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K 하이닉스 ADR 프리미엄과 막힌 차익거래
7월 9일 SK하이닉스는 미국예탁증서(ADR) 1억 7,790만 주를 주당 149달러에 매각해 265억 달러를 조달했다. 2014년 알리바바의 218억 달러를 넘어선 외국 기업 사상 최대 ADR 공모다. 청약은 7배를 넘겼고 7월 10일 나스닥 개장가는 170달러였다.
이후 ADR(SKHY)과 원주(SKHX)의 가격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프리미엄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 7월 13일: 공모가 기준 약 3%였던 ADR 프리미엄은 원주가 15.4% 폭락하면서 25.6%까지 벌어졌다. 코스피도 장중 8% 이상 밀려 서킷브레이커가 가동됐지만, ADR은 9.3% 하락에 그쳤다.
- 7월 14일: ADR이 27% 급등해 193.92달러로 마감하면서 원주 대비 프리미엄이 약 51%까지 치솟았다.
- 7월 15일: 전날 급등했던 ADR이 9% 하락해 176.46달러로 마감한 반면, 원주는 8.8% 반등했다. 원주 대비 ADR 프리미엄은 51%에서 30.7%로 축소됐다.
프리미엄의 원인은 차익거래 채널의 폐쇄에 있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기관이 싼 원주를 사서 ADR로 전환한 뒤 그 ADR을 매도해 공급을 늘리고 괴리를 죽인다.
다만 이 통로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이번 ADR은 기존 주식을 예탁한 것이 아니라 신주 1,779만주를 예탁기관(씨티은행)에 발행해 만든 것이고, 그 원주가 한국거래소에 추가 상장되는 날이 7월 29일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원주와 ADR의 상호전환 신청이 그 이후에나 가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발행된 ADR이 SK하이닉스 전체 주식의 3%에 못 미친다는 점이 겹친다. 미국 기관 수요가 늘어날 수 없는 공급을 만나면서 괴리가 벌어진 것이다.
2. HIP-3 펀딩 레이트가 보여준 주식 무기한 선물의 현재 단계

같은 시기 하이퍼리퀴드의 HIP-3 빌더 트레이드XYZ(TradeXYZ)는 이 양쪽 모두에 무기한 선물 시장을 열어뒀다. 원주를 추종하는 SKHX는 이전부터 운영해왔고, ADR을 추종하는 SKHY는 상장 하루 전 프리IPO 계약으로 올린 뒤 나스닥 거래 개시와 함께 일반 계약으로 전환했다.
원주와 ADR의 격차가 벌어지자, 두 시장의 펀딩 레이트도 정반대로 갈렸다. 13일 원주가 폭락하던 시기 SKHX 펀딩은 시간당 +0.10%로 뛰었고 SKHY는 -0.065%로 내려갔다.
양수 펀딩은 롱이 숏에게 지불한다는 뜻이고 음수는 그 반대이다. 즉 원주 쪽에는 롱이, ADR 쪽에는 숏이 동시에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합은 하나의 포지션을 가리킨다. 프리미엄 축소에 건 트레이딩이 하이퍼리퀴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현상은 주식 무기한 선물에 관한 여러 가설을 하나의 사례로 검증해줬다. 주식 무기한 선물이 실제로 무엇을 제공하고 있는지, 현재 시장에 무엇이 부족한지, 기초자산 시장과 어떤 관계에 서며, 어떤 시장에서 가장 강한 수요를 얻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 현물 시장의 마찰을 우회하는 거래 표현력: 프리미엄 축소에 베팅하려면 원주를 사고 ADR을 공매도해야 한다. 현물에서는 원화 조달, 외국인 계좌, 결제 인프라, ADR 대차 물량이 모두 필요하다. 반면 무기한 선물은 단일 플랫폼에서 두 계약에 대한 USDC 담보만으로 가능해진다.
- 펀딩 레이트 분리 수단의 공백: 현재의 양방향 베팅 포지션 구조가 이상적이지는 않다.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매시간 펀딩이 발생해 담보가 줄어든다. 현물 차익거래라면 원주를 ADR로 전환하는 순간 괴리를 확정 수익으로 잠글 수 있다. 반면, 무기한 선물에서는 SKHX가 원주 인덱스에, SKHY가 ADR 인덱스에 각각 수렴할 뿐 두 인덱스 사이의 괴리를 좁히지는 못한다. 즉 무기한 선물은 원본 시장의 괴리를 반영할 뿐 해소하지 않기에, 방향이 맞더라도 수렴이 늦어지면 누적 캐리가 수익을 깎는다. 결국 프리미엄 축소에 대한 견해와 이를 유지하는 비용을 함께 떠안는 구조다.
- 둘을 분리하려면 펀딩 레이트 자체를 별도 시장에서 거래해야 한다. 가령 펜들의 보로스(Boros)는 펀딩 레이트를 YU(Yield Unit)로 유동화해 고정 수익과 변동 수익으로 분리한다. SKHX 롱처럼 펀딩을 지불하는 포지션은 보로스에서 변동 펀딩을 수취하는 YU를 매수해 해당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변동 비용을 고정 비용으로 전환하는 헤징이 가능해진다.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진입 시점에 향후 지출을 확정할 수 있어 포지션 사이징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 보로스가 지원하는 시장은 BTC와 ETH 등 메이저 자산에 한정되며, HIP-3 주식 무기한 선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이 스프레드를 거래하려면 펀딩 비용의 변동성을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
- 선행 지표로서 무기한 선물 기능: 트레이드XYZ의 SKHY 프리IPO 시장은 나스닥 개장 3시간 전 164달러, 1시간 전 169.80달러, 1분 전 169.92달러를 가리켰고 실제 시가는 170달러였다. 또한 SKHX 마켓은 KRX가 닫힌 야간과 주말에도 거래되며, 한국 트레이더들은 이 가격을 다음 날 시가의 선행지표로 참조한다. 무기한 선물이 기초자산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에 머물지 않고 원본 시장이 닫힌 구간의 가격을 먼저 만들고 있다.
- 기초자산 접근성에 반비례하는 시장 가치: 같은 기업과 관련한 두 선물 계약이지만, SKHY의 펀딩 레이트는 13일처럼 괴리가 급격히 벌어진 구간을 빼면 0 근처에 머문다. 나스닥에 실물 ADR이 있고 14일부터 미국 옵션까지 상장돼 차익거래자가 베이시스를 걷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SKHX는 헤지 수단이 없어 펀딩 레이트가 무기한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 가격에 수렴시키는 유일한 조정 장치로 남는다. 그 결과 HIP-3 전체 거래량의 33%, 주식 무기한 선물 거래량의 50%를 혼자 가져가는 최대 계약이 됐다. 유동성 좋은 미국 대형주에 무기한 선물을 올리는 것은 이미 있는 것을 한 번 더 만드는 일이다. 접근이 막힐수록 무기한 선물 계약의 가치는 높아진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7월 29일 원주가 한국거래소에 추가 상장되고 원주와 ADR의 상호전환 신청이 열리면, 막혔던 차익거래 통로가 일부 뚫린다. 다만 통로가 열려도 비대칭은 남는다. ADR을 원주로 되돌리는 데는 한도가 없지만 원주를 ADR로 바꾸는 것은 발행 한도 안에서만 가능한데, 프리미엄을 좁히려면 후자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이 급격히 좁혀질지는 미지수이며, 이때도 하이퍼리퀴드는 스프레드를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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