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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Takeaways
- 은행 앱의 잔고는 내가 직접 보유한 돈이 아니라 은행 장부에 기록된 청구권이다. 이런 닫힌 돈은 승인이 필요하고, 중개자를 거치며, 시스템마다 파편화되어 있어 돈이 시스템과 국경을 넘는 순간 마찰이 드러난다.
- 오픈머니는 돈의 중심을 기관 계좌에서 사용자 지갑으로 옮긴다. 지갑은 자산을 보관하는 상자가 아니라 자산을 직접 움직이는 열쇠이며, 자기 수탁을 기반으로 돈은 프로그래밍 가능하고 조합 가능해진다.
- 메타마스크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카드, 에이전트 결제를 지갑 위에 쌓아 올리며 지갑이 돈의 운영체제로 진화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보관, 사용, 결제, 나아가 에이전트 위임까지 하나의 지갑에서 이뤄지는 구조, 즉 지갑의 종착지는 오픈머니다.
0. 당신은 정말 당신의 돈을 직접 통제하고 있는가
지금 휴대폰 속 은행 앱을 열어보자. 메인 화면 중앙에 찍힌 잔액을 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숫자가 곧 내 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상에서는 이 믿음이 거의 문제 되지 않는다. 월급은 제때 들어오고, 카드 결제와 송금도 터치 몇 번이면 끝난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에서는 UX, 즉 사용자 경험 차원의 불편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내가 이 돈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까지 떠올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은행 앱의 잔액은 ‘실물 현금 더미’가 아니라, 은행이 나에게 해당 액수만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기록한 장부상 숫자에 가깝다. 즉, 그것은 내 손 안의 현금이라기보다 ‘은행에 대한 청구권’이다. 그리고 이 돈이 은행 장부에 기록된 청구권인 이상, 그것을 실제로 움직이는 최종 권한이 온전히 나에게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평소에는 이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송금 한도에 걸리거나 계좌가 묶이는 순간, 잔액은 멀쩡히 찍혀 있는데도 한 푼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내 자산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은행에 대한 권리이기 때문에 막거나 묶는 권한 역시 나 아닌 쪽에 존재한다.
이것이 법적 성질에서 오는 마찰이라면, 돈이 흐르는 인프라 자체가 쪼개져 있다는 사실 또한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계좌가 멀쩡하고 한도에 걸리지 않아도, 돈이 다른 시스템으로 넘어가야 하는 순간 마찰이 생긴다. 해외 송금을 떠올려보자. 같은 통화권 안에서 보낼 때는 없던 환전과 중개은행, 수수료와 영업일이라는 필터가 줄줄이 따라붙고, 내 돈이 언제 도착할지조차 정작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
이 두 마찰은 결국 같은 구조에서 나온다. ‘기관이 내 돈을 닫힌 장부에 쥐고 있고, 그 장부들끼리도 서로 분절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돈이 있다는 것과 그 돈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이런 성격의 돈을 우리는 ‘닫힌 돈’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구조에서 비롯되는 병목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돈이 국경을 넘거나 플랫폼을 옮기거나 서로 다른 시스템 사이를 오갈 때 비로소 체감된다.
그렇다면 이 닫힌 구조를 열 수는 없을까? 돈을 특정 기관과 국경 안에 가두지 않고, 인터넷처럼 흐르게 하자는 발상인 오픈머니(Open Money) 는 바로 이 병목을 풀기 위한 시도다.
1. 닫힌 돈은 어떤 의미인가?
오픈머니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닫힌 돈을 봐야 한다.
우선 닫힌 돈은 퍼미션드(permissioned) 하다. 돈을 움직이려면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은행이 송금을 승인하고, 카드사가 결제를 승인하고, 결제망이 거래를 처리한다. 사용자는 버튼을 누르지만, 실제 돈의 이동은 시스템 안쪽에서 허가된다.
닫힌 돈은 중개(intermediated) 를 거친다. 나와 내 자산 사이에는 언제나 제3자가 있다. 은행 앱은 은행 장부를 보여주는 창이고, 증권 앱은 증권사 계좌 시스템을 비추는 화면이다. 간편결제 앱 역시 겉으로는 매끄러운 UX를 제공하지만, 결국 은행과 카드사, 가맹점 정산망 위에 얹힌 인터페이스다.
마지막으로 닫힌 돈은 분절돼 있다. 은행 계좌의 돈, 증권 계좌의 돈, 페이 앱 잔액, 거래소 잔고, 해외 계좌의 달러는 모두 “내 돈”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한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순간, 출금과 입금, 정산과 승인이라는 절차가 매번 새로 따라붙는다.
