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Key Takeaways
- 1. 들어가며: 캔톤의 성공은 왜 크립토 시장을 불편하게 하는가
- 2. 캔톤 스냅샷: 10년 동안 개발한 월가(Wall Street)용 블록체인
- 2.1 캔톤의 연원과 비전
- 2.2 캔톤 네트워크 아키텍처
- 3. 캔톤을 둘러싼 두 가지 공방
- 3.1 쟁점 1: 캔톤이 ‘퍼블릭 체인’인가?
- 3.2 쟁점 2: 캔톤은 진짜 ‘토큰화’를 하고 있는가?
- 4. 기관향 크립토 마켓은 하나의 경로가 아니고, 체인의 채택도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 4.1 기관 금융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두 가지 경로
- 4.2 캔톤의 PMF: 반복성, 고액 거래, 프라이버시, 정산 확실성
- 5. 마치며: 기관향 크립토 마켓의 주도권 경쟁, 캔톤의 위치
관련 프로젝트
Key Takeaways
- 캔톤(Canton)은 DTCC, JP모건, 골드만삭스, 프랭클린 템플턴, SBI 같은 대형 기관의 참여와 브로드리지(Broadridge) DLR의 대규모 레포 처리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이 성과는 기존 크립토 문법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모든 거래가 공개되지 않고 승인된 밸리데이터만 합의에 참여하는 구조는 캔톤이 진짜 블록체인인지, 진짜 토큰화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을 만들고 있다.
- 캔톤은 이더리움이나 솔라나를 더 프라이빗하게 만든 체인이 아니라, 퍼블릭 체인의 투명성과 프라이빗 체인의 사일로 사이에 있는 별도의 설계이다. 모든 거래를 공개하고 모든 밸리데이터가 동일한 글로벌 상태를 검증하는 것과 달리, 캔톤은 필요한 당사자만 계약을 확인하고 글로벌 싱크로나이저가 순서, 확인, 커밋을 조율한다. 즉 캔톤의 차별점은 공개 검증이 아니라 선택적 공개와 기관 간 동기화에 있다.
- 기관향 크립토 시장은 하나의 경로로 수렴하지 않는다. 퍼블릭 체인에 형성된 온체인 유동성을 바이사이드 채널로 활용하려는 수요와 레포, 담보 관리, 정산 같은 기관 워크플로우를 효율화하려는 수요는 성격이 다르다. 두 수요는 같은 인프라에서 충족되기 어렵다.
- 캔톤의 시장 정합성은 후자에 있다. 반복적이고 고액이며, 참여자가 제한되고, 프라이버시와 정산 확실성이 중요한 업무 흐름이다. 캔톤의 핵심 지표도 온체인 AUM이 아니라 처리량, 정산 속도, 실패율 감소, 운영 비용 절감에 가깝다. 반면, 퍼블릭 체인에 축적된 대규모 온체인 유동성은 캔톤이 단기간에 넘기 어려운 해자이다.
1. 들어가며: 캔톤의 성공은 왜 크립토 시장을 불편하게 하는가
기관향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이후 크립토 시장은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끝내 기관들이 선택한 경로가 무허가 공개 검증이 아니라 선택적 공개와 통제된 합의 구조로 좁혀지는 양상은 크립토가 지켜온 가장 오래된 믿음에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캔톤은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가장 논쟁적인 기관용 블록체인 중 하나이다. 캔톤이 진짜 블록체인이 맞는가 하는 질문이 또 다시 화두에 오른 것도 이 불안한 변화와 겹쳐 있다.
캔톤은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캔톤의 대표 유즈케이스인 브로드리지(Broadridge)는 월간 약 8조 달러의 레포 거래를 처리했고, DTCC, JP모건,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SBI 등의 대형 기관들이 캔톤 생태계에 합류했다. 동시에 캔톤 코인(CC)의 시총은 2026년 5월 기준 약 6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성과가 기존의 크립토 문법만으로는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캔톤은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처럼 모든 거래를 공개하고 모든 밸리데이터가 동일한 글로벌 상태(global state)를 검증하는 구조가 아니다. 캔톤의 컨트랙트는 필요한 당사자에게만 공개되고, 글로벌 싱크로나이저(Global Synchronizer)는 거래 내용이 아니라 메시지 순서, 기관 간 동기화 상태만 조율한다. 이처럼 캔톤은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거래를 검증하고 장부 상태를 동기화한다.
이 차이에서 발생하는 논쟁은 두 질문으로 정리된다:
첫째,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검증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기관 금융에 필요한 접근 통제를 허용할 수 있는가.
둘째, 토큰화는 자산이 공개 시장에서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이전되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기존 금융의 법적 권리와 장부를 더 빠르게 안전하게 동기화하는 것으로도 충분한가.
더 직접적인 질문으로 바꾸면, 캔톤처럼 무허가 참여와 공개 검증이 제한된 블록체인, 그리고 자유로운 이전 가능성이 없는 토큰화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이 질문은 단편적으로 캔톤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기관 금융이 온체인화될 때 블록체인의 어떤 속성이 유지되고 어떤 속성이 포기될 수 있는지, 또 그에 따라 어떻게 시장이 재편될지를 함의한다.
그렇다면, 캔톤은 과도기적인 솔루션에 불과하고 기관 금융은 결국 퍼블릭 체인의 문법을 받아들이게 될까? 아니면 캔톤처럼 블록체인이 기관 금융에 맞춰 선택적 공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수렴할까? 캔톤은 후자에 가까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캔톤을 둘러싼 두 가지 논쟁을 살펴보며, 기관 금융이 온체인화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경로와 캔톤의 미래를 조망해보자.
