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Key Takeaways
- 이색 RWA는 우라늄, GPU 컴퓨팅, 태양광 에너지, 광물 로열티처럼 차별화된 현금흐름을 가진 틈새 자산군을 의미한다.
- 국채, 주식, 사모 신용과 같은 주류 토큰화 자산이 기존 금융상품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이색 RWA는 기존 자본시장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온체인 금융상품으로 전환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 글로벌 사례에서는 우라늄, GPU 수익권, 태양광 발전 수익, 광물 로열티가 토큰화를 통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수익 상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 한국 STO 시장은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이색 RWA로 분류되는 자산군이 오히려 제도의 기본 대상에 가깝다.
- 한국의 기회는 원자재를 직접 보유하는 업스트림보다 HBM 공급계약, 배터리 소재 장기구매계약, 원전 EPC 수취채권, 선박 용선료처럼 산업 경쟁력이 있는 미드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현금흐름의 토큰화에 있다.

본 글은 포필러스와 판테라 캐피털이 공동 발간한 “한국 기관을 위한 블록체인 가이드북 2026”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기업 및 기관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나머지 14개 핵심 주제는 보고서 전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개요: 틈새 자산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
앞선 섹션에서 다룬 신용, 주식, 국채와 같은 토큰화 자산군은 명확한 시장 구조, 전통 금융에서의 선례, 확립된 사용자 기반과 수요, 그리고 규제 명확성을 갖춘 주류 금융 상품들이다. 이러한 자산군에서 토큰화는 주로 편의성을 높이는 도구로서 작용하며, 운영 효율성과 자산 유동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토큰화는 차별화된 수익원을 가진 틈새 자산군을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시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이색 RWA(exotic RWAs)”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우라늄 시장 및 원자력 금융, GPU 컴퓨팅 및 네오클라우드 배당, 분산형 태양광 에너지 네트워크, 그리고 해상 시추 및 광물 금융과 같이 온체인화되어 토큰화된 수익 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산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자산들은 물리적 인프라 및 자원 흐름으로 구성되며, 역사적으로는 규제 불투명성, 운영 복잡성, 높은 최소 투자 금액, 분절된 시장 구조로 인해 대부분의 자본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 자산들을 다루는 전통 자본 시장은 규모가 작고 전문화되어 있으며 진입 장벽이 높다. 예를 들어, 우라늄은 일부 유틸리티 기업과 연료 중개업자 간에 거래되고, GPU 클러스터는 하이퍼스케일러나 벤처 지원 데이터센터 운영자에 의해 자금 조달되며, 분산형 태양광은 소수의 대형 은행에 의해 증권화되고, 광물 로열티는 업계 내부자 간 비공개 양자 거래 시장에서 거래된다.
“이색 RWA”라는 개념은 또한 여러 가지 뚜렷한 트렌드가 결합된 결과이기도 하다:
- 토큰화의 성숙과 RWA 범주의 확장: 지난 2년간 국채, 사모 신용, 주식,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온체인화되는 자산군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자산군은 발행, 수탁, 큐레이션, 감사에 이르는 토큰화의 성숙한 구조를 제공하며, 이는 “이색 RWA”를 토큰화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한다.
- 탈중앙 물리적 인프라 네트워크(디핀, DePIN): 디핀은 헬리윰(Helium)의 모바일 핫스팟, 데이라이트(Daylight)의 태양광 패널, 하이브매퍼(Hivemapper)의 지도 생성 노드와 같이 물리적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하기 위해 토큰 인센티브를 활용한다. 이러한 디핀 토큰이 실제 수익 흐름(예: 헬리윰의 데이터 사용량 기반 요금, 데이라이트의 발전량 기반 수익)과 연결되면, 비전통적 자산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이색 RWA”의 구성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온체인에서 교환, 금융화, 재담보화될 수 있다.
- 인터넷 자본 시장과 벤처 금융 모델의 결합: 에코(Echo), 레지온(Legion)과 같은 ICO 플랫폼의 재등장, 메타 다오(MetaDAO)와 같은 새로운 인터넷 자본 시장 프로젝트, 그리고 로빈후드 벤처스(Robinhood Ventures)와 같은 토큰화된 벤처 투자 수단은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벤처형 투자 및 수익 노출에 대한 수요를 보여준다. “이색 RWA”는 GPU 데이터센터나 태양광 발전소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 구축을 가능하게 하면서, 자산 보유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벤처형 금융 모델을 제공한다.
