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Key Takeaways
- 1.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한국 암호화폐 과세
- 2. 한국 암호화폐 과세 제도에 비어있는 부분
- 2.1 정해진 부분: 양도 및 대여 소득
- 2.2 온체인 활동 영역은 완전히 비어있다
- 3. 미국의 암호화폐 과세 체계: 자진신고 위에 세워진 구조
- 3.1 자산 유형 분류와 과세 원칙
- 3.2 보통소득(Ordinary Income)으로 처리되는 영역
- 3.3 디파이의 회색지대: 보수적 접근의 부담
- 3.4 토큰 세일과 ICO
- 3.5 미국의 과세 인프라: 거래소 보고 시스템과 자진신고의 이중 구조
- 4. 한국이 자진신고 기반 모델을 채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4.1 자진신고 기반의 불가피성
- 4.2 CARF 도입과 글로벌 정보 표준의 압력
- 4.3 시간의 압력
- 5. 한국 암호화폐 과세의 예상 윤곽
- 6. 한국형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의 가능성
Key Takeaways
- 2026년 4월 29일, 국세청은 2027년 1월 1일 암호화폐 과세 시행을 전제로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자료 수집,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CARF 기반 정보교환 체계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첫 신고는 2028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가 될 전망이다.
- 그러나 현행 소득세법은 단순 매매와 암호화폐 간 교환 외의 영역, 즉 디파이 스테이킹과 렌딩, 에어드랍, 하드포크, NFT 등에 대한 과세 기준을 거의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며, 국세청 스스로 해외 입법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수집 중이라고 답했다.
- 미국은 2014년 Notice 2014-21 이래 암호화폐를 자산(property)으로 분류하고, 단순 매매와 교환, 디파이, 스테이킹, 에어드랍 등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한 과세 원칙을 자진신고 기반으로 정립해왔다. 2025년 시행된 1099-DA는 중앙화 거래소에 한정된 보고 의무이며, 디파이는 여전히 납세자 본인의 책임 영역이다.
- 한국은 인프라 미비와 짧은 준비 기간이라는 제약 속에서, 미국 모델의 큰 틀을 차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 분류, 자진신고 원칙, 단계적 거래소 보고 의무 도입, 디파이 회색지대의 잠정적 방치라는 네 가지 축이 그것이다.
- 이러한 수렴은 형평성 문제, 국내 거래소와 해외/디파이 간 규제 차익, 자료 입증 부담의 납세자 전가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과세 시행은 시작점일 뿐이며, 실질적 형평성 확보를 위한 보완 입법은 적어도 올해에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한국 암호화폐 과세
2026년 4월 29일, 박정열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관련 브리핑에서 암호화폐 소득세 신고 준비 현황을 묻는 질문에 "내년부터 발생하는 암호화폐 소득에 대해 과세하도록 법이 제정된 만큼 2028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부터 신고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의 폐지 주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과세 당국은 시행을 전제로 한 실무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다.

Source: Bloomingbit
답변에 따르면 준비는 국내 거래소 자료 취합 체계, 지난달 조달청에 공고된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기반 정보교환 기능 개발의 세 갈래로 진행된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2027년 1월 1일부터 암호화폐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22%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과세 대상은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전체다.
다만 시행이 차질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5년 11월 보고서에서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기타소득 과세체계는 2027년 1월 1일 시행하기에는 미정비된 부분이 너무 크다"고 진단하며 4차 유예 가능성을 거론했다. '무엇을, 어떻게, 언제 과세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부재하기 때문이다.
2. 한국 암호화폐 과세 제도에 비어있는 부분
2.1 정해진 부분: 양도 및 대여 소득

Source: NTS (Reproduced Image)
국세청이 공시한 가상자산소득 과세 개요에 따르면, 과세 대상 소득은 암호화폐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한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차감한 금액이다. 필요경비의 원칙은 실제 취득가액에 부대비용을 더한 금액이며, 시행 후 취득한 암호화폐의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양도가액의 일정 비율(최대 50%)을 필요경비로 의제할 수 있다.
