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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포(Morpho)는 4월 14일 고정금리/고정만기 대출 프로토콜인 미드나잇(Midnight)을 공개했다. 이후 5월 28일 미드나잇 백서를 공개하고 코드베이스를 오픈소스화했다.
기존 디파이(DeFi) 대출 시장에서 가장 흔한 구조는 격리형 풀 기반의 개방만기 변동금리다. 변동금리는 기관이나 장기 자금 수요자 입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대출 기간 동안 얼마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기관 입장에서는 해당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몰포 미드나잇은 이 문제를 고정만기, 고정금리 대출시장으로 해결하려는 프로토콜이다.
오퍼 기반 유동성 구조
온체인 고정금리 대출 프로토콜은 이미 존재했다. 이들과 미드나잇의 가장 큰 차별점은 오퍼(인텐트) 기반의 조건부 유동성 구조다.
일반적인 대출 프로토콜에서는 자금 공급자가 특정 풀에 자금을 미리 예치해야 한다. 이 자금은 차입자가 실제로 빌려가기 전까지 해당 시장에 묶이게 되고, 자금 공급자 입장에서는 다른 시장에 동시에 활용하기 어렵다. 특히 고정금리/고정만기 시장은 담보와 만기 조합별로 마켓이 나뉘기 때문에 유동성 분산 문제가 더 크다. 시장이 여러 담보와 여러 만기로 쪼개질수록 각 시장의 유동성은 얇아지고, 자본 효율성이 낮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드나잇에서는 자금을 미리 락업하지 않고도 여러 시장에 동시에 오퍼를 낼 수 있고, 실제 자금은 누군가 그 오퍼를 체결할 때만 조달한다. 즉, 메이커가 동일한 자본으로 여러 시장에 동시에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구조는 고정만기 시장에서 발생하기 쉬운 유동성 분산 문제를 완화한다.
온체인 채권 시장
미드나잇은 기능적으로 온체인 채권형 시장에 가까운 구조를 갖는다. 한 마켓 안에서 유닛을 사면 빌려주는 쪽(credit) 포지션이 되고, 팔면 빌리는 쪽(debt) 포지션이 된다. 금리는 별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닛이 거래되는 할인 가격에서 자동으로 도출된다. 예를 들어 만기 때 1개의 대출 토큰을 받을 권리를 오늘 0.95에 산다면, 만기 시 1을 돌려받는 구조이므로 잔여 기간 수익률은 약 5.26%가 된다. 이는 미국 단기 국채(T-Bill)처럼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고 만기 시 액면가를 지급받는 무이표채(zero-coupon obligation)와 유사하다.
물론 미드나잇 백서는 이 구조가 법적 의미의 채권이나 금융상품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적 지급 구조만 놓고 보면, 미드나잇은 온체인에서 채권형 상품 구조를 구현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자산의 성격이 바뀌면 금융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디파이 시장은 크립토의 특수성을 활용한 높은 APY의 토큰 보상, 레버리지, 유동성 채굴, 변동금리 머니마켓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는 초기 온체인 유동성을 만들고 크립토 네이티브 유저를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기관이 본격적으로 온체인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관 자금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높은 APY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온체인에는 기존 금융권 상품을 닮은 형태의 제품들이 더 많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구조의 온체인 금융상품을 기존 금융의 방식대로 평가하고, 운용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디파이의 다음 경쟁력은 크립토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금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에서 검증된 구조를 온체인 위에 얼마나 잘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는 하이 리스크 하이리턴 고자극을 추구하는 기존 크립토 네이티브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재미가 줄어드는 변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온체인 시장이 대규모 기관 자본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온체인에 올라오는 자산의 형태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고, 자산의 성격이 달라지면 그 위에서 작동하는 금융의 문법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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