2. 글로벌 동향: 다양한 자산군을 토큰화하다
케이스 스터디 1: 토큰화된 우라늄
우라늄은 이색 RWA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시장이다. 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해 원자력 에너지용 우라늄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기존 채굴 공급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원자재와 달리 전통적인 우라늄 거래는 진입 장벽이 높고 구조적으로 유동성이 낮다. 일반 우라늄은 중앙화된 거래소 없이 유틸리티 기업, 연료 중개업자, 생산자 간의 불투명한 장외(OTC) 시장에서 양자 간 거래된다. 토큰화는 이러한 우라늄을 훨씬 더 유동적이고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
우라늄 디지털(Uranium Digital)은 솔라나 상에서 물리적 우라늄(U3O8 옐로케이크)의 토큰화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기관급 현물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각 토큰은 공인된 수탁 시설에 보관된 검증 가능한 옐로케이크 1파운드를 나타내며, 라이선스를 보유한 구매자에게는 실물 인도가 가능하고 금융 투자자에게는 합성 노출을 제공하는 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동시에 유레이니엄아이오(Uranium.io)는 모포(Morpho)와 연동된 xU3O8 토큰을 통해 우라늄을 담보로 한 USDC 대출을 제공하며, 개인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한다. 이처럼 토큰화된 우라늄은 물리적으로 희소하고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전략적 자원을 지속적이고 유동적이며 프로그래밍 가능한 온체인 시장으로 재구성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케이스 스터디 2: GPU 컴퓨팅
AI 인프라에 대한 자본 지출은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르지만, 자금 조달은 주로 하이퍼스케일러의 대차대조표와 일부 전문 대출 기관에 의해 이루어져 대부분의 자본, 특히 크립토 네이티브 자본은 이러한 현금 흐름에 접근하기 어렵다.
컴퓨트 랩스(Compute Labs)는 NVIDIA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인큐베이팅되고 솔라나 기반으로 구축된 프로젝트로, 특정 GPU 장비군(H100, H200 약 3만 달러/유닛, B200 등)에 대한 부분 소유권을 나타내는 GNFT를 발행한다. 넥스젠 클라우드(NexGen Cloud)의 인프라허브(InfraHub)와 협력하여 100만 달러 규모의 H200 공개 트레저리를 출시했으며, 기업 대상 임대 계약을 통해 약 30% 수준의 USDC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가이브(GAIB)는 합성 달러 모델을 채택하여 GPU 금융 거래와 국채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AID를 발행하고, sAID를 통해 수익을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7,900만 달러 이상의 예치금을 유치했으며, 시암AI(Siam.AI, 아시아 최초의 국가 단위 NVIDIA 클라우드 파트너)와의 3,000만 달러 규모 GPU 토큰화 거래를 시작으로 에이셔(Aethir), 엑사비츠(Exabits), GMI 클라우드(GMI Cloud)와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GPU 컴퓨팅 수요를 직접 소유 구조 또는 합성 수익 노출 형태로 토큰화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케이스 스터디 3: 태양광 에너지
분산형 태양광은 대표적인 자산군으로, 전력망의 가장자리에서 태양광 패널, 배터리, 인버터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가 배치되고, 유틸리티가 아닌 토큰 인센티브를 통해 운영되며, 그 수익 흐름이 토큰화되어 자금 제공자에게 다시 분배된다. 이 분야는 구조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상태이며, 주거용 태양광 비용의 약 60%가 하드웨어가 아닌 고객 확보 및 기타 비용에서 발생한다. 이를 "이색 RWA"로 포착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데이라이트(Daylight)는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미드애틀랜틱 지역에서 운영되며, 2025년 말 이더리움에서 데이파이(DayFi)를 출시했다. GRID 스테이블코인과 sGRID 수익 토큰(국채 이자와 태양광 수익 결합)으로 구성된 이중 토큰 구조를 사용하며, 업시프트(Upshift) 볼트와 K3 큐레이션을 통해 분산형 에너지 수익 흐름에 자본을 배치한다. 플루럴 에너지(Plural Energy)는 등록된 브로커-딜러(Plural Brokerage LLC)를 인수했으며, 현재 3억 달러 이상의 태양광 및 배터리 자산을 플랫폼에 보유하고 있다. 전체 딜 중 약 5%만 선별하여 통과시키며, 프로젝트 스폰서의 자본 비용을 약 2% 절감했다. 글로우(Glow)는 시아(Sia) 창립자 데이비드 보릭(David Vorick)이 설립한 프로젝트로, GLW 토큰 인센티브를 통해 가장 높은 청정 에너지 생산 효율을 가진 태양광 설비를 보상하는 순수 디핀 모델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태양광과 같은 분산형 자산을 토큰화를 통해 수익 창출 자산으로 전환하고, 더 효율적인 금융 구조를 제공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케이스 스터디 4: 토큰화된 광물 권리(Mineral Vault)
미국의 광물 권리는 지하 자원에 대한 개인 소유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자산군으로, 다른 주요 국가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구조적 특성을 가진다. 이로 인해 광물 로열티 수익은 역사적으로 비미국 투자자에게 접근이 어려웠다.