2. 캔톤 스냅샷: 10년 동안 개발한 월가(Wall Street)용 블록체인
캔톤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려면 먼저 캔톤이 일반적인 퍼블릭 블록체인과 어떻게 다른지 짚어야 한다. 캔톤은 금융 기관의 장부, 계약, 담보, 정산을 온체인 방식으로 연결하기 위해 설계된 블록체인이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처럼 모든 거래를 공개하고 모든 검증자가 동일한 글로벌 상태를 검증하지 않는다. 이 차이에서 기관 금융과의 정합성과 비판이 같이 나온다.
2.1 캔톤의 연원과 비전
크립토 마켓의 시선에서 캔톤은 갑자기 등장한 플레이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캔톤의 개발사인 디지털 에셋(Digital Asset)은 10년 가깝게 개발과 기관 운영 케이스를 축적해왔다.

2014년 디지털 에셋이 설립된 이후, 회사는 금융 계약을 코드로 표현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언어 Daml과 기관용 분산 장부 인프라 캔톤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이 기간 동안 골드만삭스의 채권 발행 및 정산, 호주증권거래소(ASX) 청산 시스템 등에서 Daml이 시범 적용되었다.
2023년 5월, 골드만삭스, 도이체뵈르제(Deutsche Börse), 마이크로소프트, 무디스, 팍소스(Paxos) 등 30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기술 기업이 참여하며 캔톤 네트워크가 공식 발표됐다. 이후 2024년 6월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메인넷이 출시됐고, 2024년 7월 캔톤 코인이 출시됐다.
이후 캔톤은 주요한 기관용 인프라 후보 중 하나로 올라왔다. 특정 시점부터는 토큰화 파일럿, 재단 거버넌스 참여, 펀드 플랫폼 확장, 국채 토큰화, 예금토큰 발행 등 급속도로 기관 채택이 이루어졌다:
- 유로클리어 토큰화 파일럿 (2024.10): 유로클리어와 디지털 애셋이 영국 국채(길트), 유로본드, 금의 토큰화 파일럿을 완료했다.
-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재단 기관 확장 (2025.03): 골드만삭스, HKFMI, 무디스 레이팅스가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재단에 합류했다.
- 프랭클린 템플턴 BENJI 확장 (2025.11): 프랭클린 템플턴이 토큰화 국채 펀드 BENJI를 캔톤으로 확장했다.
- DTCC 미국 국채 토큰화 파트너십 (2025.12): DTCC가 DTC 보관 미국 국채를 캔톤 위에서 토큰화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 JPMD 네이티브 발행 (2026.01): JP모건이 예금토큰인 JPMD를 캔톤에서 네이티브 발행하기로 발표했다.
기관 채택의 유인은 캔톤의 명확한 문제 정의에 있었다. 금융기관은 포지션, 거래 상대방, 유동성 이동 정보를 공개할 수 없고, 규제 당국은 명확한 책임 구조와 강제 가능한 통제를 요구한다. 따라서 퍼블릭 체인의 완전한 투명성은 기관 금융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존 프라이빗 체인이 해답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각 기관이 독자적인 허가형 체인을 만들면 통제권은 얻지만, 다시 사일로가 생긴다. 서로 연결되지 않고, 조합 가능성은 약해지며, 원자적(atomic) 정산과 공유 유동성도 활용하기 어렵다.
캔톤은 이 트레이드오프 사이의 절충을 목표로 했다. 퍼블릭 체인의 연결성과 조합 가능성을 가져오되, 기관 금융이 요구하는 프라이버시, 허가 구조, 컴플라이언스를 포기하지 않는 구조다. 즉 캔톤이 말하는 ‘프라이버시 네트워크’는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보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정보만 보면서도 서로 같은 거래 결과에 합의할 수 있는 네트워크다.
2.2 캔톤 네트워크 아키텍처

캔톤의 지향점은 네트워크 설계에 그대로 반영된다. 캔톤은 하나의 단일 체인이 아닌, 각 기관이 보유한 프라이빗 계약 저장소(private contract store)를 공통 동기화 레이어로 연결한 네트워크에 가깝다. 모든 노드가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대신, 각 참여자는 자신과 관련된 계약만 저장하고 검증한다. 글로벌 싱크로나이저(Global Synchronizer)는 서로 다른 참여자 노드와 애플리케이션 사이의 메시지 순서, 확인, 커밋을 조율한다.
정확히는, 네 가지 네트워크 구성 요소가 이 과정에 개입한다.
- Daml: 자산의 권리, 의무, 승인, 이전 조건, 가시성을 컨트랙트 레벨에서 정의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언어
- 참여자 노드: 금융기관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운영하는 실행 및 검증 노드
-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서로 다른 참여자 노드와 애플리케이션 사이의 메시지 순서, 확인 응답, 커밋 여부를 조율하는 공통 동기화 레이어
- 슈퍼 밸리데이터: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관 노드
2.2.1 Daml: 권리와 의무를 표현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언어
Daml은 금융 계약을 코드화하기 위한 스마트 컨트랙트 언어다. 솔리디티(Solidity)가 퍼블릭 체인의 공개 상태와 범용 실행 환경을 전제로 했다면, Daml은 금융 계약의 당사자 관계, 권한 구조, 승인 조건, 데이터 가시성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Daml 컨트랙트는 대략 다음 요소로 구성된다.
- 템플릿(template): 자산이나 계약의 기본 형식을 정의한다. 가령 채권, 펀드 지분, 예금토큰, 담보 계약 등이 각각 하나의 템플릿이 될 수 있다.