물론 이 구조는 안정적이다. 소비자 보호가 있고, 복구 가능성이 있으며, 사용자에게 익숙하다. 그래서 오픈머니를 이야기할 때 “은행은 가짜다”라고 주장하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이미 은행을 잘 쓰고 있고, 이 시스템은 수백 년 동안 견고하게 유지돼 왔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돈이 인터넷 위에서 움직이는 시대에도 여전히 이렇게 닫힌 구조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음악은 파일에서 스트리밍으로 옮겨갔고, 소프트웨어는 CD를 떠나 클라우드에 자리 잡았다. 정보는 포털과 앱의 경계를 넘어 API처럼 연결된다. 그런데 돈만은 여전히 기관별 장부 안에 흩어져 있다. 오픈머니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2. 오픈머니는 무엇을 바꾸는가
오픈머니는 돈의 중심을 기관의 계좌에서 사용자의 지갑으로 옮기는 흐름이다.
오픈머니의 세계에서는 사용자가 지갑을 들고 네트워크에 접속한다. 여기서 지갑은 단순한 앱이 아니다. 온체인에서 지갑은 계좌이고, 로그인이고, 서명 권한이며, 자산을 움직이는 열쇠다. 은행 앱이 장부를 보여주는 창이라면, 지갑은 자산을 직접 움직이는 권한에 가깝다.
물론 자산이 물리적으로 지갑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온체인 자산은 블록체인 위 주소에 기록되고, 지갑은 그 주소의 자산을 움직일 수 있는 개인키와 서명 권한을 관리한다. 쉽게 말해 지갑은 돈이 든 상자라기보다, 돈을 움직이는 열쇠다.
이 열쇠를 사용자가 직접 쥐는 것이 셀프커스터디다. 셀프커스터디는 단순히 “내가 보관한다”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의 계정에 돈을 맡기는 대신, 내가 쥔 키로 자산을 직접 통제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오픈머니의 핵심은 결국 통제권에 있다.
블록체인이 여기에 어울리는 이유도 명확하다. 블록체인은 돈을 특정 회사의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공개 네트워크 위의 상태로 바꾼다. 누구나 같은 규칙을 보고, 같은 주소 체계를 쓰며, 같은 프로토콜과 상호작용한다. 자산은 24시간 움직이고, 스마트컨트랙트 위에서 조건과 로직을 담으며, 여러 서비스가 허가 없이 서로 연결된다.
이것이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이고, 컴포저블 머니(composable money)다. 돈이 단순히 보내고 받는 숫자에 머무르지 않고, 코드와 결합해 자동으로 움직이고, 다른 금융 프로토콜과 조합되며, 글로벌 네트워크 위에서 바로 정산 가능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블록체인은 추상적인 기술 담론에서 실제 사용자가 체감하는 경험으로 내려온다. 해외 클라이언트에게 대금을 받는 프리랜서, 여러 나라의 팀원에게 급여를 보내는 스타트업, 거래소 밖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보관하고 사용하려는 사용자가 그 예시다. 게임과 크리에이터, AI 에이전트처럼 인터넷 네이티브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 24시간 열린 시장에서 자산을 옮기려는 온체인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특정 은행, 국가, 앱 안에 갇히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 구조가 곧바로 완성된 대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셀프커스터디는 통제권을 주는 대신 책임도 함께 넘긴다. 키 관리, 피싱, 잘못된 서명, 복구 문제는 여전히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다. 따라서 오픈머니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사용자가 직접 통제한다”가 아니다. 그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보안과 UX의 마찰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에 있다.
3. 그래서 왜 메타마스크인가
이 변화의 중심에는 결국 셀프커스터디 구조의 지갑이 있고, 메타마스크는 지갑이 어떻게 머니 플랫폼으로 진화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그 시작은 단순한 지갑이었다. 메타마스크가 나오기 전,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하려면 명령줄과 직접 씨름해야 했다. 직접 노드를 돌리거나 RPC를 연결하고, 개인키를 손수 다루며, 트랜잭션을 일일이 서명하는 일은 일반 사용자에게 사실상 넘기 힘든 진입장벽이었다. 메타마스크는 이 벽을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 하나로 낮췄다. 이더리움 계정을 만들고, 디앱에 연결하고, 트랜잭션에 서명하는 일이 클릭 몇 번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구조의 지갑이 여럿 등장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갑의 역할도 점차 달라졌다. 처음에는 토큰을 보관했고, 그다음에는 디앱 로그인 수단이 됐다. 이후에는 스왑과 브릿지, 여러 체인 연결까지 떠안았다. 이제는 스테이블코인과 카드 결제, 수익 상품, 파생상품까지 지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흐름을 관통하는 상수는 하나다. 셀프커스터디를 기반으로 금융 기능이 지갑 안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핀테크 슈퍼앱도 많은 기능을 붙인다. 송금, 투자, 카드, 포인트, 대출을 한 앱에 모은다. 하지만 대부분은 플랫폼 계정과 제휴 금융기관의 장부 위에서 작동한다. 사용자는 편리한 앱을 쓰지만, 돈은 여전히 닫힌 시스템 안에 있다.