취득가액 평가는 거래소 거래는 이동평균법, 그 외는 선입선출법이다. 법 시행 전 보유분의 의제취득가액은 2026년 12월 3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으로 산정되며, 암호화폐 간 교환 소득은 기축가상자산(BTC마켓 비트코인, ETH마켓 이더리움, USDT마켓 테더 등) 가액에 교환비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딱 여기까지가 명확히 정해진 부분이다. 거래소 단순 매매와 암호화폐 간 교환에 한해서는 명목상 과세가 가능하다.
2.2 온체인 활동 영역은 완전히 비어있다

Source: Herald Economy
문제는 그 외의 영역이다. 국세청은 송언석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스테이킹, 렌딩, 에어드랍, 하드포크, NFT 등 암호화폐 수익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이 부재하다고 밝혔다. 해당 수익 유형의 과세 대상 여부, 범위, 취득가액 및 취득원가 산정 방식에 대해 국세청은 "해외 입법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수집 중"이라고 답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국세청이 "암호화폐 소득에 대한 과세의 관점에서는 중앙화금융과 탈중앙금융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답한 점이다. 별도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한다는 뜻이지만, 디파이 거래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용자가 자체 지갑으로 유니스왑에서 토큰을 스왑하거나, 아베에 자산을 예치해 이자를 받거나, 라이도에 ETH를 스테이킹해 stETH를 받는 행위가 어떻게 과세되는지에 대한 명시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공백을 단기간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메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암호화폐 산업 자체가 글로벌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디파이는 매번 새로운 변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과세 인프라 확충이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움에 미루어 생각했을때, 자연스럽게 한국의 과세 모델은 가장 정비된 선례인 미국의 모델을 따라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미국의 현행 암호화폐 과세 구조에 대해 살펴본다.
3. 미국의 암호화폐 과세 체계: 자진신고 위에 세워진 구조
3.1 자산 유형 분류와 과세 원칙

Source: IRS
미 연방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 이하 IRS)은 2014년 Notice 2014-21을 통해 암호화폐를 통화(currency)가 아닌 자산(property)으로 분류했고, 이후 모든 후속 가이드라인이 이 전제 위에서 구축되었다. 자산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동일한 양도소득 과세 원칙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보유 자체는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처분(disposal)이 발생하는 모든 순간에 자본이득 또는 자본손실이 인식된다.
자본이득의 처리는 보유 기간에 따라 둘로 나뉜다. 1년 이하 보유 후 처분 시에는 단기 자본이득으로 일반 소득세율(10~37%)이 적용되고, 1년 초과 보유 시에는 장기 자본이득으로 우대 세율(0%, 15%, 20%)이 적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분"의 정의가 단순 매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 국세청은 다음을 모두 처분으로 보고 있다.
- 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매도
- 암호화폐를 다른 암호화폐와 교환
- 암호화폐로 재화나 서비스 결제
- 암호화폐를 다른 자산과 교환
이 중 두 번째 항목, 즉 암호화폐 간 교환이 양도소득 과세 대상이라는 점은 특히 중요하다. ETH를 USDC로 스왑하거나 BTC를 ETH로 교환하는 행위는, 미국 세제상 ETH를 매도해 USDC를 매수한 것과 동일하게 처리된다.
3.2 보통소득(Ordinary Income)으로 처리되는 영역
자본이득과 별개로, 미국은 다음 활동에서 발생하는 암호화폐를 수령 시점의 공정시장가치(fair market value)로 보통소득에 합산한다.
- 채굴: 채굴된 암호화폐는 수령 시점의 시가로 보통소득으로 인식된다. 사업으로 운영되는 경우 관련 비용을 차감할 수 있다.