- 서명자(signatory): 계약의 생성과 변경에 책임을 지는 당사자다. 발행자, 보관기관, 차입자, 대여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관찰자(observer): 계약 내용을 볼 수 있지만 직접 실행 권한은 없는 당사자다. 규제기관, 명의개서대리인, 감사 주체 등이 관찰자로 지정될 수 있다.
- 실행 권한자(controller): 특정 행위를 실행할 권한을 가진 당사자다. 예를 들어 보유자는 이전(transfer)을 실행할 수 있고, 발행자는 동결이나 상환을 실행할 수 있다.
- 선택지(choice): 계약 상태를 바꾸는 행위다. 이전, 상환, 담보 설정, 청산, 승인, 거부 같은 업무 행위가 선택지로 표현된다.
핵심은 Daml이 자산을 이더리움처럼 하나의 토큰 컨트랙트 안에 모든 보유자의 주소별 잔고를 기록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산 단위마다 독립된 컨트랙트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모델링한다는 점이다. 각 컨트랙트에는 보유 수량뿐 아니라 누가 발행자이고, 누가 현재 보유자인지, 누가 해당 컨트랙트를 열람할 수 있는지, 누가 이전이나 상환, 동결 같은 행위를 실행할 수 있는지가 함께 명시된다.
상태 관리도 이더리움의 계정(account) 모델과 다르다. 이더리움은 하나의 주소에 잔고가 누적되고 갱신되지만, 캔톤은 UTXO 모델을 따른다. 자산을 이전하면 기존 컨트랙트가 소비(consume)되고, 새로운 보유자와 조건이 반영된 컨트랙트가 생성된다.
캔톤의 토큰 표준인 CIP-56도 이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이전, 승인, 잔고 조회 같은 기본 기능을 표준화한다는 점에서 ERC-20과 역할이 비슷하지만, 컨트랙트의 서명자와 관찰자로 지정된 당사자만 잔고와 이전 내역을 볼 수 있고 그 외 참여자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기관 금융엔 이러한 구조가 더 자연스럽다. 실제 오프체인의 금융 계약도 발행자, 보관기관, 중개기관, 투자자, 규제기관이 각자 필요한 범위의 정보에 접근한다. 캔톤은 이러한 정보를 컨트랙트 레벨에 내장한다. 토큰화 펀드를 예로 들면, 투자자 적격성, 명의개서대리인의 기록 관리 권한, 발행자의 법적 책임이 모두 컨트랙트 로직에 명시되는 것이다.
2.2.2 참여자 노드: 기관별 프라이빗 계약 저장소
참여자 노드는 금융기관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운영하는 노드다. 예를 들어 은행 A와 은행 B가 토큰화 국채와 예금토큰을 교환한다고 하자. 이 과정에서 참여자 노드의 행위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 은행 A 참여자 노드: Daml 컨트랙트 기준으로 은행 A가 해당 국채를 이전할 권한이 있는지 확인한다.
- 은행 B 참여자 노드: 예금토큰을 지급할 권한이 있는지, 그리고 수취하는 자산 조건이 맞는지 검증한다.
- 발행자/명의개서대리인의 참여자 노드: 해당 국채의 이전이 발행 조건, 투자자 적격성, 이전 제한을 만족하는지 확인한다.
- 각 참여자 노드: 자신이 받은 거래 뷰(transaction view)를 검증한 뒤, 글로벌 싱크로나이저에 확인 응답을 보낸다.
-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승인: 각 참여자 노드는 자신이 볼 수 있는 계약 상태만 로컬 원장에 커밋한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 노드는 전체 네트워크를 대신해 모든 거래를 검증하지 않는다. 각 기관이 볼 수 있고 권한을 가진 계약 조각을 로컬에서 실행하고 검증한 뒤, 글로벌 싱크로나이저가 부여한 공통 순서와 최종 판정에 맞춰 자기 장부에 반영한다. 결과적으로, 참여자 노드는 캔톤에서 각 기관의 프라이빗 실행 엔진(private execution engine)이자 로컬 검증자 역할을 한다.
2.2.3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공통 동기화 레이어
참여자 노드가 각자의 계약 조각을 로컬에서 검증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기관 간 거래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은행 A와 은행 B가 각각 자기 장부만 본다면, 거래가 같은 순서로 처리됐는지, 이중 지출이 없는지, 담보 레그와 현금 레그가 함께 정산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캔톤의 동기화 레이어이다.
거래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 거래 명령 제출: 애플리케이션이 참여자 노드에 거래 명령을 보낸다.
- Daml 해석: 제출자 참여자 노드는 Daml 컨트랙트를 기준으로 어떤 계약이 소비되고, 어떤 계약이 새로 생성되며, 어떤 당사자의 승인과 관찰 권한이 필요한지 계산한다.
- 거래 뷰 분할: 전체 거래는 당사자별 거래 뷰(transaction view)로 나뉜다. 각 참여자 노드는 자신이 알아야 하는 계약 조각만 받는다. 거래 전체가 네트워크 전체에 공개되지 않는다.
- 암호화된 메시지 전달: 각 거래 뷰는 수신자별로 암호화된 메시지에 담긴다. 거래와 무관한 참여자는 이 내용을 볼 수 없다.
- 메시지 순서 배정: 시퀀서(sequencer)는 메시지 내용을 읽지 않고, 관련 메시지가 어떤 순서로 전달될지 정한다. 핵심은 모든 관련 참여자가 같은 순서를 기준으로 거래를 처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확인 응답 수집: 각 참여자 노드는 자신이 받은 거래 뷰를 검증하고, 승인 또는 거부 응답을 보낸다. 중재자는 이 응답을 모아 거래를 승인할지, 거부할지, 시간초과 처리할지 판단한다.