메타마스크의 방향은 다르다. 사용자가 자기 지갑을 중심으로 금융 활동을 하도록 만든다. 스왑을 하든, 스테이블코인을 들고 있든, 브릿지를 하든, 카드를 쓰든 출발점은 플랫폼 계정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갑이다. 사소해 보이는 차이지만, 오픈머니 구조에서는 이 차이가 핵심이다. 돈의 주도권이 플랫폼 계정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갑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3.1 지갑 안으로 들어온 달러, mUSD
메타마스크의 mUSD는 이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에는 이미 여러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있다. mUSD의 차이는 발행 그 자체보다, 지갑 경험 안에서 바로 다룰 수 있다는 데 있다. 사용자는 지갑 안에서 달러 기반 자산을 보유하고, 스왑하고, 브릿지하고, 필요하면 디파이에 예치하고, 결제까지 이어갈 수 있다.
예전에는 이 흐름이 여러 단계로 쪼개져 있었다. 거래소에서 사고, 지갑으로 보내고, 디앱에 연결하고, 다시 현금화하려면 또 거래소로 보내야 했다. 온체인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번거롭고, 일반 사용자에게는 사실상 진입장벽이다. 돈을 쓰고 싶을 뿐인데 계속 배관공이 되어야 한다. 어떤 체인을 써야 하는지, 어떤 네트워크로 출금해야 하는지, 브릿지는 무엇인지, 수수료는 왜 필요한지를 일일이 알아야 한다.
mUSD는 이 여러 단계를 지갑 안에서 처리하도록 묶는다. 달러 기반 자산이 지갑 안에 있고 그 돈이 온체인 금융과 현실 결제로 이어지면, 지갑의 역할은 단순 보관함에 그치지 않는다. 보관과 운용, 결제가 한 지갑에서 돌아가는 구조에 가까워진다.
여기에 더해, 머니 계정(Money Account)에 보관된 사용자의 mUSD에는 최대 4%의 연간수익률(APY)이 제공된다. 이는 메타마스크가 직접 지급하는 이자가 아니라, 예치된 자금이 온체인 대출 시장에서 굴러가며 자동으로 창출되는 변동 수익이다. 물론 자금이 묶이는(Lock-up) 구조가 아니므로, 사용자는 언제든 원할 때 자유롭게 쓰고, 보내고, 거래할 수 있다.
3.2 온체인의 돈이 현실에서 쓰이는 순간, 메타마스크 카드
오픈머니가 의도대로 작동하려면 결국 직접 쓸 수 있어야 한다.
온체인에서 아무리 자산을 잘 관리해도 집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못 산다면 대중에게는 반쪽짜리 경험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냉정하게 보았을 때, 사람들에게는 금융 철학 보다는 실제로 결제되는 돈이 더욱 중요하다. 메타마스크 카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크립토 카드 중 상당수는 거래소나 카드사 계정에 자산을 맡겨두고 쓰는 방식이었다. 편리하지만 다시 커스터디 구조로 돌아간다. 크립토를 쓰자고 제3자에게 자산을 예치하는 셈이다.
메타마스크 카드는 결제 직전까지 자산을 사용자의 지갑에 남겨둔다. 사용자는 지갑의 자산을 현실의 카드 결제망에 연결해 쓸 수 있다. 온체인 자산이 투자 앱 안의 숫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의 결제 수단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이것은 오픈머니의 가장 직관적인 장면이다. 결제 직전까지 돈은 내 지갑에 머물다가, 필요한 순간 현실 가맹점에서 쓰인다. 돈을 보관하고 굴리고 쓰는 중심이 지갑 하나로 모인다.
물론 아직 지원 국가, 발급사, 카드 네트워크, 규제, 가맹점 정책과 같은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므로 모든 사용자가 지역에 상관없이 같은 경험을 누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메타마스크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지갑이 온체인과 오프라인 결제를 잇는 경계면이 되고 있다. 이쯤이면 지갑은 더 이상 ‘코인 보관 앱’이 아니라, 돈을 실제로 쓰는 ‘결제 인터페이스’다.
3.3 오픈머니의 또 다른 무기, 에이전틱 페이먼트
좀 더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지금까지의 이야기에는 사실 한 가지 전제가 깔려 있었다. 돈을 움직이고 사용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쓰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면 어떨까. AI 에이전트가 대신 리서치하고, 구독을 갱신하고, API 호출마다 비용을 정산하는 시대에는 이 전제부터 흔들린다. 에이전트가 무언가를 결제할 때마다 사람이 매번 서명 창을 띄워 승인해야 한다면, 그건 자동화가 아니다. 에이전틱 페이먼트의 병목이 바로 여기다. 기계의 속도로 거래해야 하는데, 사람의 결정이 매 거래마다 끼어든다.
