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개월간 58건의 원화마켓 상장
업비트는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원화마켓 58개를 신규 개설했다. 이 가운데 42개가 상반기에 상장돼 월평균 약 7개 수준이었고, 이후 상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7월 한 달에만 원화마켓 10개가 추가됐고, 8월 첫째 주에는 6개가 더 상장됐다. 8월 4일부터 7일까지 QUID, HOME, GRVT, CAP, KMNO, BSB가 나흘 연속으로 이어졌으며, 8월 10일에는 하나의 공지를 통해 6개 토큰을 BTC, USDT 마켓에 한꺼번에 추가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업비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월 $1.9B에서 7월 $590M, 8월 현재 $460M까지 감소했다. 연초 대비 약 70%, 전년 동기 대비 약 85% 줄어든 수준이다. 그동안 국내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크립토에서 국내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업비트가 직접 꺼내 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는 신규 상장이었다. 과거에는 새로운 종목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거래대금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상장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도 여기에 있다.
2. 상장빔은 6월에 끝났다

6월 14일까지 신규 상장 종목의 첫날 상승률 중앙값은 42%였고, 첫날 거래대금 중앙값도 1,420억 원에 달했다.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만 10개였다. 1월 ELSA가 144%, 3월 EDGE가 230%, 6월 1일 SLX가 198% 상승했다.
그리고 SLX가 마지막이었다. 6월 15일 이후 신규 상장된 14개 종목의 첫날 상승률 중앙값은 10%로 떨어졌고, 거래대금 중앙값도 540억 원으로 줄었다. 가장 강했던 HOME조차 90% 상승에 그쳤으며, 14개 중 8개는 첫날 종가가 시가보다 낮았다.
원화마켓 추가 상장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미 BTC 마켓에서 거래되던 종목에 원화마켓만 추가된 경우, 올해 첫날 상승률 중앙값은 19%에 불과했다. MORPHO, KMNO, OPG 같은 최근 사례는 가격 반응도 거의 없었다. 상장 직후 급등을 만드는 핵심 중 하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신규 상장이라는 점인데, 이미 거래 중인 종목에 원화마켓이 추가되는 것은 시장에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하지만 원화마켓 추가 상장을 모두 제외하고 완전 신규 상장만 놓고 봐도 결과는 같다. 첫날 상승률 중앙값은 42%에서 10%로 급락했다.
매도 물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다. 첫날 40% 이상 상승한 종목들을 보면, 상장 7일 차 종가는 첫날 고점 대비 20~65% 낮았고 중앙값 기준으로는 45% 하락했다. 이러한 패턴은 6월 이전과 이후 모두 비슷하다. 초기 보유자들은 예전부터 상장 직후 급등 구간에서 물량을 매도해 왔다. 즉, 6월 이후 달라진 것은 매도자가 아니라, 그 물량을 받아주는 매수세인 셈이다.
3. 희석되는 신규 상장의 가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설명은 상장 피로감이다. 신규 상장을 매매하는 자금과 관심은 한정돼 있고, 나흘 동안 여섯 종목이 연달아 상장되면 한 종목에 몰릴 수 있는 매수세도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는 짧은 시간 안에 큰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향이 강하다. 신규 상장이 너무 잦아지면 개별 종목이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금은 다시 유입될 수 있고 투자심리도 회복될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업비트 상장 자체에 붙어 있던 프리미엄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업비트는 주요 크립토 거래소 가운데 상장 문턱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였다. 신규 원화마켓 상장은 단순히 거래할 수 있는 마켓이 하나 늘었다는 의미를 넘어, 수많은 프로젝트 가운데 업비트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인증에 가까웠다. 여기에 국내 투자자의 강한 모멘텀 매매 성향이 결합했다. 업비트가 신규 상장을 발표하면 투자자들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도 같은 공지에 반응하며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까지 가격에 반영했다. 상장빔은 결국 업비트의 선별력에 붙은 프리미엄이 한국 시장의 강한 투기 수요를 만나 증폭된 결과였다.
그러나 7개월 동안 58개 원화마켓이 추가되고, 나흘 동안 여섯 종목이 연달아 상장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장 횟수가 늘어날수록 업비트가 엄격하게 선별했다는 인식은 약해지고, 동시에 한 종목에 집중되던 투기 수요도 여러 종목으로 분산된다. 업비트는 거래대금을 끌어올리기 위해 상장을 늘리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상장빔을 가능하게 했던 희소성과 집중도를 함께 깎아먹고 있다.
두나무 입장에서 신규 상장은 거래대금 감소에 대응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거래대금이 전년 대비 85% 줄어든 상황에서 상장 빈도는 오히려 높아졌고, 그 효과는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신규 상장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프리미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문제는 앞으로 그 가치를 얼마나 더 소진할지가 아니다.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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