- 로컬 커밋: 최종 승인 판정이 내려지면 각 참여자 노드는 자신이 볼 수 있는 계약 상태만 로컬 원장에 반영한다. 모든 세부 정보가 하나의 공개 장부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 참여자가 자기 권한 범위 안에서 상태를 업데이트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싱크로나이저가 하는 일은 모든 거래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다. 거래 내용을 모두 알지 않더라도, 관련 당사자들이 같은 순서와 최종 결과에 도달하도록 조율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는 메시지 순서 배정과 거래 확인에 2/3 BFT 합의를 사용한다.
따라서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는 이더리움의 글로벌 상태 머신과 다르다. 이더리움은 모든 검증자가 같은 상태를 기준으로 거래 유효성과 상태 전이의 정합성을 확인한다. 반면 캔톤은 각 참여자가 자신의 거래 조각만 보고 검증하되, 글로벌 싱크로나이저가 공통 순서와 최종 판정을 제공함으로써 거래 결과를 동기화한다.
2.2.4 슈퍼 밸리데이터, 캔톤 코인(CC)

Source: Canton
슈퍼 밸리데이터(Super Validator)는 글로벌 싱크로나이저의 운영 주체를 가리키는 기관 노드다. BFT 합의를 통해 순서 배정, 거래 확인, 거버넌스 변경에 참여하며, 단일 운영자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다만 슈퍼 밸리데이터를 이더리움 밸리데이터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이더리움 밸리데이터는 모든 거래와 상태 전이를 검증하는 역할이지만, 캔톤의 슈퍼 밸리데이터는 프라이빗 거래 내용을 보지 않는다. 프라이빗 애플리케이션 거래의 업무 로직은 해당 거래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노드가 검증한다. 슈퍼 밸리데이터는 글로벌 싱크로나이저가 안정적으로 메시지 순서와 최종 판정을 조율하도록 인프라를 운영하는 쪽에 가깝다.
구체적으로는 네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 동기화 인프라 운영: 글로벌 싱크로나이저의 시퀀싱, 중재, 네트워크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를 유지한다.
- BFT 합의 참여: 메시지 순서 배정과 확인 절차가 단일 운영자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BFT 합의에 참여한다.
- 거버넌스 참여: 글로벌 싱크로나이저의 파라미터 변경, 네트워크 운영 정책, 업그레이드 등 주요 거버넌스 결정에 참여한다.
캔톤 코인(Canton Coin, CC)은 글로벌 싱크로나이저(Global Synchronizer) 위에서 경제적으로 작동하는 네이티브 토큰이다. 캔톤은 CC 토큰 로직을 소각-발행 균형(burn-and-mint equilibrium)으로 설명한다.
사용자가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를 통해 거래를 처리하면, 수수료가 달러 기준으로 산정되고 실제 결제는 CC로 이루어진다. 이때 지불된 CC는 슈퍼 밸리데이터나 애플리케이션 제공자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고 소각된다. 반대로 새로운 CC는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인프라를 운영한 슈퍼 밸리데이터, 거래 흐름을 만든 애플리케이션 제공자, 사용자를 온보딩하고 트래픽을 발생시킨 밸리데이터에게 발행된다. 즉 사용량은 CC 소각을 만들고, 네트워크 운영과 애플리케이션 기여는 CC 발행 권리를 만든다.
초기에는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확장을 유도하기 위해 발행 보상이 먼저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사용량 증가가 소각 수요를 키우고, 발행 보상이 실제 네트워크 사용량과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2.2.5 아키텍처 정리
캔톤의 기본 구조는 이러하다. Daml은 자산의 권리와 권한을 객체로 표현하고, 참여자 노드는 자신에게 필요한 거래 조각만 검증한다. 슈퍼 밸리데이터가 관여하는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는 모든 거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메시지 순서를 조율하고, CC는 이 인프라를 운영하고 보상하기 위한 경제성을 부여한다.
분명히 캔톤은 블록체인의 기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 노드 네트워크, 합의, 네이티브 토큰, 수수료 구조가 모두 존재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퍼블릭 체인의 문법과는 크게 다르다. 모든 거래가 공개되지 않고, 승인된 밸리데이터만 합의에 참여하며, 모든 밸리데이터가 동일한 글로벌 상태를 검증하지 않는다. 자산도 주소 간 자유롭게 이전되는 토큰 보유자 귀속 자산(bearer asset)이라기보다, 발행자 권한, 관찰자, 이전 조건, 규제 요건이 포함된 Daml 컨트랙트 단위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캔톤을 두고 갑론을박이 시작된다.
3. 캔톤을 둘러싼 두 가지 공방
캔톤을 둘러싼 공방은 캔톤의 장점이자 비판이 집중되는 지점에서, 두 질문으로 정리된다: 첫째, 캔톤은 퍼블릭 블록체인인가. 둘째, 캔톤은 진짜 토큰화를 하고 있는가.
블록체인에 대한 질문은 검증 구조, 무허가 참여, 글로벌 상태, 밸리데이터 집합에 관한 문제다. 토큰화 논쟁은 자산의 법적 권리, 시장성, 이전 가능성 등에 관한 문제에서 비롯된다.
3.1 쟁점 1: 캔톤이 ‘퍼블릭 체인’인가?
