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빨라지는 로드맵 변경
비탈릭 부테린의 X(트위터) 계정에서 지난 10년간(2016–2026.8) 이더리움 프로토콜 로드맵을 다룬 포스팅을 집계했다. 로드맵이라는 단어만 언급되거나, 개별 EIP에 대한 의견, 특정 기술이나 생태계에 대한 의견은 제외했다. 로드맵의 직접적인 변경이나 우선순위 재조정에 관한 포스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과거 가장 많은 언급이 있었던 해는 2020년이다. "eth2 향후 5–10년" 다이어그램과 롤업 센트릭 로드맵이 등장한 해로, 실행은 L2에 넘기고 L1은 정산과 데이터 가용성에 집중한다는 방향성이 이 시기에 정해졌다. 데브콘(Devcon)에서 이더리움 합의 계층의 큰 변화를 다루는 빔 체인(Beam chain)이 발표된 2024년부터 린 이더리움(Lean Ethereum)을 거쳐 올해 스트로맵(Strawmap) 발표까지, 이더리움의 로드맵을 다루는 포스팅이 다시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0년의 롤업 센트릭의 방향성과 린 이더리움, 스트로맵이 목표로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롤업 센트릭은 L1을 최소한으로 두고 확장성은 외부에 맡기는 방향이다. 반면 린 이더리움과 스트로맵은 L1 자체에 대한 성능 개선과 기능 추가가 주요 이정표다. (실행 계층의 성능, ZK 기반 검증, 프로토콜 단순화, 프라이버시, 양자 내성과 같은 항목들이 해당된다.)
이더리움은 4–5년짜리 긴 로드맵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 굵직한 방향성 자체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3년간 로드맵 업데이트는 해마다 빨라졌고, 올해는 이더리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다룬 비탈릭의 포스팅의 수가 상반기를 갓 지난 시점에 역대 최다였던 2020년을 이미 넘어섰다.
속성이 이렇게 자주 바뀌는 화폐(Money)는 없다.
이더리움을 화폐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도 오래전부터 많은 논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더리움을 화폐로 포지셔닝하려는 것이 공통의 합의가 되어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속성이 자주 바뀌는 화폐는 없다.
화폐의 가치는 상당 부분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금의 공급은 지질학이 결정하고, 비트코인의 통화 정책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반면 이더리움은 보안 모델, 실행 환경, 서명 알고리즘, 심지어 인플레이션 정책까지 계속 변화하는 자산이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은 ETH를 화폐성 자산보다 나스닥 기술주처럼 다룬다. 기술주는 로드맵이 바뀔 때마다 리레이팅되지만,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화폐는 로드맵이 필요 없어야 화폐다.
이더리움이 화폐가 되려면 어느 정도 고정된 장기 로드맵이 확정되어야 하고, 잦은 변동 없이 계획대로 달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달성한 뒤에는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해야 한다. 이더리움도 어느 정도 비트코인처럼 바뀌지 않는 네트워크가 되어야 ETH는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기술이고 기술은 언제든 더 나은 기술이 등장하면 대체될 수 있다. 양자컴퓨팅과 같은 새로운 변화에도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 비탈릭이나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더 이상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과연 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전통적인 개념의 화폐로서의 ETH와 탈신뢰(Trustless) 네트워크로서의 이더리움이 공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AI 이후의 세상에서 "화폐"의 정의와 개념은 기존과 완전히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네트워크의 기축통화인 ETH도 충분히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현 시점에 굳이 ETH를 전통적 개념의 화폐로서 포지셔닝 하려는 것이 네트워크 진화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ETH의 가치 평가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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