다는, 포지션을 일찍 잡고 시장의 성장에 베팅하는 밈코인 런치패드의 성격을 띈다. 또한 시장당 베팅 가능한 결과가 예/아니오의 이항이 아닌 최대 32개까지 가능하며, 사용자는 단일 결과 혹은 여러 결과에 대한 옵션을 구매할 수 있다. 시장 생성은 화이트리스트 크리에이터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퍼미션리스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시장 생성자는 자기 청중이 만들어내는 거래량에서 수익을 얻는 크리에이터 친화 모델을 채택했다.
밀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는 베팅 단계가 아닌 분쟁 해소(resolution) 단계에서 발생한다. 그동안 폴리마켓은 분쟁 발생시 UMA 토큰 보유자들의 가중 투표로 결과를 확정하는 옵티미스틱 오라클 방식으로 인해 많은 논란을 겪어왔다. UMA 투표자가 해당 시장이나 관련 시장에 베팅 포지션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을 수 있기에, 사실 검증보다 자기 포지션에 유리한 방향으로 표를 행사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는 2025년 3월 발생한 미국–우크라이나 간 광물 거래 성사 여부를 다룬, 약 700만 달러 규모의 마켓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해당 마켓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결과가 Yes로 정산되는 일이 벌어졌으며, 외부 분석가들의 보도에 따르면 한 UMA 고래가 3개 계정에 분산된 약 500만 UMA 토큰을 동원해 해당 분쟁 투표의 약 25%에 해당하는 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마켓은 결과가 "사용자 기대와 자체 명확화 안내에 반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마켓 실패"는 아니라며 환불을 거부했고, 커뮤니티 다수는 이 사건을 거버넌스 공격(governance attack)으로 분류했다. 이 외에도 젤렌스키 양복 마켓 등 알려진 사례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러한 사례들은 폴리마켓과 같은 공개 예측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밀리는 아르키움(Arcium)을 통해 이 지점을 풀어내고자 한다. UMA 또한 커밋-리빌(commit-reveal) 방식을 채택해 커밋 단계에서는 투표 내용을 비공개로 두지만, 각 보유자의 베팅 포지션 자체는 평소부터 온체인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거대 보유자가 어느 방향으로 표를 던질지 다른 투표자가 사실상 예측/추종할 수 있다. 아르키움은 분쟁 해소 투표 자체를 암호화된 상태로 받아, 개별 표가 결과 발표 이후에도 평문으로 노출되지 않게 만든다. 이로써 거대 보유자가 다른 투표자에게 신호를 보내거나 반대로 다수에 묻어가 슬래싱을 피하려는 전략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토큰 가중 거버넌스의 가장 큰 약점인 투표자 간 공모와 추종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Source: https://epoch.market/markets
에포크는 종단간 기밀성을 표방하는 예측 시장 프로젝트로, 베팅 단계뿐 아니라 예치부터 인출까지 모든 단계가 암호화 상태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포크는 검증자나 운영자, 심지어 팀 자체도 어느 사용자가 어느 포지션을 잡았는지 알 수 없는 구조를 갖는다. 기밀성을 토글 가능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프로토콜의 토대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에포크가 1차 동기로 잡은 문제는 프론트러닝이다. 공개 유동성 풀 기반 예측시장의 경우 베팅이 들어가는 순간 봇이 의도를 읽고 미리 움직이기에, 사용자의 거래가 체결될 때쯤 시장은 이미 사용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이동해 있다. 이 문제는 폴리마켓을 비롯한 기존 온체인 예측시장 전반의 약점이며, 더 나아가 정치인이나 기관, 인플루언서와 같은 노출 부담이 큰 사용자층이 온체인 예측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만들어온 구조적 장벽이기도 하다. 폴리마켓이 영구적인 베팅 기록 공개성으로 인해 이러한 사용자층의 실사용을 어렵게 만들었던 만큼, 에포크가 종단간 프라이버시를 무기로 이 사용자층을 새로 흡수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하다.

Source: Flew
플루는 같은 기밀 예측 시장 카테고리에서 데브넷에 진입한 또 다른 프로젝트로, 풀 기반 결제 모델을 채택했다. 모든 베팅은 암호화된 채로 YES/NO 풀에 들어가고, 라이브 단계에서는 풀 비율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으며, 결과 해소 시 아르키움의 다자간 연산이 정산에 필요한 풀 상태와 페이아웃 비율을 복호화한다. 이는 패리뮤추얼 베팅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모델이다.