캔톤은 스스로를 퍼블릭 블록체인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누구나 밸리데이터로 참여할 수 없고, 모든 거래가 공개되지 않으며, 모든 노드가 동일한 글로벌 상태를 검증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캔톤의 답은 일단 “그렇다”에 가깝다. 다만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와 같은 방식의 퍼블릭 블록체인은 아니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더리움을 조금 더 프라이빗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퍼블릭 체인의 투명성과 프라이빗 체인의 사일로 사이에 있는 별도의 설계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3.1.1 무허가 밸리데이터 vs 기관 분산 운영
첫 번째로, 캔톤이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문제제기는 슈퍼 밸리데이터 구조에서 나온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에서는 누구나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 밸리데이터 집합에 참여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퍼블릭 체인에서 밸리데이터셋의 기본 전제는 특정 기관의 승인 없이 누구나 검증자로 참여할 수 있는 무허가성에 있다. 거래 검증과 상태 전이가 특정 운영 주체의 승인에 의존하지 않고, 개방된 참여자 집합에 의해 유지되어야 검열 저항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캔톤의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는 승인된 슈퍼 밸리데이터가 운영한다. 단일 주체가 누가 밸리데이터가 될 수 있는지를 통제하는 구조이며, 캔톤이 공격받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에 캔톤은 글로벌 싱크로나이저 참여가 허가형이라는 비판을 피하거나, 이더리움식 무허가 밸리데이터 집합을 운영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캔톤 측의 대답은 비교 대상을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비교 대상은 이더리움이 아니라 단일 벤더가 운영하는 프라이빗 SaaS나 특정 중앙예탁기관이 통제하는 중앙 시스템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는 단일 운영자가 아니라, 여러 슈퍼 밸리데이터의 2/3 BFT 합의로 운영된다. 규제 금융에 필요한 책임성과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도 단일 운영자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이다.
결론적으로, 캔톤이 추구하는 탈중앙화는 무허가 밸리데이터로 뒷받침되는 탈중앙화가 아니라, 공인된 기관 중심의 분산 운영에 가깝다. 단일 운영자 시스템보다는 분산되어 있지만, 퍼블릭 체인과 같은 종류의 검열 저항성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캔톤이 제시하는 보안 모델은 퍼블릭 체인의 중립적인 밸리데이터 집합이 아니라, 책임 소재가 분명한 기관 운영자들의 합의에 기반하는 구조다.
3.1.2 글로벌 상태 vs 선택적 공개
두 번째 쟁점은 글로벌 상태(global state)의 부재다. 이더리움에서는 토큰이 발행되면 네트워크 전체가 토큰의 상태를 공유한다. 어떤 주소가 얼마를 보유하는지, 어떤 컨트랙트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떤 상태 전이가 유효한지 누구나 같은 장부를 기준으로 검증할 수 있다.
반면 캔톤은 거래와 관련된 당사자만 필요한 계약 조각을 검증하고,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는 모든 자산과 거래 내용을 보관하는 글로벌 상태 장부가 아니라 메시지 순서와 최종 판정을 조율하는 동기화 레이어로 작동한다. 즉 캔톤에는 이더리움처럼 모든 검증자가 동일한 상태를 공유하는 단일 글로벌 상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캔톤은 블록체인이라기보다 프라이빗 장부들의 조율 네트워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각 기관이 서로 다른 거래 조각을 본 뒤 결과만 동기화하는 업무 흐름(workflow) 프로토콜에 가깝다는 것이다.

Source: X(@ShaulKfir)
캔톤은 이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는다. 선택적 공개는 의도된 설계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모든 거래가 퍼블릭 멤풀과 블록 탐색기에 노출된다면 기관은 정보 유출과 선행매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퍼블릭 체인의 전면 브로드캐스트(broadcast-everything) 모델은 검열 저항적 자산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기관 금융에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신, 실제 이해관계자가 자신과 관련된 계약만 검증하는 이해관계자 기반 검증(Proof of Stakeholder)으로 정합성을 보장한다. 이를 통해 거래와 무관한 참여자에게 민감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거래 당사자 간에는 계약 조건과 최종 커밋의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
3.1.3 단일 블록 원자성 vs 절차적 원자성
마지막으로, 원자적(atomic) 정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다. 기관 금융에서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가치 제안 중 하나는 증권과 현금이 동시에 교환되는 DvP(Delivery versus Payment), 서로 다른 통화의 지급이 동시에 완료되는 PvP(Payment versus Payment) 거래다. 이를 통해 증권, 현금, 외환 거래에서 한쪽 레그만 정산되는 실패 상태를 방지하고,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캔톤이 이 DvP, PvP를 구현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성공적인 PMF(시장정합성)를 찾은 시장 영역이다. 캔톤은 이미 레포 거래를 Daml 컨트랙트와 공유 원장 위에서 동기화하는 DLR(Distributed Ledger Repo)을 구축하고, 대규모 레포 거래에서 원자적 정산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캔톤의 원자성이 퍼블릭 체인의 단일 상태 머신 원자성과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는 점이다. 이더리움에서 하나의 트랜잭션은 단일 글로벌 상태 안에서 실행된다. 즉, 모든 상태 변화는 함께 성공하거나 함께 취소(revert)된다. 반면 캔톤은 각 참여자가 자신에게 공개된 거래 뷰(transaction view)만 검증하고, 글로벌 싱크로나이저가 메시지 순서, 확인 응답, 최종 판정을 조율한다.