- 스테이킹(Staking): 미국세법 유권해석(Revenue Ruling) 2023-14에 따라, 납세자가 토큰을 매도/교환/이전할 수 있게 된 시점의 시가 기준 보통소득으로 인식된다. 보상이 락업 상태이거나 클레임 불가능한 경우 인식 시점은 통제 가능 시점까지 미뤄진다.
- 에어드랍(Airdrop): 미국세법 유권해석 2019-24에 따라, 납세자가 통제권을 갖게 된 날 공정시장가치로 보통소득에 포함된다. 이후 매도 시 그 시점의 가치를 취득가액으로 별도의 자본이득/손실이 계산된다.
- 하드포크(Hard Fork): 에어드랍과 동일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포크 자체는 비과세이나, 그 결과로 새 코인을 받게 되면 수령 시점에 보통소득으로 처리된다.
- 렌딩 이자(Lending Interest): 디파이 또는 중앙화 렌딩 모두 수령 시점에 보통소득으로 인식되며, 이후 매도 시 별도로 자본이득/손실이 계산된다.
예를 들어 스테이킹이나 렌딩으로 1 ETH를 보상으로 받았다면, 수령 시점 시가에 대한 보통소득세를 1차로 내고, 그 1 ETH를 매도할 때 가격 변동분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다시 내는 이중 구조다.
3.3 디파이의 회색지대: 보수적 접근의 부담
디파이의 과세 처리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명문화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영역이다. IRS는 일반 가상자산 가이드라인에서 추론되는 원칙을 디파이에도 적용하라는 입장을 취해왔으며, 실무에서는 보수적 접근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 유동성 풀: 예치 및 LP 토큰 발행은 보수적으로 두 토큰을 LP 토큰으로 교환한 과세 거래로 처리되며, 회수 시점에도 다시 과세 이벤트가 발생한다. 비과세 대출로 보는 공격적 해석도 있으나 명문 규정이 없어 보수적 처리가 권장된다.
- 리퀴드 스테이킹(Liquid Staking): ETH→stETH 교환도 과세 대상 교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stETH 리베이스 증가분은 보통소득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한 IRS 별도 가이드라인은 없다.
- 대출: 암호화폐 담보 대출 자체는 비과세이나, 청산 시 청산 시점의 가치로 매도된 것으로 간주된다.
- 브릿지(Bridge): 동일 자산의 단순 이동은 비과세이나, 래핑/언래핑이 동반되면 일부는 다른 자산으로의 교환으로 보아 과세 처리할 것을 권장한다.
이 모든 영역에서 공통된 점은, IRS의 명시적 가이드라인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진신고의 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3.4 토큰 세일과 ICO
ICO/IEO 토큰 매수는 매수 시점 자체로는 과세 이벤트가 아니지만, 매수에 사용된 토큰은 처분된 것으로 간주되어 자본이득/손실이 인식된다. 받은 토큰의 취득가액은 매수 시점에 사용된 토큰의 가치, 또는 매수한 토큰의 공정시장가치다. 발행 측의 토큰 세일 수익은 보통소득 또는 사업소득으로 처리되며, 토큰의 증권성 여부에 따라 추가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3.5 미국의 과세 인프라: 거래소 보고 시스템과 자진신고의 이중 구조
미국 암호화폐 과세 체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거의 모든 영역이 {자진신고 + 거래소 보고}의 이중 구조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2024년 7월 재무부와 IRS가 발표한 최종 규정은 신고서 1099-DA(Digital Asset Proceeds from Broker Transactions)를 도입했고,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 2025년 거래분: 총 매도금액만 보고
- 2026년 거래분: 취득가액까지 포함한 전면 보고
대상은 중앙화 거래소, 호스팅 지갑 사업자, 결제 처리업체, 디지털자산 키오스크 등 고객 자산을 수탁하는 사업자다. 코인베이스, 크라켄, 제미나이 등 주요 거래소는 2026년 초부터 1099-DA의 발행을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1099-DA가 포착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IRS 통지서(Notice) 2024-57은 다음 거래를 일시적으로 브로커 보고 의무에서 제외했다.
