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urce: X(@jessepollak)
7월 15일, 베이스(Base)를 만든 제시 폴락(@jessepollak)이 장문의 글을 올렸다.
로빈후드 체인(Robinhood Chain)이 메인넷 출시 직후 밈코인 열풍을 등에 업고 베이스의 잠재적 경쟁자로 빠르게 부상한 반면, 베이스는 온체인 소셜과 크리에이터 코인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다음 방향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시는 지난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자신은 다시 체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포스팅 이후 Base App의 향방과 $JESSE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 또한 오갔다. 논점은 많지만, 이 글에서는 세 가지에 집중하려 한다. 실패를 인정한 그의 용기, 베이스가 제시한 다음 플레이북, 그리고 그 중심에 놓인 에이전트다.
1. 변화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새로운 전략보다 먼저 “내가 틀렸고, 미안하다”고 말한 태도였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현재 크립토 시장은 강한 확신과 공격적인 태도에 보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수많은 빌더와 투자자, 사용자가 얽힌 거대 생태계를 이끄는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가 밀어붙였던 온체인 네이티브 소셜 전략도 결과만 놓고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선택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고, Fomo(@fomo)나 Polymarket(@Polymarket)처럼 소셜 유통과 바이럴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 크립토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를 감안하면 온체인 네이티브 소셜 경험을 통해 크립토 채택을 넓히겠다는 가설 자체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었다.
물론 실패 원인은 제품과 유통, 타이밍, 사용자 수요 등 여러 층위에서 더 길게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실패를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4~2025년 자신이 강하게 밀었던 온체인 소셜과 크리에이터 코인 전략이 기대한 채택을 만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사실 필자는 온체인 소셜이라는 방향성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의 형태가 실패했더라도 다른 제품과 유통 구조를 통해 다시 부상하고 재평가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Base App을 넘겨받은 코비(@cobie)의 다음 카운터펀치도 기대해본다.)
제시는 Base App의 리더십을 코인베이스로 다시 이관하고 자신은 체인 인프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오판을 인정하고, 역할을 다시 나누고, 다음 우선순위까지 공개했다. 거대 프로토콜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평판을 걸고 이런 발표를 한 것은 꽤나 인상적인 행보다.
“but if there’s one thing i’ve learned from the last decade of building in this space, it’s that when things feel the worst, the best thing to do is just put your head down and build.”
2. 베이스는 이미 다음 전쟁의 전방에 있다
제시는 베이스가 앞으로 집중할 방향으로 거래(Trading), 결제(Payments), 에이전트(Agents)를 제시했다. 이 글에서는 그중 에이전트, 더 좁게는 에이전틱 페이먼트와 커머스를 살펴보려 한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거래는 토큰화 주식부터 밈코인과 앱코인까지 모든 자산을 포괄하고, 결제는 개인과 기업이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뜻한다. 에이전트는 이와 나란히 놓인 세 번째 독립 사업이라기보다 두 영역을 함께 가속하는 횡단 계층에 가깝다. 크립토는 컴퓨터를 위한 네이티브 머니이고, 인공지능은 수조 개에 이를 새로운 경제 주체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Soruce: Artemis(@artemis)
베이스는 적어도 온체인 기반 에이전트 결제와 에이전트 네이티브 생태계에서는 가장 앞선 네트워크 중 하나다.
x402는 2025년 5월 코인베이스 개발자 플랫폼(Coinbase Developer Platform) 팀이 공개했다. 이후 코인베이스와 클라우드플레어가 재단 설립의 기반을 마련했고, 2026년 7월 14일 프로토콜 기여 완료와 함께 리눅스 재단 산하 x402 재단이 40개 회원으로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이제 x402는 특정 기업이나 체인의 프로토콜이 아니지만, 초기 배포와 결제 활동의 상당 부분이 베이스에서 형성됐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채택이 베이스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s/o to @kleffew94)
버추얼스 프로토콜(@virtuals_io)l과 Bankr(@bankrbot)를 비롯해 베이스에서 성장한 뒤 멀티체인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들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베이스가 에이전트 생태계와 빌더 밀도에서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향후 거래를 주도할 에이전트와 빌더, 그리고 자본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선행 지표라 할 수 있다.
제시가 강조해온 빌더 중심 성장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베이스는 Base Batches를 통해 초기 팀에 그랜트와 투자 기회를 제공했고, 2026년에는 버추얼스가 운영한 로보틱스 트랙을 Network School(@ns)의 데모데이까지 연결했다.