미네랄 볼트(Mineral Vault)는 얼리전스 오일 앤 가스(Allegiance Oil & Gas, 운용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핵심 인력에 의해 플룸 네트워크(Plume Network)에서 구축된 최초의 토큰화 광물 권리 플랫폼이다. 대표 포트폴리오인 미네랄 볼트 I(Mineral Vault I, 티커: MNRL)는 9개 주에 걸친 2,500개 이상의 생산 유정과 10,000에이커 이상의 자산을 포함하며, 퍼미안(Permian), 이글 포드(Eagle Ford), 바켄(Bakken), 헤인즈빌(Haynesville), 바넷(Barnett) 분지에 분포한다. 이 자산들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50건 이상의 개별 거래를 통해 확보되었으며, 모든 토큰화 자산에 대해 권리 보증이 제공된다. 각 토큰은 SPV 지분을 나타내며, 월 단위로 USDC가 지갑으로 직접 지급되고 목표 수익률은 10% 이상이다. 플룸의 아크(Arc) 토큰화 엔진과 네스트(Nest) 볼트를 통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수익 분배가 가능하며, 기존의 문서 기반 소유권 관리 방식을 대체한다. 초기 토큰화 규모는 1,000만 달러이며,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광물 권리 토큰화는 “이색 RWA”가 광물 신탁 로열티를 글로벌 온체인 자산으로 확장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는 리튬, 목재, 수자원 권리와 같은 다른 물리적 자원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나 제약 산업의 지식재산권(IP) 로열티로도 확장될 수 있는 모델이다.
3. 한국 시장에서의 기회: 한국형 기초자산 풀의 다양화
글로벌 토큰화 시장에서 이색 RWA는 국채와 사모신용 중심의 주류 시장과는 조금 떨어진 대안적 자산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토큰증권(STO) 시장은 출발 단계부터 비정형 실물자산의 토큰화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 배경에는 한국 STO 제도가 비정형증권의 발행과 유통 시장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점이 있다. 2027년 시행될 장외거래중개업의 대상 증권은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으로 한정된다. 반면 주식, 채권, 금전신탁 수익증권 등 정형증권은 기존 전자증권법 체계에서 이미 발행과 유통이 가능하므로 STO 장외거래 대상에서 제외된다.
본래 투자계약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존재했으나 사문화된 규정이었고,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샌드박스(2019년 카사 1호)로 시장을 먼저 열고, 증권성 판단(2022년 뮤직카우)과 신탁업 혁신 방안(2022년 10월)으로 법적 토대를 만든 뒤, 2023년 정비방안을 거쳐 2026년 1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입법화했다. 이 과정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서 ‘이색(exotic)’으로 분류되는 자산군이 한국에서는 STO 제도의 기본 대상이 된 셈이다.
유통 인프라도 같은 방향으로 정비되고 있다. 2025년 10월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에서 KDX(한국거래소와 코스콤 주도, 키움증권,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증권 등 참여)와 NXT(넥스트레이드 주도,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뮤직카우 등 참여) 두 장외거래소가 선정됐다. 2027년 법 시행과 함께 이들 거래소에서 비정형 토큰증권의 다자간 거래가 시작되면, 현재 플랫폼 내부에 한정된 매매가 공개된 세컨더리 시장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3.1 기존 사례: 비정형 실물자산 토큰화의 현황
한국 조각투자 시장의 현재 모습은 자산군별로 뚜렷하게 분화되어 있다. 각 자산군의 대표 플랫폼은 기초자산의 성격에 따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또는 투자계약증권 구조를 채택했고, 증권사와의 계좌관리 파트너십을 통해 제도권에 편입된 상태다.
- 뮤직카우 (음악 저작권료 수익증권): 음악 저작권의 일부를 취득해 매월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구조다.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뒤, 기존 저작권료참여청구권 1,000여 곡을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으로 전환 발행하며 제도권에 편입했다.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준비 중이며, NXT 컨소시엄의 지분 5% 이상 주주로 참여해 있어 발행에서 장외거래소 유통까지 수직 연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 뱅카우 (한우 투자계약증권): 투자자들이 송아지에 공동투자해 사육 후 수익을 배분받는 투자계약증권 구조다. 2025년 6월까지 15건을 발행해 약 2,000두의 한우를 금융상품으로 전환했고, 누적 AUM 100억 원, 청산 완료 상품 누적 수익률 약 17%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의 복수 계좌관리, KB증권 MOU 등 증권사 연결이 확대되고 있으며, 사육에서 유통(솔직한우, 고기설계소)까지 수직 통합된 밸류체인을 운영한다.