기밀성이 적용되는 폭도 넓다. 플루는 개별 베팅의 평문 자체가 온체인은 물론 중간 상태에서도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하면서, 풀 집계 또한 라이브 단계 내내 암호화 상태로 유지한다. 시장 미시구조 측면의 핵심 차별점은 시장 생성 구조에 있다. 플루는 누구나 시장을 개설할 수 있는 퍼미션리스 구조를 가지며, 시장 생성자는 시장 정책에 따라 정해진 본드를 보관소(vault)에 예치한다. 본드는 시장 정책 시스템 안에서 시장 생성자의 책임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이 세 프로젝트가 동시에 한 인프라 위에서 구축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아르키움이 단일 승자 독식(winner-takes-all)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서로 다른 디자인 선택을 한 어플리케이션들이 경쟁하고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5. 징크: 게이밍 영역에서의 기밀성

Source: zinc.cash
징크(ZINC)는 현재 솔라나 위에서 퍼블릭 베타로 운영 중인 암호화된 작업증명(PoW) 기반 토큰 채굴 게임이다.
게임의 기본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보드에는 30개의 타일이 있고, 라운드는 30초마다 돌아간다. 각 라운드에서 채굴자는 1개부터 30개까지의 타일을 선택해 SOL을 베팅한다. 라운드가 끝나면 단 하나의 승리자 타일이 랜덤하게 공개되며, 해당 타일을 선택했던 채굴자들은 다른 패배자 타일들에 쌓인 SOL을 자신이 디플로이한 비율에 따라 나눠 가진다.
이 구조의 핵심은 채굴자의 타일 선택이 다른 참여자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징크가 아르키움을 활용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 각 라운드의 승리자 타일을 다자간 연산을 통해 랜덤하게 선택한다.
- 각 플레이어가 어떤 타일을 선택했는지를 비공개로 유지해 다른 참여자가 전략을 베끼거나 프론트런하는 것을 방지한다.
- 1/900 확률로 발동되는 잭팟의 승자를 다자간 연산으로 선정한다.
- 약 4개 라운드 중 하나에서 발생하는 와일드캣(Wildcat) 라운드의 승자를 결정할 때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된다.
이에 더해, 매 라운드 적립되는 브릭스(Bricks) 산정에 작은 랜덤 노이즈(jitter)를 더하는 데에도 다자간 연산이 사용되는데, 이는 타일 선택 정보가 브릭스 산식에서 역추적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징크가 의미를 갖는 지점은 단순히 게임이 라이브로 동작한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아르키움의 인프라가 게임 메커니즘의 전제 조건으로 기능하는 방식이다. 만약 타일 선택이 공개된다면 봇이 큰 채굴자의 선택을 모니터링한 뒤 같은 타일에 더 큰 SOL을 베팅해 승리자의 지분을 희석시키거나, 정보 우위를 활용해 다른 참여자의 전략을 베낄 수 있다. 징크는 아르키움을 통해 이 문제를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차단했고, 이는 곧 "숨겨진 정보 게임"이 카드 게임에 국한되지 않고 마이닝, 베팅, 전략 게임 등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게이밍이 일반 사용자가 블록체인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징크와 같은 프로젝트의 궤적은 아르키움 생태계 전체의 사용자 저변 확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6. 암호화된 자본 시장의 윤곽
여기까지 아르키움 생태계 내 프로젝트를 네 개의 갈래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각각이 독립된 어플리케이션이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이들이 모여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6.1 기밀 토큰 표준이 만드는 컴포저빌리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먼저 짚어야 할 것은 기밀 토큰 표준의 역할이다. 기밀 토큰 표준은 단순히 솔라나의 일반 토큰 표준(SPL)에 기밀성을 추가하는 표준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컴포저빌리티를 가능하게 하는 토큰 인프라다.
어떤 사용자가 스텔프의 프라이빗 지갑에 USDC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용자는 크래프트의 봉인 입찰 토큰 런치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토큰을 받은 후에는 엄브라의 차폐 풀에서 다른 토큰으로 스왑하고, 그 결과 자산을 하이덱스의 하이솔 스테이킹에 투입한다. 모든 단계에서 자산의 잔액과 거래량이 기밀로 유지된다.
이러한 워크플로우는 기밀 토큰 표준이 어플리케이션 간 토큰 표준 역할을 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각 어플리케이션이 자체적으로 토큰을 처리하는 형식이 다르다면 한 어플리케이션에서 다른 어플리케이션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기 위해 매번 공개 상태로 복호화해야 하는 단절이 발생하는데, 이는 익명성 집합을 깨뜨리는 약점이 된다. 기밀 토큰 표준은 모든 어플리케이션이 동일한 기밀 토큰 표준을 공유함으로써 이 단절을 제거한다.