이 지점에서 캔톤의 원자성은 ‘합성 원자성(synthetic atomicity)’ 또는 ‘절차적 원자성’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레그가 하나의 상태 머신 안에서 동시에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참여자 노드의 확인과 싱크로나이저의 커밋 절차가 맞아야 원자성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캔톤은 담보 레그와 현금 레그가 함께 커밋되거나 함께 실패하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이더리움처럼 단일 블록 안에서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검증과 싱크로나이저 조율을 통해 절차적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이에 대한 캔톤 측의 반론도 명확하다. 기관 금융에서 중요한 것은 퍼블릭 체인의 단일 블록 원자성 자체가 아니라, 실제 정산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결과의 보장이다. 레포 거래에서 핵심은 담보만 이동하고 현금은 들어오지 않거나, 반대로 현금만 지급되고 담보가 이전되지 않는 상황을 막는 데 있다. 캔톤은 이 정산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모든 상태 변화가 하나의 블록 안에서 동시에 실행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련 이해관계자가 각자 거래 조건을 검증하고, 글로벌 싱크로나이저가 최종 커밋 여부를 조율해 두 레그가 함께 정산되거나 함께 실패하도록 만들면 충분하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자산 토큰화 앱, 현금 원장, 트레이딩 플랫폼이 각각 독립적인 싱크로나이저 위에서 운영되더라도, DvP 시점에 매수자와 매도자가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를 경유하면 세 앱의 상태 변화가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정산된다. 이때 각 참여자 노드는 자신이 이해관계자인 거래 조각만 검증하며, 싱크로나이저는 암호화된 메시지의 순서 배정과 라우팅을 수행할 뿐, 거래 내용 자체를 복호화하지 못한다. 전체 네트워크가 모든 거래 내용을 검증하지 않아도, 해당 거래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에게 공개된 부분을 검증하고 싱크로나이저가 최종 커밋을 조율하면 “함께 정산되거나 함께 정산되지 않는” 결과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3.2 쟁점 2: 캔톤은 진짜 ‘토큰화’를 하고 있는가?
다른 하나의 쟁점은 캔톤이 퍼블릭 블록체인인지와 별개로, 캔톤 위의 자산을 진짜 토큰화 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퍼블릭 체인 위의 BUIDL과 캔톤의 레포 거래를 비교하면, 두 모델이 토큰화를 어떻게 다른 개념으로 전제하고 있는지 더 선명해진다.
3.2.1 이전 가능한 토큰 vs 프로그래머블한 권리 기록
흔히 BUIDL(BlackRock), ACRED(Apollo), USTB(Superstate), BENJI(Franklin Templeton) 같은 토큰화 자산에서 말하는 ‘토큰화’와 캔톤이 상정하는 ‘토큰화’의 차이는 자산을 표현하는 기본 단위와 그에 따른 이전 가능성에서 드러난다.

Source: Etherscan
이더리움 위의 BUIDL은 ERC-20 표준의 토큰 컨트랙트로 표현된다. 자산은 주소별 잔고로 기록되고, 발행량과 보유 상태는 이더리움 위에서 확인된다.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위해 KYC나 이전 제한이 붙더라도, 기본 형식은 공개 상태 위의 ‘토큰’ 객체다. 이 구조에서는 자산이 이더리움의 유동성, 담보화, 디파이 상호결합성과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와 같은 토큰화 방식이 블록체인을 공식 소유권 장부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SEC 등록 명의개서대리인(transfer agent)인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Transfer Agent)가 온체인 기록을 기반으로 법적 소유권 원부를 관리한다. 즉 기존 금융에서 수탁기관이나 명의개서대리인이 오프체인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던 소유권 기록 자체가 블록체인 위로 이동한 것이다. 토큰이 곧 증권이고, 온체인 잔고가 곧 공식 장부다.
반면 캔톤의 자산은 주소별 잔고로 표현되지 않는다. 캔톤에서의 토큰화는 기초 자산을 퍼블릭 체인 위의 독립적 토큰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수탁 인프라에 자산을 고정(immobilize)한 채 그 위에 토큰화 표상(tokenized representation)을 생성하고, 소유권과 권리 이전을 Daml 계약 로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이더리움이 공개 토큰 위에 컴플라이언스 레이어를 얹는 구조라면, 캔톤은 권리, 권한, 이전 절차 자체를 컨트랙트 객체로 표현하고 이를 기관 간 업무 흐름 안에서 동기화하는 구조다. 이 차이 때문에 캔톤의 RWA가 진짜 토큰화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자산을 처리하지만, 그 결과물이 퍼블릭 체인의 토큰 보유자 귀속 자산이라기보다 기관 금융의 권리 관계와 자금 흐름을 프로그래머블하게 만든 계약 기록에 가깝기 때문이다.
3.2.2 브로드리지 DLR: 레포 정산의 온체인화
권리 토큰화에 가까운 DLR의 레포 거래 방식을 실제로 보면, 이 차이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레포는 은행과 기관이 국채 담보를 기반으로 단기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시장이다. 여기서 반드시 국채 자체가 퍼블릭 체인 위의 자유 이전 가능한 증권 토큰으로 표현될 필요는 없다. DLR이 처리하는 것은 담보 제공, 현금 지급, 담보 가치 산정, 권리 이전, 만기 시 환매 절차까지 레포의 전 생애주기를 하나의 워크플로우 안에서 원자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DLR의 레포 거래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 담보 고정(immobilize): 담보로 제공되는 국채는 기존 수탁기관 계좌에 고정된다. 국채가 온체인으로 이동하거나 퍼블릭 체인 위의 유통 가능한 토큰이 되는 것은 아니다.
- 토큰화 표상 생성: 수탁기관 계좌에 고정된 증권을 기반으로 원장 위에 토큰화 표상(tokenized representation)이 생성된다. 이후 실제로 이전되는 것은 기초 증권 자체가 아니라, 해당 증권에 대한 소유권 표상이다.
- 오프체인 현금 정산: 현금 레그는 온체인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금은 기존 결제 레일을 통해 오프체인으로 정산되고, DLR은 현금 지급이 확인되는 시점에 담보 표상의 소유권 이전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DvP를 구현한다.
- 만기 시 역방향 처리: 차입자가 현금과 이자를 상환하면 담보 표상은 원래 소유자에게 반환되고, 수탁기관 계좌에 고정되어 있던 담보도 해제(un-immobilize)된다.