- 열매컴퍼니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미술품을 공동구매한 뒤 매각 시 수익을 배분하는 투자계약증권 구조다.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2018년 이후 184건을 공모하고 140건의 매각을 완료했으며, 현재 IPO를 추진 중이다.
- 갤럭시아머니트리 (항공기 엔진 리스): 항공기 스페어 엔진을 신탁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블록체인 미러링을 통해 토큰증권으로 유통하는 구조다. 교보생명이 신탁사업자, 신한투자증권이 유통 플랫폼을 맡는다. 기초자산이 달러 표시 장기 리스 계약이라는 점에서 기존 조각투자 자산군과 성격이 다르며, 향후 탄소배출권과 신재생에너지, 경주마 등으로 기초자산 확장도 추진 중이다.
- HJ중공업 (선박 토큰증권): 선박 건조 자금을 토큰증권으로 조달하는 구조로, 2024년 한국토지신탁, 미래에셋증권과 STO 기반 선박금융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선박금융은 수출입은행과 KOBC 주도의 대형 협조금융이 지배적이어서 중소 조선사의 자금 접근이 제한적이었는데, 토큰증권을 통해 건조 단계별 현금흐름을 분할 발행하면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할 수 있다.
조각투자가 만든 시장은 기존 금융상품 라인에서 커버하지 못하던 영역이다. 한국 리테일 투자자의 선택지는 예금, 공모 펀드, 주식, 부동산이 사실상 전부였고, 대체자산 익스포저는 고액 자산가나 기관에 한정되어 있었다.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이 공백을 파고들어 예금 금리와 주식 변동성 사이의 중간 지대에서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뮤직카우 120만 명, 뱅카우 10연속 청약 초과 달성이라는 수치는 이 포지셔닝에 대한 리테일 수요가 실재함을 보여준다.
3.2 확장 가능성: 업스트림이 아닌 미드스트림을 토큰화하는 구도
에너지와 자원 산업의 밸류체인에서 업스트림(upstream)은 원자재를 채굴하고 추출하는 단계이고, 미드스트림(midstream)은 그 원자재를 가공하거나 인프라를 제조, 건설하는 단계이며, 다운스트림(downstream)은 최종 운영과 서비스 공급 단계를 말한다. 글로벌 마켓의 이색 RWA는 대부분 업스트림 토큰화에 해당한다. 기초자산이 모두 물리적 현물이거나 인프라 하드웨어인 케이스다.
한국의 공급자 지위는 원자재가 아니라 그 원자재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미드스트림과, 완성된 인프라를 운영하는 다운스트림에 있다. 한국은 우라늄을 채굴하지 않지만 원전 EPC 수주잔고 186억 달러(체코 Dukovany)를 보유하고 있고, 리튬 원광을 생산하지 않지만 포스코퓨처엠이 연 2.5만 톤 수산화리튬 가공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GPU를 설계하지 않지만 SK하이닉스가 HBM 글로벌 점유율 53%를 차지하고 있다.
업스트림 토큰화의 기초자산은 원자재 현물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변동에 직접 노출된다. 예컨대 유정 로열티 수익은 유가와 생산량에 좌우된다. 반면, 미드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토큰화의 기초자산은 계약 기반의 현금흐름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EPC 수취채권의 가치는 우라늄 가격이 아니라 체코 정부의 신용도와 계약 이행 여부에 의해 결정되며, 포스코의 리튬 장기구매계약 매출채권 역시 리튬 가격보다 거래 상대방의 지급능력과 계약 기간에 의해 수익 구조가 좌우된다.