- 래핑 및 언래핑
- 유동성 공급자 거래
- 스테이킹 거래 (리퀴드 스테이킹, 리스테이킹 포함)
또한 2024년 12월 발표된 디파이 브로커 규정은 이후 의회의 합동결의안을 통해 폐기되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서명한 첫 암호화폐 관련 법안으로, 디파이 프론트엔드를 브로커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법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유니스왑, 팬케이크스왑, 1inch 같은 DEX, 그리고 자체 보관 지갑(self-custody wallet)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는 여전히 IRS의 직접 보고 대상이 아니다.
결국 1099-DA로 보고되는 것은 IRS가 자동 매칭할 수 있는 기본 거래뿐이며, 디파이, 자체 보관 지갑, 거래소 간 이체는 납세자 본인 책임이다. 신고와 1099-DA 수치 불일치 시 자동 차액 통지서가 발송되며, 세무 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
4. 한국이 자진신고 기반 모델을 채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4.1 자진신고 기반의 불가피성
한국은 미국과 동일한 인프라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국세청이 두나무, 빗썸 등 국내 5대 거래소로부터 자료를 취합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1099-DA가 포착하는 범위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즉 중앙화 거래소를 매개로 한 거래에 한정된다.
해외 거래소에서의 거래는 CARF가 본격 가동되는 2027년 CARF 본격 가동으로 일부 포착되겠지만 모든 거래가 자동 입력되지는 않는다. 디파이 거래는 어떤 정보 보고 체계로도 자동 포착되지 않으며, 사용자 본인 신고가 없으면 국세청이 자동으로 파악할 길은 없다.
이 구조적 한계는 미국이 10년 가까이 씨름해온 문제이며, 한국이 1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역시 "거래소 보고 + 자진신고"의 이중 구조로 출발할 수밖에 없으며, 자진신고 부분의 비중이 미국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세청 주도 하에 한국형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으나, 그 구현 가능성은 6장에서 별도로 다룬다.
4.2 CARF 도입과 글로벌 정보 표준의 압력
2026년 1월 1일 적용된 CARF는 OECD-G20 공동 개발 국제 표준으로 48개국이 참여한다. 한국은 2024년 11월 MCAA에 서명했으며, 2026년 거래분을 2027년에 첫 교환한다.
CARF는 거래 정보 교환을 넘어 보고 항목과 분류 기준을 표준화하는 체계다. 대상 거래는 암호화폐-법정통화 교환, 암호화폐 간 교환, 암호화폐 이전(5만 달러 초과 소매지급거래 포함)이며, 보고 항목에는 명칭, 연간 거래 건수, 거래 단위 수, 거래액 등이 포함된다.
이 분류 체계는 미국 IRS의 암호화폐 분류 체계와 사실상 호환된다. CARF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는 결국 비슷한 형태의 거래 데이터를 받게 되며, 이를 자국 세제에 적용하려면 호환 가능한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 한국 국세청의 통합분석시스템 역시 CARF 기반 정보교환 기능과 병행 개발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OECD-IRS 표준과 친화적인 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4.3 시간의 압력
한국 국세청이 8개월 후 시행될 과세 제도를 위해 디파이, 스테이킹, 에어드랍, 하드포크, NFT 각각에 대한 독자적인 과세 가이드라인을 정밀하게 설계할 시간적 여유는 없다. 이는 자본시장연구원이 4차 유예 가능성을 거론한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이 시간적 압력 하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이미 검증된 해외 모델, 특히 미국 모델의 큰 틀을 차용하는 것이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이미 이 흐름에 발맞추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업비트는 2026년 1월부터 CARF 이행규정에 따른 본인확인서 제출 절차를 정식 시행했으며, 코인원과 코빗은 CARF 시행을 전제로 이용약관을 일부 개정했다. 빗썸은 별도 약관 개정 없이도 CARF 의무 이행이 가능한 구조로 정비 중이다.