Source: X(@base)
물론 모든 해커톤과 그랜트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한 제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 지원은 투입 지표일 뿐, 그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초기 플랫폼 경쟁에서는 빌더가 어디에 모이고 어느 체인을 기본 배포처로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 시장의 형태가 정해지기 전에 빌더의 실험 비용을 낮추면, 다음 메타를 이끌 킬러앱이 해당 생태계에서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 이 점에서 베이스의 활동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종합하면 베이스는 온체인 에이전트 결제에서 높은 초기 점유율을 확보했고, 그 주변에 개발자와 에이전트 프로젝트를 끌어들이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제시는 이러한 방향성에 더욱 힘을 싣기로 결정했다. Base Layer, Base Batches, Base Ecosystem Fund는 물론, 코인베이스와 Base App의 유통망(배포 채널)을 활용해 빌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베이스의 자원을 거래와 결제, 그리고 에이전트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방향성만큼은 명확해졌다. 베이스가 가장 잘하는 것에 역량을 더 집중하겠다는 신호다.
다만 방향성을 선언하는 것과 실질적인 해자를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베이스가 현재의 초기 우위를 장기적인 가치 포착으로 이어가려면, 에이전트 생태계 관점에서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제시에게 남겨보는 세 가지 질문
Q1. 베이스가 타겟으로 하는 에이전틱 커머스는 어느 단계인가?
먼저 첫 번째는 에이전틱 커머스에 대한 정의다. 베이스가 바라보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단순 보조 및 위임 수준인지, 아니면 이를 넘어 완전 자율화된 거래까지 겨냥하는지에 따라 베이스의 플레이북과 생태계 지원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단기적으로 위임 커머스(T2)를 목표로 삼는다면 쇼피파이 같은 대형 커머스 사업자와의 협업이나 구글의 UCP와 같은 기존 커머스 표준과의 연동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완전 자율화된 에이전트 네이티브 커머스(T3)를 바라본다면 헤드리스 머천트 엔드포인트와 에이전트 네이티브 빌더를 지원하는 일이 전략의 중심이 된다. (x402 역시 이러한 방향을 위한 핵심 인프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두 방향의 차이는 분명하다. 당분간 기존 상거래의 상당 부분이 T2 영역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자는 거래액과 파트너십 등 가시적인 성과를 비교적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완전 자율 거래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하면 어느 시점에는 다시 영점을 조절해야 한다. 반대로 처음부터 T3에 초점을 맞춘다면 당장 금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트랜잭션 수는 빠르게 늘더라도 초기에는 마이크로페이먼트가 대부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에이전트 경제의 종착점을 가장 정확히 겨냥하는 선택이며, 필자가 보기에 현재 베이스의 무게중심도 이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Q2. 베이스는 에이전트 상거래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포착할 수 있는가?
가볍게 말하면, 에이전틱 커머스에서 굳이 베이스 혹은 크립토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더 명확하게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페이먼트와 낮은 수수료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 해자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드 네트워크와 기존 결제 사업자 역시 위임 토큰과 에이전트 전용 결제 인터페이스를 통해 같은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스트라이프와 템포의 MPP가 카드와 스테이블코인을 하나의 프로토콜 안에 묶은 것도 이러한 흐름의 일부다. 냉정하게 말해, 이미 강력한 ‘머니 머신’을 가진 카드 네트워크가 에이전트 결제 시장을 크립토에 그대로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크립토의 해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퍼미션리스한 참여와 신뢰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별도의 계정이나 가맹점 계약 없이 에이전트와 엔드포인트가 거래하고, 소프트웨어가 자산을 직접 보유하며, 거래 조건을 코드로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강점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앞서 언급한 완전 자율화된 에이전트 네이티브 커머스(T3)다. 제시 역시 크립토의 최종 해자를 이 영역에서 찾고 있는지 궁금하다.

10년 전에도 비트코인 기반 마이크로페이먼트는 시도됐다. 그러나 높은 결제 비용과 변동성, 어려운 지갑 온보딩을 해결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반복적으로 소액을 지불할 수요층, 즉 오늘날의 에이전트가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베이스의 낮은 수수료와 높은 네트워크 성능,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실제로 외부 자원을 구매해야 하는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등장했다.
이제는 과거에 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다시 답해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Q3. 베이스의 이 분야 전략은 무엇이며, 에이전트 생태계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Base Batches와 Network School로 이어진 빌더 지원이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더 구체적으로 묻고 싶다. 베이스는 소수의 핵심 프로젝트와 인프라에 지원을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광범위한 에이전트 생태계 전체를 지원할 것인가. 또한 기존 커머스와 연결되는 위임형 에이전트를 우선할 것인지, 헤드리스 머천트와 완전 자율형 에이전트를 핵심 타깃으로 삼을 것인지도 궁금하다.
특히 후자를 겨냥한다면 단순한 그랜트나 해커톤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료 엔드포인트를 쉽게 배포하는 도구, 에이전트가 서비스를 발견하는 유통 레이어, 프로그래머블 지갑, 신원과 평판, 스테이블코인 유동성까지 함께 구축해야 한다. 베이스가 이 가운데 어느 영역을 직접 만들고, 어느 영역을 생태계 빌더에게 맡길 것인지에 대한 제시의 생각을 듣고 싶다.
다시 한번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제시의 태도에 존중을 표한다. 그의 글을 읽으며 베이스가 에이전트 경제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려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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