가장 단순한 해법은 에이전트에게 개인키를 통째로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셀프커스터디를 정면으로 부순다. 키를 넘기는 순간 에이전트는 내 지갑 전체를 마음대로 쓸 수 있고, 통제권은 사라진다. 자동화를 얻는 대가로 오픈머니가 지키려던 통제권 자체를 잃는 셈이다.
메타마스크가 미는 방향은 다르다. 스마트 계정(Smart Accounts)은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를 통해 키를 넘기지 않고도 권한만 떼어내 위임한다. ERC-7710 위임과 ERC-7715 권한 요청을 이용하면, 사용자는 에이전트에게 '하루 10 USDC까지, 한 달간 ETH 매수에만 쓰도록' 같은 식으로 범위가 정해진 권한만 부여할 수 있다. 에이전트는 그 한도 안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거래하지만, 지갑 전체의 통제권은 여전히 사용자에게 남는다. 자동화와 셀프커스터디가 충돌하지 않고 양립하는 지점이다.
사실 이 구조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메타마스크는 이미 2023년에 '신뢰 세션(trusted session)'이라는 형태로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사용자가 세션 키를 한 번 승인하면, 그 범위 안의 트랜잭션은 매번 다시 서명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당시 대표 예시는 매 동작마다 지갑 팝업에 시달리지 않으려는 블록체인 게임이었다. 게임에서 출발한 이 발상이 ERC-7710과 ERC-7715로 표준화되며, 이제는 사람이 아닌 에이전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토대가 됐다.

여기에 x402가 붙으면 에이전틱 페이먼트의 구조가 완성된다. x402는 HTTP 위에서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결제 흐름을 정의한다. ERC-7710 위임을 기반으로 에이전트가 요청마다 비용을 내고, 자율적으로 구독하고, 마이크로페이먼트를 스트리밍하는 일을 수동 지갑 조작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사람이 일일이 승인하던 닫힌 돈의 세계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계가 기계에게 조건에 따라 직접 돈을 보내는 결제망이 지갑 위에서 열리게 된다.

Source: X(@Metamask)
이러한 시도는 메타마스크가 공동 개최한 스마트 계정 키트(Smart Accounts Kit)을 해커톤에서 찾아볼 수 있다. 321명의 빌더와 142개의 출품작이 모이며 역대 메타마스크 해커톤 중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기록한 해당 해커톤은 주제 자체가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결제하는 애플리케이션이었으며 특이하게도 에이전트가 직접 심사하는 주체로도 작동한다.
오픈머니 위에서 지갑은 결국 사람을 넘어 사람이 위임한 에이전트 자체가 돈을 움직이는 권한 레이어가 된다. 지갑이 돈의 운영체제라면, 에이전틱 페이먼트는 그 운영체제가 사람을 넘어 에이전트에게도 열리는 순간이다.
4. 지갑의 엔드게임은 결국 '오픈머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지갑은 처음에 단순한 서명 도구였다. 토큰을 보내고, 디앱에 연결하고, 트랜잭션을 승인하는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갑이 사용자의 자산을 움직이는 열쇠라면, 그 위에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금융 기능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스왑, 브릿지, 스테이블코인, 수익 상품, 카드 결제, 멀티체인, 파생상품 거래까지 지갑 안으로 들어온다. 이건 단순한 기능 나열이 아니라, 지갑이 돈의 운영체제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닫힌 돈의 세계에서 금융 앱은 기관의 시스템을 비추는 창이었다. 오픈머니의 세계에서 지갑은 사용자가 네트워크 위에서 돈을 직접 다루는 출발점이다. 관건은 은행을 완전히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선택지가 생긴다는 데 있다. 일상적인 국내 결제는 기존 금융이 계속 잘 해낸다. 하지만 글로벌하게, 프로그래머블하게, 앱과 프로토콜을 넘나드는 돈은 다른 구조를 요구한다. 그 구조의 중심에 지갑이 있다.
은행 앱의 잔액이 장부 위의 숫자라면, 온체인 지갑은 자산을 직접 움직이는 열쇠다. 닫힌 돈은 사용자를 시스템 안으로 불러들이고, 오픈머니는 사용자가 자기 지갑을 들고 시스템 사이를 오가게 한다.
그래서 지갑의 엔드게임은 결국 ‘오픈머니’다. 토큰 보관도, 디앱 로그인도, NFT도 중간 경유지였을 뿐이다. 종착지는 사용자가 자기 돈을 직접 통제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즉 돈이 인터넷처럼 움직이기 위한 새로운 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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