5. 한국 암호화폐 과세의 예상 윤곽
미국 모델이 큰 틀의 참조점이 된다는 전제 하에, 한국 암호화폐 과세는 카테고리별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 소득세법상의 기타소득(분리과세) 분류 안에서 작동해야 하므로, 미국의 보통소득/자본이득 이원 구조와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단순 매매와 암호화폐 간 교환: 명문화된 영역이다.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과 부대비용을 차감한 차익에 22%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미국과 달리 단기/장기 구분이 없어 보유 기간과 무관하게 동일 세율이 적용되며, 이는 단기 매매가 잦은 트레이더에게 미국 대비 유리한 구조다.
- 스테이킹과 렌딩 보상: 가장 모호한 영역 중 하나다. 현행 소득세법은 "양도 또는 대여"로 발생하는 소득만을 암호화폐 기타소득으로 정의하므로, 보상을 수령하는 시점은 그 자체로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국세청 관계자도 2024년 인터뷰에서 "스테이킹 서비스 대가를 받는 시점이 아니라, 받은 암호화폐를 원화로 양도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미국은 수령 시점에 보통소득으로 일단 과세하고 매도 시점에 자본이득으로 다시 과세하는 이중 구조이지만, 한국은 양도 시점의 단일 과세에 가깝다. 다만 단일 과세 구조 안에서도 보상의 취득가액 산정은 추가 쟁점이다. 무상 취득으로 보아 취득가액을 0으로 처리하면 매도가액 전액이 양도소득이 되고, 의제필요경비 조항을 적용하면 매도가액의 50%만 양도소득으로 인식된다. 어느 쪽으로 운영될지는 시행령 또는 추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리되어야 한다. 또한 렌딩의 경우 법문에 명시된 "대여" 해석 범위가 별도 쟁점이다. 거래소나 디파이 렌딩 프로토콜의 이자 수령이 "대여로 발생한 소득"에 포섭된다면, 스테이킹과 달리 수령 시점에 과세 이벤트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거래소 서비스에 한해서는 일관된 운영이 가능하지만, 디파이 프로토콜은 사실상 자진신고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 에어드랍과 하드포크: 명시적 기준이 부재하다. 다만 스테이킹/렌딩과 달리 무상 취득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처리 방식이 달라질 합리적 근거가 있다. 한국이 처분 행위에 한정한 현재 과세 방식을 유지한다면, 토큰 수령 자체는 과세 대상이 아니고 수령 시점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인정해 양도 시점에 차익만 과세하는 구조가 가장 자연스럽다. 이는 미국 대비 납세자에게 유리한 처리다. 그러나 에어드랍이라는 단일 카테고리에는 경제적 실질이 다른 활동이 혼재한다. 단순 보유나 락업 기반의 패시브 에어드랍과, 토큰 획득을 위해 자본을 의도적으로 소모하는 액티브 파밍은 전혀 다른 활동이다. 영국 HMRC는 활동 대가성이 있는 에어드랍은 일반소득으로, 단순 무상 수령은 비과세에 가깝게 처리해 이 구분을 부분 반영한다. 한국에서 두 유형이 동일하게 처리될 경우, 액티브 파밍 사용자가 지출한 부대비용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인정하지 않으면 자본을 투입해 획득한 토큰의 매도가액 전액이 양도소득으로 잡혀 실질적 형평성에 어긋나며, 인정하더라도 입증 방법이 실무적 난제로 남는다. 자체 지갑으로 받은 무명 토큰의 공정시장가치 산정 역시 공통된 난점이다.