또한 기밀 토큰 표준은 프로그램 기인 주소가 기밀 토큰 계정을 소유할 수 있게 하기에, 스마트 컨트랙트 수준에서 기밀 자산의 컴포저빌리티가 가능해진다.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가 기밀 잔액을 관리하고, 대출 프로토콜이 기밀 담보를 다루며, 유동성 풀이 기밀 유동성 공급(LP)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솔라나 디파이가 그동안 갖지 못했던 새로운 활용 영역이다.
6.2 어플리케이션 간 시너지의 첫 번째 모습
생태계가 좀 더 성숙해지면서 어플리케이션 간 직접적인 시너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사례는 엄브라가 일반 사용자용 지갑 출시와 함께 발표한 SDK다. 이 SDK는 다른 솔라나 어플리케이션이 자체적으로 기밀성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호출 형태로 기밀 결제, 차폐 디파이 상호작용, 기밀 잔액 관리를 통합할 수 있게 해준다. 엄브라가 출시 직후부터 SDK 통합 파트너를 모집해온 만큼, 향후 몇 분기 동안 어떤 어플리케이션들이 이 레이어 위에 올라타는지가 엄브라의 미들웨어로의 진화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다.
또 다른 가시적인 시너지는 하이덱스 내부에서 관찰된다. 하이덱스 브릿지가 만들어내는 sZEC 유동성이 하이솔의 기밀 LST와 결합되면, 지캐시 사용자가 자신의 자산을 차폐 풀에서 빼지 않은 채 솔라나 스테이킹 수익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하이덱스 자체가 단일 어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작은 자급자족적 기밀 자본 시장 레이어로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슷한 패턴은 다른 영역에서도 가능하다. 디나리오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오프램프 서비스를 제공할 때 사용자의 자금 조달 경로로 엄브라의 차폐 풀을 활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메인 지갑을 디나리오에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으로 법정통화를 인출할 수 있게 된다. 어논메시의 오프라인 결제도 엄브라와 결합되면 결제 자체가 인터넷 연결 후 차폐 풀을 통해 정산되는 등의 흐름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시너지 가능성은 언데스크와 크래프트 사이에 있다. 언데스크가 장외거래 데스크로서 대규모 토큰 거래의 플랫폼이 된다면, 크래프트의 봉인 입찰 토큰 런치 직후 형성되는 장외거래 시장이 자연스럽게 언데스크로 흘러갈 수 있다. 이는 토큰의 1차 시장(런치)과 2차 시장(장외거래)이 모두 기밀성을 유지한 채 작동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런 시너지는 자연 발생적이지 않다. 각 프로젝트가 동일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동일한 컴포저빌리티 표준을 공유하며 구축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르키움이 단순히 12개의 분리된 프로젝트들을 호스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기밀 자본 시장 레이어를 형성하고 있다는 시각이 합리적인 이유다.
6.3 마무리하며
지난 글에서 필자는 가랑비에 옷이 젖는 비유를 통해 기밀성이 왜 인프라 수준에서 보장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사용자 개인이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 전체에 우산이 널려 있어야 한다는 비유였다.
이번에 살펴본 프로젝트들은 그 거리에 우산을 하나씩 펴고 있는 사람들이다. 금융, 자본 형성, 결제, 정보 시장, 예측 시장, 게이밍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펼쳐지는 것 같지만 하나의 인프라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결국 거리 전체가 우산으로 덮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기밀성 내러티브가 크립토 시장에서 부상한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많은 기밀성 관련 토큰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가격은 결국 그 위에 무엇이 자라는지를 따라간다. 아르키움 위에 자라고 있는 정원이 진정한 자본 시장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의 어플리케이션 트랙션이 답해줄 것이다.
본 보고서는 Arcium의 후원을 받은 저자의 독립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보고서의 작성자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자산 또는 토큰에 대해 개인적인 보유 또는 재산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연구 수행 또는 작성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어떠한 거래도 수행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 사업, 투자 또는 세무 자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본 보고서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이를 회계, 법률, 세무 관련 지침으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특정 자산이나 증권에 대한 언급은 정보 제공의 목적이며, 투자 권유 또는 종목에 대한 추천이 아님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에 표현된 의견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관련된 기관, 조직 또는 개인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 반영된 의견은 사전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보고서에 포함된 개별 공시 외에도 당사 포필러스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일부 자산 또는 프로토콜에 대해 기존 투자나 향후 투자 계획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당사 계열사인 FP Validated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프로젝트의 노드로 이미 참여 중이거나, 향후 참여할 예정일 수 있습니다. FP Validated의 네트워크 참여 관련 공시와 투명성 고지는 하단에 있는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