이 전체 과정에서 레포의 법적 조건, 담보 세부사항, 레포 금리, 거래 기간, 상환 금액이 모두 Daml 스마트 컨트랙트에 인코딩된다. 관련 참여자 노드는 자신에게 공개된 거래 뷰를 기준으로 계약 조건이 충족됐는지 검증하고, 글로벌 싱크로나이저는 거래 순서와 최종 커밋 여부를 조율한다.
이 구조를 통해 DLR은 기존 레포 시장의 정산 실패와 체결 지연을 해소한다. 2023년 4월 기준 미국 국채 정산 실패는 직전 12개월 평균 하루 약 400억 달러, 패널티는 매일 수백만 달러 규모였다. DLR은 이를 단일 원장 기반 워크플로우로 통합해 브로커딜러 기준 25~50bp 프리미엄 절감, 정산 실패 관련 초과인출 수수료 제거, 평균 청산 비용 약 25% 절감 효과를 제시한다.
동시에 DLR은 4~6시간 단위의 일중(intraday) 레포도 가능하게 만든다. 은행의 일중 자금 부족은 수시간, 때로는 수분 단위로 발생하지만, 기존 시장 구조에서는 그만큼 짧은 레포를 체결하고 정산하기 어려웠다. DLR은 이 짧은 시간 단위의 담보 및 현금 흐름까지 프로그래머블하게 처리함으로써, 레포 시장의 정산 비용과 담보 비효율을 줄이는 구조다.
4. 기관향 크립토 마켓은 하나의 경로가 아니고, 체인의 채택도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사실 캔톤을 퍼블릭 체인으로 볼 수 있는지, 진짜 토큰화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캔톤을 다각도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했지만, 결론을 내기 위해 오래 머물 문제는 아니다. 원론적인 정의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어떤 블록체인 구조를 실제로 채택하고 있는지, 기관 금융이 온체인 인프라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나아가 기관향 크립토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찰이다.
4.1 기관 금융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두 가지 경로
캔톤과 이더리움/솔라나 같은 퍼블릭 체인이 기관 채택을 어떻게 양분해나갈 것인지 비교하려면, 먼저 기관 수요가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대체로 크립토 마켓에서 "기관이 들어온다"는 서사는 하나의 사건처럼 퉁쳐지지만, 기관 금융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목적은 분명히 다변화되어 있다.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퍼블릭 체인에 이미 형성된 온체인 유동성에 접근하려는 수요다. 온체인의 공유 유동성이 자산운용사 발행 금융 상품의 바이사이드 채널로 활용되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기관 간 정산, 담보 관리, 권리 이전 같은 기존 금융 업무 흐름을 효율화하려는 수요다.
4.1.1 온체인 유동성에 접근하는 경로
퍼블릭 체인에는 이미 수천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유동성, 트레저리, 거래소 유휴 자금, 마켓 메이커 재고, 대출 프로토콜의 담보 자금, 델타 뉴트럴/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존재한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달러 표시 수익, 단기 국채 수익률, 담보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현금성 자산을 필요로 한다.
자산운용사의 토큰화 국채나 머니마켓펀드, 크레딧 상품은 이 온체인 자본이 찾는 새로운 수익 자산이다. 즉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퍼블릭 체인은 자산 표현의 인프라 수단이자, 온체인 자본의 운용 수요에 접근하는 새로운 바이사이드 채널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로가 작동하고 있다:
- 사모대출과 크레딧 유통: 피규어(Figure), 메이플(Maple)은 기업 대출 채권이나 소비자 대출을 토큰화해, 전통적으로 바이사이드 확보가 어려웠던 사모대출 시장에 디파이 프로토콜을 새로운 유통 경로로 연결한다.
- 준비금 편입: BUIDL, USTB, BENJI는 에테나(Ethena), 프랙스(Frax), 유즈얼(Usual) 같은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의 준비금으로 편입되어,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 상환 유동성, 준비금 수익률을 구성하는 기초 자산이 된다.
- 디파이 담보화와 수익률 분리: USD.ai, thBILL 같은 수익 자산을 펜들(Pendle)에서 원금과 수익률로 분리하고, USTB(Superstate)를 Aave Horizon에 담보로 예치해 USDC, GHO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차입한다. 토큰화 자산이 담보, 수익률, 레버리지 전략의 기초 자산으로 재조합되는 구조다.
4.1.2 기관 워크플로우를 효율화하는 경로
기관 간 정산과 담보 관리는 전혀 다른 수요다. 미국 레포 시장의 일평균 익스포저만 해도 약 12.6조 달러에 달한다. 이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외부 유동성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담보 레그와 현금 레그를 원자적으로 정산하고, 증권 대차의 권리 이전을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 정확히 확인하며, 일중 유동성 관리를 수시간 단위로 처리하는 것이다.
JP모건의 예금토큰인 JPMD는 대표적으로 이 수요를 보여준다. JPMD의 주된 역할은 다국적 기업의 크로스보더 자금 관리, 기관 간 정산, 토큰화 레포 결제 같은 도매 금융 영역에 있다. 은행 계좌, 담보, 현금 레그, 기업 재무 흐름을 더 빠르게 연결하기 위한 기관용 결제 레일에 가깝다.
- 기업 재무 관리: 독일 인프라 기업 지멘스(Siemens, 매출 약 780억 유로)는 키넥시스 도입으로 미국 내 은행 계좌를 50% 축소하고 연 2,000만 달러를 절감했다고 밝힌다. 24/7 자금 풀링으로 글로벌 법인 간 유휴 자금과 버퍼 예금을 제거한 결과다. 앤트 인터내셔널, 블랙록, 마스터카드가 같은 경로로 참여 중이다.