- 디파이 영역: 가장 회색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이 중앙화 금융과 디파이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사실상 디파이 거래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 없이 일반 원칙을 추상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에 가깝다. 미국의 보수적 접근법이 한국에서도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명시적 가이드라인 없이는 납세자의 자의적 해석이 불가피하다. 또한 이는 형평성 문제를 발생시킨다. 동일한 경제적 활동을 국내 거래소에서 수행한 사용자는 정확히 22% 과세되지만, 디파이로 동일한 활동을 수행한 사용자는 자진신고를 누락하거나, 보수적 해석으로 과도한 세금을 부담하거나, 공격적 해석으로 잠재적 추징 위험을 안게 된다.
- 토큰 세일과 ICO 참여: 미국과 유사하게, 토큰 매수에 사용된 암호화폐의 처분에 대한 양도소득이 우선 인식되고, 받은 토큰의 취득가액은 매수 시점의 시가로 처리되는 구조가 합리적이다. 다만 이를 명문화한 가이드라인은 현재 부재하다.
- NFT: 국세청은 이전에 NFT의 과세 기준이 부재하다고 답했다. NFT가 암호화폐의 정의에 포함되는지부터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며, 미국에서도 일부 NFT를 "수집품(collectibles)"으로 분류해 28%의 장기 자본이득세를 적용하는 등 별도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이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는 시행 이후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6. 한국형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의 가능성
카테고리별 가이드라인의 빈칸이 정책의 영역이라면, 그 정책을 실제로 집행할 도구가 준비되어 있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사업의 상세 내역은, 정부가 개인 과세 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파악하려 하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Source: PPS (Reproduced Image)
지난 3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된 사전규격에 따르면 사업금액은 부가세 포함 약 30억 원, 4월 설계 착수 후 11월 시범운영, 연말 정식 오픈을 목표로 한다. 사업 범위는 거래소 자료의 단순 취합을 넘어선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제출하는 거래명세서, 거래집계표와 블록체인상 거래정보를 결합해 통합 관리하고, 납세자별 지갑주소를 매칭해 거래 흐름을 시각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AI 머신러닝과 통계 기법을 활용한 이상거래 패턴 탐지, 해외금융계좌로 식별된 지갑주소와 블록체인 거래정보의 결합 분석 기능도 포함된다. 국세청은 제안요청서에서 "가상자산의 익명성과 탈중앙 특성으로 인해 자금세탁, 변칙증여, 역외탈세 등 불법적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능동적 탈루 적발 기반 마련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거래소가 보고한 자료를 사후적으로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보관 지갑의 온체인 활동까지 결합해 능동적으로 추적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기술적/예산적 현실성이다. 업계에서는 30억 원 예산이 이러한 기능을 온전히 구현하기에 충분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온체인·오프체인 데이터를 결합해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까지 포괄 분석하려면 상당한 인프라 투자와 외부 솔루션 라이센스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월 착수 후 11월 시범운영까지 약 7개월의 일정도 부담이며, 특히 디파이 거래 추적은 단순 지갑주소 식별을 넘어 온체인 트랜잭션의 시맨틱(semantic)적 분석을 요구한다. 가령 자본을 소모해 토큰을 채굴하는 액티브 파밍과 수동적 예치는 구분되어야 하므로, 트랜잭션 군집 본연의 의미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한계는 같은 시기 정치권의 움직임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 2월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입찰공고를 올렸으며, 제안요청서에 렌딩과 스테이킹 등 비정형적 취득과 거래에 대한 과세 기준 검토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었다. 시행을 8개월 앞둔 시점에 핵심 과세 기준에 대한 외부 연구 용역이 시작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현행 체계의 미정비 상태를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2027년 1월 시행 시점의 통합분석시스템은 의도된 기능 중 일부만 구현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 자료의 정형화된 통합과 기본적 이상거래 탐지는 가능하더라도, 디파이 거래의 의미적 분석이나 해외 거래소 거래의 실시간 매칭까지 포괄하는 데는 추가적인 시간과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카테고리별 가이드라인의 빈칸과 이 장에서 짚은 인프라의 빈칸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에서 시행이 출발한다는 점은, 시행 이후의 과제가 단순한 행정 보완을 넘어선 구조적 작업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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