이러한 계약 기반 현금흐름은 국내 STO 제도 하에서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으로 설계될 수 있으며, 동시에 해외 투자자에게도 구조화 상품으로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따라서 한국의 원전 EPC, HBM 공급계약, 선박 건조 PF 등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기초자산 풀은 국내 장외거래소 유통과는 별도로, 해외 법인을 통한 글로벌 발행 경로 역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홍콩법인을 통해 2026년 1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채권 약 1,000억 원을 사모 발행하고, 같은해 4월 홍콩 SFC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은 이 경로가 이미 실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 전제 위에 모색해볼 수 있는 기초자산 후보는 다음과 같다:
- HBM과 AI 인프라 현금흐름: SK하이닉스의 HBM 글로벌 점유율은 53%(2024년), 삼성전자 합산 시 약 80%다. AI 인프라 설비투자가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로 집행되는 환경에서, 이 지출의 상당 부분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로 전환된다. 데이터센터도 팽창기에 있다. 서울권 공실률 6%, 변전소 리드타임 5년으로 공급 병목이 극심한 가운데, 전남 3GW AI 데이터센터 MOU, SK-AWS 울산 AI DC, KT-Microsoft 파트너십, 네이버 GAK 세종 등 대형 프로젝트가 집중되고 있다.
- 토큰화 관점에서 기초자산은 HBM 공급계약 매출채권, 데이터센터 건설 PF 채권, 완공 후 장기 임대차 현금흐름이다. 원전 전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탄소중립 연산(clean compute)이라는 번들 토큰 카테고리도 구상 가능하다.
- 한국 배터리 소재 장기구매계약 채권: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에 약 8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산 2.5만 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했고, 호주 Mineral Resources가 설립한 리튬 중간 지주사 지분 30%를 7억 6,500만 달러에 인수해 연 27만 톤 리튬 정광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라이온타운과 15년간 리튬 정광 175만 톤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삼성SDI는 Canada Nickel 지분 8.7%를 인수하며 크로포드 프로젝트 니켈 생산량의 10% 확보 권리와 15년간 추가 20% 공급 옵션을 확보했다.
-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의 기초자산은 이러한 장기구매계약에 기반한 매출채권이다. 상장 기업의 공시 기반 신용도와 DART를 통한 재무 투명성도 갖추고 있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기초자산으로 편입될 경우 기존 조각투자 자산군 대비 높은 신용도의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
- 원전과 SMR 제조 계약 현금흐름: 한국은 APR1400으로 UAE 바라카 4기를 완공 납품한 실적을 보유한 세계 5개국 중 하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SMR 주기기 독점 공급권을 확보하고 8,068억 원 규모의 창원 SMR 전용 공장 건설을 승인했으며,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체코 두코바니(Dukovany) 5, 6호기 EPC 본계약 186억 달러를 체결했다.
- 기초자산 후보는 EPC 진행률 수취채권 트렌치, SMR 수주잔고 분할 발행, 해외 O&M 계약 매출채권 등이다. 매수자가 국가 또는 공기업이고 10~20년 장기 현금흐름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다만 한수원이나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은 공공기관운영법상 지분 매각과 자산 처분에 기획재정부 승인이 필요하므로 지분형 토큰화는 제약되며, 매출채권이나 서비스 계약 현금흐름의 유동화만이 현실적 경로다.
- 친환경 선박 용선료 및 리스 기반 현금흐름: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3사의 글로벌 조선 수주 점유율은 70% 이상이며, LNG 운반선 시장에서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보이고 있다.
- 장기 용선 계약, 선박 담보 가치, 보험 구조를 기반으로 건조부터 운항까지 단계별로 현금흐름을 분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큰화 적합성이 높다. HJ중공업, 미래에셋증권, 한국토지신탁 간 STO 업무협약은 이 자산군에서 가장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3.3 한국형 이색 RWA의 전개 경로
기존 조각투자 자산군은 리테일 수요를 검증하며 STO 시장의 초기 기반을 형성했다. 향후 기초자산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대칭적 점유율을 보이는 산업(원전 EPC, HBM, 배터리 소재, 조선)은 규모와 신용도 측면에서 다른 차원의 기초자산 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자산의 토큰화 경로는 두 갈래로 나뉘며, 당분간은 분화된 상태로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 첫째는, 국내 STO 프레임이다. 기초자산 범위가 하위법령으로 확정되는 2027년 이후 본격화되며, 초기에는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으로부터 검증된 자산군(부동산, 음악, 미술품 등)에서 출발해 점진적으로 인프라 현금흐름으로 확장되는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둘째는, 해외 법인을 경유한 글로벌 발행이다. 이 경로는 국내 하위법령 정비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시간상 앞설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2026년 1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채권을 사모 발행하고, 4월 홍콩 SFC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한국 증권사가 해외 거점에서 토큰화 자산을 직접 발행하고 유통하는 인프라가 이미 가동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두 경로가 각각 어떤 속도로 열리는지는 국내 하위법령의 기초자산 범위 확정과 해외 거점의 라이선스 확보 진전에 달려 있으며, 당분간은 별개의 트랙으로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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