- 토큰화 레포(Repo) 정산: 단기 자금 조달에 쓰이는 레포 거래를 토큰화 국채 담보와 예금토큰으로 처리한다. 누적 4,300억 달러 처리, 기존 T+1 결제를 당일 정산으로 단축하며, 골드만삭스, BNY Mellon을 주 고객 기업으로 삼는다.
- 크로스보더 B2B 결제: 코인베이스, B2C2와의 달러 정산에 JPMD가 사용된다. SWIFT 기반 해외송금의 영업시간 제약과 중개은행 수수료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4.2 캔톤의 PMF: 반복성, 고액 거래, 프라이버시, 정산 확실성
결론적으로, 기관의 온체인 활용이 하나의 경로가 아닌데, 하나의 블록체인의 형태로 수렴한다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캔톤과 퍼블릭 체인도 같은 시장을 다른 방식으로 양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관 수요에 대응하는 구도다.
캔톤을 평가하기 위한 접근방식도 더 선명해진다. 캔톤을 평가할 때 가장 피해야 할 접근은 이더리움을 기준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든 뒤, 맞지 않는 항목을 결함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캔톤은 이더리움이나 솔라나를 더 프라이빗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다. 레포, CSD, 보관은행, 결제 레일, 장부 대사 등 기관 금융의 오래된 배관이 만드는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인프라다.
또한 캔톤은 기관 금융이 블록체인을 통한 효율화에는 동의하지만, 거래 정보가 모두 공개되는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요구를 일찍부터 포착했다. 이에 선택적 공개, 권한 기반 접근, 기관 간 동기화로 이 문제를 해결하며 시장 정합성을 찾았다.
따라서 캔톤이 PMF를 찾는 영역은 명확하다. 반복적이고, 고액이며, 참여자가 제한되어 있고, 프라이버시와 정산의 확실성이 중요한 기관 업무 흐름이다.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레포가 대표적이다. 레포 거래의 참여자는 대형 은행과 시장 인프라로 제한되어 있고, 거래량은 크고, 운영 리스크는 비싸다.
캔톤의 기관 채택은 정확히 이 정합성을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브로드리지 DLR은 일평균 약 3,390억 달러의 레포 거래를 처리하며, 미국 레포 시장의 약 3%를 온체인으로 옮겼다. DTCC도 DTC 보관 미국 국채를 캔톤에서 토큰화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으며, 보관 자산 규모가 100조 달러를 넘는 만큼 실현 시 캔톤이 접근할 수 있는 기관 자산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캔톤의 핵심 지표는 처리량, 정산 속도, 실패율 감소, 운영 비용 절감에 가깝다. 자산이 체인 위에 장기간 머무르거나, 온체인 증권으로 독립 유통될 필요는 없다. 거래 시점에 원자적으로 처리되고, 각 기관 장부에 정확히 반영되면 충분하다.
이는 퍼블릭 체인의 토큰화 자산이 온체인 AUM, 디파이 프로토콜 TVL, 홀더 수를 핵심 지표로 삼으며 바이사이드를 확장하는 구조와 대비된다. 반대로, 퍼블릭 체인의 개방성은 캔톤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미 거의 모든 자산운용사의 토큰화 자산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발행되어 있듯, 퍼블릭 체인에 축적된 대규모 온체인 유동성은 캔톤이 단기간에 넘기 힘든 해자로 작용한다.
5. 마치며: 기관향 크립토 마켓의 주도권 경쟁, 캔톤의 위치
캔톤을 둘러싼 논쟁은 기술적 정의를 다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관향 크립토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 가까워 보인다. 퍼블릭 체인 진영은 캔톤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보고, 캔톤 진영은 퍼블릭 체인이 현실 금융을 너무 단순하게 본다고 반박하는 구도다.
다만 캔톤이 현재 블록체인 경쟁의 새로운 기준에 잘 부합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한동안 블록체인 간 경쟁의 축은 TPS, 낮은 수수료, 생태계 앱 확장 등에 있었다. 이후 하이퍼리퀴드처럼 명확한 프로덕트 수요와 수익성을 가진 체인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관향 마켓이 본격화되면서 또 하나의 경쟁 카테고리가 명확히 생겨나고 있다. 기관 금융이 요구하는 프라이버시, 권한 구조, 원자적 정산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그것이다. 캔톤은 이 수요를 일찍부터 포착했고, 실제 기관 채택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최종 형태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수렴할 가능성은 낮다. 기관 금융의 온체인 수요가 다변화되어 있는 만큼, 인프라도 다양하게 분화할 것이다. 이 중 반복성, 고액 거래, 선택적 공개, 통제된 합의 구조에 대한 수요는 강하게 존재하고, 캔톤은 이 방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서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본 보고서의 작성자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자산 또는 토큰에 대해 개인적인 보유 또는 재산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연구 수행 또는 작성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어떠한 거래도 수행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 사업, 투자 또는 세무 자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본 보고서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이를 회계, 법률, 세무 관련 지침으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특정 자산이나 증권에 대한 언급은 정보 제공의 목적이며, 투자 권유 또는 종목에 대한 추천이 아님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에 표현된 의견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관련된 기관, 조직 또는 개인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 반영된 의견은 사전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보고서에 포함된 개별 공시 외에도 당사 포필러스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일부 자산 또는 프로토콜에 대해 기존 투자나 향후 투자 계획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당사 계열사인 FP Validated는 본 보고서에서 언급된 프로젝트의 노드로 이미 참여 중이거나, 향후 참여할 예정일 수 있습니다. FP Validated의 네트워크 참여 관련 공시와 투명성 고지는 하단에 있는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